19세기의 점성가 — 1825년 제7판 한국어 연구 번역
부분 번역·진행 중. 역사적 본문·인용·이야기를 옮긴 자료이며 현대 과학·의료·예측의 검증 결과가 아니다.
권두 도판과 판화 표제
F001 · PDF 28–29, 무쪽수 권두 도판의 제목·하단 설명 및 판화 표제 · 도판·판화 표제의 편집 문구
마술 의례
“고대의 신성마술사들이 자연 질서의 결박을 끊고 영들의 세계와 경외스러운 교통을 이루기 위하여 사용한 신비한 의식과 의례와 주문은 이와 같았다.”
227쪽을 보라.
런던. 윌리엄 찰턴 라이트 발행, 패터노스터 로 65번지.
판화 표제
『19세기의 점성가』, 또는 『미래의 만능열쇠』
점성술·지오맨시·비전 학문의 완전한 체계.
“나는 당신의 손가락이 지으신 하늘과, 당신께서 정해 두신 달과 별들을 바라봅니다.” — 「시편」 8편 3절.
“그들은 하늘에서 싸웠고, 별들은 그 운행 경로에서 시스라와 싸웠다.” — 「사사기」 5장 20절.
“믿음은 마음을 기른다.” — 키케로.〔판화의 라틴어: Fides alit animum.〕
런던. 윌리엄 찰턴 라이트, 패터노스터 로.
웨스틀리와 티럴, 더블린. I. 로버트슨 앤드 컴퍼니, 에든버러.
제너 새김.
활자 표제와 권두 제사
F002 · PDF 31–32, 활자 표제·간기·제사 · 편집진 및 명시된 인용자
『19세기의 점성가』
또는 『미래의 만능열쇠이자 고대 신비의 안내서』.
비전 철학의 완전한 체계.
아름답게 채색한 도판 다섯 장과 출생차트·상형도·호부를 설명하는 판화 아흔 점으로 장식하였다.
메르쿠리이 회원들이 지음.
수도의 점성가 라파엘, 『예언 역서』의 편집자, 그 밖에 일류의 명망을 지닌 천체술가들.
제7판.
메를리누스 앙글리쿠스 주니어 신사가 감수하고 교정하였으며, 많은 내용을 더하였다.
그는 『우라니아』, 『철학적 멀린』, 『시빌라의 단편들』 등의 저자이며 여러 학술단체의 회원이다.
“그토록 강하여 달을 다스리고 밀물과 썰물을 일으키며, 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달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던 자.” — 셰익스피어, 『템페스트』.
“호레이쇼, 하늘과 땅에는 자네의 철학이 꿈꾸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네.” — 『햄릿』.
“수백만의 영적 존재들이 땅을 거니니, 우리가 깨어 있을 때나 잠들었을 때나 보이지 않네.” — 밀턴.
런던. 패터노스터 로의 나이트와 레이시, 그리고 더블린의 웨스틀리와 티럴을 위하여 인쇄함.
1825년.
권두 제사
아름다운 별들이여! 지난날에는 예언자들의 눈이 너희 빛줄기를 읽고, 숱한 기이한 사건과 전쟁, 그리고 내려온 경고를 말할 수 있었으리. — L. E. L.
데이비드슨 인쇄, 캐리 스트리트, 설스 플레이스.
제7판 서문
F003 · 인쇄 v–ix쪽 / PDF 33–37; 원주 1–4 포함 · The Mercurii
제7판에 부치는 서문
〔인쇄 v쪽〕
이전 판들이 빠르게 팔려 나갔고 『19세기의 점성가』를 찾는 문의도 전례 없이 많았다. 이 책은 왕국에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몇몇 인사들의 주목을 받는 영예를 누렸으며, 실제로 별의 가르침을 믿지 않던 많은 사람을 그 가르침으로 돌아서게 하였다. 시기하는 자들이 이 말에 아무리 악담을 퍼붓더라도 이는 사실이다. 이에 소유자들은 철학을 연구하는 세상에 새롭고 더욱 간명한 판을 내놓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번 판에서는 정기간행물의 성격상 이전 책들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오류와 반복, 불일치를 주의 깊게 걷어 내고, 새로 쓴 것이든 가려 뽑은 것이든 더욱 가치 있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점성술 학문을 온전히 분석한 부분이다. 이 부분을 통하여 초학자는 짧은 시간 안에 천체 이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배울 수 있게 되고, 그 참과 거짓을 스스로 입증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늘의 별들 속에서 우리의 운명을 읽을 가능성이 있다면—우리의 주장은 바로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이 책은 그 일을 위한 만족스러운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편견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어 갈 수 있는지는 참으로 놀랍다. 과학과 문학에 종사하며 깊은 학식을 지닌 사람들이, 논리적 추론과 수학적 증명에 익숙하고,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이론을 새것이든 옛것이든 면밀히 살펴보는 습관이 있으며, 그중 많은 이가 자연의 가장 은밀한 모습 속에 감추어진 귀중한 비밀까지 열심히 밝히려 하고, 소문만 듣고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으며 경험의 시험을 요구하는데도, 단 하나의 경우에 한해서는 한결같이 관습의 노예이자 편견에 속은 자들이라는 사실 또한 이상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점성술 이론의 원리 하나도 읽거나 공부하지 않고서 그 학문을 서슴없이 깎아내리며 경멸하기까지 하는 과학자와 학자들이다. 그들은 여러 시대의 시험을 견뎌 왔고 성서만큼 오래되었거나 그보다 더 오래된 그 가르침이 진실에 기초하는지 허구에 기초하는지, 또는 숙련된 점성가의 숭고한 이론과 집시 점쟁이의 우연한 예언 사이에 차이가 있는지조차 진리의 시금석에 대어 조사하지 않는다. 지난 시대에는 점성술이 어센던트의 지고한 주인으로 군림하였으며, 사람들이 부와 권세로 향하는 길을 안내받던 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역사학도는 이를 잘 안다. 후대에도 이 ‘예측의 기술’을 굳게 흠모한 사람들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다. 과학의 수도승이자 우리 근대 화학의 창시자인 유명한 로저 베이컨, 그리고 그와 성을 같이하는 더욱 위대한 인물, 탁월하고 비길 데 없는 추론가 베이컨 경이 그 증인이다. 이 기술을 훌륭하게 옹호하여 학자 체임버스를 인생의 무대에서 몰아낸 크리스토퍼 헤이던 경도 있다.[원주 1] 형이상학자 로크, 불멸의 뉴턴, 그리고 수많은 다른 이들 가운데 그리니치 왕립천문대의 창립자 플램스테드도 있다.[원주 2] 끝으로, 널리 인정받는 과학 정기간행물 『철학 잡지』의 전 편집자로서 이제는 고인이 된 학식 높은 틸로크 박사를 들 수 있다.[원주 3] 그는 판단점성술을 남몰래 흠모하고 굳게 옹호하였다. 이밖에도 우리가 이름을 들 수 있는 여러 사람은 학문적 경쟁자들보다 높이 비상함으로써 못지않은 명성을 얻었으며, 자신들이 살던 시대와 세대의 영예였다.
〔인쇄 vi쪽〕
그러나 편견에 사로잡힌 이 기술의 적들이 그러한 전제에서 나오는 결론을 피하리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그들은 이 사실들을 점성술의 증거로 보기는커녕, 그 위대한 사람들의 ‘약점’이라고 선언할 것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한꺼번에 휩쓸어 버리는 단정은 논증으로 사용되는 일이 너무나 잦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논증도 담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인류의 대다수가 여전히 관습의 굴레를 노예처럼 따르고 있기 때문에, 동료 문인들 사이에서 흔히 받아들여지는 견해와 그토록 잘 맞는 주장을 반박하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편견은 존중받을 만하지 않으며, 편견이 전혀 있어서는 안 될 자리에서 발견될 때는 더욱 그러하다. 만일 그들의 표현대로 점성술이 기만이고 미신의 산물이라면, 천문학 원리의 대부분 또한 그러하다. 그 학문의 3분의 2 이상은 수학적·천문학적 자료에 의존하며, 따라서 증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이들이 말하듯 무지의 산물도 아니다. 그 이론을 사용하려면 계산에 매우 능한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 문제는 머지않아 올바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고 그 참과 거짓도 명백해질 수 있다. 이 책에는 이 학문에서 가장 확고하게 성립된 규칙들이 담겨 있다. 반대자들이 이 기술을 그릇되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주제를 조금만 공부하고, 수고스럽더라도 그 규칙으로 자신의 출생차트를 계산해 본다면 곧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것이다. 더 나아가, 틀림없이 이 책에 매우 가혹하게 달려들 수많은 비평가 가운데 누군가가 책에 실린 규칙에 따라 자기 출생차트를 작성하고, 그 차트 앞에 자신에게 일어난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들의 목록을 붙여 계산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하자. 그리고 그러한 사건에 적용되는 기술상의 규칙과 그 규칙의 실패를 제시하면서, 그 사건들이 자기 출생 때 천체들의 배치와 애스펙트에 의하여 미리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다고 하자. 그때에는 자연의 비밀을 진지하고 사려 깊게 흠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점성술을 역사의 오점이자 자신이 사는 시대의 수치로 여겨 없애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점성술을 공정하게 대우하고, 그것이 틀림없이 하고 있는 대로 인류를 더욱 지혜롭고 행복하며 선하게 만들 수 있는 학문임을 인정하라. 그리고 이렇게 경험적으로 그 학문의 그릇됨이 입증될 때까지는, 어떤 학문이든 먼저 그 이론을 배우지 않고서는 그 참과 거짓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비평가가 기억해야 한다.[원주 4] 훌륭한 어느 저자가 옳게 지적한 것처럼, “원리를 모르는 사람에게서 점성술에 반대하는 논변을 듣는 것은 무지한 구두 수선공에게서 건축학에 관한 논변을 듣는 것과 똑같이 우스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앞으로 이 학문의 잘 정리된 이론을 분석하는 법을 배우지 않은 채 이를 공격하는 사람의 견해는, 무지한 시골 사람이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반박하려 하면서 우주의 아름다운 장치가 순전한 우연의 결과라고 뭉뚱그려 단정할 때 받을 만한 존중, 바로 그 정도밖에는 받을 자격이 없다는 점도 명백하다.
〔인쇄 vii쪽〕
지금까지 우리는 소극적인 쪽에서 논하였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이 책의 제2부에 자세히 설명한 천상의 원인과 지상의 결과 사이의 정밀한 일치를 보고서, 편견 없는 어떤 마음이 ‘하늘의 아름다운 천체들’이 지닌 효력과 영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한 사례를 기억해 주기를 바란다. 토성이 쌍둥이 사인을 지나가는 사례이다. 30년 전에도 토성은 그곳에 있었다. 독자는 그 시기의 연대기를 찾아 이 흉성이 현재 같은 사인을 지나가는 때와 비교해 보기만 하면 된다. 30년 전에는 자매 섬이 불만으로 가득했고, 수도는 폭동의 현장이 되어 당파적인 선동가들 때문에 흥분으로 들끓었다. 브러더스의 광신은 한창 기세를 올렸고, 수도에는 화재가 많았으며 다른 재앙도 있었다. 그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가혹한 법령 제정에 따른 신민의 자유 축소와 웨일스 공의 불행한 결혼이었다. 그 결혼은 몇 년 뒤 영국을 거의 내전 상태로 몰아넣을 뻔하였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코펜하겐은 화재로 거의 파괴되었고, 레오폴트 대공은 불꽃놀이의 폭발로 죽었으며, 프랑스 왕세자가 사망하였고 프랑스는 국내의 당파들 때문에 갈라졌다. 1824년 6월에 시작된 이번 토성의 트랜싯 아래서 우리는 주식회사 설립의 열풍—이는 결국 수천 명을 파멸시킬 것이 분명하다—, 가톨릭 문제로 빚어진 동요, 프랑스 국왕의 죽음, 노동자 단결금지법 폐지로 생긴 민중의 소요, 그리고 헤아릴 수 없는 화재와 재난과 고통스러운 사건들을 보았다. 그중에서도 토성과 화성이라는 두 흉성이 컨정션을 이루었을 때 발생한 티치필드 스트리트의 큰 화재가 두드러진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일들은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다. 이 사실들과 당시 작용하던 행성 영향의 특수한 결합을 보고서 별들이 달 아래의 세상사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또한 지극히 자애로운 우리 군주의 출생차트에 나타난 찬란한 배치, 불행한 캐롤라인의 출생차트에서 그토록 뚜렷이 드러나는 불운한 성향, 계산에 뛰어난 청년의 출생차트에서 수성의 위치, 바이런의 죽음에 관한 산술 계산, 또는 이 책에 실린 입증된 예언들을 보고서, 자연에는 점성술이 있으며 미리 아는 일이 가능하다는 우리가 세운 공리가 순수한 진리임을 인정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인쇄 viii쪽〕
이 사실들로도 믿지 않는 이들의 주의를 끌기에 충분하지 않다면, 우리는 그 무서운 하늘의 사자, 곧 ‘타오르는 혜성’의 명백한 효과에 주목하라고 권하겠다. 그 효과가 이제는 해를 끼칠 수 없으나 얼마 전까지는 강대한 정복자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생애와 운명에서보다 더 명백하게 예시된 적은 없었다. 그의 영광스러운 경력에서 쓸쓸한 최후에 이르는 자취를 낱낱이 따라가기보다, 우선 다음 사실을 기억하자. 그는 1769년 8월에 태어났으며, 그가 태어나기 전 몇 달 동안 하늘 북쪽에는 그러한 타오르는 사자 가운데 하나가 찾아왔다. 그가 명성의 정상으로 올라가는 걸음을 일일이 따라가기보다 잠시 멈추어 정상에 선 그를 바라보자. 그는 스스로 만들어 낸 왕권에 둘러싸여 세계의 왕좌에 앉아 있었다. 서쪽의 스페인은 한 형제에게 주어졌고, 동쪽의 베스트팔렌은 또 다른 형제에게 주어졌다. 북쪽의 홀란트에서는 세 번째 형제가 왕이 되었으며, 남쪽에서는 누이의 남편이 나폴리의 왕관을 쓰고 있었다! 각 지점마다 그의 군인 공작들과 먼 친척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오스트리아 대공녀와의 눈부신 결혼은 그의 견고한 위대함을 확증하는 듯하였다. 인간의 것 가운데 1811년의 프랑스 군주정보다 더 안정되어 보일 수 있는 것이 있었겠는가? 그러나 그가 영광의 정점에 있을 때, 비범한 성격의 혜성이 그의 높은 지위를 지켜보러 왔다. 근일점을 돌아 나오던 그 장대한 천체는 1811년 9월 초에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당시 그 천체는 천구의 북위 20°에 이르렀고, 코르시카와 프랑스 자연 국토의 남쪽 끝 위도에서 수직으로 떠 있었다. 그 광채는 계속 커져 위도 48°에 이르렀으며, 그때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광휘를 뿜으며 파리의 위도 위에 머물렀다! 그 천체가 하늘에서 지나간 길은 프랑스의 남쪽에서 북쪽에 이르는 모든 위도 지점의 바로 위를 차례로 지배하는 길이었다. 그 광채가 가장 강했던 때가 바로 한낮에 파리의 자오선과 천정에 놓였던 그 정확한 시각이라는 점을 엄밀히 주목하라. 그 천체는 다시 남쪽으로 물러가 프랑스 전역을 되짚은 끝에 코르시카의 위도 위에서 사라졌다. 사려 깊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이 찬란한 하늘 사자의 출현과 나폴레옹의 운명을 연결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한 그의 생애 마지막 몇 주 동안 필멸의 생명을 이루던 정신이 차츰 사라져 가고 있을 때, 똑같이 타오르는 운명의 별이 다시 나타났다는 점도 기억하자. 마치 하늘의 고요하고 넓고 푸른 바다에 배 한 척이 띄워져, 숨져 가는 그의 영혼을 맞이하고 그곳의 안식의 나라로 데려가려 온 듯하였다.
그 천체의 사명이 무엇이었든, 우리가 아는 사실은 이것이다. 그의 탄생 때 그 천체는 시중들었고, 다시 와서 그의 영광을 증언하였으며, 또 한 번 와서 그의 관 위에 빛을 비추었다!
그리고 금년 여름, 곧 1825년 여름의 유별나고 극심한 더위를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이번 여름에는 작은 혜성 두 개도 나타났는데, 틀림없이 이것들이 우리가 겪은 이례적인 날씨의 일차적 원인이었다. 그중 하나는 얼마 전 태양과 컨정션을 이루었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지금 쓰는 이 시점에도 여전히 보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사실들을 충분히 저울질한다면 틀림없이 점성술이 논의되게 될 것이다. 논의는 진리에 이르는 서곡이므로, 우리는 점성술이 그 자매 학문인 골상학처럼 마침내 반대자들에게 승리하리라고 예언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인쇄 ix쪽〕
지오맨시는 즐거움을 주며 많은 경우에 정확한 학문이다. 점성술에 기초하지만 점성술만큼 확실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옛날에는 ‘철학자의 놀이’라고 불렀으며, 고대의 ‘제비뽑기’ 방식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매우 이성적인 종류의 오락으로서 호기심 있는 이들이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두 학문 어느 쪽에도 초자연적이거나 악마적인 것은 없으며, 가장 까다로운 사람도 해악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를 행할 수 있다.
이 책의 더욱 신비로운 부분, 곧 마술 의례와 부적과 주문의 이론은, 옛 조상들이 굳게 믿고 추구하던 비전 연구를 온전하게 펼쳐 보이기 위해서만 수록하였다. 그러나 우리 자신은 이를 옹호하지 않는다. 무서운 것과 끔찍하게 숭고한 것을 즐기는 이들에게 맡겨 둔다. 어쨌든 이 부분과 수록된 전설 이야기들은 다른 일을 하지 못하더라도 지루한 여러 시간을 달래 줄 수 있다. 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책의 다른 부분을 읽어도 된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다른 학문 분야를 방해하지 않도록 이를 독립된 부에 넣었다. 그렇더라도 이 부분에 유익함이 전혀 없으리라는 법은 없다. 묘사된 공포가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열정이 훗날 뛰어난 어떤 정신에 불을 붙여, 깊고 두려운 흥미를 지닌 이야기를 거기서 짜내도록 할 수 있다. 그러한 이야기는 실제로 수많은 독자를 마법에 걸린 듯 사로잡을지도 모른다. 무서운 전설을 즐기는 사람들은 이 신비로운 책장을 읽으며 만족할 여지를 충분히 발견할 것이다. 그중 많은 곳이 오늘날 그토록 사람들이 찾는 공포로 가득하다.
끝으로, 기고를 통해 우리 지면을 풍성하게 해 준 학식 있는 통신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그들의 글을 싣는 데서 우리는 최대한의 공정함을 지켰다. 그러므로 전체적으로 우리의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우리는 선의를 가진 사람의 정신으로 이 일을 수행하였으므로, 그것이 뜻하지 않은 결함에 대한 양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어떤 비평가가 우리의 부족함을 꾸짖고 노고를 업신여기더라도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복수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에게는 유피테르처럼 천둥을 울릴 힘이 허락되지 않았으니.” 〔원문의 라틴어: Nam mihi non datur / Est posse tonare Jovis.〕
그러나 그가 공동의 학식을 늘리는 데 손을 보태고 학문적 진리를 찾는 일을 서로 앞다투어 촉진한다면, 그의 노력이 우리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진심으로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이 천체 학문의 정당한 학도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며 이 ‘서문’을 마친다. 점성술이 연합한 모든 적들에게 오래도록 승리하기를!
런던, 1825년 9월. 메르쿠리이.
원주
원주 1 — vi쪽. 체임버스가 크리스토퍼 헤이던 경의 판단점성술 옹호에 너무도 괴로워한 나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순전히 분통 때문에 실제로 죽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 『회고 평론』의 편집자들은 왜 이 완강한 사실을 입증하거나 부인하지 않는가?
원주 2 — vi쪽. 그 내력이 실려 있는 혼의 훌륭한 『에브리 데이 북』을 보라.
원주 3 — vi쪽. 죽기 얼마 전에 자신이 직접 존 발리 씨에게 전해 준 그의 출생차트는 메르쿠리이가 소장하고 있다.
원주 4 — vi–vii쪽. 얼마 전 유명한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인 울러스턴 박사가 친구와 함께 예술 분야에서 높은 명망을 얻은 한 점성술 애호가를 방문하였다. 그 주제가 나오자 박사는 점성술에 학문적인 전개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놀라움을 표시하였다. 그는 그 주제를 다룬 저자를 단 한 사람도 읽어 본 적이 없었으며, 그 원리를 옹호하기 위하여 쓰인 두꺼운 사절판 책을 보고 놀랐다. 더 나아가 그 주제가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이 훌륭한 박사가 그 전에는 점성술을 비난하고 공격하며 허황된 것이라고 선언하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한 말에 어떤 이성적 근거가 있었는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내용 개요 — 전체 목차
F004 · 인쇄 x–xii쪽 / PDF 38–40 · 목차 편집자
제1부
강령술사. 사실에 기초한 놀라운 사건들의 특별한 연속을 담는다. 「데어 프라이쉬츠 이야기」; 「악령의 무서운 출현」; 「발몬디, 또는 불경한 무덤」; 「죽음 속의 삶, 또는 유령 아내」; 「영들의 소환」 단편; 독일어에서 옮긴 「마법의 주사위」; 슈레프퍼가 불러낸 슈발리에 드 삭스의 무서운 유령; 「한밤의 폭풍」. 1–127쪽.
제2부
천체 영향의 연대기. 왕국·국가·개인에게 미치는 별의 작용을 예시한다. 천상의 징조를 살피는 이점; 보나파르트가 그 징조를 살핀 일; 해리스의 기구가 떠오를 때의 징표; 바이런 경의 죽음의 징조; 「벨과 용」에 대한 점성술적 견해; 샌드위치 제도의 왕과 왕비; 그들의 도착에 관한 징조; 토성에 관한 관찰; 토성이 쌍둥이 사인에 있을 때의 주의사항; 비범한 기억력; 오늘날 의료 행위의 유행; 진행 중인 사건들을 솔직하게 살펴봄; 영국에서 불신앙이 기승을 부리는 일; 천체 배치의 비교; 점성가의 모험; 앵글로색슨 왕조의 전복; 생애의 전환 연령; 명망 높은 이방인들의 죽음에 대한 논평; 주목할 만한 사건과 그 징표에 대한 회고; 대관식에 수반된 징표; 가장 주목할 만한 화재들의 징표 비교; 애스틀리 극장 화재; 코번트 가든 세인트폴 교회 화재; 앰피언호의 상실; 리버풀 화재; 서커스 화재; 세인트제임스 궁전 화재; 칼턴 하우스 화재; 드루리 레인 극장 화재; 세관 화재; 버밍엄의 막대한 재산 파괴; 에든버러 화재; 런던 대화재; 특이한 인용문; 리스본의 지진과 극심한 더위; 남십자 별자리; 태양의 흑점. 128–184쪽.
제3부
마술 부적·의례·주문. 영들을 불러내고 죽은 자를 소환하는 고대의 관행을 담는다. 지성체와 영들의 본성; 영들의 이름과 묘사; 비범한 경고; 신비한 문자; 영들을 속박하는 말과 엄명; 사나운 짐승을 물리치는 부적; 곤경을 물리치는 부적; 적을 물리치는 부적; 불과 물을 물리치는 부적; 큰 효력이 있는 카발라의 말; 바빌로니아 점성가의 예언; 영들의 출현 모습; 영 오리엔스; 영 파이몬; 영 에긴; 영 아마이몬; 행성의 영들; 토성의 영들; 태양의 영들; 달의 영들; 앞서 말한 영들에 관한 흥미로운 주; 화성의 영들; 수성의 영들; 목성의 영들; 금성의 영들; 영을 불러내는 방법; 악령을 불러내기; 북방의 왕인 강력한 영 에긴을 불러내기; 땅을 속박하는 주문; 영 에긴의 형상과 모습; 그의 출현을 부르는 주문; 영 오베리온을 불러내기; 원과 신비 의례; 모든 영이 복종해야 하는 위대하고 강력한 주문; 영들을 해산시키는 허가문; 죽은 자를 소환하거나 세상을 떠난 사람의 영을 불러내기; 강령의 주문;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영을 불러내기; 루벤의 유명한 라틴어 필사본 번역에서 발췌한 글; 존 포디지 박사의 필사본에서 가져온 천사계 개요. 185–245쪽.
제4부
천체 학문인 점성술의 완전한 해설. 천체의 위치·애스펙트·배치를 통하여 미래 사건을 미리 아는 기술을 담는다. 점성술이 기초하는 자연의 원리; 천체계 안의 물질량 비율; 서로 다른 체계; 조수에서 이끌어 낸 별의 영향에 관한 논증; 이 학문에의 적용; 필요한 관찰; 열두 사인; 황도대; 애스펙트; 본질적 디그니티 표; 오브 표; 기상 표; 강세 표; 가려 뽑은 점성술의 비밀; 열두 사인의 의미; 행성들의 성질과 영향; 점성술 용어의 설명; 출생차트 도형; 천궁도를 작성하는 지침; 하우스 표; 달의 시간당 운동을 구하는 표; 행성 운동 표; 하늘의 열두 하우스의 작용; 그 의미; 항성 표; 생명의 길이와 지속; 재산의 운; 지위의 운; 혼인; 자녀; 직업의 성격; 여행; 프라이머리 디렉션; 항성들의 의미; 트랜싯; 세컨더리 디렉션; 포르투나의 파트; 리볼루션; 호라리 질문을 푸는 기술; 행성의 디그니티; 비행사 해리스가 상승할 때의 천궁도; 새들러 씨의 상승을 위한 도형; 그레이엄 씨의 상승을 위한 도형; 삼각법으로 계산하는 기술. 246–368쪽.
제5부
유명 점성가들의 놀라운 예언. 노스트라다무스의 유명한 예언에 대한 주석; 같은 사람의 놀라운 예언; 컴벌랜드의 올리브 공주 전하가 쓴 점성술 단편들; 로열 멀린의 행성 예측; 같은 사람의 예언적 우화; 같은 사람의 관찰·예측·예언적 회고; 라파엘의 특이한 예측; 노스트라다무스의 중대한 예언; 『예언 역서』의 예측; 라파엘의 예측들; 무서운 폭풍의 점성술적 원인; 루이 18세의 죽음에 대한 상형적 예측; 프랑스혁명의 예측; 요세푸스가 전한 이변; 스코틀랜드 예언자의 예측; 여러 경고. 369–405쪽.
제6부
수도의 점성가 라파엘이 새로 가려 뽑은, 과거와 현재의 가장 찬란하고 저명하며 주목할 만한 출생차트들. 조지 4세의 출생차트; 대관식 애스펙트의 점성술 계산; 요크 공작의 출생차트; 클래런스 공작의 출생차트; 고 캐롤라인 왕비의 출생차트; 어린 클래런스 공주의 출생차트; 프랑스 왕위 계승자인 보르도 공작의 출생차트; 바이런 경 각하의 출생차트; 그의 죽음의 계산; 옛 필사본에서 가져온 왕위 요구자의 출생차트; 계산에 뛰어난 청년 조지 비더의 출생차트; J. 발리 씨의 출생차트; 편집자의 출생차트; 해리스의 출생차트; 그레이엄의 출생차트; J. 잉글리시의 출생차트; 국왕의 에나멜 화가 머스 씨의 출생차트; 해리엇 윌슨의 출생차트; 한 군 장교의 출생차트; 한 아이의 출생차트. 406–460쪽.
제7부
지오맨시, 곧 옛날에 행하던 천상의 제비를 뽑는 학문의 개요. 열여섯 도형의 표; 제비를 뽑는 방법; 점치는 방식; 도형의 성질; 비단 직공들을 위한 도형; 고 캐롤라인 왕비를 위한 도형; 1821년을 위한 도형; 1824년 말의 도형; 샤를 10세의 운명; 워릭의 사자 싸움을 위한 도형; 1825년 가을 분기의 도형; 초서의 채식 필사본에서 가져온 사례들; 북극 탐험대의 운명을 예측함; 한 사고를 위한 도형; 살인자 서텔을 위한 도형. 461–489쪽.
제8부
옛 필사본과 희귀한 옛 저자들에게서 발췌한 비전 철학의 놀라운 부적·호부·흥미로운 비밀들. 자연마술의 특이한 성질; 전이; 마법의 양초; 뱀을 일으키는 마법의 횃불; 파리를 위한 마법의 횃불; 포도로 만드는 마법의 기름; 호부; 파충류를 물리치는 호부; 적을 물리치는 호부; 사랑을 위한 호부; 전쟁과 전투를 위한 호부; 고대 룬 문자 달력; 도둑을 물리치는 부적; 질병을 물리치는 부적; 유명한 마법의 연고; 식물의 잠; 우림과 툼밈; 엘렉트룸 마기쿰; 마법의 종; 영원히 타는 등불; 달의 호부적 힘. 490–515쪽.
제9부
죽은 자의 일화와 공포 전설. 환시·망령·유령·경고·초자연적 사건에 관한 입증된 이야기를 담는다. 그레이엄 씨에게 나타난 유령; 왕립미술원 회원 멀레디 씨에게 나타난 모습; 죽음의 징조; 서머싯의 애벗츠리에서 나타난 유령들; 불길한 꿈; 리 코트 하우스의 유령; 기이한 늙은 점성가; 치명적인 꿈; 비범한 주문; 세라 스미스 부인에게 나타난 유령; 비범한 충동; 영을 불러내려는 시도; 초자연적 소음과 징조; 태피스트리 전설; 영과 악마, 그리고 그것들이 인류에게 행사하는 힘에 관하여 필라델푸스가 메르쿠리이에게 보낸 편지로 전달한 특이한 발췌문들; 리틀턴 경이 본 무서운 유령. 516–548쪽.
제10부
메르쿠리아나, 곧 점성술과 학문의 단편들. 파트리지의 『데펙티오 게니투라룸』 발췌; 빈센트 윙의 출생차트; 이에 대한 라파엘의 논평; 메르쿠리이가 점성가들에게 주는 조언; 하일레그; 디렉션; 시간 척도; 트랜싯; 달의 디렉션; 출생시각 정정; 새로운 행성들; 티치필드 스트리트의 큰 화재; 수성과 토성의 사각; 철학자의 돌; 흥미로운 실험; 두통을 고치는 빗; 나무에 열매가 맺히게 하기; 미친개에게 물리지 않게 하기; 회의론자들에게 묻는 질문들; 플램스테드가 점성가였다는 증명; 비범한 마술 이야기. 517–560쪽.〔목차의 인쇄값을 보존하였다. 실제 본문 제10부는 549쪽에서 시작한다.〕
『웨이벌리』의 저자에게 바치는 헌사
F005 · PDF 41, 무쪽수 헌사 · 선집 헌정자
『웨이벌리』의 저자에게.
옛날에는 유난히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거의 모든 사람이 믿음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당신의 비길 데 없는 소설들에서 그토록 자주 언급되는 신비로운 기술들을 이 책은 완전하게 밝혀 보여 줍니다.
‘비전 학문’이라 불리는 그 기이하고 비범한 사변들의 이론에 관하여 오늘날 이토록 널리 드러나는 강렬한 관심은 오직 당신만의 비할 데 없는 재능으로 일으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재능에 가장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 책을 바칩니다.
삽화 설명과 배치 지침
F006 · PDF 42, 삽화 설명 및 배치 지침 전체 · 편집자
도판 1 — 판화 표제. 비전 학문이 기초하는 영속적이고 확실한 토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거기에는 주요 저자들의 표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진리를 상징하는 빛나는 천체들은 확신의 찬란한 빛으로 오류의 그늘을 몰아내고 있다. 신비한 문자로 장식한 받침대 위에는 열쇠가 놓여 있다. 그 손잡이는 영원을 나타내는 고대의 상징으로서, 이 숭고한 학문들의 한계 없고 거의 무한한 범위를 표현한다. 거기에 새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엄’의 성스러운 이름은, 신의 도움 없이는 인간의 지식이 아무리 뻗어 나가더라도 아무것도 아니라는 점을 암시한다. 끝없이 넓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대양의 물에 견준다면 양동이의 한 방울이 아무것도 아닌 것과 같다.
도판 2 — 마술 의례. 고대인들이 지성체, 곧 첫 위계의 천사를 불러내기 위해 사용하던 절차를 보여 준다. 그 천사는 천사다운 영광의 빛을 발하며 신성마술사의 부름에 나타난다. 끔찍한 형체와 무서운 모습들, 곧 ‘지옥의 포대’가 원을 둘러싸고 있지만, 강력한 부호판들을 두른 소환자는 흔들리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판화 표제와 마주 보도록 권두에 놓을 것.
도판 3 — 영의 무서운 소환. 깊고 두려운 흥미를 일으키는 『강령술사』의 한 장면에서 가져왔다. 50쪽과 마주 보도록 놓을 것.
도판 4 — 세상을 떠난 사람의 유령을 불러내는 에드워드 켈리. 『위버의 장례 기념물』에 기록된 장면이다. 강력한 주문과 무서운 소환문에 묶인 유령이 마술사 앞에 나타나, 그가 묻는 불경한 비밀을 밝혀 준다. 기우는 달은 흐릿하게 빛나고, 창백한 별들은 이 가증스러운 어둠의 행위에 불경한 빛을 빌려준다. 229쪽과 마주 보도록 놓을 것.
도판 5 — 리틀턴 경에게 나타난 무서운 유령. 불행한 한 여인의 유령이 “겁에 질리고 양심의 가책에 사로잡힌 그 남자에게, 찾아온 날에서 사흘째 되는 날의 바로 그 시각에 그의 생애와 죄악이 끝날 것”이라고 알린다. 546쪽과 마주 보도록 놓을 것.
출생차트·상형도·호부를 담은 비네트 판화 아흔 점은 이미 각각에 대응하는 절의 머리에 배치되어 있다. 이 판화들은 각 절에서 다루는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설명하도록 마련되었다.
색인은 책의 맨 끝에 놓을 것.
강령술사 — 크론하임의 이야기
C01-S01-A · 인쇄 1–19쪽 및 20쪽 첫 문단 · PDF 43–62면 · 미서명 서술자 / 크론하임·헤르만의 대화
제1부
강령술사
사실에 바탕을 두었으나 아직 세상에 공개된 적 없는 일련의 놀라운 사건들을 담은 이야기. 이번 수록을 위하여 흥미로운 독일어 원작에서 특별히 번역하였다.
[인쇄 1–3쪽 · PDF 43–45면]
휘몰아치는 바람과 차가운 비가 달갑지 않은 겨울이 다가옴을 알렸다. 누렇게 물든 가을은 자신을 영화롭게 장식하던 잎들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엘베강을 가로질러 폭풍이 요란하게 울부짖었고, 거칠어진 강물은 아이올로스의 사나운 입김을 받아 물결을 말아 올렸다. 고요한 숲에서는 더 이상 화음과 사랑의 노랫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깃 달린 노래꾼들은 속 빈 나무나 이끼 덮인 담에서 매섭고 사나운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았다. 오직 까마귀만이 외딴 탑 어딘가에서 쉰 울음을 내어, 불길한 밤새의 더욱 거친 울음에 보탰다. 평화로운 오두막 안에 무사히 들어앉은 성실한 농부는 늘 하던 수고를 잠시 내려놓았다. 넉넉히 땔감을 넣은 불이 궂은 날씨를 막아 주는 동안, 그는 지난 노동의 결실을 달콤한 평온 속에서 누렸다.
30년이 넘도록 떨어져 지내며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끝에, 헤르만(Herrman)은 친구 크론하임(Cronheim)을 자기 집에 맞아들이는 기쁨을 맛보았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교육받았고, 일찍부터 서로에게 애정을 품었다. 그 애정은 차츰 더없이 진실한 우정으로 무르익어, 가장 따뜻한 유대로 두 사람의 마음을 묶었다. 그것은 혈연에 못지않게 단단하고 성스러우며 끊을 수 없는 유대였다. 그러니 괴팅겐 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뒤 서로 헤어질 때, 두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내키지 않았겠는가. 헤르만은 명망 높은 귀족의 개인교사로 들어가 그와 함께 유럽을 여행했다. 반면 한결 명랑하고 변덕스러운 성격의 크론하임은 전쟁터에서 자기 운을 찾아 나섰다.
그토록 오랜 세월 헤어져 있다가 서로를 끌어안았을 때 두 친구가 느낀 기쁨과 황홀한 즐거움은, 감정을 아는 마음만이 그려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간도 크론하임에게서 젊은 날의 불꽃과 타고난 성급한 기질을 아직 꺼뜨리지 못했다. 그는 친구에게 손을 내밀며 외쳤다.
“여보게, 나이 든 사람들의 그 따분한 충고는 잊어버리세. 너그러운 운명이 아직 내게 자네와 함께 지낼 시간을 허락하는 동안, 지나간 옛날처럼 살아 보세. 서로 떨어져 보낸 그 30년이 시간의 철제 달력에는 기록된 적도 없다는 듯이 말일세.”
헤르만은 친구의 제안에 기꺼이 찬성했다. 그의 영지는 아름다운 엘베강 기슭에 자리 잡고 있었으며, 그 위치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았다. 숲과 초원, 시내와 토끼 사육장, 언덕과 골짜기가 서로 번갈아 나타나 끊임없이 경치를 바꾸었다. 자연은 그 모든 것을 이토록 기분 좋은 뒤섞임과 무질서 속에 놓아두었으므로, 조금만 손질하면 그의 거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즐겁고 그림 같으며 낭만적인 장소가 될 터였다.
사냥에 관한 한 적어도 제2의 니므롯이라 할 만한 크론하임에게, 이곳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열정을 충족할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헤르만 역시 그런 활동에서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 건장한 두 노장이 동틀 무렵이면 젊은이 같은 열정으로 언덕과 골짜기를 뛰어넘으며 달아나는 수사슴이나 털을 곤두세운 곰을 쫓는 모습은, 보기에도 즐거웠다.
이처럼 즐겁고 건강에도 좋은 활동을 하며 어느덧 일주일이 흘렀다. 아침마다 사냥을 나갔고, 신나는 놀이에 지쳐 기운 없이 돌아오면 시골 음식과 잘 묵은 라인산 포도주가 피곤한 팔다리에 활력을 되찾아 주었다. 저녁이 세상 위로 검은 망토를 펼친 지 오래되어 잠의 이슬로 그들의 눈꺼풀을 적시고 나서야 술병과 담뱃대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이제 날씨가 바뀌어 그들의 즐거움도 멈추었다. 앞서 말했듯, 차갑고 사나운 폭풍이 요란하게 울부짖었다. 우박은 덜그럭거리며 창문을 세차게 두드려, 빛이 드나드는 이 깨지기 쉬운 통로들을 부숴 버릴 듯했다. 헤르만과 크론하임은 사냥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옛날의 행적을 되짚고 젊은 시절의 모험을 다시 이야기하며, 즐거운 대화로 지루한 시간을 달래려 했다. 저녁이 다가왔을 때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나이 든 이의 수다스러움에 흠뻑 빠져 있었다.
폭풍은 갈수록 크게 울었고, 서로 맞부딪치는 자연의 힘들은 더욱 사납고 거칠게 날뛰었다. 헤르만은 훈훈한 난롯불 위에 새 장작을 아낌없이 쌓아 올렸다. 그리고 흥을 돋우는 술잔을 돌리며 외쳤다.
“성난 자연의 힘들이 서로 다투는 동안, 소란은 저들 몫, 술통은 우리 몫이라네!”
친구의 쾌활한 기분에 흡족해진 크론하임은 담뱃대에 담배를 다시 채웠다. 잠시 침묵하더니 그가 입을 열었다.
“여보게, 자네는 초자연적인 작용을 조금이라도 믿나? 유령을 믿느냐는 말일세.”
헤르만은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만 저었다.
“나 역시 그런 기이한 출현을 전적으로 믿는 사람은 아닐세.” 크론하임이 말을 이었다. “그런데 독일의 어느 지방을 여행하던 중, 기이하고 불가사의한 일련의 모험을 겪게 되었지. 지금까지도 내 마음에 완전히 흡족하도록 설명해 낸 적이 없다네.”
[인쇄 4–7쪽 · PDF 46–49면]
이 말에 헤르만은 온 신경을 기울였고, 호기심이 한껏 솟구쳤다. 크론하임은 그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것은 마침 정기시장이 시작될 무렵이었네. 그곳의 북적임, 유럽 각지에서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이 몰려든 사람들, 끊임없이 바뀌는 구경거리와 오락,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즐거움과 유희를 보니, 그곳에서는 시간이 좀처럼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지. 그래서 몇 주일을 그곳에서 보내기로 했네.
내가 묵은 여관은 시내에서도 손꼽히는 곳이어서, 어디를 보아도 낯선 손님들로 붐볐네. 그 가운데 한 나이 든 신사가 유달리 눈에 띄어 모두의 주의를 끌었지. 복장은 특이하고 태도는 무뚝뚝했으며, 행동 하나하나에는 신비롭게 입을 다무는 듯한 기색이 있었네. 외모부터 존경심을 불러일으켰지. 어떤 브라만도 그보다 근엄한 표정을 짓지는 못했을 것이고, 어떤 퀘이커도 그보다 소박한 옷차림을 하지는 못했을 걸세. 그는 여관에서 가장 좋은 방들을 차지하고 자기 하인들의 시중을 받았지만, 다른 투숙객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네. 대화를 나누는 일은 더더욱 없었지. 날마다 저녁 식사 뒤면 어김없이 외출했고, 자정 전에는 거의 돌아오지 않았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드나들면서도, 단 한 사람과 어울리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네. 마음에 무거운 짐을 지고 근심에 사로잡힌 사람처럼, 혼자 생각에 잠긴 채 이리저리 걸어 다닐 뿐이었지.
그 낯선 이의 비범한 인상이 내 호기심을 자극하여, 나는 그를 좀 더 알고 싶어졌네. 먼저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았지. 하지만 주인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네. 다음에는 종업원들에게 물어보았지만, 그들 역시 어깨를 으쓱했고 주인만큼이나 아는 것이 없었네. 한마디로 그 낯선 이에 관해서는 아무리 작은 소식조차 얻을 수 없었지. 누구도 그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네.
프랑크푸르트에 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는 돈주머니를 잃어버리는 불운을 겪었네. 내 부주의 탓이라 여겼지.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구경막에 들어가거나 나올 때, 손재주를 업으로 삼는 자들이 솜씨 좋게 내 주머니를 가볍게 해주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네.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현명하게 마음먹었지.
하지만 이튿날 아침에는 아무리 조심해도 소용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또 다른 물건이 사라졌는데, 돈주머니 때보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더 속이 상했지. 내가 목에 리본으로 매달고 다니며 잠자리에 들려고 옷을 벗을 때 말고는 결코 떼어 놓지 않던 엘리자(Eliza)의 작은 초상화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네. 그래서 종업원들을 상당히 매섭게 다그쳤지. 그러나 그들은 그 초상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부인했을 뿐 아니라, 내가 부당하게 의심한다는 데에도 적지 않은 불쾌감을 드러냈네.
울적함을 떨쳐 보려고 저녁에는 극장에 갔네. 객석 저편에 앉은 아름다운 여자가 눈에 띄었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오페라글라스를 찾았네. 이쪽 주머니도 뒤지고 저쪽 주머니도 뒤졌지만 헛일이었지. 오페라글라스가 감쪽같이 사라진 걸세.
‘참, 정말 이상한 일이군!’ 하고 생각했네. 그러고는 평소와 달리 서류지갑을 숙소에 두고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 시작했지.
공연이 끝나자 횃불을 든 소년이 길을 밝혀 주어, 나는 근처 술집으로 갔네. 문 앞에서 길잡이에게 늘 주는 만큼의 사례금을 건넸지. 그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시계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시계가 없지 않겠나!
나는 화가 치밀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하룻밤도 더 묵지 않겠다고 맹세했네. 손버릇이 날랜 신사들 중 누군가가 나를 표적으로 점찍었다고 굳게 믿었지. 그들도 다른 장사꾼들과 같은 원리, 곧 ‘이익을 향한 성스러운 갈증’에 움직이므로, 정기시장이나 돈 벌 기회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나타나는 법이니까. 이튿날 일찍 짐을 꾸려, 불행만 겪은 이곳을 떠나기로 결심했네. 그런 뒤에는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우울하고 뾰로통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떠나려고 의자를 뒤로 미는 바로 그 순간, 곁에서 누군가 물었네.
“실례지만, 지금 몇 시입니까?”
막 겪은 손실을 이토록 때맞지 않게 떠올리게 하는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네.
“지금 몇 시입니까?” 같은 목소리가 다시 물었지.
“모릅니다.” 나는 문 쪽으로 계속 걸어가며 짜증스럽고 성급하게 대꾸했네.
“그러면 시계가 없으십니까?” 이번에는 이렇게 묻더군.
쓸데없이 참견하며 무례하게 구는 낯선 이 때문에 화가 난 나는, 몸을 돌려 그를 보았네. 아, 하늘이여! 내게 말을 건 사람이 바로 같은 여관에 묵는 그 나이 들고 비사교적인 신사, 그토록 내 호기심을 자극했던 바로 그 인물임을 알아보았을 때 얼마나 놀랐겠나.
나를 바라보는 진지한 표정만으로도, 그가 자기 질문에 답을 기다린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네.
“제 시계는…….” 내가 말을 시작했지.
“도둑맞으셨지요.” 낯선 이가 말을 가로막았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다행히 제가 도둑을 찾아냈습니다. 여기 선생의 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잘 간수하십시오.”
나는 놀라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네. 내 시계를 훔친 그 손이 최근에 잃어버린 다른 물건들에도 재주를 부렸을 것이 틀림없었지. 그래서 범인이 누구인지 몹시 알고 싶었네. 하지만 내가 놀라움에서 충분히 벗어나 물어볼 수 있게 되기도 전에, 낯선 이는 방을 나가 버렸네.
나는 곧바로 여관으로 급히 돌아갔네. 낯선 이는 자정이 되어서야 돌아왔지. 계단에서 그의 발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달려 나가 그를 맞았네. 깊이 절하며 시계를 되찾아 준 데 대해 감사하기 시작했지. 그러나 그 비사교적인 신사는 내 말에 조금도 관심을 주려 하지 않았네. 퉁명스럽게 내 곁을 지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잠가 버렸지.
그 신기한 낯선 이와 말을 나누려는 뒤의 시도들도 하나같이 허사가 되었네. 여관에 있을 때에는 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애써 나를 피하는 듯했지. 사흘 동안 헛되이 애를 쓰다가, 나는 마침내 그 노신사의 이해할 수 없는 과묵함에 화가 나, 더는 그 때문에 번거롭게 굴지 않기로 했네. 시계를 되찾은 뒤로는 새로운 손실이나 재난을 겪지 않았지만, 여행가방을 꾸려 이튿날 떠나기로 정했지.
홀슈타인을 떠나기 전에, 나는 함부르크에 사는 숙부 판더라르 씨(Mr. Vander Laer)에게서 상당한 액수의 환어음들을 받아 두었네. 숙부가 거래하던 라이프치히의 어느 상회를 지급인으로 한 어음들이었지. 현금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이것들을 현금화하기로 했네. 그래서 아침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 일을 위해 소개받은 상인을 찾아 나섰지. 상인의 집을 찾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서류지갑을 찾는 데에는 그만큼 더 큰 어려움이 따랐네. 오른쪽 주머니, 왼쪽 주머니, 다시 오른쪽 주머니를 번갈아 뒤지기를 꼬박 반 시간이나 되풀이했는데도, 서류지갑은 정말 사라지고 없었네.
“분명 숙소에 두고 왔을 겁니다!” 나는 외쳤지. 여관으로 달려가 트렁크를 풀고, 적어도 열두 번은 그 안의 물건을 모조리 꺼내 보았네. 그러나 모두 헛수고였지. 서류지갑도 어음도 되찾을 길 없이 사라져 버렸네.
[인쇄 7–10쪽 · PDF 49–52면]
그 사실을 알아낸 뒤 남은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는 설명하려 하지 않겠네. 저녁이 다가왔지만 나는 여전히 구석구석을 뒤지며 서류지갑을 찾고 있었지. 그러나 서류지갑은 모습을 드러낼 생각이 없었네. 손실이 너무도 커서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좀처럼 믿을 수 없었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괴로운 밤 가운데 하나를 보낸 뒤, 이튿날 아침 다시 찾아보았으나 전보다 나을 것은 없었네.
낯선 나라의 이방인으로, 돈도 친구도 없는 나는 이제 궁핍의 노예가 된 내 모습을 보았네. 음울하게 땅에 눈을 박고 두 손을 비틀면서, 나 자신과 이름도 모를 이 불행의 장본인을 저주하고 있었지.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괴로운 생각에서 깨어났네.
“들어오시오.” 나는 성급하고 짜증스럽게 외쳤지.
문이 활짝 열렸네. 그런데 누가 나타났겠나? 같은 여관의 그 기이하고 비사교적인 신사가 아니겠나!
“젊은이.” 그는 어음 한 장을 내밀며 말했네. “이 정도면 고향의 벗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거요. 우편마차는 내일 아침 출발하오.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오. 잘 가시오!”
순식간에 어음은 탁자 위에 놓였고, 그것을 준 사람은 서둘러 떠났네. 내가 놀라움을 가라앉히거나 한마디라도 입을 열 틈도 없었지. 오랫동안 놀라움에 사로잡혀, 자리에 묶인 사람처럼 앉아 있었네. 하지만 마침내 그 낯선 이의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경악을 이겼지. 종이를 살펴보니 프랑크푸르트의 한 상인을 지급인으로 하여 제시하는 즉시 지급받을 수 있는, 120달러짜리 어음이었네.
앞서 어리둥절하고 놀랐던 만큼, 이번에는 이 일로 괴롭고 속이 상했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어 보이고, 이름과 거처조차 아무리 알아내려 해도 알 수 없던 낯선 이의 관대함에 빚을 졌으니 말일세. 그렇다면 그 돈을 돌려주어 신세를 갚을 가망이 내게 얼마나 있겠나? ‘반드시 그의 주소를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것이 내 마지막 결심이었네. 그래서 그의 방으로 가 문을 두드렸지. 그러나 몹시 실망스럽게도 그는 나가고 없었네. 불안한 마음을 흩어 버릴 생각으로 나 역시 산책하기로 하고, 정기시장이 펼쳐 놓은 소란스럽고 어수선한 풍경 속으로 서둘러 들어갔네.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시간이 늦었네. 낯선 이는 아직 오지 않았지. 늘 자정에 돌아오는 사람이었으므로, 이번에는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기어이 주소를 알아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 선물을 도로 가져가게 하리라 마음먹었네. 이를 위해 방문을 조금 열어 놓고 소파에 앉아, 독일어로 번역된 오시안의 작품을 읽으며 지루한 기다림을 달래려 했지.
자정이 가까워져도 낯선 이는 돌아올 기미가 없었네. 나는 여전히 소파에 길게 누워 있었지. 마침내 졸음이 밀려왔고, 오시안의 책이 손에서 떨어졌네. 눈꺼풀이 저절로 감기면서 잠에 못 이겨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지. 그때 갑자기 내 방문에서 소리가 나, 나는 잠에서 깨어났네. 벌떡 일어났지만 모두 고요했지. 문을 열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네. 분명 상상이었을 걸세.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거나 꿈을 꾼 게 틀림없었지. 그래서 다시 책을 집어 들고 눈을 비볐네. 젖은 천으로 눈을 닦고, 졸음에 넘어갈 위험을 줄이려고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지.
“오, 수금이여, 너를 건드리는 것은 바람인가, 아니면 지나가는 어느 유령인가?”
마지막 말을 읽자마자 소리가 다시 났네. 복도를 걷는 사람의 발소리를 분명히 구별할 수 있었지.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네. 곧 누군가 떨리는 손으로 방문의 자물쇠를 더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지. 문이 서서히 열리더니 흰옷을 입은 여자의 형상이 나타났네. 얼굴을 가린 베일은 어깨 아래 중간쯤까지 늘어져 있었지.
그녀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 느리고 엄숙한 걸음으로 탁자에 다가갔네. 내 시계를 집어 들고 자세히 살피더니, 세 번 깊이 한숨을 쉬었지. 다시 시계를 탁자에 놓고 방의 맞은편 구석으로 걸어갔네. 돌아오는 길에는 왼손에 머리를 기댄 채 오른손으로 베일을 옆으로 걷었지. 공포와 놀라움 속에서, 나는 바로 엘리자의 얼굴을 보았네. 그러나 안색은 창백하고 눈은 움푹 꺼졌으며, 이마에는 분노의 주름이 잡혀 있었지.
잠깐 멈춘 뒤 그녀는 더 가까이 다가와 나를 성난 눈으로 바라보았네. 위협하듯 손을 쳐들고 세 번 가슴을 쳤지. 가슴속에서 마음을 찢는 듯한 신음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그녀는 문으로 돌아가 사라졌네.
놀라움에서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네. 그 기이한 출현을 둘러싼 사정 하나하나를 마음속에서 되짚으면서, 이 모든 일은 꿈일 수밖에 없다고 굳게 확신했지. 시계를 보니 정확히 한 시였네. 그 낯선 이가 늦어지는 데 조바심이 난 나는, 옷을 입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지고 아침 늦게까지 잤네. 깨어나자마자 맨 먼저 한 일은, 그 이상한 신사가 어젯밤 여관에 돌아왔는지 종업원에게 묻는 것이었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대답이었네.
“프랑크푸르트를 떠났소? 여행한다는 말을 했소?”
종업원이 대답했네. “여행 계획을 저희에게 조금이라도 알렸다면, 그분의 신비롭게 말없는 성격과는 맞지 않았겠지요. 하지만 떠나셨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그분은 날마다 저녁 식사 뒤에 어김없이 계산을 마치십니다. 트렁크나 짐 같은 것도 전혀 가지고 다니지 않으시고요.”
“방에 한번 가봅시다. 정말 떠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소.”
열쇠는 문에 꽂혀 있었네. 그러나 방에 늘 있던 가구 말고는, 사람이 묵었다는 흔적이 조금도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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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몹시 달갑지 않은 발견이었네. 이제 그 이름 모를 은인에게 신세를 갚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어디에 있겠나? 그가 호의를 베풀어 준 어음을 찢어 버리고 싶은 생각이 한두 번 든 것이 아니었네. 그러나 올바르게 생각해 보니, 그렇게 해도 내 의무가 사라지거나 줄어들 리는 없었지.
갑자기 어쩌면 그 어음은 아무 가치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네. 가짜이거나, 어디에도 없는 사람을 지급인으로 적어 놓은 것일 수도 있었지.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나는 다시 전의 곤경에 빠질 판이었는데도, 이상하게 그 생각을 품는 것이 즐거웠네. 그래서 불확실한 상태를 끝내려고, 지급인으로 적힌 상인을 알아보는 척하며 주인에게 어음을 보여 주었지. 주인은 곧바로 거리와 집을 설명해 주었고, 자기 집 소년을 보내 길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했네.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은 사양하는 편이 좋겠다고 여겼지.
그리하여 그날 아침 혼자 찾아가 어음을 내밀고 지급을 청했네. 상인은 어음을 훑어보고 나더니, 유달리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지. 그 시선에는 단순한 놀라움 이상의 무엇이 담긴 듯했네. 나는 그것이 내 의심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했고, 당장이라도 내 어음이 유효하지 않다는 말을 들으리라 예상했지. 그러나 내 생각은 틀렸네. 상인은 여전히 같은 의미심장한 관심으로 나를 바라보면서도, 책상을 열고 돈을 세어 주었네. 어음을 준 낯선 이에 관한 소식을 얻을 좋은 기회인 듯했지. 그래서 용기를 내어 어음 발행인에 관해 물었네. 이 질문에 상인은 분명 당황했네. 어깨를 으쓱하더니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책상을 잠근 뒤 가버렸지! 나는 그의 행동이 참으로 수수께끼 같다고 여겼네. 어지러운 생각들이 마음속으로 몰려들었지. 울적함을 몰아내는 데에는 산책이 가장 좋을 것 같아, 가까운 야외 찻집으로 갔네.
아름다운 날씨 때문에 많은 사람이 그곳에 나와 있었네. 나는 인동덩굴과 흰 산사나무가 다정하게 가지를 맞댄 기분 좋은 정자에 자리를 잡았지. 초콜릿 음료를 주문하고, 준비되는 동안 생각을 마음껏 펼쳐 보았네. 프랑크푸르트에 잠깐 머무는 사이에 겪은 이상한 일들을 곱씹었지. 무엇보다 그 꿈이 내 생각을 온통 사로잡았네. 세부를 하나하나 되짚을수록 더욱 기이하게 느껴졌지. 엘리자의 시선, 성난 표정, 위협하듯 손을 쳐들던 모습—내가 그녀의 분노를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나 자신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네—모두가 너무도 자연스럽고 지금의 내 처지에 꼭 맞아떨어졌지. 그래서 때로는 어젯밤의 일이 그저 꿈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쪽으로 기울었네. 하지만 이성도 불신도 그런 생각에 반박할 수 없는 수천 가지 이의를 제기했지. 그 생각 자체를 마음속에서 몰아내려 했지만 헛일이었네. 꿈은 되돌아와 내 상상 속에서 요동치며 거듭 반발했지. 저항할수록 힘만 더해졌네. 서로 다투는 감정들의 싸움은 괴로웠지. 더는 그 충돌을 견딜 수 없어, 장소도 사람들도 잊은 채 나는 큰 소리로 외쳐 버렸네.
“그래! 틀림없이 꿈이었을 거야.”
“꿈이 아니었소.” 귀에 익은 목소리가 대꾸했네.
놀라고 어리둥절하여 고개를 들어 보았지. 그 기이한 신사, 이름도 모르는 나의 친구이자 은인이 앞에 서 있었네.
“젊은이.” 그가 말을 이었네. “어젯밤 본 일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고 싶다면, 오늘 밤 열 시에 돌핀 맞은편 프레더릭 거리 모퉁이에서 나를 만나시오.”
그는 내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정자 밖으로 급히 나가, 순식간에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네.
얼마 뒤 종업원이 초콜릿 음료를 들고 나타났지만, 입맛은 사라졌네. 정원을 가로질러 이 길 저 길을 헤매며, 그 신비로운 낯선 이를 어디에서나 찾았지. 종업원들에게 묻고, 인상착의와 특징을 설명하고, 찾아 주는 사람에게 사례하겠다고까지 했네. 그러나 모두 헛수고였지. 종업원 누구도 내 설명에 들어맞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걸세.
찾아보아도 소용없는 것이 속상하여 여관으로 돌아왔네. 묘한 공포를 품고 내 방으로 들어갔지. 그곳에는 엘리자의 모습이 아직 내 주위를 맴도는 듯했네. 괴로운 추측들이 나를 고문했지. 창백한 얼굴, 움푹 꺼진 눈, 표정에 드러난 죽음의 징후가 더없이 어두운 두려움으로 마음을 채웠네. 방 안을 견딜 수 없게 되었지. 안절부절못하고 불안해하면서 시끄럽고 성가신 장소들을 하나씩 떠돌았네. 여관에서 커피점으로, 커피점에서 산책로로, 산책로에서 전시장으로, 전시장에서 정기시장으로, 구경막과 인형극과 익살꾼과 야생동물에게로 말일세. 아무것도 내게 평온을 되돌려 주지 못했네. 아무것도 위안을 주지 못했고, 아무것도 내 생각의 폭풍을 가라앉히지 못했지.
저녁이 다가오자 그 신비로운 정체불명의 인물과 한 약속이 내 생각을 가득 채웠네. 이상한 생각과 설명할 수 없는 예감들이 마음을 괴롭혔지. 약속한 시각도 장소도 똑같이 신비롭고 불안하게 느껴졌네.
‘왜 더 이른 시각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왜 여관의 자기 방으로 정하지 않았을까? 갈 것인가, 가지 않을 것인가?’
나는 끊임없이 이렇게 물었고, 흔들리는 결심은 저울처럼 이쪽으로 기울었다가 저쪽으로 기울었네.
‘갔다가 무슨 위험과 위난에 몸을 내맡길지 모르는 것 아닌가?’ 신중함이 물었네.
‘가면 무슨 사실을 알아낼 수 있을지 또 누가 아는가?’ 호기심이 대답했지. ‘내일이면 프랑크푸르트를 떠나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바로 오늘 밤, 최근에 벌어진 온갖 이상하고 복잡한 일에 대해 빛을 얻고 흡족한 설명을 들을 기회가 생기지 않았는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면 얼마나 후회하겠는가? 대체 누구를 두려워하는가? 머리 센 노신사 앞에서 떨다니, 사내답지 못하구나!’
‘게다가 네가 신세를 진 신사지.’ 자존심이 덧붙였네. ‘오늘 밤 바로 그 신세를 갚을 방법을 알게 될 수도 있다.’
‘그래, 가겠다.’ 이것이 내 숙고의 결론이었네.
이제 열 시까지는 반 시간도 남지 않았네. 예정한 외출을 준비하러 여관으로 돌아갔지. 문 앞에서 만난 주인은 평소보다 훨씬 쾌활하게 말을 걸었네.
“선생님, 기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틀림없이 즐겁고 놀라실 겁니다.”
“무슨 일이오?” 나는 놀라 물었네.
“저희 집에 머무시는 동안, 때때로 여러 귀중품을 잃어버리는 불행을 겪으셨지요.”
“정말 안타깝게도 사실이오.” 나는 대답했네. 주인이 예고한 그 즐겁고 놀라운 소식이라는 게 고작 이것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을 걸세.
주인이 말을 이었네. “그 손실 때문에 선생님뿐 아니라 저도 무척 곤란하고 불안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여관의 평판이라는 것이…….”
“본론을 말해 주시오.” 나가고 싶어 조바심이 난 나는 그의 말을 끊었네.
“선생님께서는 돈주머니와 젊은 숙녀의 작은 초상화, 오페라글라스, 그리고 서류지갑을 잃으셨지요.”
“내가 잃은 물건의 목록은 아주 정확하군. 정말 정확하오!”
“그 물건들이 모두 고스란히 돌아왔습니다.” 주인이 말했네. “지금 이 순간 선생님 방 탁자 위에 놓여 있습니다.”
“설명해 보시오!” 나는 외쳤네. “더는 애타게 하지 말고 말이오.”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한 시간쯤 전에 낯선 분이 그 물건들을 가지고 저희 집에 왔습니다.”
“낯선 사람이라고? 당신에게 낯선 사람일 리는 없을 것 같은데?”
“그러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주인이 물었네.
“전에 여기 묵던 그 나이 든 신사 말고 누구겠소?” 내가 대답했지.
주인은 고개를 저었네. 바로 그때 다른 손님들이 불러 그가 가버렸지. 나는 위층으로 서둘러 올라갔네. 모든 것이 주인의 말과 같았네. 탁자 위에는 돈주머니와 작은 초상화, 오페라글라스와 서류지갑이 놓여 있었지. 서류지갑을 살펴보니 어음들도 손대지 않은 채 무사히 들어 있었네. 나는 놀라 굳어 버렸지.
이것이 이름 모를 은인이 다시 내게 베푼 호의라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가 거의 없었네. ‘하지만 어떻게, 무슨 수단으로 이것들을 되찾아 주었을까?’ 하고 생각했지. ‘왜 자기가 정한 약속 시각에 앞서서 이런 일을 했을까? 내가 제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올지 의심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피할 수 없는 뜻밖의 사정 때문에 프랑크푸르트를 더 일찍 떠나야 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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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추측이 가장 그럴듯해 보였지만, 동시에 가장 달갑지 않았네. 내 어음들을 되찾아 돈을 돌려줄 수 있게 된 바로 그때, 그 낯선 이의 호의로 빚진 액수를 갚을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셈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떠났다고 확실히 아는 것은 아니었네. 그의 성격과 행동은 하나같이 지극히 신비로웠지. 사심 없는 선행과 굽힐 줄 모르는 정직함, 견줄 데 없는 박애심으로 보건대, 매우 절박한 이유가 없다면 만나겠다는 약속을 어길 것 같지는 않았네. 그래서 약속한 장소에 가기로 결심했지.
문으로 가는 길에 주인에게 물었네.
“내가 뜻밖에 되찾은 물건들을 가져온 사람이, 누가 어디서 어떻게 되찾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남기지 않았소?”
“전혀 없습니다.” 주인이 대답했네. “이미 말씀드린 것보다 더도 덜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크론하임 씨가 이 집에 묵으면서 잃어버린 물건들입니다’라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제가 더 물어볼 틈도 주지 않고 탁자 위에 내려놓은 뒤 가버렸습니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이것을 맡아 주시오.” 나는 방문 열쇠를 주인에게 건네며 말했네. “내 물건을 되찾았으니, 이제부터는 당신에게 맡기겠소. 돌려달라고 할 상대도 당신이오.”
약속 시각이 가까워졌네. 나는 서둘러 여관을 나섰지.
시계가 열 시를 쳤고, 나는 프레더릭 거리 모퉁이에서 자리를 지켰네. 밤은 어두웠고, 바람은 크고 공허하게 울었지. 하늘에는 별 하나 빛나지 않았네. 먼 곳에서 소리가 나거나 발소리가 다가올 때마다, 기대에 찬 내 상상은 이름 모를 은인이 왔다고 속삭였지. 나는 다가오는 행인을 맞으러 달려가고, 앞에 나타나는 사람마다 말을 걸었네. 그러나 번번이 잘못 짚은 것이었지. 실망이 거듭될수록, 앞서 서류지갑과 다른 잃어버린 물건들을 되찾았을 때 세운 생각이 더욱 굳어졌네. ‘너그러운 친구는 프랑크푸르트를 떠났음이 틀림없다. 갑자기 여행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것이겠지.’ 나는 이렇게 생각했네.
기다리다 지쳐 가는 가운데 교회 시계 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네. 열한 시였지만 낯선 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 이제는 멀리서 행인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네. 깊은 밤과 침묵, 꿰뚫을 수 없는 어둠이 나를 둘러쌌지. 속상하고 불만스러운 마음으로 나는 여관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네.
그러나 열 걸음도 채 옮기기 전에, 누군가 나를 따라잡으려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네.
“잠깐 기다리시오!” 오래 기다리던 친구의 익숙한 목소리가 외쳤지.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려 그에게 달려갔네.
“이토록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예의 바른 낯선 이가 말했네.
“만날 수 있다는 확신만 있었다면, 선생께서 프랑크푸르트를 떠났을까 걱정하지 않았다면, 이보다 더 오래라도 기쁘게 기다렸을 겁니다. 의심에서 벗어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최근에 제가 겪은 불가사의한 모험에 대해 약속하신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그 설명은 곧 듣게 될 거요.” 낯선 이가 대답했네. “나를 따라오시오.”
그는 이제 크고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네. 그 나이에 기대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민첩했지. 나는 그를 따라갔네. 우리 사이에서는 한마디도 오가지 않았지. 곧 성문에 다다랐고, 보초는 즉시 문을 열어 주었네. 우리는 교외를 가로질러 나아갔지.
그 끝에는 외따로 서 있는 오래된 저택인지 성인지 모를 건물이 있었네. 높은 담에 둘러싸여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도 몹시 허물어진 상태였지. 낯선 이는 우뚝 멈추더니 지팡이로 육중한 대문을 세 번 두드렸네. 텅 빈 방들 속으로 두드리는 소리가 공허하게 울렸지. 백발의 늙은 문지기가 우리를 들여보냈네. 낯선 이가 불을 청하자 등불이 나왔지. 그는 신비스러운 침묵 속에서 방들을 가로질러 갔네. 그곳에는 황폐함 자체가 둥지를 튼 듯했지. 모두 버려져 텅 비어 있었고 아무도 살지 않았네. 백발의 문지기를 빼면 살아 있는 동물 하나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지. 길고 좁은 복도를 지난 뒤, 우리는 넓은 정원으로 들어갔네. 찔레와 가시덤불이 무성한 곳에도 정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면 말일세.
그러나 이곳에서는 앞서 보았던 고요하고 외로운 황폐함의 풍경이 완전히 뒤집혔네. 박쥐와 올빼미가 곳곳에 들끓으며, 슬프고 처량한 울음으로 공기를 채웠지. 맨 안쪽에는 부싯돌과 화강암으로 지은 오래되고 허물어진 정자가 서 있었네. 나는 안내자를 따라 그리로 갔지.
내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는 주의 깊게 문을 다시 잠그고 말을 시작했네.
“때와 장소, 이곳에서는 때와 장소가 모두 우리 목적에 알맞소. 그대의 의심이 무엇인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은 복잡한 사건들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나는 서류지갑과 어음 등이 되돌아온 기이한 사정을 간단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네. 그리고 이 다행스러운 발견을 이루어 준 사람이 내 안내자인지 물어보려는 참에, 그가 말을 끊었지.
“나는 그 일 전체를 완전히 알고 있소. 무엇이든 원하는 질문을 하시오. 다만 그대의 바람을 모두 아우르는 질문이어야 하오.”
이 명령에 나는 몹시 당황했네. 이렇게 놀란 상태에서 어떻게 내 소망들을 즉시 한데 모아 하나의 초점, 하나의 대상, 하나의 지점으로 집중할 수 있겠나?
낯선 이는 내가 난처해하는 것을 알아차렸네.
“그러면 이렇게 물으시오.” 그가 다시 말했지. “‘내 일에 그토록 충실하게 마음을 쓰는 친구는 누구인가?’ 하고.”
“바로 제가 가장 간절히 답을 얻고 싶은 질문입니다.” 내가 대답했네.
“좋소. 그러면 곧 그 친구를 볼 기회가 생길 거요. 직접 알게 될 기회 말이오.”
“곧 기회가 생긴다고요!” 나는 놀라 되풀이했네. “저는 이미 그분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선생님 자신이 바로 그 친구, 그 너그러운 은인이 아니십니까?”
“아니오!” 낯선 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네. “나는 그의 도구일 뿐이오. 게다가…….” 여기서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네. “그것도 세 번째 손을 거치는 도구에 불과하오.”
이 말에 나는 말없이 놀라 그를 바라보았네. 그러나 낯선 이는 그런 내 모습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했지. 주머니에서 붉은 모래가 든 작은 상자를 꺼내 그 내용물을 바닥에 흩뿌리기 시작했네. 그런 다음 지팡이로 원을 두 개 그렸지. 한 원 안에는 나를 세우고 다른 원 안에는 자기가 들어갔네. 두 손을 가슴 위에 포개고 눈을 위로 향한 채, 오랫동안 조각상처럼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지.
‘이 신비스러운 준비는 대체 어떤 결말을 맞으려는 것일까?’ 나는 속으로 생각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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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교회 시계가 자정이라는 엄숙한 시각을 알릴 때까지도 낯선 이는 움직이지 않았네. 마지막 종소리의 울림이 우리 귀에서 사라지자마자, 그가 갑자기 자기 원 안에서 몸을 돌렸지. 그리고 또렷이 들리는 목소리로 엘리자의 이름을 길게 발음했네. 나는 공포와 놀라움에 움찔했네. 곧바로 땅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지. 지진을 예고하는 지하의 천둥 같기도 했고, 산들에서 메아리쳐 한층 커진 우렛소리가 덜커덩거리며 울리는 것 같기도 했네.
낯선 이는 엘리자의 이름을 두 번째로 불렀네. 전보다 더 크고 무서운 목소리였지. 번갯불이 방을 가로질렀고, 방은 깊은 목구멍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한 천둥의 포효에 흔들렸네.
더 크고 더욱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낯선 이는 세 번째로 엘리자의 이름을 불렀네. 갑자기 온몸에 떨림이 일었지. 정자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는 것 같았네. 발밑의 땅이 꺼졌고, 나는 아래로 가라앉았네. 엘리자의 영이 내 위를 맴돌았고, 나는 정신을 잃었네.
심한 흔들림이 차츰 나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했네.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나를 이리저리 내던지는 듯했지. 동시에 요란하게 덜컹거리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네. 덜컹거림은 갈수록 심해졌지. 이윽고 나는 놀라운 속도로 달리는 탈것 안에 앉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네. 꿰뚫을 수 없는 어둠에 둘러싸여, 아무것도 하나 구별할 수 없었지. 자리가 비좁아 몸이 몹시 눌리고 옴짝달싹하기 어려웠네. 내 오른쪽에는 누군가 앉아 있었지. 하지만 그 동승자가 영적인 존재에 속하는지 육체를 지닌 존재에 속하는지를 판단할 만큼, 나는 아직 놀라움에서 회복되지 못했네.
그동안 마차는 갈수록 빠른 속도로 달렸네. 길이 지독하게 험하고 울퉁불퉁했거나, 마부가 그 지방을 잘 몰라 어둠 속에서 길을 가려 가지 못했던 모양이었지. 흩어진 돌과 나무뿌리, 부러진 나뭇가지 등에 부딪칠 때마다 충격이 어찌나 심했던지, 당장이라도 마차가 뒤집혀 산산조각 나리라 생각했네. 내가 이 비참한 처지로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는 알아내기 어려울 걸세. 이런 방식으로 한 시간만 여행해도, 역마차로 라이프치히에서 드레스덴까지 가는 것보다 더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자네도 이해할 테니까. 마침내 가장 엄청난 충격이 우리 여행을 끝냈네. 마부가 쓰러진 이정표 돌 위로 마차를 세차게 몰아붙였고, 바퀴 하나가 떨어져 날아갔지. 마차는 순식간에 내려앉았네.
“예수님! 마리아님!” 동승자가 외쳤네.
그는 곧장 내 위로 넘어져, 너무나도 실제적이고 의심할 수 없으며 묵직한 무게로 나를 짓눌렀지. 내가 조금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상태였다면, 그가 비물질적인 존재인지 육체를 지닌 존재인지에 관한 앞선 의문은 금세 풀 수 있었을 걸세.
극심한 고통이 몇 분 동안 나를 가두었던 혼미함에서 나를 깨웠네. 거친 목소리들이 거듭 도움을 외쳤고, 곧 등불을 든 시골 사람이 달려와 우리를 도왔지. 눈을 뜨자 두 남자가 내 위에 서 있는 것이 보였네. 저마다 부서진 마차에서 막 풀어낸 듯한 말을 붙잡고 있었지. 그들이 나를 일으키려 하자 통증이 더 심해졌네. 일어설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제발 그대로 누워 있게 해달라고 빌었네. 두 번째로 나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헛일이었지. 넓적다리뼈가 부러진 것 같았네. 그 사실을 알아내자마자 두 남자는 말 위로 몸을 날렸네. 처음 만나는 읍이나 마을에서 도움을 구해 오겠다고 약속하고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버렸지. 나는 그 농부에게 맡겨졌네. 그는 친절하게도 힘이 닿는 대로 나를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네.
밤은 뼛속을 파고들 만큼 추웠고, 그 추위 때문에 고통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네. 꼬박 한 시간이 지났지만 도움은 나타나지 않았지. 말을 타고 간 사람들은 돌아오는 데 전혀 서두르지 않는 모양이었네. 마침내 멀리서 마차의 덜컹거림이 들렸네. 농부가 등불을 들고 달려가 맞았지. 말 네 필이 끄는 마차였네.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해서 멈춰 주십시오!” 그가 외치고는, 방금 내게 일어난 사고를 짤막하게 이야기했네.
중년의 신사가 마차에서 뛰어내렸네. 농부와 자기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아 나를 마차로 옮겼지. 형편이 허락하는 한 가장 편하게 앉혀 준 뒤, 최대한 조심스럽게 몰라고 명령했네.
아침이 막 밝아 올 무렵, 우리는 폰 캄펜하우젠 남작의 영지 안에 있는 사람 많은 마을로 들어갔네. 내 재난 속에서 나를 보호해 준 신사의 이름이 바로 그것이었지. 나는 즉시 영주 저택으로 옮겨졌네. 외과의를 데리러 보낸 하인이 곧 의사와 함께 돌아왔지. 필요한 처치가 이루어진 뒤 나는 침대에 눕혀졌네. 친절하고 고결한 은인은 온갖 배려를 다해 주었네. 몇 시간씩 침대 곁에 앉아 있었고, 내가 대화를 나눌 만큼 회복되자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프랑스와 독일의 훌륭한 작가들에게서 뽑은 대목을 읽어 주며 번갈아 즐겁게 해주었지.
아홉 주가 지나자 나는 목발을 내려놓을 수 있었네. 폰 캄펜하우젠 남작과 정답게 작별한 뒤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갔지. 내가 갑자기 사라진 일은 묵고 있던 여관의 주인을 몹시 놀라게 했었네. 그는 여러 차례 찾아보아도 헛일이 되자 나를 완전히 잃은 것으로 여겼지. 그러니 그토록 오래 자리를 비운 뒤 내가 뜻밖에 돌아왔을 때 얼마나 놀랐겠나. 처음 내가 나타났을 때에는 자기 눈조차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네. 성호를 긋고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나를 향해 주문을 외우며, 아득한 옛날부터 온갖 도깨비를 막는 틀림없는 부적으로 여겨져 온 그 상투적인 첫 구절을 읊기 시작했지. 하지만 이것은 유령이 아니라, 이 물과 땅의 지구 위에 실제로 살고 있는 살과 뼈의 인간이라는 것을 어렵게 납득시킨 뒤, 나는 그에게 맡긴 물건을 돌려받았네. 그리고 이튿날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스위스로 향했지.
크론하임은 여기서 놀라운 이야기를 끝냈다. 그리고 불안하게 헤르만을 바라보았다. 친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듣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듯했다.
잠시 침묵한 뒤 헤르만이 말을 시작했다.
“놀라운 이야기로군. 방금 들은 이야기는 정말 놀랍네. 나 자신도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욱 기이한 모험을 겪지 않았다면—그리고 그 모험들은 자네가 처음 생각하는 것보다 자네 이야기와 훨씬 밀접하게 얽혀 있을지도 모르네—솔직히 말해 자네 이야기의 진실성을 의심하고 싶어졌을 것 같군.”
강령술사 — 헤르만의 이야기: 유령의 성
C01-S01-B · 인쇄 20쪽 둘째 문단–42쪽 첫 문단 · PDF 62–84면 · 미서명 서술자 / 헤르만의 회고와 인물들의 대화
[인쇄 20–23쪽 · PDF 62–65면]
친구에게서 엄한 비평가뿐 아니라 믿지 않는 청자까지 만나리라 예상했던 크론하임은, 헤르만이 예고한 놀라운 일들을 알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헤르만은 밤이 이미 깊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신은 그 사건의 일부에만 참여했으므로, 이야기를 이어 결말까지 적어 둔 몇몇 서류를 찾아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야기를 이튿날로 미루도록 양해를 구했고, 크론하임은 기꺼이 받아들였다.
아우로라가 장밋빛 손가락으로 빛의 수정문을 열어 활기찬 아침을 맞아들였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이 빛났으며, 폭풍은 잠잠해졌다. 날씨는 전날과 정반대였다. 그런데도 크론하임에게는 사냥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아침 식사를 하며 그는 친구에게 어젯밤의 약속을 상기시키고, 그때 말한 서류를 찾아냈는지 조바심을 내며 물었다. 헤르만은 찾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기 이야기가 워낙 길기 때문에, 지금은 자신이 직접 사건에 참여한 부분까지만 이야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야기의 훨씬 큰 부분을 차지하는 나머지는 글로 건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크론하임이 떠나기로 한 시각 전에는 주지 않겠다고 했다. 유령과 강령술사들이 두 사람의 생각을 온통 차지하여, 우정이 주는 더 이성적인 위안을 누릴 시간마저 없애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크론하임은 그 제안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헤르만은 담뱃대에 담배를 다시 채우자마자, 약속한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시작했다.
괴팅겐을 떠나 자네와 헤어진 뒤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젊은 폰 아인지델 백작(Count von Einsidel)의 개인교사로 들어갔네. 그는 명문 혈통에 못지않게 덕망으로도 두드러지는 귀족이었지. 나는 그와 함께 유럽의 대부분을 여행했네. 여행은 3년간 계속되었지. 율리시스처럼,
‘많은 사람들의 풍습과 도시들을’ — Mores hominum multorum et urbes —
볼 기회가 있었던 이토록 긴 여행에서, 우리가 여러 기이한 모험을 만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걸세. 그러나 그중 가장 놀라우면서도 가장 위험한 일은, 스위스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길을 위해 따로 남겨져 있었던 것 같네.[원주 1]
우리가 검은숲을 거의 벗어날 무렵이었네.[원주 2]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지. 머리 바로 위에서 터지는 창백한 번갯불이 너무도 빠르게 잇따랐으므로, 숲과 바위와 산에서 메아리치는 천둥은 하나의 끊임없는 울림처럼 들렸네. 괴로움을 더하듯 이제 밤까지 다가오기 시작했지. 다정한 연인들이 달의 창백한 등불 아래 거닐며 사랑의 맹세를 속삭이려고 고르는 그런 밤이 아니었네. 차라리 시인들이 상상한 밤과 같았지. 라플란드의 마녀들이 고통받는 달에 주문을 걸어 땅으로 끌어내리고,[원주 3] 어둠이 까마귀 같은 날개를 펼쳐 아름다운 하늘 아래를 맴돌며, 뭇별들이 온화한 빛을 퍼뜨리고 은빛으로 나그네를 위로하지 못하게 막는 그런 밤 말일세.
우리가 이 음산한 처지로 몇 마일도 가지 않았을 때, 마부가 불행히도 길을 잃었네. 설상가상으로 그는 바로잡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서야 자기 잘못을 알아차렸지. 그 달갑지 않은 소식을 들었을 때 우리 마음을 채운 어두운 두려움은, 굳이 묘사하려 하지 않겠네. 마부는 본래 익살스러운 젊은이였지. 자기 직업의 칭찬할 만한 관습에 따라, 그 광대한 숲에서 저질러진 수많은 살인과 강도와 강간 등의 이야기를 온종일 들려주며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네. 게다가 우리는 그 말이 사실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도 여러 번 보았지. 그 나라에서는 살인이 일어난 자리에 십자가를 세우는데, 여행자들에게 경계하라고 알리는 뜻도 있고, 죽은 이의 영혼이 안식하도록 기도해 달라는 뜻도 있네. 그런 십자가가 수없이 많았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음과 같은 글이 적힌 십자가를 하나 이상씩 만나곤 했네.
이 근처에서 살해되었음. 아무개. 선량한 모든 그리스도인이여,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라.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이 음산한 처지에서 벗어나기를 무엇보다 간절히 바랐네. 우리에게 기도를 부탁받은 그 영혼들 못지않게, 우리 자신도 연옥에 있었으니까. 그래서 마부에게 명령했지. 원래 묵으려던 읍으로 가는 올바른 길을 다시 찾으려 헛되이 시간을 버리지 말고, 곧장 앞으로 최대한 빨리 달려가라고 말일세. 운 좋게 사람이 사는 곳을 만나, 남은 밤을 안전하게 보낼 수 있을 때까지 말이네. 우리의 예후는 이 부탁을 기꺼이 따랐네. 같은 이름을 가진 유명한 선배의 맹렬함을 모두 발휘하여 꼬박 한 시간 동안 채찍을 휘두른 뒤, 우리는 킴메리아보다 더 어두운 숲을 빠져나와 넓은 평원인지 공동초지인지 모를 곳의 어귀에 이르렀네.
“복되신 성모님, 하느님의 어머니시여!” 마부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기뻐하며 외쳤네. “드디어 탁 트인 곳에 나왔습니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백작님, 마을도 그리 멀지 않습니다.”
천구의 음악이라 해도 마부의 이 말보다 백작과 내 귀에 더 즐겁고 조화롭게 들리지는 않았을 걸세.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개 열 마리쯤이 끔찍하게 짖어 대어 그의 추측을 확인해 주었네.
다시 한번 사람들의 평화로운 거처를 보았을 때 우리는 크게 기뻐했네. 마을은 상당히 넓었지만, 여관—그것을 여관이라 불러도 된다면 말일세—은 내 평생 발을 들여놓은 곳 가운데 가장 지독한 곳의 하나였네. 우편마차가 자기 문 앞에 멈추는 것을 보고 주인이 몹시 놀라 외쳤지.
“축복하소서!”
그 광경에 그는 마치 오스만의 군주가 몸소 찾아오기라도 한 듯 눈을 휘둥그레 떴네. 그러니 그 집의 음식 목록에 훈제 소시지 몇 개와 변색한 베이컨 조금, 묵은 갈색 빵 한 덩이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지. 주인의 말로는 포도주나 맥주는 이 근방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네. 브랜디는 또 어찌나 훌륭했던지, 우리 마부조차 한 잔 삼킨 뒤에는 입을 헹구게 되어 기뻐했을 정도였지.
나는 낯선 이의 환대에 기대어 좀 더 나은 잠자리를 구할 생각으로, 영주가 자기 영지에 살고 있는지 물었네. 그러나 영주 저택은 완전히 버려져 비어 있고, 지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아무도 그곳에 살 수 없었다는 대답을 들었지. 이유를 물었네.
“그 문제라면, 보십시오, 여러분.” 주인이 대답했네. “아무도 별로 입에 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 일입니다. 저 역시 오늘 밤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그 문제를 조금도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십시오. 그때까지 여러분 스스로 그 까닭을 알아맞히지 못하신다면, 자세한 사정을 알려 드리지요.”
백작도 나만큼이나 그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네. 그는 주인에게 좀 더 분명히 말하라고 다그쳤고, 내가 한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지. 하지만 주인은 설득되지 않았네. 노새처럼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을 뿐이었지. 우리가 질문을 그만두지 않으려는 것을 보자, 불쾌한 기색을 뚜렷이 드러내며 방을 나가 버렸네. 금지된 호기심과 신의 심판 따위에 대해 중얼거리며 다른 모호한 암시도 늘어놓았지만, 우리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
이 대목의 원주
[원주 1] “그는 수많은 왕국과 도시를 떠돌며, 외국의 풍습과 법과 예절을 헤아렸다.”
[원주 2] 이 광대한 숲은 슈바벤에 있으며, 독일 전체에서 단연 가장 크다. 고대인들에게는 실바 헤르키니아(Sylva Hercynia)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카이사르는 『주해』에서 이 숲을 설명하면서, 너비는 아흐레 길이고 길이는 예순 날 길이라고 말한다.
[원주 3] “테살리아의 여인들은 달조차 하늘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공언하였다. 실제로 달이 둥글고 높이 떠 있다가 갑자기 어두워졌고, 빛이 사라지며 여러 차례 색을 바꾼 뒤 자취를 감추었다.” — 이에 베르길리우스, 『목가』 제8편: “주문은 달조차 하늘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원문에 이어 붙인 영어 운문: “노래, 신비한 노래가 고통받는 달을 끌어당긴다.” 호라티우스의 『에포드』 제5편과 제17편도 비교하라.
[인쇄 24–28쪽 · PDF 66–70면]
우리가 보기에 도무지 용서할 수 없는 무례 때문에 기분이 상했지만, 현재의 형편에서 가능한 한 잘 지내며 거칠고 맛없는 음식을 어떻게든 소화할 수밖에 없었네. 사실 그때 우리가 받은 형편없는 대접에 비하면, 레오니다스가 먹던 스파르타의 검은 수프도 더없는 사치였을 걸세. 하지만 경험은 ‘배고픔이 최고의 소스’라는 옛 속담을 입증해 주었지.
소박한 식사를 끝내고 허기를 어느 정도 달랜 뒤, 우리는 깨끗한 새 짚 위에 몸을 누였네. 그곳에서는 짚이 피곤한 팔다리를 위한 침대를 대신했지. 백작은 곧 깊은 잠에 빠졌지만, 나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설명할 수 없는 수천 가지 두려움에 시달렸네. 눈을 감을 수가 없었지. 이 불안한 상태는 야경꾼이 쉰 목소리로 자정이라는 엄숙한 시각을 알릴 때까지 계속되었네. 바로 그때 멀리서 말발굽 소리와 트럼펫, 뿔나팔, 그 밖의 관악기들이 천둥처럼 메아리치는 소리가 들려, 내 귀가 번쩍 뜨였지. 소리는 가까워졌고, 이윽고 기마대 전체가 전속력으로 창문 곁을 지나가는 듯했네. 동시에 완전한 악대의 음악이 공중에 울려 퍼졌지. 때에 맞지 않는 시각과 험한 밤 날씨만 아니었다면, 선제후 전하가 온 궁정과 수행원들을 이끌고 왕실 사냥길에 이곳을 지나간다고 생각했을 걸세.
소리에 잠을 깬 백작이 벌떡 일어나, 두려움과 놀라움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네.
“이게 모두 무슨 일입니까?”
그 질문에는 나 역시 백작만큼이나 흡족한 대답을 할 수 없었네.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온 신경을 기울여 계속 귀를 기울였지. 그런데 놀랍게도 밤의 니므롯들이 여관을 지나가자마자 말과 악기의 소리가 사라지고, 온 동네가 전처럼 조용해졌네. 몹시 이상하게 느껴졌지. 나는 다시 불안해진 상상에 마음껏 날개를 달아 주었네. 방금 목격한 기이한 장면을 주인의 이해할 수 없는 과묵함과 어두운 암시들과 마음속에서 대조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듯한 수수께끼를 풀어 보려 했지. 백작은 곧 다시 깊은 잠에 빠져, 전처럼 힘차게 코를 골았네.
궂은 날씨를 제쳐 두더라도, 누군가가 자정에 사냥하러 말을 타고 나선다는 것은 내게 몹시 있을 법하지 않은 일로 보였네. 이런 생각 때문에 한동안은 내가 들은 소리를 그런 꿈을 꾼 결과로 여겼지. 그러나 주인의 행동과 백작이 갑자기 깨어난 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그 판단이 크게 흔들렸네. 은밀한 공포가 온몸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지.
추측과 의심의 괴로운 미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서로 다투는 생각들의 싸움에 지쳐 갔네. 잠의 신이 보내는 반가운 전령인 가벼운 졸음이 이미 눈꺼풀을 감겼을 때, 야경꾼의 쉰 외침에 나는 그 나른함에서 깨어났네. 그는 폐의 힘을 모조리 모아, 시계가 방금 새벽 한 시를 알렸다고 외쳤지. 그의 목소리는 제2의 보아네르게스라 불릴 만큼 우렁찼지만, 앞서 들었던 것과 똑같은 무서운 소리가 다시 나자 곧 묻혀 버렸네. 나는 즉시 일어나 창문으로 달려갔지. 창은 뿔나팔과 트럼펫 등이 메아리쳐 내는 천둥 같은 소리에 흔들리고 있었네. 나는 밤의 니므롯 부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호기심을 채우리라 결심했네. 하지만 창을 활짝 열 틈도 없이, 가장 요란한 회오리바람에 맞먹는 소리를 내며 기마대 전체가 집 앞을 전속력으로 지나가 버렸지. 몇 분 뒤에는 앞서의 침묵이 되돌아와, 모든 것이 무덤처럼 고요했네.
이제 적어도 그날 밤에는 더 자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네. 주인이 빈 저택에 관한 의문을 풀어 주겠다고 약속한 아침 식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지. 야경꾼이 두 시라고 외치기 시작하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창으로 달려갔네.
“여보시오.” 나는 그에게 말을 걸었네. “열두 시와 한 시에 우리 귀를 놀라게 한 저 소음과 소란은 대체 무슨 일입니까?”
그가 대답했네. “정말이지, 나리께서는 이 근처에 처음 오신 분이 분명합니다. 마을 아이들조차 모르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나리께서 소음이라 부르시는 것을, 저희는 몇 주씩 밤마다 듣습니다. 그 뒤에는 또 한동안 조용해지지요.”
“그렇지만 자정에 사냥을 하는 그 변덕스러운 신사는 대체 누구란 말이오?” 내가 물었네.
“아, 그건 정말 제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여관 주인에게 물으십시오. 낱낱이 알려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제 할 일만 하고, 하느님을 믿을 뿐입니다. 제가 보고 듣는 일에 대해서는 살아 있는 누구에게도 한마디도 누설하지 않겠습니다. 왕의 몸값을 준대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고 야경꾼은 떠나 버렸네.
나는 외투로 몸을 감싸고 의자를 창가로 끌어다 놓은 뒤, 더디게 돌아오는 낮을 불안하고 초조하게 기다렸네. 마침내 날이 밝기 시작했고, 온 마을에 수탉 우는 소리가 메아리쳤지. 내 귀에 그보다 반갑게 들린 적은 없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네. 그때 백작도 잠에서 깨어, 내가 벌써 옷을 입은 것을 보았네.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군요.” 그는 눈을 비비며 말했네. “어젯밤 우리를 깨웠던 그 소음이 무엇인지 좀 말씀해 주십시오.”
“백작님, 저도 그 점에 관해서는 백작님 못지않게 궁금합니다. 여관 주인에게 약속한 설명을 들을 때까지 기다리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깊이 주무시지 않았다면, 새벽 한 시에도 열두 시 때와 똑같은 무시무시한 기세와 소음을 내며 그 기마대가 지나가는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마당의 말발굽 소리가 우리 대화를 끊었네. 창으로 달려가 보니 장교 한 사람과 그의 하인이 여관 문 앞에 내려서고 있었지. 그들은 곧 우리와 합석했네. 우리처럼 밤이 되어 길을 잃는 불운을 겪었으므로, 금세 친해졌지. 장교는 스물세 살쯤 된 혈기왕성한 청년으로, 덴마크 군복을 입고 있었네. 신병을 모집하러 나온 모양이었지. 백작이 어젯밤의 일을 이야기하자, 중위는 한동안 그저 농담으로 받아들였네. 하지만 방금 들은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내가 분명히 보증하자, 한밤의 사냥꾼들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열의를 드러냈지.
“그 영광은 쉽게 얻으실 수 있겠군요.” 남작이 대답했네. “오늘 밤 여기서 묵으시지요. 우리가 함께하겠습니다.”[역주: 이 문장의 호칭은 원문에 baron으로 인쇄되어 있다. 앞뒤의 count와 다른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좋습니다!” 중위가 외쳤네. “그 말씀을 믿겠습니다. 어쩌면 그 사냥꾼 신사들이 친절하게도 우리를 자기 무리에 끼워 줄지 누가 압니까?” 그는 웃으며 덧붙였네. “그렇게 된다면 사슴 뒷다리 고기 한 몫씩은 얻겠군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인이 나타났네. 먼저 아침 인사를 한 뒤 이렇게 물었지.
“자, 여러분, 어젯밤에 특별한 소리를 듣지는 않으셨습니까?”
“너무 많이 들었지요!” 내가 대답했네. “그런데 자정에 사냥하기를 그토록 좋아하는 자들은 대체 누구이며 어떤 사냥꾼들인지 알려 주시오.”
주인이 다시 말했네. “네, 확실히 그런 문제는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어제 질문에 답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믿지 않으시면서 호기심만 내시다가 화를 자초하실까 걱정했기 때문이지요. 하늘의 하느님도 아시겠지만, 많은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전말을 알려 드리겠다고 약속했으니, 제 말을 지키겠습니다.
“마을 끝에 큰 집이 한 채 있습니다. 전에는 영주가 살던 집이지요. 아주 오래전에 그 집의 영주들 가운데 지독하게 사악한 자가 하나 있었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는 하느님도 악마도 개의치 않았고, 백성들을 자기 가축보다 못하게 대했습니다. 누구도 그의 마음에 들 수 없었지요. 제 자식들조차 개처럼 때리고 발로 찼고, 아주 사소한 일로 어둡고 더러운 구덩이나 지하감옥에 던져 넣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아이들은 결국 그곳에서 굶어 죽었습니다. 백성들을 부를 때도 언제나 제 짐승들이라 했으며, 정말 그렇게 취급했습니다. 한마디로 악마가 그대로 사람의 몸을 입은 자였습니다!
“그 악인은 사냥만큼 좋아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자기 숲에 온갖 사냥감을 길렀지요. 가장 사나운 것들, 특히 멧돼지까지 풀어 두었습니다. 그놈들이 농민들의 밭과 텃밭을 끔찍하게 짓밟고 망가뜨렸습니다. 그런데도 농민이 자기 곡식을 짓밟거나 순무를 먹어 치우는 그 사나운 짐승을 쫓아내려 하기만 해도, 어김없이 몇 주씩 갇혀 빵과 물만 먹어야 했습니다.
“그 귀족이 사냥을 나가기로 마음먹으면, 온 마을이 줄지어 나와 따라가야 했습니다. 그럴 때 그는 사람들에게 개 노릇을 시키며 사냥감에 달려들게 했지요. 잡지 못하면, 자기 발치에서 쓰러져 죽을 때까지 승마용 채찍으로 때리고 사냥개들을 풀어 물어뜯게 했습니다.
“한번은 밤늦게까지 그런 잔인한 짓에 빠져 있다가, 말에서 떨어져 그 자리에서 목이 부러졌습니다. 성직자들은 그리스도인처럼 교회 묘지에 묻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자기 공원의 구석에 묻혔지요. 이제 신의 보복이라는 무서운 심판이 나타났습니다. 오늘날까지도 그 비참한 영혼은 쉬도록 허락받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정해진 때와 시기가 오면, 전능하신 하느님의 진노로 그는 밤마다 열두 시가 치는 순간 마을을 가로질러 말을 달려야 합니다. 베엘제붑과 그 지옥의 수행 무리와 함께 영주 저택으로 들어가, 새벽 한 시까지 머물러야 하지요. 한 시를 알리는 소리가 나자마자, 그 지옥 무리 전체는 다시 끝없는 구렁으로 되돌려 보내집니다.
“그가 죽은 뒤로 그 저택에서는 줄곧 사람이 살 수 없었습니다. 어리석게도 그곳에서 자보려 한 많은 사람이 무모함의 대가를 목숨으로 치렀지요. 더구나 이것은 제가 사실로 아는 일입니다. 제 집에 묵으면서 그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감히 창밖을 내다본 몇몇 사람은, 성급한 호기심 때문에 벌을 받았습니다. 아예 시력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얼굴이 붓거나 눈이 이상하게 돌아가 버렸지요.”
주인은 이 말로 장황한 연설을 마쳤네. 그리고 우리 모두를 하나씩 유심히 바라보며, 얼굴에 드러난 놀라움을 눈으로 즐겼지. 하지만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네. 중위가 즉시 큰 웃음을 터뜨렸으니까. 주인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조용히 있던 것으로 보아, 바로 이 웃음을 위해 폐의 힘을 온통 일부러 아껴 둔 것 같았네.
[인쇄 29–33쪽 · PDF 71–75면]
“네, 나리, 마음대로 웃으십시오.” 주인이 적지 않게 성급해진 기색으로 대답했네. “하지만 세상에서 제가 가진 마지막 한 푼까지라도 걸겠습니다. 오늘 밤 여기 묵을 배짱만 있으시다면, 내일 아침에는 그 웃음이 울음으로 바뀔 겁니다.”
“그건 곧 보게 될 거요.” 중위가 대답했네. “여보시오, 여기서만 자는 게 아니라 바로 그 성 안에서 자겠소. 악마가 한 군단씩 들끓더라도, 그곳이 베엘제붑의 궁전이자 악마들의 집회소 그 자체라 하더라도, 오늘 밤은 거기서 보낼 것이오.” 그는 백작과 나를 향해 말을 이었네. “이 두 신사도 틀림없이 기쁘게 동행해 주실 겁니다.”
내 젊은 귀족은 명예를 중히 여기는 사람이었네. 그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자기 인격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일로 보였을 걸세. 그래서 곧 동의했지. 반면 나는 수천 가지 이의를 제기했네. 상대해야 할 영들이 어떤 종류인지도 모르는 만큼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중위에게 설명하고, 그 계획을 단념시키려고 가능한 모든 논거를 들었지. 그러나 중위가 내 말을 잘랐네.
“저는 군인이고 칼을 차고 있습니다. 우리 같은 직업의 신사들에게는, 몸이 있든 없든 온갖 유령이 언제나 굉장한 존경을 품지요!”
요컨대, 백작에게 교사의 권위를 내세우려 해봤자 목적을 이루지도 못하고 나만 우스워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었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중위를 따라가기로 단단히 결심했지. 내가 끝까지 거절했더라도 나 없이 갔으리라 확신하네. 그래서 내키지 않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어, 마침내 그들의 간청을 받아들였네. 제자를 버리는 것은 내게 용서할 수 없는 신의 위반으로 여겨졌으니까.
우리가 이 모험을 단단히 결심한 것을 알았을 때 주인이 보인 행동을, 무슨 말로 묘사할 수 있겠나! 그는 상상을 넘어설 만큼 놀랐네. 눈과 손을 쳐들고, 영원히 복되신 성모 마리아와 모든 성인의 이름으로 그런 무모한 시도를 그만두라고 간청했지.
“제 목숨을 걸고 말씀드립니다. 여러분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살아서 다음 날의 빛을 보지 못할 겁니다.” 그가 되풀이해 말했네.
하지만 중위는 그 경건한 충고를 모두 조롱거리로 만들었지. 곧 주인의 예민한 성질을 너무도 건드려 놓았기 때문에, 주인은 우리를 운명에 맡겨 둔 채 진심 어린 저주 몇 마디를 중얼거리며 황급히 방을 나가 버렸네.
쉽게 짐작하듯, 우리 대화는 정치보다 영적인 문제로 기울었네. 유령에 대해 아는 것을 거의 모두 꺼내 놓았을 무렵, 중위가 귀신 나온다는 성까지 걸어가 보자고 제안했지. 밤에 만나기로 한 그 무서운 장소를 낮에 좀 더 가까이 살펴보는 것도 아주 나쁘지는 않겠다는, 꽤 현명한 의견을 덧붙였네. 모두가 찬성하자 우리는 서둘러 실행에 옮겼지.
고딕 양식의 거대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네. 하지만 몹시 허물어지고 무너져 있었지. 성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였고, 앞에는 넓고 깊은 해자가 있었네. 그 위의 도개교 덕분에 쉽게 건널 수 있었지. 문 앞에서 두드리며 서 있을 필요도 없었네. 문이 활짝 열려 있어 기마대라도 전속력으로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그 장소의 모습에는 놀랍도록 두렵고 낭만적인 무엇이 있었네. 우리는 마치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현관 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짧은 칼을 뽑았지. 바닥은 벽돌로 포장되어 있었지만 잡초와 썩어 가는 풀이 무성했네. 거기서부터 텅 비고 황폐한 방들을 차례로 통과했지. 거미와 쥐와 올빼미가 유일한 세입자인 듯했네. 창은 때와 거미줄, 심지어 이끼에까지 덮여 있어, 깨진 유리 틈으로 들어오는 것 말고는 빛을 내주지 않았지. 그 빛은 오래된 가구 몇 점의 썩은 잔해를 겨우 보여 줄 정도였네. 부서진 탁자, 등받이 없는 의자, 어느 방 천장에 쇠사슬로 매달려 있는 큰 등잔의 쇠붙이 일부, 손만 대도 무너질 듯한 흔들거리는 긴 의자 두세 개. 사람이 이곳에 살았다는 흔적은 그것뿐이었네.
이제 호기심에 이 오래된 건물의 지하 방들도 살펴보고 싶어졌네. 우리는 이 탐사에 나서기 전에 미리 등불과 불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를 챙겨 두었지. 그것들이 이제 대단히 유용해졌네. 홀 맨 끝의 돌계단을 내려가자, 벽돌 아치로 천장을 덮은 길고 좁으며 구불구불한 통로가 나왔네. 통로 끝에는 철판을 씌운 문이 있었지. 여전히 앞장선 중위는 한 손에 등불, 다른 손에 뽑은 칼을 들고 대담하게 문으로 다가갔네. 그가 밀자 문이 열리면서 지하실 같은 큰 아치형 공간이 드러났지. 완전히 텅 비고 황폐했으며, 한밤의 어둠보다 더 캄캄했네. 그 지하감옥에 처음 발을 들이자, 해로운 증기와 병을 부르는 습기에 절은 탁한 공기 때문에 거의 숨을 쉴 수 없었지. 입구를 마주한 양쪽에는 양짝문이 하나씩 있었네. 거대한 빗장들과 육중한 쇠로 만든 엄청난 낙하식 창살문이 그것들을 막고 있었지. 더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도는 헛일이었네. 우리는 그 역겨운 곳에서 서둘러 홀로 돌아왔지. 제 물로 돌아온 물고기처럼, 다시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가슴이 탁 트였네.
밤을 보내고, 유령 친구들이 찾아오기를 원한다면 그들을 맞는 데에도 이곳이 가장 알맞아 보였네. 그래서 그들과 우리 모두를 가능한 한 편하게 맞이하도록 장소를 꾸미려 했지. 버려진 방들에 많이 널려 있던 녹슨 못과 떨어진 나무 조각을 이용하여, 마침내 낡고 부서진 탁자 하나를 제법 반듯하게 세웠네. 다음으로 흔들거리는 긴 의자 두 개에도 솜씨를 부렸지. 그것들 역시 적지 않은 수고 끝에, 우리가 앉아도 무너지지 않을 듯한 상태로 만들어 놓았네.
그러나 지금까지의 발견에 만족하지 못한 우리는, 다시 성 안의 넓고 비어 있는 방들을 돌아다녔네. 어디에서도 허물어짐과 부패를 증언하는 썩은 잔해 말고는 볼 수 없었지. 다음으로 호기심이 우리를 이끈 곳은 정원이었네. 거기서 마주한 광경은 참으로 음울했지. 말 그대로 용들과 더러운 짐승과 새들, 온갖 불결하고 혐오스러운 것들을 위한 장소였네. 가시와 찔레, 엉겅퀴와 잡초, 쐐기풀과 바람에 휘파람을 부는 긴 풀로 뒤덮여 있었지. 우리 발은 그 어지러운 미로에 자주 걸려들었네. 가지들은 풀 수 없을 만큼 서로 뒤틀리고 얽혀 길을 내주려 하지 않는 듯했고, 짧은 칼이 우리 대신 길을 열어야 했지. 너도밤나무 두 줄이 이루는 길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힘겨운 행군을 계속하여 정원 끝에 다다랐네. 그 길 맨 끝에서, 우리는 붉은 반암 기둥이 떠받치는 검은 대리석 항아리를 발견했지. 주위를 둘러 거의 가려 버린 가시덤불 사이로 솟아 있었네. 솜씨는 참으로 정교했지만, 아무리 살펴도 비문은 보이지 않았지. 이미 돌아가려던 참에 백작의 발이 잡초 속에 묻힌 단단한 물체에 걸렸네. 항아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지. 살펴보니 나무 십자가였고, 다음 글귀가 겨우 읽혔네.
여기 잠들다. 고도프레두스 하우싱게루스, 죄인.
HIC JACET / GODOFREDUS HAUSSINGERUS, / PECCATOR.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연도는 1603년이었네.
한동안 말없이 놀라 서로를 바라본 뒤, 중위가 물었네.
“여러분은 이 기묘한 비문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로서는,” 백작이 서둘러 대답했네. “여관 주인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확실한 증거로 생각합니다.”
이 황폐한 장소—이제는 도저히 정원이라 부를 수 없는 곳이었네—의 굽이굽이 얽힌 미로 속에서 칼로 길을 여느라, 우리는 이미 어려운 작업에 지쳐 있었지. 더 먼 곳까지 고생스러운 탐색을 넓히고 싶은 마음은 별로 없었네. 그래서 서둘러 큰 홀로 돌아왔지. 그곳에서도 새롭게 호기심을 끌 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여관으로 되돌아갔네.
우리는 성에 가보려던 계획을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숨겨 두었었네. 돌아온 우리를 본 그는, 우리의 대담함과 자기가 말하는 놀라운 오만함에 공포와 경악으로 거의 굳어 버렸지. 그러면서, 우리가 반드시 닥칠 즉각적인 파멸로 돌진하지 못하도록 가능하면 막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했네. 우리 피에 대한 책임이 자기에게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지. 그래서 아침의 훈계를 여러 증보와 수정과 개선으로 풍성하게 만든 제2판을 들려주며, 우리와의 책임을 분명히 끊으려 했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경건한 의도는 전보다 나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 중위가 타고난 풍자벽을 발휘하여 금세 그를 화나게 했네. 주인은 결국 우리를 고집불통에 고칠 수도 없는 얼간이 삼총사로 여기고 포기했지. 떠나기 전에 계산이나 해달라고 청했네. 그리고 감히 기대하지도 못하는 성공을 빌면서, 더는 이 세상에 머무를 운명이 아닌 사람들에게 하듯 우리와 작별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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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아홉 시와 열 시 사이, 우리는 여관을 나섰네. 세 사람 모두 짧은 칼 한 자루와 권총 두 자루씩으로 단단히 무장했지. 중위의 하인만은 달랐네. 총기를 지니기는 했지만 등불도 들고 있었으므로, 주로 부대의 보급상 역할을 맡았지. 어느 시대의 영웅이든 빈속이 용맹에 큰 지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네. 그래서 전쟁술의 이론과 실전을 카이사르나 알렉산드로스 대왕 못지않게 통달한 중위는, 유령이 산다는 곳에서 먹을 것을 많이 기대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매우 현명하게 고려했지. 구운 닭 두 마리와 포도주 서너 병이 든 바구니를 하인의 어깨에 올려놓게 했네. 이렇게 모든 장비를 갖추고 우리는 행군을 시작했지.
정해 둔 집결 장소에 도착하자, 모든 것이 떠나올 때와 정확히 같은 상태였네. 탁자와 긴 의자는 여전히 단단히 서 있었지. 우리는 앉아서, 중위가 보이는 본보기에 힘입어, 경건한 가톨릭 신자가 일곱 주간의 사순절을 앞두고 먹을 법한 만큼 푸짐하게 먹었네. 활발하게 돌고 있는 포도주를 정당하게 대접하는 일도 잊지 않았지. 하지만 이번에는 좋은 음식과 술이 원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네. 가라앉는 용기를 북돋기는커녕 눈꺼풀 위의 납덩이처럼 작용했지. 아직 열한 시도 되지 않았는데 눈이 감기는 것을 겨우 막아야 했네.
그때부터 유령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정해진 시각까지의 틈을, 『하게도른 시집』을 읽으며 달래려 했네. 마침 다행히 내가 한 권을 지니고 있었지. 낭독에는 백작과 중위가 번갈아 거들었네. 그러다가 중위가 시계를 살펴 자정까지 15분이 채 남지 않은 것을 확인했지. 그는 책을 덮고 재빨리 계단을 올라가, 위층 앞방의 창을 마주 보고 섰네. 그 창에서는 어둡고 불친절한 밤이 허락하는 만큼 앞뜰과 주위 평원을 잘 볼 수 있었지. 백작과 나도 그를 따랐네. 우리는 그런 자세로 다음 광경을 기다렸고, 중위의 하인은 홀에서 깊이 잠들도록 내버려 두었네.
마침내 불길한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네. 지금의 우리 처지에서는 죽은 친구의 조종보다 더 무서웠지. 주위에 군림하는 한밤의 침묵은 끔찍했네. 자연의 맥박 자체가 멎은 듯했고, 우리에게서는 숨 쉴 능력조차 거의 빼앗긴 것 같았지. 이윽고 마지막 종소리가 우리 귀에서 울림을 멈추었네. 바로 그 순간, 메아리치는 공기를 찢을 듯한 뿔나팔과 트럼펫 등의 소리에 건물 전체가 흔들렸지. 쏟아지는 말발굽은 지진처럼 단단한 땅을 떨게 했네. 지금 귀를 덮치는 무시무시한 천둥에 비하면, 예리코의 숫양 뿔나팔은 장난감 딱총에 불과했고 그 성벽의 붕괴는 작은 충돌음일 뿐이었네. 그러나 꿰뚫을 수 없는 어둠과 그들의 질주 속도 때문에, 이 사납고 끔찍한 소란의 주역들을 구별하여 호기심을 채울 수 없었지.
검은 무리는 날개 달린 회오리바람처럼 빠르고 그만큼 맹렬하게 나아왔네. 성벽을 세 번 돌더니 갑자기 멈추어,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도개교를 마주 보고 늘어섰지. 소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네. ‘거친 폭풍이 제 힘껏 불고 난 뒤’, 아직 나무 위에서 가늘게 떨리는 불확실한 바람결처럼 말일세. 침묵이 다시 제국을 되찾았지. 그러나 여전히 말도 기수도 알아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네.
방금 본 장면을 생각하며 어리둥절하게 추측하고 서 있을 때, 뜰에서 더욱 직접적인 두려움의 대상이 나타났네. 박차가 달그락거리는 소리,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발소리, 무리가 오가는 듯한 뒤섞인 소음으로 보아, 기마대가 말에서 내려 우리를 방문할 준비를 하는 것 같았지. 저절로 공포가 엄습했네. 식은땀이 온몸에 흘렀고 무릎이 후들거렸지. 두려웠고 떨렸으나, 까닭을 알 수 없었네. 하지만 이 소리도 오래가지는 않았지. 앞선 소리처럼 차츰 사라지고, 어둡고 깊은 침묵이 뒤따랐네.
“뜰로 달려 나갈까요? 그들과 합류해 볼까요?” 중위가 늘 그렇듯 단호하고 대담하게 물었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었고, 백작도 그랬네.
“그러면 혼자 가야 할 모양이군요!” 불같은 청년이 대꾸했지.
그는 곧장 아래층으로 달려갔네. 양손에는 격철을 완전히 젖힌 권총을 하나씩 들고, 왼팔 아래에는 뽑은 칼을 끼고 있었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돌아왔네.
“이 모든 일에는 무슨 수수께끼가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가 외쳤네. “말도 기수도 흔적 하나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 쪽에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토록 기묘한 일을 설명하는 데 우리 역시 막막하다는 것을 충분히 드러냈네. 중위는 앉아서 땅에 시선을 고정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지. 백작은 독서로 더욱 달갑지 않은 생각을 떨치려 했네. 나는 자연의 요구에 굴복하여 곧 깊은 잠에 빠졌네.
권총 소리에 잠을 깬 나는 즉시 벌떡 일어났네. 뿔나팔과 트럼펫 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지만, 곧 전처럼 사라졌지. 바로 그때 중위와 백작이 방에 들어왔네. 그들 역시 나처럼 잠에 굴복했다가, 자정에 그렇게 놀라게 했던 뜰의 소란이 다시 일어나자 깨어난 모양이었지. 그래서 주역을 알아내려는 열의로 권총을 들고 달려 나갔다네. 그러나 별 성과는 없었지. 그들이 뜰에 닿기 전에 무리가 전부 떠났다는 걸세. 중위는 권총으로 홀의 창유리 한 장을 깨뜨리고, 그들을 향해 총알을 날렸네. 하지만 주위를 두른 뚫을 수 없는 어둠 속에서, 흰말 몇 필 말고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다고 했지.
그가 이야기를 마쳤네. “유령이든 아니든, 우리를 몹시 두려워하는 모양입니다. 지금 제 생각으로는, 체중을 실어도 될지 겁나는 썩은 나무 의자에 계속 앉아 있느니, 여관의 깨끗한 짚 위에서 남은 밤을 보내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 제안은 기꺼이 받아들여졌네. 우리는 터벅터벅 여관으로 돌아갔지. 유령 사냥을 별로 즐기지 않는 듯한 중위의 마부 존도 몹시 만족했네.
안에 들어가려면 오랫동안 여관 문을 두드리며 서 있어야 했네. 마침내 주인이 직접 나타났지.
“아니! 나리들이 아직 살아 계십니까?”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줄곧 성호를 그었네. “아니면 연옥에서 오셔서, 돌아가신 책임을 제게 물으려는 것입니까? 성스러운 롬볼두스 신부님! 복되신 모든 성인이여, 저를 지켜 주십시오! 이분들의 불경한 시도를 말리려고 제가 얼마나 애썼는지 증언해 주십시오!”
이 말과 함께 그는 더 볼 것도 없이 우리 면전에서 문을 쾅 닫아 버렸네.
이 몰인정한 대접이 불쾌했지만, 주인의 미신적인 두려움과 우스운 표정에는 배꼽을 잡고 웃지 않을 수 없었네. 그러나 중위는 마침내 참을성을 잃었지. 밤이 결코 따뜻하지 않았으니까. 더는 발만 동동 구르며 서 있지 않기로 결심했네. 그래서 주인 머리 위의 집을 무너뜨리려는 듯 문을 천둥같이 두드렸지. 곧장 들여보내 주지 않으면 이곳을 잿더미로 만들고 안의 모든 사람을 완전히 없애 버리겠다고, 그리스도교 세계의 모든 성인을 걸고 맹세했네. 이 위협은 바라던 효과를 냈지. 우리의 케르베로스는 곧 마음을 누그러뜨렸네. 사실 우리가 화를 낼 권리도 없는 일을 두고, 어색하게 거듭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지. 바닥에 깨끗한 짚을 깔아 주고 편히 쉬라 인사한 뒤, 자기 방으로 물러갔네.
우리가 일어났을 때에는 거의 정오였네. 중위는 어젯밤 모험의 결과가 조금도 만족스럽지 않다고 선언했지. 다음 밤에는 성의 앞뜰에서 보초를 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함께해 달라는 말로 마쳤네.
백작은 곧바로 나를 바라보았네. 자기가 말하고 싶지 않은 거절을 내 대답에서 기대하는 듯했지. 그래서 나는 중위에게 그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네. 우리 용무의 성격상 이미 잃어버린 시간 이상을 더 버릴 수 없다고 했지. 그러한 시도의 위험은 말할 것도 없었네. 귀로 들은 증거에 따라 기마대 전체라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는 상대를, 네 사람이 맞선다는 것은 잘해 봐야 형편없는 대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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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위가 대답했네. “이 장난의 위험이 주된 반대 이유라면,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 건장하고 골격이 굵은 사내 열두 명만 데려가면 되지요. 몇 실링과 브랜디 한 병이면—여기서는 구하지 못하더라도 근처 읍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을 겁니다—온 마을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골라 부대를 꾸릴 수 있습니다. 제 말을 믿으십시오. 세상에 다시없을 재미를 보게 될 겁니다. 내일 아침에 떠나시겠다면,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백작은 쉽게 설득되었네. 사실 나 자신에게도 싫은 제안은 아니었지. 그래서 즉시 중위의 마부를 가까운 읍으로 보내 브랜디와 다른 먹을거리를 구하게 했네. 한편 우리 마부에게는 신호로 뿔나팔을 불라고 명령했지.[원주 4] 몇 분 뒤 온 마을이 문 앞에 모였네. 조용히 하라고 명한 뒤, 중위는 전나무 판자로 된 탁자 위 높은 곳에 올라서서, 의아해하는 청중에게 다음과 같이 연설했네.
“용감하고 씩씩하며 웅지를 품은 영웅들이여! 이 마을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귀신 나오는 성에 우리와 함께 가서, 그곳에 머물며 밤을 지새울 용기가 있는 자, 그 자리에서 받게 될 명령에 모든 점에서 복종할 자가 있는가? 이 목적을 위해 자원하여 봉사하겠다고 나서는 자 중, 검사를 거쳐 이토록 영광스러운 일에 쓰일 자격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는, 한 사람당 6펜스를 지급하겠다. 고귀한 심장이 기운을 잃지 않도록 넉넉히 제공할 브랜디와 필요한 다른 먹을거리는 그와 별도다!”
이 연설이 낳은 효과는 웃음을 자아냈네. 모인 사람 가운데 한 명도 빠짐없이 즉시 봉사하겠다고 나섰지. 그 열의가 어찌나 강했는지, 그들이 때 이르게 용맹을 발휘할까 걱정될 정도였네. 서로 먼저 뽑히려고 주먹다짐이라도 할 기세였으므로, 우리는 가능한 한 피가 흐르는 것을 막고자 했지. 이 영웅적인 부대에서 가장 건장하고 믿음직해 보이는 열다섯 명을 골랐네.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실망을 달래 주기 위해, 서로 다정하고 평화롭게 행동하면 적절히 보상하겠다고 약속했지. 그런 다음 선발된 부대에는 정확히 열 시까지 여관으로 우리를 찾아오라는 명령이 내려졌네. 어떤 무기를 택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겼지.
이토록 힘찬 준비에 주인이 몹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그는 이제 우리를 인간 이상의 무엇으로 여기는 듯했지. 사람의 몸을 입은 악마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마법사나 요술사로는 생각했던 모양이네. 자기도 반쯤은 따라와, 귀신 나온다는 성에서 더러운 영들을 몰아내는 데 거들고 싶어 보였지. 그러나 저녁이 다가오자 그의 용기는 식기 시작했네. 그래서 집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급한 일이 있다고 둘러대며, 우리 일의 성공을 빌어 주는 것으로 만족했지.
반면 우리의 용감한 부대는 약속 시각을 어기지 않고 매우 정확하게 나타났네. 대낫과 곡괭이, 도리깨와 몽둥이, 쇠스랑과 가지치기 낫, 삽, 그 밖에 우연이나 마음이 손에 쥐여 준 온갖 무기로 무장한 모습은 참으로 무시무시했지. 우리는 여관 문 앞에서 전투 대형으로 정렬한 뒤, 중위의 지휘 아래 성으로 행군을 시작했네. 뒤에는 식량과 야영 장비와 군수품이 따랐지. 브랜디, 식은 로스트비프, 1펙짜리 빵 여섯 덩이, 여관 술방에서 빌린 긴 의자 몇 개, 중위가 유명한 연설을 했던 바로 그 큰 전나무 탁자, 마지막으로 쇠 등잔과 불을 얻는 데 필요한 도구들이었네. 이 물건들을 손수레에 싣고, 우리는 이처럼 씩씩한 행렬을 이루어 성으로 당당하게 입성했지.
뜰을 야영지로 정했으므로, 우리는 대문과 도개교 사이에 천막을 쳤네. 그런 다음 브랜디의 신에게 넉넉한 헌주를 올렸지. 향과 번제에서 피어오르는 기분 좋은 연기에 그 신의 콧구멍도 몹시 즐거웠을 걸세. 영웅마다 몸에 좋다는 인도의 풀을 담뱃대에 듬뿍 채웠으니까. 이 유령 십자군에서 우리가 거둘 승리는 아직 싸우지 않았더라도 확실하기는 마찬가지였으므로, 그 일을 위해 승리의 찬가를 미리 불렀네.
브랜디 병 속의 내용물이 줄어드는 만큼, 일행의 용기와 음악적 기질은 늘어났네. 그래서 전날 밤처럼 잠의 진군을 물리치려고 목이 쉬도록 책을 읽을 필요도 없었지. 피리와 트럼펫, 북과 팀파니 등의 군악이 용맹에 주는 놀라운 도움은 너무도 명백하여 설명이나 예증이 필요 없네. 그렇지 않았다면 독자들에게 라케다이몬인들의 역사를 보라고 했을 걸세. 메세니아인들에게 거듭 패배하던 그들이 마침내 승리한 것은, 타고난 용기나 지휘관들의 공적과 솜씨 때문이 아니었지. 아테네의 가수이자 시인인 튀르타이오스를 장군으로 택했기 때문이었네. 그런데 그 튀르타이오스는 한쪽 눈이 멀고 다리를 절었으며, 사실상 백치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여겨졌으므로, 민병대 대장 노릇을 하기에도 꽤나 볼품없는 인물이었지. 그렇다면 노래하는 한 사람이 군대 전체에 그런 효과를 내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노래꾼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용감한 부대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으리라 생각해야겠나? 그들이 부르는 고귀한 노래는 용기를 엄청난 높이로 끌어올렸네. 필요할 때마다 브랜디를 넉넉히 들이켜 목을 축이는 것도 잊지 않았지. 마침내 그들은 우두머리 베엘제붑을 선두에 세운 지옥의 모든 군세를 향해 웃고 도전하며 맞서겠다고 큰소리쳤네!
원주 4 독일의 마부들은 작은 프렌치호른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 관습이다. 그것은 이 나라의 우편마차 경비원들이 쓰는 악기보다 분명 더 선율적이다. 독일인에게는 음악에 대한 타고난 재능이 있어, 마부 가운데에도 제법 연주하는 사람이 많다. 흔히 그렇듯 길이 크고 넓은 숲을 통과할 때에는 이 이동 연주회가 놀라운 효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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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자정까지 몇 분밖에 남지 않았네. 중위가 시계를 가리키며 손짓하자, 즉시 군악 연주가 중단되었지. 그 자리를 두려운 침묵이 차지했네. 기대는 발돋움했고, 모든 얼굴에는 공포와 뒤섞인 놀라움이 뚜렷이 나타났지. 우리는 그렇게 자리를 지키다가 교회 종이 울리기 시작하는 소리를 들었네. 그러자 시골 바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입을 벌린 채 그 소리를 삼키는 듯했지. 그러나 마지막 종소리에 곧바로 뒤따르는 멀리의 말발굽 소리와 트럼펫의 천둥 같은 메아리를 듣자, 그들이 느낀 공포와 놀라움은 어떤 말로도 제대로 전할 수 없었네. 이제는 곁눈질 말고는 감히 서로를 바라보지도 못했지. 두려움이 그들을 자리에 단단히 묶어 두지 않았다면, 그들이 황급히 달아나는 바람에 우리는 이 훌륭한 동료와 보호자들을 곧 잃어버렸을 것이 거의 틀림없네.
그동안 소리는 가까워질수록 커지며 점점 다가왔네. 곧 성의 지하 방들 안에서 또렷이 들려왔지. 그러나 갑자기 소리가 가라앉았네. 모든 것이 전처럼 완전히 조용하고 고요했지. 하지만 10분도 되지 않아 소란은 어느 때보다 크게 되살아났네. 그리고 번개처럼 빠르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유령 기마행렬이 성에서 전속력으로 물러났지.
중위가 그들을 쫓아 달려 나갔고, 백작과 나도 뒤따랐네. 호기심을 기어이 채우리라 결심하고 날개라도 달린 듯 내달렸지만, 멀리서 희미하게 번쩍이는 흰말 몇 필 말고는 아무것도 알아볼 수 없었네. 그래서 희망을 잃고 만족하지 못한 채 동료들에게 돌아왔지.
뜰에 들어서니, 그들은 얼굴을 땅에 붙이고 죽은 사람처럼 뻗어 있었네. 탁자와 등잔과 긴 의자, 손수레—한마디로 야영 장비 전부와 함께, 가져온 브랜디 병과 식량까지 사라지고 없었지. 달은 가로막는 구름 사이로 희미하게 빛나, 그 사실을 알아볼 만큼의 빛만 겨우 비추었네. 쉽게 짐작하듯 우리의 놀라움은 컸지. 중위는 엎드린 동료 하나의 어깨를 붙잡고 두세 번 힘껏 흔들어 일으켜 세우려 했네. 그러나 그 용맹한 전사는, 피에 굶주린 악마가 자기를 움켜잡고 틀림없이 끝없는 구렁까지 전속력으로 끌고 가려 한다고 굳게 믿었지. 그는 어찌나 힘차게 울부짖었는지, 곧 부대 전체가 기도를 올리며 저마다 좋아하는 성인에게 도움을 청했네.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음과 함께 ‘성모님’과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가 사방에서 울렸지. 말로 다할 수 없이 우스운 장면이었으며, 로마 시인의 다음 주장을 충분히 입증해 주었네.
“세상에 처음으로 신들을 만든 것은 두려움이었다.” — Primus in orbe Deos fecit timor.
우리는 이 가엾은 자들의 겁에 질린 신앙심을 적어도 한 시간은 눈과 귀로 즐긴 뒤, 그들끼리 장엄미사를 올리도록 내버려 두고 여관으로 돌아갔네. 주인은 우리가 일행 없이 돌아온 것을 보고 적지 않게 놀라, 적어도 수천 가지는 될 법한 질문을 쏟아냈지. 그러나 우리는 휴식이 필요했으므로, 그의 캐묻는 호기심을 채워 주는 것은 아침으로 미루고 준비된 짚 위에 누웠네.
하지만 잠은 오래가지 못했네. 날이 밝기 시작하자마자 온 마을이 소란해지고, 늙은이와 젊은이가 모두 여관 문 앞에 모였지. 우리의 씩씩한 동료들은 날이 돌아오면서 차츰 두려움을 이겨 냈던 모양이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주위를 둘러보다가, 놀랍게도 우리가 사라진 것을 알아차렸지. 우리가 죽었다고 여겨 슬퍼한 것이 진짜 애정 때문인지, 아니면 충실한 봉사의 대가로 약속받은 사례금을 잃을까 두려워서였는지는 모르겠네. 그들은 즉시 여관으로 달려와, 끔찍하게 곡하며 벌어진 재난을 이야기했지. 어젯밤 일을 설명하는 기이하고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들은 듣고 있자니 웃음을 자아냈네. 어떤 이는 우리가 갈기갈기 찢겼다고 주장했고, 어떤 이는 악마 한 군단이 우리를 데려가는 것을 제 눈으로 보았다고 단언했지. 그러나 자기들의 용맹과 눈부신 영웅적 업적에 명예로운 증언을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 일치했네.
그런데 주인에게서 우리가 아직 이승에 있을 뿐 아니라, 유령 원정에서 당당히 돌아왔다는 사실을 듣자 그들은 얼마나 놀랐겠나! 주인은 그때까지 일부러 이 소식을 숨겨 두고 있었지. 처음에 그들은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네. 그러나 그가 확고하게 주장하자 당장 우리를 만나게 해달라고 우겼지. 그대로 이루어졌네. 우리는 서로 축하를 주고받았고, 약속한 보상은 빠짐없이 나누어 주었지. 주인에게도 잃어버린 탁자와 긴 의자 등의 값을 치른 뒤, 우리는 떠날 준비를 시작했네. 중위는 사실 한 번만 더 운을 시험해 보고 싶어 했지. 그래서 다음 밤에는 성 안에 몸을 숨기자고 제안했네. 그러나 백작도 나도 그 제안에는 어떤 경우에도 동의하려 하지 않았네.
강령술사 — 순례자의 소환과 탈출
C01-S01-C · 인쇄 42쪽 둘째 문단–61쪽 끝 · PDF 84–105면; PDF 93면은 별도 삽입 도판 · 헤르만의 회고 / 미서명 결어
[인쇄 42–46쪽 · PDF 84–88면]
그리하여 우리는 아침 일곱 시쯤 출발했네. 날씨는 결코 좋지 않았지. 바람이 몹시 거세졌고, 소나기가 자주 우리 위를 스쳐 갔으므로 공기는 매우 차갑고 축축했네. 검은숲까지 1마일도 채 남지 않았을 때, 하인을 데리고 앞서 말을 타던 중위가 갑자기 멈추는 모습이 보였네. 잠시 뒤 그는 말머리를 돌려 길 왼편을 흐르는 작은 시내 쪽으로 비스듬히 나아갔지. 호기심에 그를 바라보며 마차 창을 내렸네. 그러자 내 온 신경을 끄는 대상이 나타났지.
시내의 거의 절반 너비까지 돌출한 바위 꼭대기에, 백발의 은자가 앉아 있었네. 나이 때문에 존엄해 보이는 인물이었지. 거세게 몰아치는 폭풍과 이제 꽤 빠르게 쏟아지기 시작한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네. 그는 두 손에 상당히 큰 책을 들고 완전히 사색에 빠진 듯했지. 늙은 머리를 사나운 폭풍에서 지켜 줄 덮개는 아무것도 없었네. 흰 머리칼은 바람과 장난치고, 비에 흠뻑 젖어 등과 어깨에 물을 떨어뜨렸지. 옷차림도 못지않게 특이했네. 헐렁한 긴 겉옷을 아시아 사람들처럼 허리에 가죽띠로 묶고 있었지. 그 모습은 그가 동방 출신이라고 알리는 듯했네. 발치에는 긴 순례 지팡이와 모래시계, 호랑이 가죽으로 만든 배낭이 놓여 있었지.
이 비범한 인물을 보고 놀란 나는 그와 이야기하려고 즉시 마차에서 내렸네. 백작도 나를 따랐지. 우리가 그곳에 닿았을 때, 중위가 막 질문을 시작하고 있었네.
“현자 나리, 대체 무슨 책을 그리 열심히 공부하십니까?”
현자는 이 질문에 관심도 두지 않는 듯, 한마디 대답도 없이 계속 책을 읽었네.
“거기 무슨 책이 있습니까?” 중위가 두 번째로 물었지. 그는 말에서 내려 순례자 뒤에 자리를 잡고, 어깨너머로 책을 보려 했네.
현자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지. 읽던 책에서 눈을 조금도 떼지 않았네.
가능한 말이라면, 내 호기심은 중위보다도 더 컸네. 그래서 나는 그 신비로운 낯선 이에게 바짝 다가서서, 그의 모습과 손에 든 책을 더 가까이 살펴보았지. 책장은 누런 양피지였고 매우 오래되어 보였네. 글자는 아랍 문자와 조금 비슷했지. 살펴보니 펜으로 여러 색을 써서 그렸는데, 주로 붉은색과 금색이었네.
그동안 백작과 중위는 서서히 순례자를 대화 속으로 끌어들였네. 중위는 자기가 ‘현자 나리’라 부르는 사람의 어깨를, 결코 부드럽지 않은 힘으로 흔들었지. 그리고 권위적인 목소리로 앞서의 질문을 되풀이했네.
“친구여, 무엇을 공부하고 있습니까?”
현자는 분명히 심사가 어지러워진 듯했네. 눈썹을 찌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오랫동안 말없는 분노로 우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지. 그러고는 입을 열어, 지극한 존경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만한 목소리로 대답했네.
“지혜.”
백작: “그러면 이 책은 무슨 언어로 쓰였습니까?”
순례자: “지혜의 언어.”
백작: “당신이 지혜라고 부르는 것은 무엇입니까?”
순례자: “그대가 전혀 알지 못하는 모든 것.”
중위: “그렇다면, 현자 나리,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 그토록 비범한 지식을 지니고 계시니, 한두 가지 질문을 드리면 좋겠군요.”
순례자—그를 엄하게 바라보며—: “물어라.”
중위: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악마 무리가 통째로 출몰한다는 마을이 있습니다. 영주 저택이 그들의 밤 집결지인 모양입니다. 이 신사들과 저는 지난 이틀 밤 그 성에서 보초를 섰습니다…….”
순례자—말을 가로막으며—: “그런데도 전보다 조금도 더 지혜로워지지 않았지. 지혜가 숨겨진 가르침을 베푸는 사람은 그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령을 다스리는 일 역시 그대에게 맡겨지지 않았다.”
중위: “그 사람은 바로 당신일 수밖에 없겠군요.”
순례자: “나는 지혜의 언어를 안다.”
본래 놀리기를 좋아하는 중위는 더 참지 못하고 큰 웃음을 터뜨렸네. 순례자는 그런 웃음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지. 앞서의 공부로 돌아가 곧 사색에 잠겼네. 그러나 백작이 다시 그를 깨웠지.
“친구여, 읽고 계신 책에 그토록 큰 지혜가 담겨 있는 듯하니, 저 영들이 누구이며 무슨 까닭으로 앞서 말한 성에 출몰하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순례자—오랫동안 뜸을 들인 뒤—: “그 영들 자신 말고는 아무도 감히 그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백작: “그러면 그 유명한 지혜의 책은 무엇을 다룹니까?”
순례자: “영들이 나타나도록 힘으로 강제하고, 그들에게서 온전한 고백을 끌어내는 방법.”
백작: “그렇다면 근처 마을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자들에게는 어째서 당신의 기술을 시험하지 않았습니까?”
순례자: “그 일에 바람도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중위: “하지만 현자 나리, 우리가 돈주머니를 드리겠다고 제안한다면 어떻습니까? 돈이 당신의 솜씨를 시험해 보도록 설득하는 데 조금은 힘을 쓰지 않을까요?”
순례자—격노하여—: “비천하고 탐욕스러운 자여! 물러가라. 황금을 지혜와 맞먹는 것으로 여길 수 있겠느냐?”
중위: “그러면 무엇으로 그것을 살 수 있습니까?”
순례자: “아무것으로도! 그대들의 용기는 시험을 견디겠는가?”
중위: “그 점에 의심이 있었다면 그렇게 무서운 곳에서 감히 보초를 서지는 않았을 겁니다.”
순례자: “좋다. 그러면 하룻밤 더 지켜보아라. 정확히 열한 시 45분에 반드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나를 사색에 내버려 두어라.”
그가 이 말을 할 때의 단호한 어조와 태도 때문에, 우리는 거역할 수 없었네. 우리는 천천히 마차로 물러갔지. 거의 매순간 그 신비로운 순례자를 돌아보았네. 그는 즉시 전의 공부에 다시 잠겨들었지. 중위는 말에 오르며, 여관으로 돌아가 출발을 내일로 미루고 정해진 시각에 낯선 이를 만나자고 제안했네.
그 계획이 아무리 싫어도 반대해 봐야 소용없었지. 백작의 호기심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네. 그래서 내 동의는 얻어 냈다기보다 강제로 빼앗아 간 셈이었네.
주인은 우리가 돌아온 까닭을 알고는 기쁨에 거의 정신을 놓았네. 다시 벌어질 유령 소동에서 거둘 수익도 기대했지. 지난 원정에서 잃은 탁자와 긴 의자 등에 대해서는 실제 가치의 두 배가 넘는 돈을 이미 받았으니까. 게다가 우리의 용감한 동료들이 모험을 신기하게 이야기하는 바람에, 그의 머리는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었네. 유령들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나타났는지, 얼마나 사납게 우리에게 들이닥쳤는지, 어떻게 콧구멍으로 불과 연기를 뿜었는지, 또 눈은 얼마나 붉게 타올랐고 1파인트짜리 대접만큼 컸는지 하는 이야기뿐이었지. 그런데도 자기들이 어찌나 씩씩하게 맞싸웠던지, 지옥의 무리 전체가 허겁지겁 달아날 수밖에 없었고, 지금쯤은 벌써 홍해 바닥에서 적어도 10마일 더 아래에 가 있을 거라고 했네!
그리하여 마을 전체가 우리를 더 높은 계급의 존재로 여기는 것을 보게 되었지. 숭배자들이 퍼붓는 온갖 질문에 답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네. 중위는 이것이 몹시 즐거웠지. 온종일 이 순박한 시골 사람들을 속여 먹으며 재미를 보았네. 내가 굳게 믿기로는, 그는 여섯 시간 동안 많은 점성가가 여섯 해에 걸쳐 볼 기회를 얻는 것보다 더 많은 운세를 보아 주었을 걸세.
[인쇄 46–49쪽 · PDF 88–91면]
밤이 다가오자, 전처럼 자원자를 모으러 다닐 필요도 없이 수많은 군대가 우리 명령 아래 놓였네. 늙은이와 젊은이가 모두 함께 가도록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지. 보수도 식량도 요구하지 않았네. 우리 밑에서 봉사한다는 영광만으로도 충분히 넘치는 보상이라고 했지.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행이 아니었네. 그들의 용기와 도움에 얼마나 의지할 수 있는지는 이미 너무나 잘 겪어 보았다는 점도 말할 필요가 없겠지. 그래서 우리는 속뜻을 숨겼네. 그것마저 소용없다는 것을 알자, 성가신 방문자들을 떼어 내려고 졸린 척하며 우리가 누울 짚을 준비하라고 명령할 수밖에 없었네.
열 시쯤 우리는 가능한 한 남몰래 성으로 빠져나갔네. 뜰에 도착하자 중위의 하인이 가져온 등잔에 불을 켰지. 그런 다음 홀로 갔네. 전에 우리를 위해 세워 둔 긴 의자가 여전히 있었으므로, 우리는 자리에 앉아 이름 모를 안내자를 만나기로 한 시각을 불안한 기대 속에 기다렸네.
중위는 순례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는 듯했네. 우리와 만나겠다고 한 데에는 그저 우리의 잘 믿는 성미를 놀려 먹으려는 의도밖에 없다는 불신을 분명히 드러냈지. 그러나 어려서부터 신기한 일에 강한 호기심을 보여 온 백작은, 그 백발 현자의 존엄한 외모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네. 제시간에 나타나리라는 데 자기 명예를 걸겠다고까지 했지. 이 때문에 중위와 백작 사이에 초자연적인 작용을 두고 기묘한 논쟁이 생겼네. 중위는 그런 체계 전체를 환상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비웃었지. 반면 백작은, 자세한 이야기가 아무리 과장되고 변형되었더라도 그 가르침 자체는 진실과 경험에 기초한다고 굳게 믿었네. 나로 말하자면, 더없이 경건하게 그 순례자를 저주하고 욕했지.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때문에 조금도 수고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뿐이었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지루한 기다림을 달래려 했네. 앞의 탁자에는 시계들을 놓아두었고, 눈길은 거의 매순간 그쪽으로 돌아갔지. 분침이 열한 시 45분을 가리키자마자, 복도를 가로지르는 사람의 발소리가 분명히 들렸네.
“백작님 말씀이 완전히 옳았습니다.” 중위가 백작을 향해 말했네. “우리 순례자는 명예를 아는 사람이군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등잔을 낚아채 맞으러 갔네.
우리의 안내자가 이제 홀에 닿았지. 처음 보았을 때와 옷차림은 대체로 같았네. 다만 머리에 터번 같은 것을 쓰고 배낭을 어깨에 메고 있었지. 느리고 엄숙한 걸음으로 우리가 앉은 곳에 다가오더니, 갑자기 멈추어 손으로 따라오라고 신호했네. 우리는 따랐지. 중위의 하인은 뒤에 깊이 잠든 채 남겨 두고, 홀 맞은편 끝의 돌계단까지 안내자를 따라갔네. 계단을 내려가서는, 이어지는 길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두려운 침묵 속에 지나갔지. 마침내 처음 성에 왔을 때 중위가 밀어 열었던 지하실 문에 이르렀네.
여기서 안내자는 다시 멈추었네. 중위의 손에서 등잔을 받아 들고 우리 모두를 주의 깊게 둘러보았지. 기이한 놀라움을 예고하는 듯한 엄하고 위압적인 표정으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어 말했네.
“두려운 침묵으로 그대들의 입술을 봉하라. 신중함이 경계하라는 운명을 감히 시험하지 말라. 단 한마디면 곧 죽음이 그대들 몫임을 알라.”
그 말이 우리 마음에 남긴 인상은 묘사하기보다 상상하는 편이 쉬울 걸세. 우리는 공포와 내키지 않는 마음을 안고 지하실로 들어갔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지하감옥의 공기가 전보다 덜 해롭고 덜 역병 같다는 것을 알았지. 아마 앞서 말한 대로 중위가 문을 밀어 열었을 때 그대로 열어 두었기 때문일 걸세. 안내자는 오른쪽 양짝문으로 다가갔네. 문을 지키던 거대한 빗장들을 놀라울 만큼 쉽게 밀어젖혔지. 그런 다음 가슴에서 육중한 쇠열쇠를 꺼냈네. 같은 쇠로 된 사슬에 매여 목에 걸려 있던 것이었지. 그는 신비롭지만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뜻을 가진 말을 세 번 발음했네.
“열쇠 구멍에서 복잡한 잠금장치를 돌리고, 모든 빗장과 가로장을 푼다. 갑자기 지옥의 문들이 거칠게 튕기며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활짝 열리고, 그 경첩에서는 사나운 천둥이 갈린다.”
이제 들어간 장소는 말로 다할 수 없이 끔찍했네. 형태는 둥글고 벽돌 아치로 덮여 있었지. 바깥의 아주 작은 빛 한 줄기조차 들어올 수 없었네. 발밑의 땅은 공허하게 울렸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벽에서 먼 메아리가 되돌아왔지. 입구 맞은편에는 또 다른 양짝문이 있었네. 앞의 것보다 더 무시무시한 자물쇠와 빗장들로 잠겨 있었지.
푸르고 일정하지 않은 불꽃이 짙은 유황 냄새를 동반했네. 그 냄새는 숨쉬기를 몹시 어렵게 하고 장면의 음울한 공포를 더했지. 불꽃은 허물어짐과 부패의 썩은 잔해를 차츰 눈앞에 드러냈네. 썩은 관, 사람의 뼈, 유령 같은 두개골, 수의, 문장 방패, 납골 항아리와 온갖 죽음의 표지가 사방에 보였지. 지하실 가운데에는 높은 관대가 솟아 있었네. 그 위에는 유난히 큰 검은 납관이 놓였지. 그 위쪽에는 세 가닥의 쇠사슬에 등잔 하나가 매달려 있었네.
안내자가 머리의 쓰개를 벗자 우리도 그를 따랐네. 두려운 침묵 속에서 관 주위로 늘어섰지. 다만 팔을 뻗어야 겨우 닿을 만큼 거리를 두었네. 그러고는 손에 들고 있던 등잔을 바닥에 놓고, 강령술의 현자가 배낭을 풀기 시작했지. 우리가 처음 보았을 때 그가 공부하던 책과 함께 마법 지팡이를 꺼냈네. 지팡이는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었고, 낚싯대처럼 이음매로 연결해 하나로 만드는 것이었지. 붉은 모래가 든 양철 상자도 나왔네.
그는 모래를 가까운 바닥에 뿌렸지. 지팡이를 이어 붙인 뒤에는 모래 위에 같은 간격으로 나란히 놓인 마법의 원 세 개를 그렸네. 가장 안쪽 원에는 구마자가 들어갔고, 두 번째 원에는 백작과 중위와 내가 섰지. 가장 바깥 원은 비워 두었네. 아마 방어를 위해, 악령들이 우리를 갑자기 공격하려 할 경우 보루 역할을 하도록 한 모양이었지. 이렇게 악마를 다루는 전술 체계에 따라 제대로 무장하고 참호와 방어선을 갖춘 뒤, 우리는 유령의 침입에 대비했네. 이 학문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박식하고 경건한 저술가 요안네스 보디누스가 펴낸 유명한 논고 『악마론』(De Dæmonologia)을 정중히 권하는 바일세.
[인쇄 49–52쪽 · PDF 91–96면]
현자는 두 손을 가슴 위에 포개고 몇 분 동안 조각상처럼 움직이지 않았네. 눈은 하늘을, 적어도 지하실 천장을 향하고 있었지. 갑자기 심한 경련에 사로잡힌 듯했네. 얼굴의 이목구비가 섬뜩할 만큼 일그러지고, 눈이 굴러가기 시작했지. 눈썹은 보기 흉할 만큼 찌푸려졌네. 이는 머리 안에서 딱딱 부딪쳤고, 머리칼은 성난 호저의 가시처럼 곤두섰지. 한마디로 온몸이, 그의 심장을 터뜨릴 듯한 거대한 감정을 증언하고 있었네. 마침내 말이 입 밖으로 나왔지만, 우리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언어였지. 공허한 목소리에 놀라운 격렬함이 실려 있었네. 그는 다음으로 신비한 책을 펼쳤지. 얼굴과 몸의 동요가 그대로 계속되는 가운데, 반쯤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읽기 시작했네. 그동안 땀이 줄곧 얼굴을 타고 흘렀지. 죽음의 쇠손이 그를 붙잡은 듯했네.
현자가 오래 읽을수록 경련은 더욱 끔찍해졌네. 마침내 자신을 억제할 수 없다는 듯 책을 손에서 아주 세게 바닥으로 내던졌지. 즉시 그의 사나운 표정이 누그러지고 눈도 더는 굴러가지 않았으며, 온몸이 한결 차분해졌네. 두 손을 뻗고 지팡이로 앞의 관을 가리킨 채, 그는 다시 조각상처럼 꼼짝하지 않았지.
뿔나팔과 트럼펫 소리에 건물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네. 자정의 사냥꾼들이 도착했다는 신호였지. 현자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네. 소리가 가까워졌고, 이윽고 기마대가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뜰로 뛰어들었지. 현자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네. 다음 순간 그들이 돌계단을 빠르게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지. 내면의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았지만, 현자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네. 이제 그들의 발소리가 우리 옆 지하실로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통로를 따라 울렸지. 현자는 갑자기 자기 원 안에서 몸을 돌리며 마법 지팡이를 공중에 휘둘렀네. 순식간에 모든 소리가 멎었지.
현자는 뜻 모를 신비한 말을 엄청난 목소리로 세 번 발음했네. 그때마다 지팡이로 땅을 세게 내리쳤지. 땅이 소환을 듣고 복종했네. 갑작스러운 번갯불이 벽을 떨리며 가로질렀고, 끔찍한 지하의 우레가 귀 안에서 천둥쳤지. 자연 전체가 경련하는 것 같았네. 속 빈 지하실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지. 기름이 충분히 채워진 등잔들도 타오르기를 거부했네. 깊은 목구멍의 천둥이 울림을 멈추기도 전에, 우리는 한밤의 어둠에 둘러싸였네.
그러나 곧 희미한 빛이 지하실 가운데에서 퍼지기 시작했네. 빛은 매순간 커져, 주위 물체를 구별할 만큼 공간을 밝혔지. 이제 우리는 공포와 놀라움 속에서, 그 빛이 납관 안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보았네. 관 뚜껑은 안쪽의 어떤 힘에 밀리는 듯 서서히 들려 올라갔지. 마침내 피로 얼룩진 긴 흰옷을 입은, 창백하고 유령 같은 사람의 형상이 드러났네. 그녀는 격심한 혼란이 어린 얼굴로 움푹 꺼진 눈을 주위에 돌렸지. 응고한 피에 엉겨 허리 아래까지 늘어진 긴 검은 머리칼을 뒤로 밀었네. 그리고 가슴을 드러내, 왼쪽 젖가슴 아래에 생긴 치명적인 상처의 벌어진 구멍을 가리켰지. 뚫린 심장에서는 아직도 피가 방울져 흘렀고, 신음이 지하실에 무시무시하게 울렸네.
그녀는 성나고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른 원에 다가와, 우리를 향해 뛰어들 준비를 하는 듯했네. 현자는 손을 내밀고 지팡이로 마법의 경계를 세 번 쳤지. 곧바로 위협하던 형상이 움츠러들며 물러났네.
유령이 물었네. “너는 누구냐? 무슨 권위로 그 불경한 발걸음을 들여, 육신 없는 영들이 안식을 찾는 곳을 더럽히느냐?”
현자는 조금도 겁먹지 않고 엄하게 대꾸했네. “그러는 너는 누구기에, 이 불행한 저택의 평화를 감히 어지럽히느냐?”
“내가 아니다!” 그녀는 애처롭고 딱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네. “내가 아니라, 내 남편의 저주받은 영이다! 이 저주받은 칼이 증언하라!” 그녀는 오른손에 피 묻은 단검을 내보였지. “아직 내 피가 흐르는 이 깊은 상처가 증언하라!” 다시 가슴을 가리켰네. “이 마을 전체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것은 그, 오직 그뿐이다. 내 안식마저 깨뜨리는 것도 그다!”
현자: “그런데 어째서냐?”
영: “회개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서둘러 하늘과 평화를 이루라고 일러 줄 친절한 경고도 없었다. 아무 두려움 없이 폭신한 침상에 누웠을 때, 두려워하지도 보지도 못한 어둠의 살인자가 죽음의 일격을 가했다. 그렇게 모든 죄를 용서받지 못한 채 떠나보내졌으므로, 나는 이곳에서 한동안 정화하는 불의 고통을 겪는다. 하지만 내 살인자에게는 두 배의 진노가 따른다. 위의 의로운 심판자가 그 자신의 죄와 나의 죄에 합당한 벌을 모두 짊어지도록 선고했기 때문이다!”
현자: “불행한 영이여, 돌아가 쉬어라. 저 신비한 책의 깊은 비밀을 걸고, 지옥 자체도 지배하는 그 무서운 힘을 걸고, 알려지지 않은 세계의 모든 공포를 걸고 맹세하니, 너의 안식은 다시는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영은 감사의 뜻으로 깊이 절하고 관으로 돌아갔네. 뚜껑이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그녀는 그 아래로 곧 사라졌지. 관 안에서 나던 빛은 관이 닫히는 대로 차츰 사라졌네. 우리는 다시 짙고 뚫을 수 없는 어둠에 잠겼지.
공포와 경악에 굳어, 머물고 싶지도 않고 움직일 힘도 없는 우리는 오랫동안 감각 없이 움직이지 못한 채 서 있었네. 마침내 끔찍한 번갯불이 얼굴 바로 앞에서 터져 벽을 따라 쉭쉭 달렸지. 거칠고 반항적인 천둥은 전보다 더 크게 귀를 울렸네. 동시에 등잔들이 저절로 다시 켜져 타기 시작했고, 침묵이 주위에서 다시 옛 제국을 차지했지.
안내자는 아주 침착하게 배낭에서 흩어진 물건들을 모아, 다시 어깨에 메었네. 그런 뒤 따라오라고 손짓했지. 문을 주의 깊게 잠그고 빗장들을 끝까지 밀어 넣은 다음, 주머니에서 한 변이 약 6인치인 누런 정사각형 양피지 조각을 꺼냈네. 책에 쓰인 듯한 것과 같은 종류의 문자들이 적혀 있었지. 그는 그것을 양짝문에 대어 양쪽 문을 똑같은 비율로 덮게 했네. 그리고 붉은 밀랍과 큰 쇠 인장으로 네 모서리를 봉했지. 다시 짧은 신비한 문장들을 몇 마디 발음하고, 지팡이로 문의 한 끝에서 다른 끝까지 십자가 표지를 그었네.
[인쇄 52–55쪽 · PDF 96–99면]
이제 우리는 처음 성을 둘러보았을 때 들어왔던 빈 지하실에 있었네. 현자는 맞은편 왼쪽 문으로 다가가 신비한 의식을 되풀이했지. 자물쇠는 곧 그의 믿음직한 열쇠에 복종했네. 우리는 들어갔지. 또 다른 구불구불한 통로가 이어졌네. 전처럼 벽돌 아치로 덮였지만 훨씬 넓고 길었지. 또 한 가지 차이가 있었네. 양쪽에 각각 여섯이나 일곱 개의 문이 단단히 잠겨 있었고, 통로 맨 끝에는 그보다 더 큰 육중한 쇠문이 있었지.
그 문도 아주 쉽게 열렸네. 다음에는 긴 돌계단을 올라가야 했지. 꼭대기에는 거대한 쇠못이 박힌 또 다른 문이 나타났네. 안내자는 여기서 다시 멈추어 잠시 뜸을 들이고, 침묵에 관한 앞선 명령을 매우 엄숙하게 되풀이했지.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끼리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으므로, 그런 예방책은 별로 필요 없어 보였네.
이 문을 여는 데에는 다른 어느 문보다 훨씬 많은 의식이 따랐네. 안내자가 이때에는 앞서 쓴 것과 다른 열쇠를 사용한다는 것도 알아차렸지. 중위는 이것을 불길하게 여기는 듯했네. 그가 백작과 나를 향해 여러 번 던지는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분명히 알 수 있었지. 그러나 물러서기에는 너무 멀리 와 있었네. 똑바로 설 수 없을 만큼 낮고 좁은 통로가 우리를 쇠로 된 바닥문으로 이끌었지. 문을 열자 두 번째 계단이 나왔네. 그 계단을 내려가니, 상당히 큰 음울한 지하감옥에 들어서게 되었지. 한밤의 그림자처럼 어둡고, 태양이 반가운 빛을 거둔 뒤 내리는 이슬처럼 축축했네. 계단 맞은편과 양쪽에는 각각 또 다른 무시무시한 문이 있었지.
이 음산한 곳의 한가운데로 나아간 현자는, 주위에 늘어서라는 신호를 보냈네. 그러고는 바닥에 붉은 모래를 뿌렸지. 전처럼 지팡이로 마법의 원 세 개를 그린 뒤 책을 펼쳐, 몸을 크게 동요시키며 낮게 읽기 시작했네. 그런 다음 책을 바닥에 내던지고 지팡이를 공중에 흔들었지. 놀라운 속도로 몸을 돌리며, 전에 썼던 신비한 말을 크고 무서운 목소리로 세 번 발음했네.
곧바로 지하감옥 전체가 불에 휩싸인 듯했네. 갈라진 번갯불이 벽에서 되튀어 무서운 기세로 얼굴 앞에서 번쩍였지. 뒤따르는 천둥은 자연 전체의 해체를 예고하는 것 같았네. 땅은 강력한 충격을 느끼고 중심까지 떨었지. 우리 감옥의 문들은 가장 큰 천둥보다 더 큰 소리를 내며 모두 활짝 열렸네. 머리 위와 주위에서 고딕 건물이 흔들리며, 잔해 아래에 우리를 파묻어 버릴 듯했지. 동시에 등잔이 꺼졌고, 그 대신 푸른 유황 불꽃이 돌계단 위를 맴도는 것이 보였네. 이제 그것이 아래로 굴러 내려오기 시작했지. 공허한 신음과 음산하게 철컥이는 사슬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네. 말의 힘으로는 묘사할 수 없는 공포가 우리를 사로잡았지.
소리가 가까워지자 현자는 돌계단 쪽으로 얼굴을 돌려 섰네. 곧 우리는 표현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유난히 거대한 음흉하고 섬뜩한 형상이 계단을 내려오는 것을 보았지. 두 줄의 사슬이 손과 발에 매여 있었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덜거덕거리며 우리 귀에 거친 지옥의 천둥을 갈아 넣었지. 옷은 방금 피에 담갔다 꺼낸 것처럼 보였네. 오른쪽 눈알은 눈구멍에서 튀어나와 있었고, 두개골 윗부분은 산산이 부서져 있었지. 이처럼 보기 끔찍한 모습으로 그는 바깥 원들에 성난 기세로 다가왔네. 입에 거품을 물고, 사납고 흉포한 히르카니아의 호랑이처럼 이를 갈았지. 현자는 지팡이를 내밀어 권위적인 목소리로 망령에게 말했네.
“거기 멈추어라, 저주받은 자여! 네가 누구인지 말하라.”
“저주받은 자들의 영이다!” 망령이 떨며 대답했네.
현자: “그렇다면 네게 가장 알맞은 곳은 지옥이다! 무슨 일로 여기 왔느냐?”
영: “그 불길에서 벗어날 길을 찾으러.”
현자: “어떤 조건에서 그것을 얻으리라 바라느냐?”
영: “없다, 아아, 아무것도 없다! 내 아내의 용서 말고는.”
현자: “그것이 네 유일한 희망이냐? 그렇다면 지옥으로 돌아가라. 네게 합당한 형벌로 돌아가라. 물러가라! 네 지옥 무리와 함께 달아나라, 달아나라! 다시는 이 근방의 평화를 감히 깨뜨리지 말라. 저 신비한 책을 보고 떨지어다!”
이 말과 함께 현자는 지하감옥 맞은편 문을 가리켰네. 망령은 마지못해 고개를 숙여 복종하고 물러났지. 곧바로 지하실이 두 번째로 불길에 싸인 듯했네. 천둥은 더 크고 무시무시하게 울부짖었지. 모든 문이 끔찍하게 되튀며 닫혔고, 무서운 신음이 귀에 울렸네. 공포스러운 형상들이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였지. 벽은 깊은 목구멍의 천둥에 흔들리며 당장 우리를 파멸시킬 듯했네.
이런 광경은 가장 굳센 심장에도 공포를 심을 만했네. 우리는 오랫동안 혼미한 상태에 머물렀지. 그러나 번갯불이 멎고 거칠고 반항적인 천둥의 기세가 누그러지자, 차츰 정신을 차렸네. 푸른 유황 불꽃도 더는 돌계단을 굴러 내려오지 않았지. 이집트의 어둠보다 더한 암흑이 우리를 둘러쌌네. 끔찍한 신음과 탄식이 그 음울한 침묵을 한층 더 무섭고 가공하게 만들었지.
그 소리들도 차츰 사라졌을 때, 가능하다면 그보다 더 두렵고 놀라운 일이 뒤따랐네. 굽은 뿔나팔의 거친 음악과 쏟아지는 말발굽 소리가 메아리치는 공중에 무시무시하게 울렸지. 익숙한 소리에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난 우리는, 희망 없는 처지를 공포 속에서 알아차렸네. 음울한 지하감옥에서 길을 잃고, 뚫을 수 없는 어둠에 둘러싸인 데다, 그곳을 채우는 짙은 유황 증기에 거의 질식할 지경이었지. 더구나 각자가 다른 이들의 존재를 알지 못하여, 버려진 채 혼자 있다고 생각한 것이 이 장면의 공포를 적잖이 더했네.
주위를 더듬을 만큼의 용기를 되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네. 나아갈 방향을 정하는 일도 막막했지. 밤이 극을 가리고 넓은 하늘에 별 하나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나침반도 없이 끝없는 바다에서 요동치는 선원 못지않게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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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갑자기 누군가 내 손을 붙잡았네. 이성은 아직 내 마음의 제국을 되찾지 못했지. 상상은 방금 본 기이한 장면들에 너무 뜨겁게 달아올라, 차분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네. 실제로 마법의 힘 아래 놓였다고 여긴 나는, 무서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지. 섬뜩한 공포의 왕 자신이 얼음 같은 손을 내 몸에 얹었어도 그보다 더 놀라지는 않았을 걸세!
“놀라지 마십시오.” 중위의 익숙한 목소리가 외쳤네.
즉시 두려움이 무거운 돌처럼 내 마음에서 떨어져 나갔지. 동시에 백작의 말소리도 들려 기뻤네. 우리는 곧 그와 합류했지. 다시 떨어지지 않도록 서로 외투 자락을 꼭 붙잡고, 계단까지 가는 길을 더듬어 보았네.
여러 번 헛되이 시도한 뒤, 마침내 다행히 성공했네. 숨 가쁜 연인이 애인의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올라갈 때도, 우리가 이 계단을 오르던 것보다 더 기운차지는 않았을 걸세. 그러나 위의 바닥문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잠겨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느낀 공포와 실망을, 어떻게 표현하겠나? 이때에도 언제나처럼 지휘자 노릇을 하던 중위는, 그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한 뒤, 죽었다고 포기하는 대신 힘을 합쳐 문을 열어 보자고 제안했네. 그리하여 우리는 간절히 바라는 목적을 이루려고 온 힘줄을 팽팽히 당겼지. 그러나 모두 헛일이었네. 문은 최대의 노력에도 굴복하지 않았네.
순례자가 도착했을 때 홀에서 깊이 잠든 채 두고 왔던 중위의 하인에게, 우리 소리가 들리도록 하려는 노력도 마찬가지로 실패했네. 목이 쉴 때까지 소리를 높여 외쳐 보았지만 헛일이었지. 메아리가 넓고 빈 방들로 그의 이름을 길게 되풀이해 주었어도 헛일이었네. 손과 무릎으로 쇠문을 두드려, 충격으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할 때까지 쳤어도 헛일이었지. 애타게 기다리는 우리 귀에 사람의 반가운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네.
“저 게으른 악당을 악마가 잡아갔으면!” 외침과 문 두드리기라는 이중의 수고에 지친 중위가 외쳤네. “최후의 나팔이라도 저자를 깨울 만큼 강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라면 폐가 터지도록 소리쳐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겁니다. 차라리 계단에 앉아 기다립시다. 깨어나 우리가 없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찾으러 다닐 테니, 그 발소리를 듣는 겁니다.”
우리는 곧 그 충고를 따랐네. 하지만 나로서는 그 하인을 다시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별로 없었다고 고백해야겠네. 다만 내 의심을 가능한 한 숨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겼지. 중위 역시 불안을 감추며 방금 목격한 기이한 장면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평소의 쾌활함과 태평함을 꾸며 낼 수 없었지. 백작과 나는 거의, 또는 전혀 대꾸하지 않았네. 현재 처지의 있을 법한 위험이 생각을 너무도 가득 채웠기 때문이지. 중위도 곧 두려움을 더 감출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 우리는 이 비참한 공포와 불안 속에서, 내가 짐작하기로 한 시간이 넘도록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지. 가벼운 숨소리만이 주위에 군림하는 음울한 침묵을 깨뜨렸네.
중위의 타고난 성급함이 더는 참지 못할 때까지 이 상태가 계속되었네. 그는 다시 우리를 대화에 끌어들이려 하며, 모두 자기 하인과 한패가 되어 잠자기 내기라도 하는 것이냐고 물었지. 하지만 마음의 동요가 아무리 먼 졸음의 기척까지 물리치고 있었어도, 우리는 말을 나눌 능력 또한 없었네. 인간을 참된 헤아우톤티모루메노스, 곧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으로 만들고,[원주 5] 자기 자신을 고문하며 불행과 재난을 곱씹는 데 묘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이끄는 강한 성향이 우리를 부추겼지. 그래서 거의 두 시간을 더 말없이 지내며, 상상과 예감 속의 슬픔으로 불안한 생각을 먹여 살렸네.
“더 참는다면 내가 저주받을 놈입니다!” 중위가 일종의 광란 속에서 외쳤네. “그 저주받을 놈이 이렇게 지독하게 잘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귀한 갈비뼈를 빼앗기던 우리의 먼 조상 아담만큼 깊이 잔다 해도, 내가 눈은 뜨게 만들 것 같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발을 구르고 고함을 치기 시작했네. 마치 온 인류 부활의 날을 앞당기려는 것보다 못한 목적은 전혀 없다는 듯했지. 백작과 나도 그 경건한 뜻을 온 힘으로 도와, 거친 합창에 힘차게 가담했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지. 대답도 없고 발자국도 들리지 않았네. 기운이 다해 우리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 다시 돌계단에 앉아 하인이 깨어날 마음이 생기기를 기다리면서, 인내심은 또 시험대에 올랐네.
두세 시간을 헛된 기대 속에 보낸 뒤, 중위가 단호하고 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말을 시작했네.
“여러분, 근거 없는 걱정으로 여러분이나 제 자신을 고문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정의 모양새로 보아, 우리가 이 음산한 감옥에서 죽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를 기다리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사람들답게, 절망에서 희망과 용기를 빌립시다. 자유를 되찾으려 대담하게 시도하다 죽는 편이, 결단과 끈기로 아직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를 느린 죽음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것보다 낫습니다. 이 거만한 문은 우리가 온 힘을 합쳐도 버티지만, 어쩌면 다른 출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그 가능성은 어떤 경우든 시험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우리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중위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네. 우리도 그를 따라, 벗어나려던 음산한 지하감옥으로 돌아갔지. 저마다 다른 방향을 잡고,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줄 반가운 통로를 찾아 더듬었네.
다른 상황이었다면, 우리가 자주 서로 마주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은 웃음을 불러일으킬 만했을 걸세. 때로는 서로의 발이나 손을 붙잡았고, 때로는 부딪쳐 함께 바닥으로 굴렀네. 또 때로는 코가 앞의 벽과 거칠게 맞부딪치거나, 곳곳에 흩어진 벽돌과 잔해에 정강이를 찧어 피가 났지. 그러나 모든 노력은 무산되었네. 마침내 나는 기운이 빠지고 지쳐 바닥에 길게 누웠지. 내 안전보다 백작의 안전이 더 걱정되어, 나 자신을 매섭게 꾸짖기 시작했네. 분별없이 따라 주는 바람에 제자를 피할 수 없는 파멸로, 지하감옥에서 서서히 죽어야 하는 처지로 몰아넣었다고 말일세.
원주 5 테렌티우스의 희곡 하나에 붙은 이름이다. 본래 그리스어이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을 뜻한다.
[인쇄 58–61쪽 · PDF 102–105면]
내가 이 달갑지 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중위와 백작은 탐색을 계속했네. 음산한 지하실에 무섭게 메아리치는 발소리로 쉽게 알 수 있었지. 둘 다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한동안 어둡고 깊은 침묵 속에서 더듬어 다녔네. 마침내 불행한 동료 한 사람의 발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지.
“두 분 모두 어디 있습니까?” 중위가 몹시 동요하고 놀라 외쳤네.
“저는 여기 있습니다.” 내가 대답했지. “그런데 백작님은 어디 계십니까?”
우리는 함께 그를 불렀네. 몇 시간 전에 중위의 하인을 찾으며 외쳤을 때 못지않게 크고 힘차게 소리쳤지. 하지만 백작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네. 그의 안전에 대한 내 두려움과 걱정이 이제 두 배로 커졌지. 나는 실제로 미쳐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네. 갑자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공허하게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즉시 지하감옥 구석으로 희미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네.
그 발견에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중위와 나는 빛이 나오는 듯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네. 말할 수 없이 기쁘게도 감옥의 쇠문 하나가 열려 있었지. 그 문을 지나 벽돌 아치로 덮인 긴 통로에 들어갔네. 꽤 멀리 떨어진 통로 끝에는 반가운 낮빛이 보였지. 통로는 완만하게 내려가 짧은 계단으로 이어졌고, 그 계단은 넓은 방으로 열렸네. 방의 바닥은 입구 가까이에서 무너져 있었지. 빛은 그 구멍을 통해 올라오고 있었네. 더 알아낼 것이 있을까 기대하며 아래를 들여다보았지. 그러자 썩어 가는 짚더미 위에 백작이 길게 누워 있는 것이 공포스럽게 보였네. 겉보기에는 생명도 의식도 없는 듯했지.
그가 떨어진 높이는 약 14피트였을 걸세. 그러나 그 두 배였어도 나는 한순간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을 것이네. 중위도 나를 따랐지. 우리는 백작의 팔을 붙잡고 남은 생명의 징후가 보일 때까지 온 힘을 다해 흔들었네. 힘을 합친 노력으로 곧 그를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려놓았지. 알고 보니 놀란 것을 빼면 큰 부상은 없었네. 그의 이야기를 통해 경위를 알게 되었지. 우연히 왼쪽 문까지 더듬어 갔는데, 밀자 문이 열렸다는 걸세. 앞서 말했듯 감옥 문들이 우리를 가두며 닫힐 때, 아마 자물쇠가 제자리로 튀어 돌아가지 않았던 모양이지. 그는 통로를 계속 내려가다가 계단에서 연결된 방의 바닥으로 넘어졌네. 썩은 판자들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지금 우리가 그를 발견한 곳으로 떨어뜨렸던 걸세.
현재의 모습으로 보아 이곳은 예전에 마구간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매우 컸네. 벽에는 쇠창살이 박힌 둥근 창문 두 개가 있어 빛이 겨우 들어왔지. 한 구석에서 나무문을 발견했네. 힘을 합쳐 밀자 곧 썩은 판자들이 산산이 떨어져 우리 발치로 무너졌네.
속이 빈 지하 통로가 완만하게 올라가 바닥문으로 이어졌지. 그 문은 성 뒤편 정원으로 열렸네. 반가운 낮의 얼굴을 다시 보았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 우리는 더없이 황홀한 열정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죽음의 턱에서 간신히 벗어난 것을 축하했네. 처음 성을 방문했을 때 정원의 길을 살펴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홀로 쉽게 돌아갈 수 있었지. 전날 밤 중위의 하인을 깊이 잠든 채 두고 온 곳이었네. 탁자와 긴 의자는 여전히 있었지만, 존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네.
성의 모든 방이 그의 이름을 메아리치도록 불러 보아도 소용없자, 중위는 이렇게 생각했네.
“틀림없이 여관으로 달아난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관으로 급히 돌아갔네. 귀신 나온다는 성을 떠나며, 우리의 호기심을 더 엄하게 벌하지 않은 데 대해 하느님께 감사했지.
여관에 도착하니 주인이 마을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있었네. 그들은 우리 소식을 알아보러 온 모양이었지. 전날 밤 유령들이 그곳에서 너무도 끔찍한 소동을 벌여, 모두 한마음으로 우리가 죽었다고 여겼네. 우리 운명을 물어보는 것조차 거의 두려워했지. 그러니 우리가 갑자기 그들 가운데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나. 모두가 함께 약속이라도 한 듯 모자에 손을 대며 경건하게 환영했네. 동시에 어젯밤 모험에 관한 무수한 질문으로 우리를 덮쳤지. 하지만 이번에 중위는 그들의 순박함을 이용해 재미를 볼 마음이 별로 없었네. 대답은 짤막하고 충분하지 않았지. 주인에게 몸을 돌려 하인의 행방을 물음으로써, 그 성가신 참견을 끝내려 했네.
“어제 이후로는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대답이 돌아왔네.
“말들은 무사하오?” 중위가 물었지.
“좋은 마구간과 최고의 곡식이 만들어 줄 수 있는 만큼 무사하고 건강합니다. 제가 직접 먹인 지 10분도 되지 않았습니다.”
중위는 놀라움과 난처함을 충분히 드러내는 표정으로 우리 모두를 차례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네. 그런 다음 농민들에게, 근방을 뒤져 하인을 찾아 주면 후하게 사례하겠다고 제안했지. 모두들 기꺼이 돕겠다는 뜻을 보이며 열심히 찾아 나섰네. 그러나 길고 헛된 수색 끝에 모두 돌아와,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했네.
사라진 도망자를 다시 볼 희망이 없었고, 귀신 나온다는 성을 다시 방문할 마음은 더더욱 없었네. 그래서 식사를 마친 뒤 곧바로 여행을 계속하기로 결심하고, 출발에 필요한 명령을 내렸지. 작별할 때 주인과 농민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네. 우리에게 그만큼 호감을 품고 있었던 걸세. 우리는 우리의 건강을 빌며 술을 마시라고 적당한 선물을 주었네. 그리고 온 마을의 축원을 받으며 떠났지.
중위는 우리보다 검은숲을 잘 알았으므로 앞장을 맡았네. 그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새로운 모험을 겪지 않고 그 무서운 황야를 곧 벗어났지. 이튿날 저녁 그는 자기 부대로 서둘러 돌아가야 했으므로 우리와 작별했네. 우리는 더없이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지며 서로 우정과 존경을 약속했지. 손을 내밀며 그가 말했네.
“여러분, 제 평생 겪은 가장 끔찍한 모험에 맞서는 동안 충실히 도와주시고 함께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복잡한 사건에 관해 더 밝은 설명을 얻는 행운이 생긴다면—그리고 훗날 납득할 만한 정보를 얻도록 최선을 다하리라는 것은 믿으셔도 됩니다—그 자세한 내용을 여러분께 알려 드리는 것을 제 의무로 여기겠습니다. 여러분이 저보다 먼저 알아내신다면, 여러분께도 같은 일을 부탁드립니다. 그때까지 저의 좋은 기원을 받아 주십시오. 그리고 1750년 9월 23일을 떠올리실 때마다, 이 덴마크 중위에게도 기억 속의 자리를 내주십시오.”
사실에 기초하고 경험의 뒷받침을 받은 이 이야기가, 이미 신빙성을 잃은 거인과 마술사의 모험담이나 요정 이야기, 페르시아의 우화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기를 바란다. 그런 이야기들은 진실뿐 아니라 개연성도 없으므로, 감정과 취향을 갖춘 독자에게는 반드시 싱겁고 불쾌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야기의 흥미를 더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확신이기 때문이다.
데어 프라이쉬츠 이야기
C01-S02 · 인쇄 62–70쪽 · PDF 106–116면; PDF 113면 삽입 도판 별도 · 미서명 영어 편집·서술자; 독일어에서 번역했다는 표기
삽화 제II호 — 주문 의식의 장면.
제1부, 두 번째 이야기.
데어 프라이쉬츠 이야기
독일어에서
이 특별한 이야기의 주요 인물은 린덴의 늙은 산림관 베르트람, 그의 아내 앤, 딸 케이트, 딸의 연인 윌리엄, 경쟁자인 로버트, 나무 의족을 한 신비로운 낯선 사람, 그리고 악마다. 베르트람은 어느 공작의 봉신이며, 200년 넘게 가문에 내려온 농장을 가지고 있다. 그 농장을 처음 받은 사람은 베르트람의 증조부의 아버지인 쿠노였다. 사격에서 비범한 솜씨를 보인 보상으로 받은 것이다. 이 솜씨 때문에 쿠노는 이웃들의 시기와 악의를 샀다. 이를 보건대 세상은 200년 전에도 지금만큼이나 사악했던 모양이다. 그 몹쓸 이웃들은, 비슷한 상황이라면 우리 이웃들 가운데 많은 이가 했을 법한 짓을 했다. 쿠노의 총알이 표적을 맞힌 것은 마술과 흑술 덕분이라고 공작을 설득하려 든 것이다. 그리하여 규정이 하나 생겼고, 여기서 관습이 유래했다. 쿠노의 후손은 누구나 소작인으로 인정받기 전에 시험을 치러, 이른바 시험 사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르트람에게는 아들이 없었으므로, 자연히 영리한 젊은이를 사위로 맞기를 기대했다. 딸의 남편이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훌륭한 사수여야 한다는 것을 필수 자격으로 정했다. 신중한 아버지라면 누구나 해야 하듯, 그는 케이트의 안락함에 보탤 그 부속물을 찾아 주위를 살폈다. 이런 문제를 딸들 자신에게 맡기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의 눈길은 사냥꾼 로버트에게 닿았고, 거기에 머물렀다. 그리하여 로버트가 남편이 될 예정이었다. 사소한 사정 하나만 아니었다면 정말 그랬을 것이다. 케이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못된 아이! 그 다른 사람은 영지 집행관의 서기인 윌리엄이었다.
윌리엄의 재능은 깃펜을 움직이는 데 있었지만, 베르트람은 총알을 움직일 사람을 원했다. 가엾은 케이트는 남편을 원했다. 베르트람은 사수 문제만큼은 고집을 꺾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꼭 로버트 자체만 고집하는 건 아니오.” 그가 말했다. “나는 사소한 것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오. 그 사람이 당신이나 딸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때가 되었을 때 내 직분을 이어받고 늙은 우리에게 편안한 난롯가를 마련해 줄 다른 활동적인 사냥꾼을 찾으시오. 로버트든 아니든, 숲의 젊은이면 되오.”
그는 총을 집어 들고 숲으로 터벅터벅 나갔다. 딸과 윌리엄을 두둔하는 앤의 긴 논변을 피하려면 꼭 필요한 조치였다. 그가 집 모퉁이를 돌아서기 무섭게, 장밋빛 뺨에 밝은 머리칼을 한 얼굴이 문으로 들어왔다. 캐서린이었다. 웃고 얼굴을 붉히며, 그녀는 동요한 채 잠시 멈추어 물었다.
“성공하셨어요, 어머니? 허락하셨나요, 사랑하는 어머니?”
그러고는 방 안으로 뛰어들어 어머니의 목을 끌어안고 대답을 기다렸다.
“아, 케이트,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할 때 너무 자신하지 말아라. 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다. 이 세상에 살았던 누구 못지않게 좋은 분이지. 하지만 자기 고집이 있고, 사냥꾼 말고는 너를 주지 않겠다고 결심하셨단다. 거기에 마음을 굳히셨으니 말씀을 바꾸지 않을 거야. 나는 그분을 너무나 잘 안다.”
캐서린은 울며 윌리엄과 헤어지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맹세했다. 어머니는 번갈아 달래고 꾸짖다가, 마침내 딸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바로 그때 윌리엄 자신이 들어왔다. 그는 곧 베르트람이 미래의 사위에 대해 내린 결정을 들었다. 그리고 노인이 딸에게 사냥을 아는 남편을 구하라고 고집하는 것은, 오직 자기 산림관 직분의 계승이라는 이해관계 때문임을 처음 알았다. 이제 윌리엄은 자기가 전에 총산림관인 숙부 핀스터부흐 밑에서 도제 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버님이 사냥꾼을 원하신다면, 내가 지금 당장 서기 일을 그만두고 총과 숲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죽어도 좋소.” 그가 말했다.
이 선언은 어머니와 딸을 매우 기쁘게 했다. 윌리엄은 곧 베르트람을 찾아 자기 결심을 알리러 나섰다. 이 일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해낸 모양이었다. 노인이 돌아와 이렇게 외쳤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그 윌리엄은 훌륭한 젊은이야! 까마귀 깃펜을 휘두르는 자에게서 누가 그토록 좋은 사격 솜씨를 기대했겠나? 내일 내가 직접 집행관을 만나야겠어. 저 젊은이가 고귀한 사냥의 직업을 따르지 않는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니까.”
보름 뒤, 사냥꾼으로서 훌륭히 솜씨를 보인 윌리엄은 캐서린과 결혼해도 좋다는 베르트람의 정식 허락을 받았다. 다만 이 약속은 시험 사격 날까지 비밀로 해야 했다. 중요한 날이 다가오자 윌리엄의 사격 솜씨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의와 노력을 배로 기울였지만 거의 매번 빗나갔다. 루돌프라는 늙은 사냥꾼은 그 일에 마법이 걸려 있다고 단언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웃어넘겼다. 그러나 루돌프가 말했다.
“윌리엄, 내 말을 믿게. 내가 말한 바로 그런 일이야. 어느 금요일 자정에 갈림길로 가게. 장전봉이나 피 묻은 칼로 자기 둘레에 원을 그리게. 사제가 쓰는 것과 같은 말로 세 번 축복하되, 자미엘의 이름으로…….”
“입 다물어!” 산림관이 화가 나 말을 끊었다. “그 이름이 누군지 아나? 사탄의 무리 가운데 하나야. 하느님께서 자네와 모든 그리스도인을 그의 힘에서 지켜 주시기를!”
윌리엄은 성호를 긋고 더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루돌프는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윌리엄은 밤새 총을 닦고 나사와 스프링, 격발 장치와 총신의 모든 부분을 살폈다. 날이 밝자 다시 운을 시험하러 나섰다. 하지만 모두 헛일이었다. 수고도 총알도 허비했다. 가혹한 운명을 저주하며 그는 실의에 빠져 나무 아래에 몸을 던졌다. 그 순간 덤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나무 의족을 한 늙은 병사가 절뚝거리며 나왔다.
“좋은 아침이네, 전우.” 병사가 말했다. “왜 그리 우울한가, 왜 그리 우울해? 아픈 게 몸인가, 지갑인가? 건강 때문에 한숨 쉬나, 돈 때문에 쉬나? 아니면 누군가 자네 총에 마법을 걸었나? 자, 담배 좀 주게. 우리 이야기나 조금 하세.”
윌리엄은 뚱한 얼굴로 그가 청한 것을 주었다. 병사는 그의 옆 풀밭에 몸을 눕혔다. 대화는 사냥으로 흘렀고, 윌리엄은 자기의 불운을 이야기했다.
“총을 한번 보세.” 병사가 말했다. “아, 그럴 줄 알았네. 이 총에는 마법이 걸렸어. 다시는 정확히 맞히지 못할 걸세. 게다가 이것도 알려 주지. 기술의 규칙대로 마법을 걸어 놓았다면, 다른 어떤 총을 손에 들더라도 운은 나아지지 않을 거야.”
윌리엄은 몸서리쳤다. 그러나 낯선 이는 간단한 시험으로 문제를 가려 보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여기 있는 이 탄환은 반드시 정확히 날아가네. 특별한 힘을 받은 탄환으로, 온갖 어둠의 기술을 견디기 때문이지. 지금 한번 시험해 보게. 내가 보증하네.”
윌리엄은 총을 장전하고, 숲 위 아득히 높은 곳에서 점처럼 맴도는 큰 맹금류를 겨누었다. 발사했다. 검은 점이 빠르게 내려오는 것이 보였고, 커다란 독수리가 피를 흘리며 땅에 떨어졌다.
말없이 놀라는 동료를 보며 병사가 말했다. “아,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말할 가치도 없지. 이런 좋은 탄환을 주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라네. 약간의 솜씨와 굳센 마음 정도만 더 있으면 되지. 그 일은 밤에 해야 하거든. 다시 만나면 기꺼이 가르쳐 주겠네. 우선 내 탄환을 몇 쌍 주지.”
그렇게 말하고 그는 절뚝거리며 떠났다. 놀라움에 가득 찬 윌리엄은 두 번째 탄환을 시험했고, 다시 믿기 어려운 거리에 있는 물체를 맞혔다. 그 뒤 평범한 탄환을 장전하자 가장 넓고 뚜렷한 표적마저 빗나갔다. 이 두 번째 시험 뒤에 그는 늙은 병사를 뒤쫓기로 마음먹었지만, 병사는 숲 깊숙이 사라진 뒤였다.
며칠 만에 윌리엄은 마법에 걸린 탄환을 쓰는 데 익숙해졌다. 처음 발사할 때 느꼈던 꺼림칙함도 더는 없었다. 그러나 마침내 탄환이 바닥났다. 그는 날마다 몹시 애타게 그 옛 지인, 나무 의족을 한 병사를 기다렸다. 아니, 병사가 달린 나무 의족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찾아도 성과가 없었다. 물어본 사람 누구도 그가 묘사한 인물을 보지 못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윌리엄은 속으로 말했다. ‘내 목적을 위해 남은 날은 정해져 있다. 바로 오늘 밤 숲의 갈림길로 가겠다. 외딴 곳이니 한밤의 일을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일이 끝날 때까지 원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
그는 저녁 식사 뒤에 집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납과 탄환 주형, 석탄과 그 밖의 필요한 것들을 준비했다. 그러나 늙은 산림관 때문에 그날 저녁에는 나가지 못했다. 두 번째 밤이 왔지만, 불행히도 윌리엄의 숙부도 찾아왔다. 그래서 예정한 무서운 원정을 하러 숲에 가는 일은 또 막혔다. 시계가 열두 시를 치자, 그는 미루어 둔 일을 공포 속에 떠올렸다.
‘이제 하룻밤뿐, 단 하룻밤 남았다. 내일이 아니면 영원히 안 된다!’
그의 심한 동요는 숙부의 눈을 피하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은 조카가 조금 피곤한 탓으로 여겼다. 이튿날 첫 새벽을 넘겨서는 도저히 출발을 미룰 수 없다는 사정을 들어, 그토록 오래 대화에 붙잡아 두어 미안하다고 너그럽게 사과했다.
세 번째 밤이 왔다. 해야 할 일은 무엇이든 해야 했다. 이튿날이 시험 날이었기 때문이다. 늙은 앤과 딸 케이트는 아침부터 밤까지 집 안에서 부산히 움직이며, 고귀한 손님인 위임관을 알맞게 맞을 준비를 했다. 밤이 되자 모든 것이 갖추어졌다. 윌리엄이 숲에서 돌아오자 앤은 그를 껴안고, 처음으로 아들이라는 다정한 이름으로 불렀다. 케이트의 눈은 젊은 신부의 따뜻한 감정으로 반짝였다. 탁자는 잔치 꽃으로 꾸며졌고, 어머니는 평소보다 호화로운 음식을 내왔다.
베르트람이 말했다. “오늘 밤 혼인 잔치를 치르세. 내일은 우리끼리만 있지 않을 것이니, 이렇게 허물없고 다정하게 함께 앉을 수 없네. 그러니 행복해지세. 우리 평생의 즐거움이 이 하룻밤에 모두 모인 것처럼 행복해지자고.”
이것은 틀림없이 윌리엄을 뺀 모든 사람에게 대단히 기쁜 마련이었다. 시계가 아홉 시를 쳤다. 윌리엄의 심장은 세차게 뛰었다. 자리를 뜰 구실을 찾았지만 헛일이었다. 혼인 잔치에서 젊은 신부를 떠날 무슨 구실을 찾을 수 있겠는가? 시간은 화살보다 빠르게 날았다. 행복의 관을 씌워 주어야 할 사랑의 품 안에서 그는 순교의 고통을 겪었다. 이제 열 시도 지났고,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작별 인사도 없이 윌리엄은 신부 곁에서 빠져나왔다. 일을 할 도구를 지니고 벌써 집 밖으로 나와 있을 때, 늙은 앤이 뒤따라왔다.
“윌리엄, 이 밤중에 어디로 가느냐?” 그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사슴을 쏘아 놓고 서두르다 잊었습니다.”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가 머물러 달라고 빌어도 헛일이었다. 모든 간청이 버려졌다. 그의 서두름과 동요 속에 무언가 비밀이 묻혀 있는 듯 불길해하던 케이트의 다정한 애무도 소용없었다. 윌리엄은 두 사람에게서 몸을 떼어 내어 숲으로 서둘렀다. 달은 기울어 가는 때였고, 이 시각에는 막 떠오르며 희미하고 붉은 둥근 모습을 지평선에 얹고 있었다. 음울한 구름들이 머리 위로 날며 때때로 온 땅을 어둡게 했다. 달은 그 사이사이 다시 대지를 비추었다. 은빛 자작나무와 사시나무들이 숲속에서 환영처럼 솟아 있었다. 열에 들뜬 윌리엄의 눈에 포플러들은 물러가라고 손짓하는 창백한 그림자 형상들처럼 보였다.
그는 큰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바람이 동요하는 구름들을 다시 달의 얼굴 위로 몰아붙였고, 윌리엄은 숲의 가장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마침내 갈림길에 섰다. 마침내 마법의 원이 그려졌고, 두개골들이 고정되었으며 뼈들이 둘레에 놓였다. 달은 구름 속에 점점 깊이 묻혔다. 거센 돌풍 아래서 때때로 커졌다 작아지는 불의 붉고 불길한 빛 말고는, 한밤의 행위를 밝히는 빛이 없었다. 멀리 교회 시계가 열한 시까지 15분도 채 남지 않았음을 알렸다. 윌리엄은 국자를 불 위에 놓고 납을 넣었다. 이미 한 번 표적을 맞힌 탄환 세 개도 함께 넣었다. ‘치명적인 탄환’을 주조하는 자들의 이 관습은, 도제 시절에 들은 기억이 있었다.
이제 숲에서 비가 토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때때로 올빼미와 박쥐, 그 밖의 빛을 피하는 생물들이 갑작스러운 불빛에 놀라 휙휙 움직였다. 어떤 것들은 주위 나뭇가지에서 내려와 마법의 원에 자리 잡았다. 낮고 둔하게 우는 소리는, 모르는 언어로 죽은 사람의 두개골들과 대화하는 듯했다. 그 수가 늘어났고, 그 사이에는 흐릿한 안개 형상들의 윤곽이 오갔다. 어떤 얼굴은 짐승이었고 어떤 얼굴은 사람이었다. 증기 같은 선들은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오직 하나만 원 가까이에 그림자처럼 변함없이 서서, 슬픈 눈빛을 윌리엄에게 고정했다. 때때로 창백한 손을 들어 한숨을 쉬는 듯했다. 손이 올라가면 불은 더욱 음울하게 타올랐지만, 그러면 회색 올빼미가 날개로 부채질하여 죽어 가는 불씨를 되살렸다. 윌리엄은 눈길을 돌렸다. 구름 같은 형상 속에서, 무덤에 묻힌 어머니의 얼굴이 말할 수 없는 고통의 가련한 표정으로 내다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열한 시가 울렸다. 그때 그림자는 기도하며 하늘로 한숨을 올리는 이의 몸짓을 하고 사라졌다. 올빼미와 밤까마귀들이 울며 날아다녔고, 그 날개 아래에서 두개골과 뼈들이 덜거덕거렸다. 윌리엄은 석탄 화덕 위에 무릎을 꿇었다. 열한 시의 마지막 종소리와 함께 첫 탄환이 떨어져 나왔다.
이런 식으로 그는 63개의 탄환을 주조했다. 마법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수가 그것이었다. 탄환 하나마다 장면의 공포는 커졌다. 마지막 것이 주형에서 나오자, 올빼미들이 두개골과 뼈들을 어지럽게 뒤섞어 던지고 날아갔다. 불은 꺼졌고 윌리엄은 기진맥진하여 땅에 쓰러졌다.
이제 검은 말을 탄 기수가 천천히 다가왔다. 지워진 마법의 원 윤곽 앞에 멈추어 이렇게 말했다.
“시험을 잘 견뎠구나.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네게는 아무것도, 전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윌리엄이 말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직접 마련했다.”
“그렇지. 하지만 내 도움으로 했다. 그러니 일부는 내 것이다.”
“절대로 아니다, 절대로 아니야. 나는 도움을 거래하지 않았다. 너를 부르지도 않았어.”
기수는 경멸하듯 웃었다. “네 부류에서 흔히 보는 자들보다 대담하구나. 네가 주조한 탄환들을 가져라. 예순 개는 네 몫, 세 개는 내 몫이다. 예순 개는 똑바로 가고, 세 개는 빗나간다. 다시 만나면 모든 것이 분명해질 것이다.”
윌리엄은 얼굴을 돌렸다. “나는 다시는 너를 만나지 않겠다. 나를 내버려 두어라.”
낯선 이가 끔찍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얼굴을 돌리느냐? 나를 아느냐?”
“아니, 아니야.” 윌리엄이 몸서리치며 말했다. “나는 너를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아. 네가 누구든 나를 내버려 두어라!”
윌리엄은 몹시 겁에 질려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제 탄환들을 가지고 있었다. 케이트를 빼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그뿐인 듯했다. 마침내 상을 걸고 사격해야 하는 날이 밝았다. 공작의 위임관이 도착하여, 최종적으로 솜씨를 시험하기 전에 젊은 산림관과 잠깐 사냥을 나가자고 제안했다. 일행은 출발했고, 윌리엄은 더없이 훌륭하게 실력을 보였다.
사냥 일행이 돌아왔다. 위임관은 윌리엄을 끝없이 칭찬했다.
“이런 솜씨를 보았는데 다른 시험을 요구한다는 것은 우스워 보입니다. 하지만 옛 규정을 충족하려면 때로는 꼭 필요한 것보다 더 해야 하지요. 그러니 가능한 한 짧게 끝냅시다. 저기 기둥 위에 비둘기가 앉아 있습니다. 겨누어 떨어뜨리십시오.”
“아! 그건 안 돼요, 윌리엄, 하느님을 생각해서 그건 안 돼요!” 캐서린이 그곳으로 서둘러 오며 외쳤다. “제발 비둘기에게 쏘지 마세요. 아, 윌리엄, 어젯밤 꿈에 내가 흰 비둘기였어요. 어머니가 내 목에 고리를 둘러 주셨죠. 그때 당신이 오더니 순식간에 어머니가 피투성이가 되었어요.”
윌리엄은 이미 겨누었던 총을 거두었다. 그러나 위임관은 웃었다.
“아니, 뭐라고요? 그렇게 겁이 많아서야! 산림관의 아내가 그래서는 안 되지요. 용기를 내세요, 젊은 신부여, 용기를! 아니, 잠깐, 혹시 저 비둘기는 당신이 기르는 애완 비둘기입니까?”
“아니에요.” 캐서린이 말했다. “하지만 그 꿈 때문에 마음이 몹시 가라앉았어요.”
“그러면,” 위임관이 말했다. “그뿐이라면 다시 기운을 내세요! 자, 산림관님, 쏘십시오.”
그가 발사했다. 같은 순간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캐서린이 땅에 쓰러졌다.
“이상한 아가씨군.” 위임관은 그저 겁에 질려 쓰러진 것으로 생각하고 그녀를 일으켰다. 그러나 얼굴로 피가 줄줄 흘렀다. 이마는 부서져 있었고, 상처 속에는 탄환 하나가 박혀 있었다.
“무슨 일이오?” 등 뒤에서 외침이 울리자 윌리엄이 말했다.
몸을 돌린 그는 케이트가 죽음처럼 창백한 얼굴로 피 속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 곁에는 늙은 나무 의족이 서 있었다. 악마 같은 조소로 웃으며 으르렁거렸다.
“예순 개는 똑바로, 세 개는 빗나가.”
분노로 광란에 빠진 윌리엄은 짧은 칼을 뽑아 그 흉측한 존재를 찔렀다.
“저주받을 악마!” 그가 절망의 목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나를 속였느냐?”
더는 말할 힘이 없었다. 피 흘리는 신부 곁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기 때문이다.
위임관과 사제는 절망한 부모를 위로하려 했지만 헛일이었다. 늙은 어머니는 딸의 시신 가슴 위에 불길한 장례 화환을 놓자마자,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의 마지막 눈물을 거두었다. 홀로 남은 아버지도 곧 그녀를 따랐다. 치명적인 사수 윌리엄은 정신병원에서 남은 날들을 보냈다.
프랑스 대원수 부인에게 나타난 악령
C01-S03 · 인쇄 71쪽 · PDF 117면 · 미서명 편집자; 쉴리 공작 회고록을 출처로 주장
프랑스 대원수 부인에게 나타난 악령의 끔찍한 모습
쉴리 공작의 『회고록』 제10권에는 프랑스 대원수의 부인에 관한 대단히 놀라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당시, 곧 1595년에 그녀는 한창 아름다운 나이였으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중 하나로 여겨졌다. 이 이야기는 그때 그녀의 집에 있던 여러 부인이 전한 것이다.
그녀가 자기 내실에서 그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시녀 하나가 들어왔다. 크게 동요한 듯한 그 시녀가 말했다.
“마님, 키가 아주 크고 온통 검은 신사 한 분이 방금 대기실로 들어오시며 마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대단히 중요한 일인데, 마님 말고는 누구에게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하십니다.”
부인은 그 비범한 사자에 관해 낱낱이 설명하라고 명했다. 시녀가 세부를 말할 때마다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공포에 너무 짓눌려, 자기 이름으로 그 신사에게 방문을 다른 때로 미루어 달라고 청하라는 말조차 겨우 할 수 있었다. 시녀가 이 말을 전했다. 그러나 그는 시녀를 경악하게 하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대의 부인이 내게 오지 않겠다면, 내가 내실로 찾아가겠다.”
마침내 부인은 그에게 가기로 결심했지만, 두려움과 깊은 절망의 징후가 온몸에 나타났다.
잠시 뒤 그녀는 눈물에 젖고 공포로 반쯤 죽은 채 일행에게 돌아왔다. 작별하려고 겨우 몇 마디만 할 수 있었다. 특히 친구인 세 부인에게 인사를 하며, 다시는 그들을 보지 못하리라고 단언했다.
바로 그 순간 극심한 통증이 그녀를 덮쳤다. 아름다움은 모두 사라졌다. 얼굴의 모든 특징이 바뀌어, 공포스러운 광경이 되었다. 사흘이 지난 뒤 그녀는 몸과 마음 모두 극도의 고통 속에서 죽었다.
이 이야기에 관해, 공작은 진지하게 덧붙인다. 현명한 사람들은 마땅히 생각해야 할 대로 생각했다고!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가정해 보라. 일어난 그대로 전해졌다고 가정해 보라. 그 반대를 상상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그렇다면 모든 현명한 사람은, 하느님께서 악령이 악한 여자의 생명을 끝내도록 허락하셨다고 생각해야 한다.
발몬디, 또는 불경한 무덤
C01-S04 · 인쇄 72–76쪽 · PDF 118–122면 · 미서명 공연평 / 마투린의 설교·Melmoth 발췌 / 편집자 원주
삽화 제III호.
제1부, 제II절.
발몬디, 또는 불경한 무덤
마투린 씨의 초자연적 로맨스
극 『발몬디』가 바탕으로 삼은 비범한 작품의 토대는, 그 위에 세워진 작품 자체만큼이나 특별하다. 마투린의 설교 하나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우리가 아무리 주님에게서 떠나고, 그 뜻을 거스르고, 그 말씀을 무시했더라도, 지금 여기 있는 사람 가운데 자기 구원의 희망을 포기하는 대가로 사람이 줄 수 있고 세상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이가 단 한 사람이라도 있겠는가? 단 한 사람도 없다. 인류의 원수가 그 제안을 들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더라도, 땅 위에 그런 어리석은 자는 없다.”
이 구절이 강력하면서도 충분히 알려지거나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 소설, 『방랑자 멜모스』의 발상을 준 듯하다. 구상과 이미지와 언어에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는 작품이다. 성격과 흥미의 강렬함에서, 넓은 로맨스의 영역 전체를 통틀어도 대등한 것을 거의, 어쩌면 전혀 찾을 수 없는 삽화들을 담고 있다. 실제 삶의 그림들 가운데 그처럼 두려운 효과를 내는 것은 다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렵다. 소설 자체에는 우리의 가장 훌륭한 감정에 호소하는, 더욱 절박한 무엇이 있다. 우리 종교의 모범적인 직무자이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믿어야 할 그 저자는, 서문에서 분명히 말한다. 자기 직업에 강요된 가난 때문에 보장받지 못하는 생계 수단을 확보하려고, 소설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마투린이 써낸 『멜모스』를 바탕으로, 부산하고 화려하며 비용도 많이 들고—우리는 인정해야겠다—효과적인 극 하나가 만들어졌다. 아델피 극장의 경영진은 그것을 『발몬디』라고 이름 붙였다.
이야기의 중심은 야심 많고 제멋대로인 한 인간이 대적자인 악마와 결탁하여, 영원한 복락을 세속의 권력과 제한 없는 향락의 수단으로 맞바꾼다는 무서운 사건이다. 연극에서는 다소 진부해진 소재이기는 하다. 네 권을 차지하는 이야기를 세 시간짜리 오락으로 압축하기 위해 『멜모스』의 주요 사건들은 필연적으로 과격하게 줄어들었다. 또한 독창적인 성격을 얻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델피 극장의 각색을 우리가 아무리 좋아하고 뜨겁게 잘되기를 바라더라도, 독창성을 그토록 애써 찾을 필요까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독창성은 얻어졌고, 대단히 성공적으로 얻어졌다. 극적인 공포를 보며 이보다 더 이성적이고 생생한 즐거움으로 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은, 이 화려한 작은 극장 말고 달리 없을지도 모른다.
주어진 지면 안에서, 아무리 간략하더라도 이 이야기의 온전한 개요를 제시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충실히 묘사한 우리의 화려한 판화와, 마투린 자신의 열정적이고 힘찬 언어로 된 원작 발췌 몇 대목을 함께 [제시한다—원문의 문장 접속 불확실]. 첫 번째 대목은 스스로 희생을 택하여 정죄받은 인물 안에 지옥의 영이 현존함을 더없이 강렬하게 묘사한다. 장면은 혼인 잔치다.
“올라비다 신부가 방금 집전한 의식은 선량한 신부의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지만, 손님들 사이에 섞이자 그늘은 걷혔다. 곧 그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우연히도 그는 영국인—마투린의 작품에서는 악한 자의 희생자—맞은편에 앉게 되었다. 포도주가 건네지자, 특별히 성스러운 사람이던 올라비다 신부는 마음속으로 짧은 기도를 드리려 했다. 그는 머뭇거렸다. 떨었다. 그만두었다. 포도주를 내려놓고 수도복 소매로 이마의 땀방울을 닦았다. 일행을 축복하려 애쓰는 듯 입술이 움직였지만, 그 노력도 다시 실패했다. 얼굴의 변화가 너무도 무서워 모든 손님이 알아차렸다. 사람들이 그를 지켜보는 불안이 어찌나 강했던지, 그 넓고 붐비는 홀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다시 한번 잔을 입술로 들어 올리려다 실패하는 그의 수도복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뿐이었다. 손님들은 놀라 침묵하며 앉아 있었다. 올라비다 신부만이 서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영국인이 일어나, 사람을 홀리는 듯한 응시로 올라비다의 눈길을 붙들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였다.
“올라비다는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시동의 팔을 붙잡았다. 마침내 그 세상 밖의 빛이 주는 무서운 매혹에서 벗어나려는 듯 잠시 눈을 감았다. 영국인의 눈에서는 들어온 순간부터 극도로 두렵고 초자연적인 광채가 흘러나온다는 것을, 모든 손님이 알아차리고 있었다. 신부가 외쳤다.
“‘우리 가운데 누가 있는가? 누구인가? 그가 여기 있는 동안에는 축복을 말할 수 없다. 축복의 마음을 느낄 수도 없다. 그가 밟는 곳에서는 땅이 메마른다! 그가 숨 쉬는 곳에서는 공기가 불이다! 그가 먹는 곳에서는 음식이 독이다! 그가 돌아보는 곳에서는 눈길이 번개다! 우리 가운데 누가 있는가? 누구인가?’
“사제는 엄숙히 호소하는 고통 속에서 되풀이했다. 두건은 뒤로 떨어져 있었고, 머리 주변의 몇 가닥 가느다란 머리칼은 무서운 감정으로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수도복 소매 밖으로 뻗은 두 팔이 두려운 낯선 이를 향하고 있어, 무시무시한 황홀 속에서 저주를 선포하는 영감 받은 존재를 연상시켰다. 그는 서 있었다. 여전히 서 있었다. 영국인, 그 세상 밖의 존재는 맞은편에 침착하게 서 있었다.
“‘누가 그를 아는가?’ 올라비다는 황홀경에서 깨어난 듯 외쳤다. ‘누가 그를 아는가? 누가 그를 여기 데려왔는가?’
“손님들은 저마다 그 비범한 방문자를 전혀 모른다고 했다. 서로에게 누가 그를 데려왔는지 속삭여 물었다. 올라비다는 일행 각자에게 팔을 뻗어 가리키며 하나씩 물었다. ‘그를 아는가?’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각 사람이 격렬하게 강조하여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를 안다!’ 올라비다가 비명을 질렀다. ‘이 차가운 땀방울로!’ 그는 땀을 닦았다. ‘이 경련하는 관절로!’ 성호를 그으려 했지만 그을 수 없었다. 목소리를 높였고, 말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 분명했다.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받지만, 그의 존재 때문에 죽어 가는 유다의 거품처럼 독한 물질로 바뀌는 이 빵과 포도주로! 이 모든 것으로 나는 그를 안다. 그리고 그에게 물러가라고 명한다! 그는, 그는…….’
“그는 말하면서 몸을 앞으로 굽혀 영국인을 바라보았다. 분노와 증오와 두려움이 뒤섞여 끔찍해진 표정이었다. 이 말에 모든 손님이 놀라 두려워하며 일어났다. 이제 일행 전체는 두 개의 특이한 무리를 이루었다. 한쪽에서는 놀란 손님들이 모두 모여 ‘누구인가, 무엇인가?’를 되풀이했다. 다른 쪽에는 여전히 바위처럼 움직이지도,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무섭고 초자연적인 영국인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를 가리키는 자세로 쓰러져 죽은 올라비다가 있었다.”
우리 판화가 묘사한 또 다른 대목은 이 비범한 작품에 대한 우리의 논평을 충분히 밝혀 줄 것이다. 극에서는 참으로 독특한 무대 효과를 낸다. 그 극장의 규모를 고려할 때, 화려함에서 전례가 없고 효과에서 비할 데 없다고 말하는 데서 그친다면, 오히려 그 공적을 가볍게 말하는 셈이다.
“그들이 다가오는 소리에 그는 반쯤 몸을 벌떡 일으키며 몇 시인지 물었다. 그들이 알려 주었다. ‘나의 시각이 왔다.’ 방랑자가 말했다. ‘그대들은 함께해서도, 보아서도 안 되는 시각이다. 영원의 시계가 곧 울릴 것이다. 하지만 그 조종을 필멸자의 귀가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말하는 동안 그들은 더 가까이 다가갔고, 지난 몇 시간이 그에게 남긴 변화를 공포 속에서 보았다. 무서운 눈의 광채는 그들의 지난 면담 이전에도 이미 약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이목구비에 극단적인 노쇠의 자국이 보였다. 머리칼은 눈처럼 희었고 입은 안으로 꺼졌으며, 얼굴 근육은 늘어지고 시들었다. 그는 백발에 쇠약해진 노쇠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자기의 외모가 침입자들에게 주는 뚜렷한 충격에 그 자신도 움찔했다. ‘그대들은 내가 느끼는 것을 보고 있다.’ 그가 외쳤다. ‘그렇다면 시각이 왔다. 나는 소환되었고, 그 소환에 복종해야 한다. 내 주인에게는 나에게 맡길 다른 일이 있다! 그대들이여, 물러가라. 나를 혼자 두어라. 다가오는 이 무서운 밤 동안 어떤 소리가 들리더라도, 목숨을 걸고 말하니 이 방 가까이 오지 말라. 기억하라.’ 여전히 모든 힘을 간직한 목소리를 높였다. ‘기억하라. 그 절망적인 호기심의 대가는 그대들의 목숨이다. 나는 같은 판돈을 걸고 목숨보다 더한 것을 위험에 내맡겼다가 잃었다! 경고를 받아들이고 물러가라!’
“그들은 물러났고, 내장 자체를 갉아먹는 듯한 강렬하고 타는 불안 때문에 음식 생각도 없이 남은 낮을 보냈다. 밤에는 물러가 저마다 누웠지만, 쉴 생각은 없었다. 실로 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정 뒤 얼마 되지 않아 방랑자의 방에서 나오기 시작한 소리는 처음에는 놀랄 만한 종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의 다른 소리들로 바뀌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끔찍해져, 방랑자의 무서운 경고조차 그들이 방으로 뛰어들려는 것을 겨우 억누를 뿐이었다. 그 소음들은 뒤섞여 있어 도무지 묘사할 수 없었다. 간청의 비명인지 신성모독의 고함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속으로는 전자이기를 바랐다. 아침이 가까워지자 소리는 갑자기 멎었다. 한순간에 잠잠해졌다. 뒤따른 침묵은 잠시 동안, 그전의 모든 것보다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눈빛으로 서로 뜻을 나눈 뒤, 그들은 함께 방으로 서둘러 갔다. 들어갔다!
“방은 텅 비어 있었다! 마지막 거주자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방 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편집자의 원주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의 화가는 무대 화가와 소도구 담당자를 능가했다. 원작에서는 악마가 희생자와 함께 눈에 보이는 범위를 넘어, 알아차릴 수 없도록 올라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 방에서는 어떤 출구로도 나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의 동료들이 함께 급히 방으로 갔을 때, 방은 비어 있었다. 마지막 거주자의 흔적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 편집자.
죽음 속의 삶, 또는 유령 아내
C01-S05 · 인쇄 77–81쪽 · PDF123–127면 · 미서명 서술자 / 오토·베르타의 발화
삽화 제IV호.
제1부, 제III절.
죽음 속의 삶, 또는 유령 아내
바이에른의 한 귀족 집안 신사는 아내가 죽자 너무도 큰 슬픔에 빠져, 다른 어떤 사람과 함께 있는 것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온전히 홀로 사는 생활에 몸을 맡겼다. 전에는 술과 손님을 좋아하고, 여러 가지 즐거움을 누리는 데 누가 반대하면 참지 못하는 쾌활한 사람이었으므로, 이런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그러나 그의 슬픔의 원인 역시 어쩌면 바로 그 성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하듯 아내에게도 짜증을 내기는 했지만, 그는 자기 뜻을 따르는 사람 가운데 가장 온순한 이의 하나로 그녀를 사랑했다. 그가 화낼 때마다 아내가 돌려 보이던 다정하고 꾸밈없는 얼굴은, 살아 있을 때는 함부로 대하기가 쉬웠어도 죽어 사라진 뒤에는 잊기가 더 어려운 것이었을지 모른다. 다른 이들에게 품는 분노와 비교하면, 아내를 향한 분노 자체가 그에게는 위안이었다. 그것은 아내 자신을 불행하게 하려는 뜻이라기보다, 그녀의 인내가 주는 향기로운 느낌 속에서 자기 마음을 새롭게 하려는 바람에 가까웠다. 자기 악덕과 대비되는 아내의 덕행을 벌주려는 뜻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짓을 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아내가 죽은 뒤, 그것이 지극히 이기적인 사랑법임을 스스로 깨달았던 것일까? 아니면 어떤 이들이 생각하듯, 아내의 습관과 너무도 다른 제 습관 때문에 그녀의 생명을 지쳐 닳게 했던 것일까? 또는 다른 이들이 전하듯, 귀족다운 고집을 부려 아내의 목숨을 치명적인 위험에 몰아넣었고, 그 결과 축제의 어느 밤 차가운 강에서 아내가 열병에 걸렸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그가 보인 슬픔의 지독한 쓰라림은 그가 아내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놀라게 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참았지만, 그 뒤에는 잔치라는 말만 들어도 격렬한 분노에 휩싸였다. 그러나 차츰 분노조차 다른 옛 습관들의 뒤를 따랐다. 그는 온순해졌지만 언제나 말이 없었다. 목숨을 유지할 만큼만 먹고 마셨으며, 하루의 대부분을 아내가 묻힌 자리에서 보내곤 했다.
어느 저녁, 그는 땅을 바라보며 몹시 쓸쓸한 모습으로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막 묘지 울타리 안으로 들어섰을 때, 마주 오는 누군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복된 저녁입니다, 나리.”
신사는 고개를 들었다. 그 시각에는 자신 말고 누구도 그곳에 있을 수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린 성가대원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놀라움을 표현하려 했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소년의 겸손하면서도 확신에 찬 표정과, 눈앞에서 저녁 햇빛을 받아 빛나는 얼굴의 지극한 아름다움이 유난히 감미로운 목소리에 거역할 수 없는 힘을 더했다. 그래서 그는 저도 모르게 차분해져, 존중하는 몸짓으로 물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바라느냐고.
“그저 나리께 온갖 좋은 일이 있기를 빌고 싶을 뿐입니다.” 이제 곁에 이른 낯선 이가 대답했다. “그리고 이 편지를 드리려고요.”
신사는 편지를 받아 들고, 그 위에 쓰인 아내의 글씨를 보았다. 심장은 뛰었지만 거의 어리둥절해하지는 않았다. 소년에게 말하려고 다시 눈을 들었을 때, 소년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곳의 먼 데와 가까운 데를 둘러보았지만 지나간 사람의 흔적도 없었다. 그러고는 편지를 열어, 지는 태양의 신성한 빛으로 다음 글을 읽었다.
아내를 위해 슬퍼하는 사랑하는 남편에게.
나의 남편 오토, 당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는 영혼이 돌아왔어요. 당신을 지나간 사자의 신성함을 통해, 이것이 사실임을 알고 차분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볼 준비를 하게 될 거예요. 나는 공공 산책로에 앉아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을 거예요. 우리를 갈라놓았던 그 격한 분노와 남을 향한 저주에, 당신이 다시는 자신을 내주지 않도록 기도하면서요.
살아 있는 베르타가 따뜻한 손으로 이 글을 보내요.
오토—신사의 이름은 그랬던 모양이다—는 즉시 산책로로 갔다. 차분하고 빠르게, 그러나 일종의 마비된 존재처럼 움직였다. 반쯤만 의식했지만, 육체 없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정신은 온통 깨어 있었고, 간절했으며, 강렬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세상에는 삶과 죽음이라는 두 가지밖에 없었고, 이제 죽음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모든 것은 꿈이었던 듯했다. 그는 깨어 있던 상태에서 다시 깨어나, 자기 존재 전체가 눈과 정신과 움직임이 되었음을 알았다. 가는 동안 한 번 이렇게 혼잣말했다.
“이것은 꿈이 아니다. 내일 위대한 조상들을 새 혼인 잔치에 초대해야겠다. 그들도 살아 있으니까.”
오토는 처음에는 차분했다. 그러나 옛날의 의기양양한 감정이 다시 그를 덮치는 듯했다. 또다시 너무 오만하고 자신만만해진 것일까? 세속의 기질에서 가장 멀어졌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 기질이 다시 우세해진 것일까? 두고 볼 일이다.
바이에른인은 산책로에 도착했다.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아름다운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양쪽 긴 의자들을 살피며 그들 사이로 드나드는 동안, 흔한 두려움과 비슷한 무엇이 그를 덮쳤다. 마침 의자들에는 단 한 사람, 한 부인만 앉아 있었다. 베일을 내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면서 그의 존재는 격렬하지만 짧은 경련을 겪었다. 무엇인가가, 그에게 말을 걸었던 천사가 불어넣은 차분한 영감을 조금 가로막았다. 그 순간 두려움이 이겼고, 오토는 지나쳐 갔다. 산책로 끝에 닿기 전에 돌아와 다시 부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여전히 똑같이 조용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다만 자기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지나쳤다. 두 번째로 돌아왔을 때에는 진지하고 온화한 용기가 솟았다. 낮지만 단호하게 묻는 목소리로 말했다.
“베르타?”
“나를 잊은 줄 알았어요.”
그토록 익숙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말했다. 그 목소리를 다시 듣는 일은 땅이 하늘에서 먼 것만큼이나 불가능하게 느껴졌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도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함께 집으로 걸어갔다. 그의 팔 안에 감긴 팔은 따뜻함에 따뜻함으로 응답했다.
이웃들은 부인이 다시 나타난 일에 기적적일 만큼 놀라움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장례식이 거짓이었고, 그녀가 잠시 남편 곁을 떠나 있었던 것이라는 말이 조금 돌았다. 그러나 손님들은 전처럼 찾아왔고, 아내는 집안일로 돌아갔다. 다만 언제나 창백하고 생각에 잠겨 보인다는 점만 사람들의 입에 올랐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전보다 더욱 친절했다. 그녀의 사색은 불행 때문이라기보다, 내면의 어떤 거대한 생각에서 나온 듯했다.
한두 해 동안 바이에른인은 새로 얻은 나아진 성품을 유지했다. 살림은 처음 품었던 야망을 넘어 번창했다. 그 고장에서 가장 사랑받을 만한 이들과 귀족들이 자주 방문했다. 사람들은 오토의 집에 있는 것이 천국에 있는 것 다음으로 좋은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번영과 함께 고집도 차츰 돌아왔다. 아내에게 짜증을 쏟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짜증을 쏟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불안해하더라도, 그 불안은 자기 성질대로 행동하는 것보다 부차적이라는 태도를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이 애정보다 후회에 가까워서, 그녀만 잘 대하면 안전하다고 여겼던 것일까? 아니면 언제나 아내를 아끼기보다는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일까? 무엇이 다시 그의 공감보다 반감을 앞세웠든, 옛 습관들이 돌아온 것은 분명했다. 전만큼 자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돌아올 때에는 더 격렬하고 오만했다. 아내가 보통 사람처럼 불안의 징후를 드러내는 것은 바로 그때뿐이었다.
마침내 어느 날, 사이가 멀어진 이웃에게 심하게 거절당하자 그는 격한 분노에 휩싸였다. 가장 지독한 저주를 쏟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감히 내게 이런 대접을 해? 나에게! 이 나에게! 세상이 모든 것을 안다면…….”
그 말이 나오자,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얹고 음산하리만큼 간절하게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던 아내가 갑자기 방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그와 자리에 있던 두세 사람이 말없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그들의 말로는, 그녀는 걸어 나간 것도 갑자기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발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처럼 미끄러져 갔다. 잠시 뒤 다른 이들이 남편에게 따라가 보자고 했다. 그는 절망의 몸짓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갔다. 짧은 복도가 오른쪽으로 꺾여, 아내가 좋아하는 방으로 이어졌다. 그들은 문을 두세 번 두드렸지만 대답을 듣지 못했다. 마침내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그 방의 유일한 빛인 불 앞에 그녀가 서 있는 듯했다. 하지만 불에서 꽤 떨어져 있어 차라리 방 한가운데라고 할 만했다. 얼굴만 불 쪽을 향했고, 불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말을 걸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조심스럽게 다가갔지만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형상은 말없이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마침내 한 사람이 앞으로 돌아갔다가 즉시 바닥에 쓰러졌다. 형상에는 몸이 없었다. 얼굴 대신 속 빈 두건만 남아 있었다. 옷들만 스스로 꼿꼿이 서 있었다.
그 방은 영원히 막혔다. 가능하다면 옷들이 그 안에서 썩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사람들은 그곳을 ‘부인 형상의 방’이라 불렀다. 신사가 죽은 뒤 집에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마침내 반란 때 농민들이 불태웠다. 그 자신은 약 아홉 달 뒤, 온순하고 어린아이 같은 참회자로 죽었다. 그 이후 집 밖으로 나간 적이 없었다. 방탕한 자로 이름난 한 사람 말고는 아무도 감히 가까이 가지 않았다. 이야기의 자세한 사정이 처음 나온 것도 이 사람에게서였다. 그는 받아 주려는 낯선 가난한 사람들에게 신사의 자선을 넉넉히 나누어 주곤 했다. 이웃들 대부분은 그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웃 부모들이 어린 자식들 몇 명, 아니 단 한 명이라도 자기 고용주를 만나러 보내도록 온갖 노력을 다했다. 어느 날은 눈물을 글썽이며 부탁했다고도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쳤다. 이 불경한 자가 어느 날 참다못해, 그 목적을 위해 자기 자식을 낳겠다고 말했을 때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용주는 하루 이틀 뒤 죽었다.
사람들은 바이에른인이 얼마나 온순했는지 그가 전하는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 바이에른인을 일종의 식인귀로 여겼고, 그 대리인도 그보다 별로 낫지 않다고 보았다. 겉보기에는 마음씨 좋고 진지한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여러 해가 지난 뒤, 이 사람이 젊을 때 바이에른인의 친구였다가 그에게 버림받았다는 말이 나왔다. 늙은이들은 어땠든, 젊은이들은 그 말을 믿었다.
영들의 소환 — 필사본 단편
C01-S06 · 인쇄 82–85쪽 「The Magic Dice」 직전 · PDF128–131면 · 미상 의식 기록자 / 출처를 설명하는 미서명 편집자
제1부, 제IV절.
영들의 소환
다음의 비범한 단편은 대영박물관에 있는 흥미로운 원본 필사본에서 글자 그대로 발췌한 것이다.
“1585년 10월 16일 수요일
“밤 열한 시, 나와 동료들은 의식을 시작하였다. 모인 모든 사람의 요청과 온전한 동의에 따라, 어떤 성과를 완성할 때까지 그만두지 않기로 완전히 합의하였다. 의식을 시작했고, 같은 목적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어 알맞게 갖추어졌으므로, 그 뒤에 일어난 일을 간단히 기록한다.
“첫 소환문을 두세 번 되풀이한 뒤, 가장 먼 유리 안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일행 가운데 일부에게는 보였고 다른 일부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 진행하며 높은 강도로 소환하자, 바닥에 아주 큰 충격이 가해져 대단히 큰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멎기 전에 그것은 몇 번이나 빙빙 돌았고, 일행 전체가 놀라고 경탄하였다. 계속 나아가 더 읽자, 무엇인가가 와서 탁자에 탁 떨어졌다가 탁자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바닥에서는 앞의 것보다 작은 소리를 냈고, 그렇게 사라졌다. 그날 밤에는 이뿐이었다. 의식이 끝났을 때, 그 소리의 원인이 된 것은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무엇이었든, 왔던 대로 갔다.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10월 17일 목요일
“밤 열한 시에 다시 의식을 시작하였다. 여러 소환과 구속을 행한 뒤, 불꽃 세 점이 나타나 터지더니 곧 사라졌다. 다음에는 아주 밝은 빛깔의 베일이나 커튼이 돌 안에 나타났다. 꽤 오래 계속되다가 사라졌다. 그 뒤 몇 개의 검은 구름이 나타나, 유리를 어둡고 음산한 광경으로 채웠다. 그러나 곧바로 진행하며 더 높은 강도로 소환하자, 더 주목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큰 기와 조각이 바닥에 던져졌는데, 그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일행 누구의 머리에 맞았더라면 두개골이 갈라졌을 것이다. 그것은 의식 내내 우리 앞 바닥에 눈에 보이게 놓여 있었다. 곧이어 또 다른 큰 충격이 바닥에 가해졌고 모두에게 보였다. 아주 큰 소리와 덜거덕거림을 냈다. 의식 뒤에 보니 큰 흙기와 조각이었다. 마치 방금 땅속에서 나온 듯 몹시 젖어 있어, 일행은 그것이 어떻게 거기에 왔는지 크게 경탄하였다.
“그러나 더욱 높이 진행하며 길게 소환하자, 파리 같은 것이 나타났다. 등잔들과 용기들 위를 오래도록 맴돌며 날아다녔다. 마침내 탁자로 내려와 영의 인장 위를 달렸다. 우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인장의 선 하나, 두루마리 무늬 하나도 살피지 않고 지나치지 않았다. 그것 전체를 달려 다닌 뒤, 몇 차례 연달아 빙빙 돌았다. 또한 서약문의 모든 행을 달렸고, 청원문도 달려 다녔다. 우리의 모든 글을 철저히 살피고, 펼쳐 놓인 용품을 낱낱이 둘러보았다. 곧이어 큰 파리 여섯 마리가 나타나 앞의 파리 둘레를 맴돌았다. 그러고는 모두 한꺼번에 사라져 다시 보이지 않았다. 그 뒤 검은 형상 몇 개가 나타나 방 안 여기저기에서 번쩍거렸지만, 곧 사라졌다. 그 뒤에는 무엇인가가 다시 탁자 가까이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것은 꽤 오랫동안 방 안을 이리저리 빙빙 돌다가 또한 사라졌다. 다시 보이지 않았으며, 무엇이었는지도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의식이 거의 끝나자, 우리는 영들이 자기 위계로 돌아가도록 떠날 허가를 내렸다. 그때 집 꼭대기에서 어찌나 요란한 소리와 덜거덕거림이 났던지, 말들이 끄는 수레가 집의 한 끝에서 다른 끝으로 달려가는 듯했다. 그리고 그때의 의식은 그만두었다.
“10월 18일 금요일
“밤 열한 시에 다시 의식을 시작하였다. 우리가 원 안에 제대로 자리 잡기도 전에 그들은 분명히 와 있었다. 탁자 위 향로에서 불꽃이 여러 차례 잇따라 번쩍였기 때문이다. 각각의 섬광 사이는 꽤 길었고, 섬광 사이마다 강철처럼 푸른 불길이 일었다. 거기서 어찌나 강하고 지옥 같은 유황 악취가 나왔던지, 우리 모두가 막 질식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높은 강도의 의식에 들어가자 곧바로 커다란 부싯돌이 나타났다. 그 돌이 바닥으로 내려오는 힘 때문에 바닥이 흔들렸다. 곧이어 더 진행하고 더 높은 강도로 구속하자, 조약돌이 내려와 우리 모두 앞의 탁자 위에 서 있던 붉은 잉크병을 산산이 깨뜨렸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탁자 위에 도토리 두 개가 나타났다. 그것들은 조약돌과 함께 의식 내내 눈에 보이게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그 뒤 가운데에 놓인 돌 안에 악어 같은 것이 나타났다. 탁자 위에서 유리 주위를 돌며 몸을 비틀었고, 의식이 끝나기 전에 완전한 사람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굳게 결심하고 그들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강제하려 했다. 그러다가 원의 가장자리에 마땅히 해야 할 것보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고, 거의 밖으로 낚아채일 뻔했다. 원 밖으로 뻗어 나간 내 책의 일부에 강한 일격이 가해져, 책이 손에서 완전히 떨어져 방 저편으로 날아갔고 나까지 거의 넘어뜨렸기 때문이다. 모든 일행이 이를 보며 크게 놀랐다.
“이 멋진 묘기 뒤에는, 지금까지 들어 본 가운데 가장 감미롭고 조화로운 음악이 귀에 들렸다. 얼마 동안 계속되었지만 소리는 호박벌의 윙윙거림보다 크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을, 책을 내 손에서 쳐내고 그때 의식이 절정에 이르는 것을 망쳐 우리의 진행을 방해한 데 대한 기쁨 말고 다른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랬을 가능성이 컸다. 책이 사라진 직후, 이전에 우리가 기대하던 것이 곧 나타났기 때문이다. 방 안 사방으로 여러 섬광이 비쳤고, 특히 방 한쪽 끝에는 희끄무레한 무엇이 나타났다. 그러나 오래 계속되지는 않았다. 그 뒤 곧 큰 검은 공이 와서 원 둘레를 빠르게 한 바퀴 돌더니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의 의식을 그만두었다.
“그러나 다음 일에 주목하라. 그 의식 다음 날 아침, 나와 동료들은 보물이 묻혀 숨겨져 있으리라고 생각한 숲을 향해 걸어갔다. 거기서 우리는 모두 놀라고 경악하였다. 우물 가까이 오리나무 옆에—그 우물은 동료 몇몇이 전에 보물을 찾아 땅을 파다가 우연히 발견했던 것인데, 지금은 아주 좋은 샘이었다—아직 우리 중 누구도 가까이 가지 않은 먼 곳에, 우리의 유리 공이 가져다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전날 밤 탁자 위 다른 유리들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바로 그 공이었다. 그 안에는 출현의 온갖 내용이 담겨 있었고, 우리가 의식을 마치고 방을 떠날 때에는 탁자 위에 그대로 세워 두었었다. 그것이 오리나무 뿌리에 놓여 있었고, 우리는 모두 우리의 것임을 알아보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확증하였다. 잠겨 있던 방에 들어가자, 가운데 유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사라지고, 놓여 있던 받침대만 남아 있어 우리는 크게 놀라고 경악하였다. 이 숲은 의식을 행한 곳에서 꼬박 1마일 떨어져 있었다.
“10월 23일 수요일
“밤 열한 시에 다시 의식을 시작하였다. 얼마 뒤 우리는 도토리가 적어도 열한 개는 탁자 위로 강하게 날아오는 것을 보았다. 덜거덕거리며 방 안을 날아다니는 소리가 너무도 요란하여 모두 경악하였다. 간단히 말해 일행 몇몇은 가만히 서 있어야 할지 달아나야 할지 몰랐다. 그 뒤 큰 돌이 성별한 물 안으로 떨어져, 물이 우리의 용품 전체에 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의 단편은 『디의 천사들과의 회담』 필사 사본에서 옮긴 것이다. 그러나 『회담』의 일부가 아니며, 그 끝에 덧붙여 기록되어 있다. 사본 전체는 원본 필사본들에서 엘리아스 애슈몰이 베낀 것이다. 대영박물관의 슬로운 필사본 도서관에서 번호 3677인 자료다.
마법의 주사위 — 가문의 경고와 형장의 제비
C01-S07-A · 인쇄 85쪽 The Magic Dice–97쪽 첫 문단 · PDF131–143면 · 미서명 영어 서술자; 독일어에서 번역했다는 표기
제1부, 제V절.
마법의 주사위
무서운 이야기 · 독일어에서
슈롤 가문이 타우벤도르프에 자리 잡은 지는 150년이 넘었다. 신분을 넘어서는 학식과 세련된 태도로 대체로 존경받아 온 집안이었다. 현재 가문의 대표인 집행관 엘리아스 슈롤은 젊어서 학문에 심취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시골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고향 마을에 돌아와, 큰 신망과 존경을 받으며 살았다.
이 150년 전체를 통틀어, 전승에 의심스러운 인물로 기록된 슈롤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많은 이가 주장하기로는, 그는 실제로 악마와 거래했다. 분명한 것은 집 안 벽에 고정된 서류장 하나가 아직 보존되어 있었고, 그가 쓴 것으로 여겨지는 신비한 필사본 몇 편이 들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앞면에 새겨진 연도 1630도 그가 살던 시대와 맞아떨어졌다. 이 서류장의 열쇠는 다섯 세대 동안 늘 장남에게 전해졌다. 다른 누구의 눈이나 귀도 그 안의 내용을 알아서는 안 된다는 엄숙한 당부가 따랐다. 우연한 사고나 부주의를 막으려고 온갖 예방 조치를 취했다. 자물쇠는 올바른 열쇠가 있어도 특별한 설명 없이는 열 수 없게 만들어졌다. 더욱 안전하게 하려고, 현재 주인은 아주 정교하게 만든 맹꽁이자물쇠까지 덧붙였다. 본래의 자물쇠에 접근하기도 전에 충분한 장애물이 가로막게 한 것이다.
온 가족의 호기심이 이 서류장으로 향했지만 헛일이었다. 집행관의 외아들 루돌프 말고는 누구도 그 내용의 일부를 알아내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만은 성공했다. 적어도 자신의 믿음으로는 그랬다. 어느 날 아버지가 열심히 읽다가 들킨, 검은 벨벳으로 장정하고 책장 가장자리에 금박을 입힌 오래된 대형 책이 그 신비한 서류장에 속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서류장 문은 열려 있지는 않았지만 잠금이 풀려 있었다. 엘리아스는 크게 동요하여 서둘러 책을 덮고, 결코 부드럽지 않은 목소리로 아들에게 방에서 나가라고 명했다. 이 일이 있었을 때 루돌프는 열두 살쯤이었다.
그 뒤 젊은이는 두 가지 큰 상실을 겪었다. 훌륭한 어머니와 끔찍이 사랑하던 누이가 죽었다. 아버지도 이 비탄으로 건강과 기력이 크게 상했다. 날마다 더 초조하고 변덕스러워졌다. 루돌프가 열여덟 살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는, 아버지의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크게 달라져 있어 충격을 받았다. 살이 빠졌고, 내면에서 생각끼리 벌이는 어떤 싸움에 소모되는 듯했다. 아버지 자신도 무덤 가장자리에 서 있다고 여기는 것이 분명했다. 그는 쉬지 않고 자기 일을 정리하며, 후계자의 고유한 이해관계에 해당하는 모든 처분을 그에게 알렸다.
어느 저녁, 루돌프가 이웃집에서 갑자기 돌아와 우연히 서류장 곁을 지나는데,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안이 텅 빈 것이 뚜렷이 보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버지가 큰 불 가까운 난롯가에 서 있었다. 불 속에서는 그 오래된 검은 책이 타고 있었다. 엘리아스는 아들에게 나가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그러나 루돌프는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외쳤다.
“아버지, 저 책이 서류장 안에 있던 책인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눈에 띄게 당황하며 인정했다.
“그렇다면 말씀드려야겠습니다. 100년 넘게 언제나 장남에게 전해 온 가보를 이렇게 취급하시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아버지는 다정하게 아들의 손을 잡고 말했다.
“네 말이 옳다, 아들아. 일부는 옳아. 완전히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은 아님을 인정한다. 나 자신도 이 행동을 두고 여러 번 양심의 거리낌을 느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이 저주받은 책을 없애서 기쁘구나. 그것을 쓴 사람은 결코 잘되지 않았다. 그 점은 모든 전승이 일치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후손들에게 불경한 신비의 비참한 유산을 남기겠느냐?”
그러나 이 변명은 루돌프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기 상속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논리를 어찌나 잘 폈던지, 엘리아스 자신도 아들의 불만이 아주 근거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튿날 내내 두 사람은 서로 불친절하지는 않았으나 조금 냉랭했다. 밤이 되자 엘리아스는 더는 견딜 수 없어 말했다.
“사랑하는 루돌프, 우리는 오랫동안 화목과 사랑 속에서 함께 살았다. 내가 살아갈 며칠 남지 않은 동안, 서로에게 다른 얼굴을 보이기 시작하지는 말자.”
루돌프는 아버지가 내민 손을 자식다운 따뜻함으로 꼭 쥐었다. 아버지가 이어 말했다.
“내가 없앤 책의 내용을 네게 말로 전해 주려고 한다. 네가 그런 이야기를 들을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도록 설득될 수만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성실하게, 숨김없이 전하겠다.”
엘리아스는 말을 멈추었다. 아들이 권리를 포기하리라고 스스로 기대하는 듯했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다. 루돌프는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강했다. 계속 말해 달라고 간절히 졸랐다. 엘리아스는 또 머뭇거리며 깊은 사랑과 연민의 눈길을 아들에게 보냈다. 다시 생각하고 요구를 거두라고 애원하는 눈길이었다. 그러나 결국 그런 희망이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책은 주로 너에 관한 것이다. 너를 우리 가문의 마지막 사람으로 가리킨다. 얼굴이 창백해지는구나. 루돌프, 그 일에 더는 마음을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 아니냐?”
“아닙니다.” 루돌프는 침착함을 되찾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 예언이 사실인지는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지. 틀림없이 그렇다.”
“책에서 저에 대해 말한 것은 그것이 전부입니까?”
“아니다. 전부가 아니다. 더 있다. 하지만 들으면 웃어 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요즘에는 그런 기이한 이야기를 아무도 믿지 않으니까. 어쨌든 책에는 이어서 분명하고 단정적으로 쓰여 있다. 악한 자가—하늘이 우리를 보호하시기를!—네 세속적 이익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루돌프는 대놓고 웃었다. 책의 엄숙한 겉모습으로 보아 더 진지한 내용을 들으리라 기대했다고 대답했다.
“그래, 그래, 아들아.” 노인이 말했다. “나 자신도 악마와 계약한다는 이런 이야기를 얼마나 믿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이든 아니든 웃어서는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네가 충분히 타고난 경건함을 지니고 있어, 불경한 길에서 만날 세속의 행운은 모두 거절하리라 확신한다는 것으로 나는 족하다.”
엘리아스는 여기서 그만두려 했다. 그러나 루돌프가 말했다.
“한 가지만 더 알고 싶습니다. 제게 제안될 행운은 어떤 종류입니까? 그리고 제가 받아들일지 아닐지도 책에 쓰여 있었습니까?”
“행운의 성격은 저자가 설명하지 않았다. 신중하게 이용하면 네 힘으로 아주 큰 인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가 하는 말의 전부다. 네가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하지만 아들아, 하느님께서 그토록 죄 많은 생각으로부터 너를 지켜 주시기를!—깊은 침묵뿐이다. 더구나 흑술을 거래하던 그자가 바로 그 지점에서 죽음에 덮친 듯하기까지 하다. 단어의 한가운데에서 글이 끊겼거든. 주님께서 그의 영혼을 불쌍히 여기시기를!”
루돌프는 그런 제안의 가능성을 거의 믿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말을 듣고 마음이 불편해졌고 동요한 모습이 뚜렷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말했다.
“루돌프, 그 비밀을 나와 함께 무덤에 묻히도록 내버려 두는 편이 더 좋지 않았겠느냐?”
루돌프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안정되지 않는 눈과 불안한 태도는 아버지의 염려가 옳았음을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이 대화는 루돌프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아버지와 나눌 마지막 대화였다. 이어진 엄숙한 사건은 그 인상을 더욱 깊게 했다. 바로 그날 한밤중쯤, 아버지 침상으로 오라는 부름에 그는 갑자기 깨어났다. 아버지가 죽어 가며 간절히 아들을 찾고 있었다.
“내 아들아!”
아버지는 가장 쓰라린 고통의 표정으로 외치고, 애원하듯 두 팔을 아들에게 뻗었다. 그러고는 그 노력의 고통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젊은 기운의 가벼움은 처음 루돌프의 마음을 덮었던 어둠을 곧 흩어 놓았다. 이제 다니게 된 대학에서 쾌활한 동료들에게 둘러싸이자, 가슴속에 슬픔이나 근심이 남을 자리는 없었다. 그를 가장 괴롭힌 것은 돈을 달라는 지나치게 잦은 요구를 후견인이 때때로 거절하는 일이었다.
대학에서 한 해를 지낸 뒤, 루돌프가 연루된 몇 가지 젊은 날의 비행 때문에 그와 다른 세 사람이 함께 퇴학당했다. 바로 그때 마침 7년전쟁이 일어났다. 일행 가운데 타일러와 베를이라는 두 사람이 루돌프와 함께 입대했다. 루돌프의 경우에는 약혼한 젊은 여자가 몹시 반대했다. 하지만 샤를로테 자신도 이 선택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자기 반대가 루돌프의 결심에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보았고, 장교 군복을 입고 그녀 품으로 돌아올 자기 모습을 연인이 더없이 매력적인 빛깔로 그려 보였기 때문이다. 비범한 용기가 첫 전역부터 자기를 중위 계급으로 올려놓으리라는 것은, 전장에서 결코 죽을 수 없다는 사실만큼이나 그의 마음에 분명했다.
세 친구는 다행히 같은 중대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첫 전투에서 베를과 타일러가 루돌프 곁에 생명 없이 쓰러졌다. 베를은 머스킷 탄환이 심장을 관통했고, 타일러는 포탄에 머리가 날아갔다.
이 사건 뒤 얼마 되지 않아 루돌프 자신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어떤 모습이었는가? 애타게 기대했듯 이름난 장교의 빛나는 장식물을 단 모습이 아니었다. 엄중히 감시받는 죄수였다. 젊은 분노에 휩싸여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명령 불복종과 반란의 죄를 저질렀던 것이다.
군법회의는 그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관들은 수감 중의 좋은 태도에 매우 호감을 품었다. 본보기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않았다면, 분명 아무 조건 없이 왕의 자비를 청해 주었을 것이다. 그래도 형은 어느 정도 감해져, 세 사람 중 한 명만 총살하기로 했다. 누구인가? 그 문제는 처형 날까지 미결로 남았다. 그날 주사위를 던져 결정하기로 했다.
치명적인 날이 다가오자 격렬한 슬픔의 폭풍이 세 죄수를 덮쳤다. 한 사람은 아버지의 눈물에 마음이 흔들렸다. 두 번째 사람은 병약한 아내와 두 아이의 슬픈 처지 때문에 괴로워했다. 세 번째인 루돌프는 제비가 자신에게 떨어질 경우, 목숨뿐 아니라 세상 무엇보다 마음에 가까이 둔 젊고 아름다운 신부와도 헤어져야 했다.
“아!” 최종 결정일 전날 저녁 그가 말했다. “아! 이번 한 번만 주사위에서 운 좋은 눈이 나오도록 할 수 있다면!”
소원을 말하기 무섭게, 전장에서 곁에 쓰러지는 것을 보았던 전우 베를이 감방 안으로 들어왔다.
“슈롤 형제, 나를 보리라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았겠지?”
“정말이지, 전혀 기대하지 않았네.” 루돌프가 경악하며 외쳤다. 실제로 그는 전투 다음 날 바로 그 베를이 묻히는 것을 자기 눈으로 보았다.
“그래, 그래, 꽤 이상한 일인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우리 연대 군의관 같은 의사는 많지 않다네. 그가 나를 파내서 다시 살려 놓았지. 정말이야. 그 사람은 마법사라고 여길 만해. 실제로 그가 하는 여러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세. 솔직히 말해서, 그는 불가능한 일도 해낼 수 있다고 확신하네.”
“그래, 내 알 바 아니니 그렇게 하라지. 그의 온갖 기술도 나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누가 아나, 형제? 누가 알아? 그 사람이 바로 지금 이 도시에 있어. 옛 우정을 생각해서 내가 방금 자네 이야기를 했지. 그러자 자네를 모든 위험에서 구해 줄 운 좋은 주사위 눈을 약속했다네.”
“아!” 풀이 죽은 루돌프가 말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내게는 별 소용이 없겠네.”
“왜, 어째서?” 다른 이가 물었다.
“어째서냐고? 그런 주사위가 있다 해도—나는 그 점부터 아주 의심하지만—나에게 정해진 불운을 흑술로 비껴 내어 전우들 가운데 누구의 머리 위로 돌리는 일은, 나 자신에게 허락할 수 없기 때문이지.”
“이제 자네는 그런 것을 고결하다고 부르는 모양이군.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런 경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가 첫째라고 생각하네.”
“그래도 생각해 보게. 한 전우는 늙은 아버지를 부양해야 하고, 다른 전우에게는 병든 아내와 두 아이가 있네.”
“슈롤, 슈롤, 젊은 신부가 그 말을 들으면 별로 기쁘지 않을 것 같군. 가엾은 샤를로테는 자네가 그녀와 그녀의 운명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아도 될 만큼 하찮은가? 자기 행복 전부를 자네에게 맡긴 사랑스러운 젊은 사람은, 한 발이 무덤에 들어간 늙은이보다, 또는 자네와 전혀 상관없는 아내와 두 아이보다 자네의 배려를 더 가까이서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네. 아! 샤를로테와 함께 긴 인생을 살며 얼마나 많은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내가 가리키는 길을 정말 거절하기로 결심했나? 조심하게, 슈롤! 내 제안을 업신여기다가 제비가 자네에게 떨어진다면, 자네가 배신한 젊은 신부에 대한 생각이—명심하게—모래 언덕에 무릎을 꿇을 때 죽음의 쓰라림을 더하지 않도록 조심하게. 하지만 나는 충분히 충고했고 양심의 의무도 다했네. 이제 스스로 알아서 하게. 잘 있게!”
마지막 말과 눈앞에 펼쳐진 가정의 행복상이 루돌프를 강하게 흔들었다. 혼자 있을 때에도 샤를로테와 함께 있을 때에도 그는 그 모습을 여러 번 마음속으로 즐겨 그려 보았었다.
“잠깐, 형제, 한두 마디만. 잠깐 기다리게.” 그가 말했다. “하늘의 선물로 받을 수만 있다면 살고 싶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네. 그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다만 다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 원인이라는 죄를 양심에 기꺼이 짊어지고 싶지는 않네. 하지만 그 사람이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 셋 가운데 누구에게 죽음의 제비가 떨어질지 물어봐 주면 좋겠어. 아니, 잠깐, 묻지 말게.” 루돌프는 깊이 한숨 쉬며 말했다.
“이미 물었네.” 대답이 돌아왔다.
“아! 그랬나? 그 대답을 들은 뒤에 이런 조언을 가지고 온 건가?”
죽음의 예감이 루돌프의 생기 있던 얼굴을 납빛 창백함으로 덮었다. 굵은 땀방울들이 이마에 맺혔다. 다른 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나는 가겠네. 생각하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는군. 처형장에서 나를 보고 알아볼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주사위는 가지고 있을 걸세. 그때라도 신호를 주면 늦지 않네. 하지만 잘 알아 두게. 거기 있겠다고 약속할 수는 없어.”
루돌프는 마지막 동요의 순간들 동안 이마를 파묻고 있던 손바닥에서 고개를 들어, 무어라 대꾸하려 했다. 그러나 조언자는 이미 가고 없었다. 기쁘면서도 동시에 아쉬웠다. 그 남자와 모습을 생각할수록, 전장에 묻어 두고 온 친구와는 점점 덜 닮아 보였다. 그 친구는 다정한 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조언자에게는 그 성품이 완전히 없었다. 아니, 불행한 죄수를 대하던 경멸적이고 모욕적인 어조, 그리고 떠날 때의 불친절한 태도 때문에, 슈롤은 그와 베를이 다른 사람임을 확신했다. 바로 그 순간 번갯불처럼 한 생각이 덮쳤다. 불에 타 사라진 검은 책과 그 불길한 내용이었다. 운 좋은 주사위 눈! 그렇다. 유혹자는 그런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의 제안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기뻤다.
하지만 곧 젊은 신부 때문에 마음이 바뀌었다. 그녀는 얼마 뒤 흐느끼며 황급히 들어와 그의 목을 껴안았다. 그는 자신이 받은 제안을 이야기했다. 그녀는 즉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루돌프는 가슴이 찢어지며 반박했다. 그처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은, 자기가 떠나야 한다 해도 행복한 운명을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러나 그녀는 그가 아니면 누구도 자기 사랑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고 격렬하게 주장했다.
신부가 떠난 직후 죄수를 방문한 성직자는, 그녀의 방문으로 완전히 사라졌던 평정을 어느 정도 되찾아 주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복되도다!”
백발의 성직자가 말했다. 그 간절함과 신심 때문에, 이 한마디만으로도 죄수의 마음에 더없이 좋은 효과가 생겼다.
동요의 밤을 보낸 이튿날 아침, 곧 운명의 날 아침에 세 죄인은 체포 뒤 처음으로 서로를 보았다. 같은 운명과 오랜 분리는 전장에서 처음 맺어진 우정의 끈을 더욱 단단히 했다. 셋은 저마다, 자기에게 삶을 주는 주사위 눈 하나로 전우 누군가에게 죽음을 던져야 하는 비참한 필요를 몹시 혐오한다고 밝혔다.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소중해도, 이 순간에는 전쟁의 화덕에서 시험받아 입증된 형제의 동맹이 다른 모든 고려를 압도했다. 모두가 전우의 희생으로 죽음을 피하기보다는 자신이 죽기를 원했다.
그들의 온전한 신뢰를 받는 훌륭한 성직자는, 그들이 이런 영웅적 결심을 큰 소리로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고개를 저으며 그는, 살아 있는 그들에게 요구할 권리가 있는 이들을 생각하게 했다. 그들을 위해 가능한 한 오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의무였다.
“하느님을 믿으십시오!” 그가 말했다. “그분께 자신을 맡기십시오! 여러분의 손을 통해 결정을 이루시는 분은 그분입니다. 그 힘을 자기 자신이나, 그분의 생명 없는 도구인 주사위에 돌릴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 허락 없이는 참새 한 마리도 땅에 떨어지지 않고, 여러분 머리의 머리카락까지 세어 두신 분, 여러분에게 무엇이 좋은지 가장 잘 아시는 분은 그분, 오직 그분입니다.”
죄수들은 그의 손을 꼭 쥐어 동의하고 서로 끌어안은 뒤, 가장 좋은 마음가짐으로 성찬을 받았다. 의식 뒤에는 함께 아침을 먹었다. 너무도 체념한, 아니 거의 즐거운 기분이었다. 눈앞의 어둡고 피비린내 나는 아침이 어떤 기쁜 잔치를 열어 주기라도 하는 듯했다.
그러나 바깥문에서 행렬을 정돈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도록 허락되자, 굳센 용기는 다시 서글픈 운명의 무게 아래 가라앉았다.
“루돌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절망한 신부가 속삭였다. “루돌프! 왜 제안받은 도움을 거절했어요?”
그는 이별의 쓰라림을 더하지 말아 달라고 간절히 청했다. 그녀도 간절히 청했다. 행군 명령이 내려지기 조금 전, 그 명령으로 의식을 모두 잃기 전에, 구해 주겠다고 나섰던 낯선 이를 군중 어디에서든 발견하면 신호를 보내 달라고 했다.
거리와 창문에는 구경꾼들이 늘어섰다. 죄인들은 성직자의 기도에 함께하며, 어쩌면 돌아오는 모든 길이 끊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피하려 했지만 헛일이었다. 신부 아버지의 큰 집은 슈롤에게 행복을 상기시켰다. 어제 충고한 자의 말을 믿어야 한다면, 이제 영원히 잃은 행복이었다. 심한 현기증이 그를 덮쳤다. 그의 사정을 알아 갑작스러운 동요의 까닭을 짐작한 성직자는 팔을 붙잡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느님을 믿는 사람은 자신의 의로운 희망이 모두 이루어지는 것을 반드시 보게 될 것이라고. 하느님이 원하시면 이 세상에서, 그렇지 않다면 더 나은 세상에서.
위안의 말이었다. 그러나 효과는 잠깐뿐이었다. 성문 밖에서는 이미 쌓아 놓은 모래 언덕이 눈에 들어왔다. 그 광경은 세속의 희망과 두려움을 되살렸다. 그는 주위를 황급히 둘러보았지만, 어젯밤의 방문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매순간 결정은 가까워졌다. 시작되었다. 셋 가운데 한 사람이 벌써 통을 흔들었다. 주사위가 던져졌다. 6이 나왔다. 군중의 엄숙한 침묵 가운데 그 눈이 기록되었다. 주위 사람들은 눈에 말없는 축하를 담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 사람과 루돌프는 특히 대중의 동정을 받는 두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남편이자 아버지였기 때문이었다. 루돌프는 가장 젊고 잘생긴 데다, 더 나은 교육과 학식을 지녔다는 소문이 조금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돌프는 두 가지 의미에서 가장 어렸다. 나이로도 막내였고 복무 기간도 가장 짧았다. 두 이유 모두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던져야 했다. 그러니 두 번째 전우도 6을 던졌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가엾은 죄수를 위해 얼마나 떨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정신이 꺾인 루돌프는 불길한 주사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두 번째로 주위를 급히 둘러보았다. 그 눈길이 너무도 절망에 차서, 무서운 공감으로 구경꾼들 사이에 심한 전율이 흘렀다.
‘구원자가 없다.’ 루돌프는 생각했다. ‘나를 보거나 들을 이가 아무도 없다! 있다 해도 이제 너무 늦었다. 더는 주사위를 바꿀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운명의 주사위를 움켜잡았다. 손이 경련하듯 그것을 죄었다. 던지기도 전에 주사위가 둘로 부서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 기이한 사고에 모두가 전율하며 놀라는 사이, 그는 다시 둘러보았다. 갑작스러운 충격과 기쁨이 얼굴을 스쳤다. 멀지 않은 곳에 행상인 차림의 타일러가 상처 하나 없이 서 있었다. 전장에서 포탄에 머리가 날아간 전우였다. 루돌프는 눈으로 은밀하게 신호를 보냈다. 이제 누구와 거래하는지 마음에 분명히 알았지만, 그 순간의 무서운 시련이 더 나은 결심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군사위원들은 다소 혼란에 빠졌다. 이토록 기이한 사고에 대비할 생각을 하지 못했으므로 두 번째 주사위가 없었다. 막 가져오라고 사람을 보내려는데, 행상인이 나서서 부족한 것을 대겠다고 했다. 법무관이 새 주사위를 검사한 뒤 불행한 루돌프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던졌다. 주사위가 북 위에 놓였다. 또다시 6이었다! 모두가 놀랐다.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다시 던져야 했다. 다시 던졌다. 그리고 병든 아내의 남편이자 반쯤 헐벗은 두 아이의 아버지인 베버에게 가장 낮은 눈이 나왔다.
즉시 병사들에게 위치를 잡도록 하는 장교의 목소리가 들렸다. 베버 쪽에서도 지체가 거의 없었다. 자기 행위로 아내와 아이들에게 입힌 압도적인 상처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는 두 전우와 서둘러 악수하고, 재빨리 자리로 들어가 무릎을 꿇었다. 명령이 들렸다.
“총을 내려 겨누어라.”
곧 그는 헤아릴 수 없는 축복을 비는 이의 몸짓으로 운명의 손수건을 떨어뜨렸다. 눈 깜짝할 사이 열여섯 발의 탄환이 가엾은 반란자의 가슴에서, 측량할 수 없이 무거운 고통의 짐을 모두 덜어 주었다.
도시로 돌아왔을 때 그들을 맞은 모든 축하는 루돌프의 귀에 아무 힘 없이 떨어졌다. 샤를로테의 애무조차 거의 기쁨을 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악령과 공모하여 전우를 희생시켰다고 믿었다.
샤를로테의 간청은 사형 판결을 받았던 사위에 대해 늙은 아버지의 자존심이 제기하는 모든 반대를 이겼다.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그러나 혼인 잔치에서 즐거운 소동이 일어나는 가운데, 정작 주인공들은 행복하지도 평온하지도 않았다. 얼마 뒤 장인이 죽었다. 그의 죽음으로 젊은 부부는 완전히 독립적인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샤를로테의 재산과 루돌프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아 남아 있던 것은, 게으르고 사치스러운 생활에 금세 삼켜졌다. 이제 루돌프는 아내를 학대하기 시작했다. 자기 양심에서 도망치려고 온갖 방탕한 행실에 빠져들었다. 아주 특이한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운 좋은 주사위 눈을 떠올리게 하는 모든 것을 격렬하게 혐오했는데, 차츰 억제할 수 없는 주사위 노름의 열정을 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 열정을 써먹을 수 있는 사람들과 온 시간을 보냈다.
집은 이미 오래전에 그의 손에서 떠났다. 어디에서도 1실링을 빌려줄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가 부양해 온 베버의 병약한 미망인과 두 아이도 거처와 생계 수단을 잃었다. 얼마 되지 않아 그 자신과 아내와 아이에게도 같은 운명이 닥쳤다.
마법의 주사위 — 거래의 대가와 마지막 밤
C01-S07-B · 인쇄 97쪽 Too little used to labour–111쪽 끝 · PDF143–157면 · 미서명 영어 서술자; 독일어에서 번역했다는 표기
노동에 너무 익숙하지 않아 그런 길로 형편을 나아지게 할 희망도 없던 그는, 어느 날 의학기관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 그 시신에 대한 사후 권리를 사들이곤 한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그 기관을 찾아갔다. 방탕한 생활로 외모와 건강이 크게 망가져 있었으므로, 그들은 더욱 쉽게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돈, 아내와 반쯤 굶주린 아이들을 먹이려던 돈은 노름판에서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 달러가 없어지자 슈롤은 주사위 하나를 격렬하게 이로 깨물었다. 바로 그때 귓가에서 이런 속삭임이 들렸다.
“살살, 형제, 살살. 모든 주사위가 모래 언덕의 그것처럼 둘로 쪼개지지는 않는다네.”
그는 동요하여 둘러보았지만, 그 말을 했을 만한 사람의 흔적은 없었다.
자신과 함께 노름한 사람들에게 무서운 저주를 퍼부으며 그는 노름집에서 뛰쳐나왔다. 아내와 아이들이 그의 귀가와 도움을 기다리는 비참한 다락방으로 향했다. 그러나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린 가엾은 이들이 너무도 다급하게 매달렸다. 그 광경에서 달아나는 것 말고는 괴로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늦은 밤, 그의 완전한 빈곤이 모든 술집에 알려진 마당에 어디로 갈 수 있겠는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배회하다가, 마침내 교회 묘지에 이르렀다. 달은 폭풍 구름의 덩어리에 때때로 가려졌지만, 조용한 묘석들을 엄숙하게 비추었다. 루돌프가 몸서리치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기 존재뿐이었다.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죽은 자들의 거처 위를 성큼성큼 걸었다. 그러다가 전보다 더 크게 몰아치기 시작한 얼음 같은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지하 묘실로 들어갔다. 달빛은 묘실 안으로 들어와 벽에 새겨진 금빛 문구를 환히 비추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복되도다!”
슈롤은 땅에 꽂혀 있던 삽을 집어 들고 벽의 금빛 글자들을 맹렬히 쳤다. 그러나 글자는 부서지지 않는 듯했다. 곡괭이로 달려들려는데, 갑자기 손 하나가 어깨에 닿으며 말했다.
“살살, 전우. 수고는 모두 헛일일세.”
슈롤은 공포의 큰 외침을 내질렀다. 그 말에서 베버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돌아보자 그의 온 모습이 알아보였다.
“무엇을 원하는가?” 루돌프가 물었다. “무슨 일로 왔나?”
“자네를 위로하러.” 형상이 대답했다. 그런데 이제 갑자기, 슈롤이 운 좋은 주사위를 빚졌던 그 행상인의 모습과 목소리로 바뀌었다. “자네는 나를 잊었네. 그래서 불운에 빠진 것이지. 고개를 들어, 다시 행복하게 해주려고만 찾아온 어려울 때의 친구를 알아보게.”
“그것이 목적이라면, 어째서 이 땅에 있었던 모든 모습 가운데 내가 가장 몸서리칠 이유가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누구에게도 너무 쉬운 조건으로 내 도움이나 대화를 허락해서는 안 되기 때문일세. 내 주사위가 자네의 운명을 바꾸도록 허락되기 전에, 나는 자네에게 몇 가지 암시를 주어야 했네. 그 암시로 자네는 누구와 거래하는지 알았지.”
“그렇다면 나는 누구와 거래했단 말인가?” 슈롤은 눈을 크게 뜨고 머리칼을 곤두세운 채 외쳤다.
행상인은 웃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전우, 자네는 그때도 알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알고 있네. 하지만 무엇을 바라나?”
슈롤은 속으로 갈등했다. 그러나 처참한 형편에 굴복하여 곧 말했다.
“주사위. 내가 원할 때마다 이기게 해줄 주사위를 원한다.”
“좋아. 하지만 먼저 벽의 이 금빛 글씨가 빛나는 곳에서 비켜서게. 자네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글씨야. 여기 주사위가 있네. 결코 자네 손을 떠나게 하지 말게. 그랬다가는 큰 곤경에 빠질 수 있으니까. 내가 필요하면 자정을 알리는 마지막 종소리에 불을 피우고, 크게 웃으며 내 주사위를 던져 넣게. 한두 번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가 쪼개질 것이네. 그 순간 불길 속에서 붙잡게. 그 순간을 놓치지 말게. 놓치면 자네는 끝장이야. 그리고 내가 나타날 때마다 앞서 보낼 수밖에 없는 광경들에 용기를 잃지 말게. 마지막으로, 이 일에 성일을 택하지 말고 사제의 축복을 조심하게. 자, 주사위를 받게.”
슈롤은 한 손으로 주사위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 눈을 가렸다. 다시 눈을 들었을 때에는 홀로 서 있었다. 이제 묘지를 떠나, 아직 촛불이 보이는 노름집으로 가능한 한 급히 돌아갔다. 하지만 규칙이 허락하는 가장 낮은 판돈을 걸 만큼의 돈을 ‘친구’에게서 얻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따랐다. 자신이 가져온 주사위를 쓰자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은 훨씬 쉬웠다. 그들은 여기서 아주 흔한 미신밖에 보지 못했다. 속임수의 가능성도 없다고 보았다. 주사위에 따르는 것으로 여겨지는 행운은 당연히 그와 다른 사람들에게 똑같이 이익을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법의 본질은 주사위의 소유자만이 그 초자연적 힘을 누린다는 데 있었다. 그래서 아침이 가까워졌을 때, 슈롤은 술과 즐거움에 취하고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돈을 짊어진 채, 가족이 반쯤 얼고 굶주려 누워 있는 다락방으로 비틀거리며 돌아갔다.
가족의 겉으로 드러나는 형편은 즉시 나아졌다. 슈롤이 딴 돈은 당장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는 데만 충분한 것이 아니었다. 앞쪽 방을 얻을 수 있었고, 상당한 판돈을 걸 만큼의 돈도 남았다. 이 돈을 가지고 더 나은 옷차림을 한 루돌프는, 유행하는 상류층 노름집으로 갔다. 저녁에는 금을 짊어지고 돌아왔다.
이제 그 자신이 노름집을 열었다. 불과 몇 주 사이에 가족의 겉모습이 너무도 좋아져, 경찰이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는 도시를 떠나 거처를 계속 바꾸었다. 다른 도시들보다 독일의 여러 온천장을 즐겨 찾았다. 주사위의 행운은 끈질기게 유지되었지만, 돈을 모으지는 못했다. 그와 가족의 방탕한 생활에 모든 것을 탕진했다.
마침내 [지명 미기재] 온천장에서 일이 불행한 방향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루돌프는 아름다운 젊은 부인에게 격렬한 열정을 품었다. 무도회와 연주회, 심지어 교회에서도 따라다녔지만 헛일이었다. 이 열정이 갑자기 모든 분별과 신중함을 앗아 갔다. 어느 밤, 이제 자신을 폰 슈롤스하우젠 대위라 부르던 슈롤은 주사위로 결정적인 성공을 거두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아마 넘치는 부와 화려함을 과시하여 그 부인의 마음을 얻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주사위가 힘을 잃고, 아무 경고도 없이 그를 저버렸다. 지금까지는 그가 지기를 원할 때에만 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도 결정적인 순간에 실패하여, 자기 돈뿐 아니라 빌린 상당한 돈까지 잃었다.
분노로 거품을 물며 그는 집에 돌아왔다. 아내가 어디 있느냐고 사납게 물었다. 외출 중이었다. 주사위를 주의 깊게 살펴보니, 자기 것이 아닌 듯했다. 강한 의심이 그를 사로잡았다. 폰 슈롤스하우젠 부인도 남편처럼 자기 노름 모임이 있었다. 그는 주사위의 기원을 밝히지는 않고, 그 특별한 권능을 가끔 아내에게 보여 주었다. 아내는 단 하룻저녁만 쓰게 해달라고 간절히 졸랐었다. 물론 그는 잠자리에 들 때조차 주사위를 떼어 놓지 않았다. 그러나 자는 동안 바꿔치기되었을 가능성은 있었다. 이 의심을 곱씹을수록 더 굳어졌다. 간신히 가능한 일이 그럴 법한 일이 되었고, 그럴 법한 일은 확실한 일이 되었다. 바로 그때 아내가 아주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와, 오늘 밤 엄청난 행운이 쏟아졌다고 알리자 확신은 완전히 굳어졌다. 증거로 상당한 액수의 금화를 탁자 위에 쏟아 놓았다.
“이제 당신 주사위는 더는 부럽지 않아요.” 그녀는 웃으며 덧붙였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내 것과 바꾸지도 않겠어요.”
의심을 확신한 루돌프는 자기에게서 훔쳐 간 재산이라며 주사위를 내놓으라고 했다. 그녀는 웃으며 거절했다. 그는 더 격하게 요구했고, 그녀도 열을 내며 맞받았다. 양쪽 모두 화가 났다. 마침내 극도의 분노 속에서 루돌프가 칼을 낚아채 아내를 찔렀다. 칼은 심장을 꿰뚫었다. 그녀는 한 번 흐느끼고 잠시 경련한 뒤 죽었다.
“저주받을 사고!” 그가 외쳤다.
살펴보니 아내 지갑의 주사위가 자기가 잃었다고 의심하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루돌프 말고는 살인을 본 눈이 없었다. 아이는 깨지 않고 계속 잤다. 그러나 정황 때문에 집주인이 알게 되었고, 아침에는 공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루돌프는 큰 제안을 내놓아 그의 침묵을 사는 데 성공했다. 요지는 집주인에게 많은 돈을 넘겨주고, 오래전부터 은밀한 관계를 이어 온 그의 딸과 결혼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약속에 따라, 폰 슈롤스하우젠 부인이 오래 앓던 우울성 심병의 갑작스러운 발작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사람들에게 알렸다. 물론 이 일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살해된 사람에게 법적 조사를 촉구할 만큼 깊은 이해관계를 가진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때 사랑했던 아내를 죽인 일보다 이 시기 루돌프의 마음을 훨씬 더 어지럽힌 사실이 있었다. 되풀이한 경험을 통해, 주사위가 힘을 잃었다는 점이 완전히 확인된 것이다. 이틀 연속 너무도 크게 잃어, 안개 낀 밤에 도망쳐야 할 처지가 되었다. 날마다 더욱 사랑하게 된 아이는, 돌아와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담보로 주인에게 남겨 두어야 했다. 어두운 조언자를 곧장 소환할 수 있었다면 달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이 큰 축일인 성령강림절이어서, 소환은 잠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머물렀다면 채권자들 앞에서 체면을 지키려고 온갖 지연 구실을 지어내야 했을 것이다. 반면 빚을 갚기에 충분한 돈을 들고 돌아오면, 모든 의심은 즉시 잠잠해질 터였다.
그는 자주 찾아 늘 숙소를 유지하던 이웃 영지의 수도로 갔다. 성령강림절 일요일을 조바심 속에 보내며, 그다음 밤에는 조언자를 불러 대화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지연을 아무리 못 견뎌 했어도, 자정이 가까워지자 불안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하인을 온천장에 남겨 두어 방에 완전히 혼자 있었는데도, 자정이 훨씬 되기 전부터 주위에서 발소리와 속삭임을 듣는 듯했다.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계획이, 이제 온통 괴물 같은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사악한 조언자 자신도 용기를 내라고 충고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음을 기억했다. 지금 그 용기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래서 명령받은 대로 열두 시의 마지막 종소리와 함께, 난로에 쪼개 준비해 둔 나무에 불을 붙였다. 빈 홀과 계단에서 무섭게 메아리치는 큰 웃음을 터뜨리며 주사위를 불길에 던졌다. 맹렬한 불꽃과 함께 일어나는 연기에 어지럽고 반쯤 숨이 막힌 채 몇 분 동안 서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주위의 모든 물체가 바뀌는 듯하더니, 자기가 아버지의 집으로 옮겨졌음을 알았다. 아버지는 실제로 보았던 그대로 임종의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때 아들에게 말하려 애쓰던 애원과 고통의 표정이 입가에 그대로 있었다. 다시 한번 사랑과 연민으로 두 팔을 아들에게 뻗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 몸짓 속에서 숨을 거두는 듯했다.
슈롤은 그 광경에 동요했다. 강력한 고문자처럼, 삶의 순수했던 시절에 품은 모든 명예로운 계획과 전망을 기억 속에 불러 되살렸기 때문이다. 이때 주사위가 처음으로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슈롤은 불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두 번째로 연기가 빛을 가려, 두 번째 광경을 드러냈다. 모래 언덕의 사건 전날, 감옥에 앉아 있는 자신이 보였다. 성직자가 함께 있었다. 얼굴 표정으로 보아 막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복되도다.”
루돌프는 당시의 마음가짐을 생각했다. 성직자가 자신 안에 일으킨 희망, 그리고 아버지와 다시 결합할 자격이 아직 남아 있거나 쓰라린 참회를 통해 그런 자격을 얻었다고 느끼던 마음을 생각했다. 주사위가 다음으로 갈라지는 소리가 그 장면을 깨뜨렸다. 그러나 대신 나타난 것은 조금도 더 위로가 되지 않았다. 도둑들의 소굴이 나타났다. 거기서 베버의 불행한 미망인이 아이들을 저주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부양도 조언도 보호도 없이 남겨져 나쁜 길로 들어섰다. 뒤에는 몰락한 아이들의 피 흘리는 아버지가 서 있었다. 한 손은 위협적인 몸짓으로 슈롤을 향해 뻗었고, 다른 손은 그를 고발하는 기록을 들고 하늘로 올렸다.
주사위가 세 번째로 쪼개질 때, 연기 품속에서 살해된 아내의 형상이 솟아났다. 방의 한 구석에서 다른 구석까지 그를 쫓아다니는 듯했다. 마침내 난롯가로 와 앉았다. 이제 루돌프는 공포 속에서, 그 옆에 무덤에 묻힌 아버지와 불행한 베버가 몸을 길게 뻗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함께 낮고 소리 없는 속삭임과 신음을 이어 갔다. 그것이 신비한 공포로 그를 흔들었다.
길고 끔찍한 환영들이 이어진 뒤, 루돌프는 불길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보았다. 다가갔다. 주위 형상들이 위협하는 자세로 손을 들었다. 한순간만 더 지나면 시간은 영원히 사라지고, 거짓 친구가 말했듯 루돌프는 끝장난 사람이 될 터였다. 그는 절망의 용기로 위협하는 형상들 한가운데를 뚫고, 벌겋게 달아오른 주사위를 움켜쥐었다. 손이 닿자마자 주사위들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쪼개졌다. 그 소리 앞에서 환영들은 한꺼번에 사라졌다.
이번에 악한 조언자는 무덤 파는 인부 차림으로 나타났다. 콧김을 뿜듯 물었다.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슈롤은 두려움으로 뒤로 물러서며 대답했다. “당신의 약속을 상기시키고 싶다. 당신의 주사위가 힘을 잃었다.”
“누구의 잘못 때문이지?”
루돌프는 침묵하며 눈을 가렸다. 자신을 응시하는 악마 같은 존재의 시선은 시들게 하는 듯했다.
“어리석은 욕망이 너를 그 아름다운 처녀를 따라 교회로 끌고 갔다. 내 말은 잊혔다. 내가 조심하라고 경고한 축복이 주사위에서 힘을 빼앗았다. 앞으로는 내 지시를 더 잘 지켜라.”
그렇게 말하고 그는 사라졌다. 슈롤은 난로 위에서 새 주사위 세 개를 발견했다.
이런 광경 뒤에는 잠을 생각할 수 없었다. 루돌프는 가능하다면 바로 그날 밤 주사위를 시험하기로 했다. 길 건너 호텔의 무도회는 좋은 기회인 듯했다. 초대를 받았고, 아직 왈츠를 추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그곳으로 갔다. 다만 자기 숙소의 소음이 맞은편 집들에 들렸을까 봐 조금 불안했다. 이 두려움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고 기뻤다. 모든 것이 오직 그의 감각만을 위해 마련되었던 듯했다. 태연한 척 자정 무렵의 큰 폭발음은 무엇이었느냐고 물었을 때, 들었다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주사위도 기대에 부응하여 기뻤다. 노름하는 사람들을 찾아 합류했다. 날이 밝을 때까지 행운을 너무도 많이 얻어, 즉시 온천장으로 돌아가 아이와 명예의 약속을 되찾을 수 있었다. 온천장에서는 최근 입은 손실이 컸던 만큼이나 많은 새 지인을 사귀었다. 그는 그곳에서 가장 부유한 신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그 명성에 기대어 그에게 어떤 목적을 품은 사람들은, 자기 계획을 유리하게 하려고 기꺼이 돈을 잃어 주었다. 그래서 한 달 만에 재산가로 확고히 자리 잡을 만큼의 돈을 얻었다.
그런 평판과 홀아비라는 처지를 등에 업었다면, 이전에 쫓아다니던 젊은 부인에게 이제 틀림없이 성공적으로 구애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재산에만 관심이 있었고, 딸의 손을 청하는 사람의 도덕성과 그런 종류의 존경받을 만함은 눈감아 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제안해도, 평판이 몹시 나쁜 여자인 집주인의 딸과 맺은 약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실제로 첫 아내가 죽은 지 여섯 달 뒤, 그는 그 여자와 결혼했다.
두 번째 아내는 돈을 한없이 뿌려 명예의 얼룩을 씻으려 했다. 그래서 루돌프가 새로 모은 재산도 금세 탕진되었다. 그녀와 헤어지는 것은 마음에 가장 가까운 소원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장인 앞에서 두 번째로 꺼낼 엄두는 내지 못했다. 그런 뜻을 한 번 비쳤을 때, 그자가 즉시 가장 무서운 협박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첫 아내를 살해한 일이 그를 두 번째 아내에게 묶는 사슬이었다. 첫 아내가 남긴 아들은 얼굴뿐 아니라 성격의 나쁜 면들까지 어머니를 매우 닮았다. 그래도 그 아이가 유일한 위안이었다. 물론 음울하고 어지러운 마음이 어느 때든 위안을 맛보도록 허락했다면 말이다.
주위의 수많은 나쁜 본보기가 주는 악영향에서 아들을 지키려고, 그는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한 사람과 약속을 맺었다. 그 사람이 자기 집에서 아이의 교육을 감독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무산되었다. 화려함과 과시를 좋아하여 잔치를 만들 구실이면 무엇이든 붙잡으려 하던 폰 슈롤스하우젠 부인이, 소년이 떠나기로 한 전날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한 것이다. 식당에서 보내지 않는 시간은 노름 탁자에서 보냈다. 주사위에 바친 시간이었다. 주인은 이번에 그 비범한 힘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이용했다. 막 쓸 수 있는 돈 전부를 토지 재산을 사는 데 투자했기 때문이다. 손님 한 사람이 끊임없는 불운으로 상당한 돈을 잃자, 화가 나서 주사위를 너무 세게 탁자에 던졌다. 그중 하나가 떨어졌다. 하인들이 바닥을 뒤졌고, 아이도 기어 다니며 찾았다. 찾지 못하고 일어서다가 주사위를 밟았다. 균형을 잃고 난로 모서리에 너무 세게 부딪쳐, 머리에 입은 부상으로 몇 시간 만에 죽었다.
이 사고는 아버지에게 가장 강력한 충격을 주었다. 그는 처음 주사위를 시험했던 때부터 삶 전체를 되짚었다. 모든 불행이 거기서 생겨났다. 어떻게 해야 그 저주받은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곱씹으며 마음 깊이 괴로워하던 슈롤은, 해 질 무렵 밖으로 나와 도시를 거닐었다. 외곽의 외딴 다리에 이르러, 난간에서 아래 물의 음울한 깊이를 내려다보았다. 물은 공감과 강한 매혹의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 듯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되리라!” 그는 외치고 난간을 넘었다.
그러나 물속에서 무덤을 찾는 대신, 아래에서 누군가의 강한 손에 붙잡히는 것을 느꼈다. 조롱하는 웃음으로, 그는 그 사람이 악한 조언자임을 알아보았다. 그자는 그를 물가로 데려가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좋은 친구. 나와 한 번 동맹을 맺은 자는, 제 뜻에 반하더라도 내가 죽음에서 구해 주지.”
절망으로 반쯤 미친 슈롤은 이튿날 아침 장전한 권총을 들고 도시에서 빠져나왔다. 봄이 밖에 나와 있었다. 봄꽃과 봄바람과 나이팅게일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원주] 그러나 그나 그의 즐거움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근처 장터로 가는 행상 무리가 그를 지나갔다. 한 사람이 낙담한 얼굴을 불쌍히 보고 곁에 붙어, 무슨 일이냐고 동정 어린 어조로 물었다. 슈롤은 지나가던 다른 두 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
“정말이지, 나는 저렇게 험상궂은 자와 둘이 걷고 싶지는 않네.”
그는 두 사람에게 성난 눈길을 던졌다. 자기를 불쌍히 여기는 동행의 손을 뜨겁게 쥐어 작별하고, 숲의 외딴 길로 접어들었다. 처음 만난 은밀한 곳에서 권총을 발사했다. 그런데 보라! 그토록 친절하게 말해 주던 사람이 피 속에 누워 있었고, 자신에게는 상처가 없었다.
이 순간, 살해된 사람의 얼굴을 반쯤 무의식적으로 바라보는데, 등 뒤에서 붙잡히는 느낌이 들었다. 벌써 처형 집행인의 손에 들어간 듯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무덤 파는 인부 차림의 악한 충동자가 보였다. 기뻐해야 할지 괴로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친구여,” 무덤 파는 자가 말했다. “내가 죽음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데 만족할 수 없다면, 처음에 내가 구해 주었던 바로 그것, 곧 공개 처형으로 결국 너를 끌고 갈 수밖에 없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든 다른 어떤 길로든 나를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말라. 죽은 뒤에도 너는 반드시 다시 내 것이 될 테니까.”
불행한 사람이 물었다. “그렇다면 누가, 누가 이 가엾은 나그네를 죽였는가?”
“누구냐고? 너 자신 말고 누구겠느냐? 권총을 쏜 것은 네가 아니냐?”
“그렇지. 하지만 내 머리에 쏘았다.”
악령의 웃음에 슈롤은 뼈 위의 살이 오싹해졌다.
“이것을 알아 두어라, 친구. 운명을 내가 손에 쥔 자는 자기 행위로 그것을 앞당길 수 없다. 처형대를 피하고 싶다면 우선 물러가라. 한 번 더 호의를 베풀어, 이 살인에는 내가 장막을 덮어 주겠다.”
그러고는 무덤 파는 자가 시신을 위한 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슈롤은 떠나 헤맸다. 처벌에서 자기 안전을 구하려는 생각보다는, 눈앞의 흉측한 존재에게서 벗어나려는 마음이 더 컸다.
원주 나이팅게일을 직접 알 만큼 남쪽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독자들에게 알려 줄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새는 밤뿐 아니라 낮에도 노래한다.
우연히 위병소에 붙잡혀 있는 죄수를 보자, 슈롤의 생각은 자신의 수감 시절로 되돌아갔다.
“나와 샤를로테에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겠는가. 그때 그런 조건으로 삶을 사는 것을 거절하고, 선량한 영적 조언자의 충고를 더 깊이 새겼더라면!”
이때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늙은 성직자를 찾아가, 자기의 비참한 이야기와 처지를 털어놓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내에게 사적인 일 때문에 [지명 미기재] 읍에 며칠 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말해도, 따라오겠다는 아내를 말릴 수 없었다.
여행 중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잊을 수 없는 모래 언덕의 사건 때에도 이미 나이가 많았던 성직자가 이제 죽었을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읍 어귀에서 바로 그가 길을 걷는 모습을 보았다. 즉시 몇 년 동안 느껴 보지 못한 평온이 마음에 찾아왔다. 노인의 존엄한 외모는 과거의 삶 전체를 온전히 털어놓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혔다. 다만 한 가지 행위, 첫 아내를 죽인 일은 숨겨도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참회해도 이제는 되돌려 배상할 가능성이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경건한 성직자는 오랫동안 슈롤의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았다. 그러나 마침내 자기가 상대하는 것이 어그러진 지성이 아니라 상처받은 영혼이라고 확신하자, 자애로운 성품과 오랜 경험이 효과적이리라고 일러 주는 온갖 종교적 위안을 제시하려 힘썼다. 여드레 동안 성직자와 대화한 뒤, 슈롤은 조금 덜 비참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되찾았다. 그러나 선량한 사람은 헤어질 때, 불경한 연결을 어떤 식으로든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자신에게서 치우라고 훈계했다.
슈롤은 그 지시에 주사위가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다. 집으로 돌아가면 첫 번째로, 모든 소유자에게 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그 저주받은 도구들을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묻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여관에 들어가자 아내가 그를 맞았다. 몹시 들떠 한없이 웃고 있었다. 이유를 물었다.
“싫어요.” 그녀가 말했다. “당신은 여기 온 이유와 지난주에 한 일이 무엇인지 말해 주지 않았죠. 나도 비밀을 가질 거예요. 나를 여관에 혼자 둔 것은 결혼에 자연히 따르는 예의의 한 종류라 치죠. 하지만 낡고 지루한 목사와 함께 시간을 허비하려고 여기까지 여행했다니, 그건 말씀드리자면 들 돈만큼의 가치도 없는 변덕 같군요.”
“내가 늙은 목사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누가 말했소?” 놀란 슈롤이 물었다.
“누가 말했느냐고요? 당신이 목사와 무슨 일을 했는지 알려 주면, 나도 누가 알려 주었는지 말해 드리지요. 하지만 지금 이것만은 확실히 말하겠어요. 알려 준 신사는 무덤 가장자리에 서 있는 늙은이보다 천 배는 더 잘생겼고 더 흥미로운 동반자예요.”
폰 슈롤스하우젠 부인이 남편의 호기심을 자극하려 아무리 애써도, 비밀을 끌어낼 수는 없었다. 이튿날 돌아오는 길에서도 되풀이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모두 막아 냈다. 집에 닿자 아내가 내민 막대한 청구서들은 그의 결심을 더 심하게 시험했다. 옷과 보석에 쓴 돈이 너무 많아, 슈롤에게는 얼마 전에 산 토지를 곧바로 파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하겠다는 선언을 아내는 매우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토지를 팔아요? 당신이 죽으면 내가 의지할 유일한 자원을 판다고요? 대체 무슨 이유인지 알고 싶네요. 당신 주사위의 평소 행운을 아주 조금만 써도 이런 사소한 돈은 갚을 수 있을 텐데요. 청구서를 오늘 갚든 내일 갚든 그렇게 대단한 문제일 수는 없잖아요.”
그러자 슈롤은 다시는 노름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다시는 노름하지 않겠다니!” 아내가 외쳤다. “흥! 흥! 당신 때문에 내가 다 부끄러워요! 그러면 듣던 말이 모두 사실인가 보군요. 양심의 가책 때문에 그 낡고 녹슨 목사에게 갔고, 목사는 보속으로 노름을 삼가라고 명했겠죠? 그렇게 들었지만 믿지 않았어요. 당신 처지에서는 너무 무의미하고 비이성적인 일 같았으니까요.”
“여보, 생각해 보오…….” 슈롤이 말했다.
“생각하라고요? 생각해서 무슨 소용인가요? 무엇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폰 슈롤스하우젠 부인은 말을 끊었다. 여관에서 만난 멋쟁이 신사를 떠올리며, 이제 처음으로 자신이 먼저 별거를 제안했다.
“좋소.” 남편이 말했다. “만족하오.”
“나도 만족하네.” 바로 그때 합류한 장인이 말했다. “하지만 우선 내 딸이 체면을 지키며 살기에 충분한 돈을 내게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 두게. 그렇지 않으면…….”
그는 슈롤을 따로 데려갔다. 살인을 폭로하겠다는 옛 협박에 슈롤은 완전히 기가 꺾였다. 마침내 절망 속에서 조건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한 번 더 주사위를 시험해야 했다. 다만 별거를 이루기 위한 목적뿐이었다. 그것만 끝나면 슈롤은 날품팔이를 해서라도 다른 방식으로 생계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마침내 정해진 금액에서 몇백 달러만 모자랄 만큼 돈을 모았다. 그는 벌써 주사위를 던져 넣고 메울 수 있는, 오래되어 쓰지 않는 우물을 찾고 있었다. 강조차도 이런 비참함의 도구들을 숨기기에 충분히 안전한 곳으로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장인의 요구액에서 마지막 남은 돈을 얻기로 한 바로 그 밤, 슈롤이 그토록 쓰라린 불안 속에 기다려 온 밤에, 그는 유난히 음울하고 낙담했다. 며칠째 계속 상당한 돈을 잃은 낯선 이의 얼굴이 특히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 사람은 자신을 슈투츠라 불렀다. 그러나 모래 언덕에서 총살된 옛 전우 베버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생기 있는 젊음이라는 이점 말고는 아무 차이도 없었다. 그 광경의 충격에서 회복할 틈도 없이 두 번째 충격이 왔다. 자정 무렵 아무도 모르는 다른 남자가 노름 탁자로 다가왔다. 방금 일어났다고 하는 사건을 이야기하며 놀이를 끊었다.
그의 말로는, 어떤 남자가 사람들이 ‘악한 자’라 부르는 누군가, 아니 여러분은 그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그런 자와 계약을 맺었다. 그 계약 덕분에 노름에서 꾸준한 행운을 얻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가 계속했다. “믿으시겠습니까? 요전에 그자가 그 계약을 후회하기 시작했답니다. 우리 신사가 배신하고 빠져나가려 했던 겁니다. 빠져나가려 했단 말입니다. 다만 그전에 어떤 정해진 액수의 돈을 남몰래 모으기로 했지요. 아, 가엾은 바보! 자기가 누구를 상대하는지 전혀 몰랐던 겁니다. 사람들이 굳이 악한 자라고 부르는 그자는, 그런 식으로 사기를 당할 사람이 아니었거든요. 아니죠, 아니야, 좋은 친구. 내가 보았—아니, 악한 자가 보았다는 말입니다—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때 알아챘지요. 그래서 사기꾼이 필요한 돈의 마지막 몫을 막 주머니에 넣으려 한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그자를 붙잡았답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꾸며 낸 이야기라고 여겨 너무 크게 웃었다. 그 소리에 폰 슈롤스하우젠 부인이 옆방에서 나왔다. 그녀에게도 이야기를 되풀이해 주었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여관에서 만난 멋쟁이 신사임을 알아본 그녀는 더욱 기뻐했다. 두 사람, 슈투츠와 슈롤을 빼고 모두가 다시 웃었다. 첫째는 지갑의 돈을 또 모두 잃었다. 둘째는 이야기에 너무 혼란스러워 맞은편 낯선 이를 눈을 고정한 채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낯선 이의 얼굴이 매순간 바뀌는 듯한데, 오직 자기를 끈질기게 바라보는 비인간적인 경멸의 차가운 표정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경악은 더 커졌다.
마침내 더는 견딜 수 없었다. 슈투츠가 또 돈을 잃자, 슈롤은 이제 늦었고 슈투츠 씨의 불운이 너무 계속되니 다른 날에 이어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주사위를 주머니에 넣었다.
“멈춰!” 낯선 신사가 말했다.
그 목소리에 슈롤은 공포로 얼어붙었다. 그 무서운 어조와 불타는 눈이 누구의 것인지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멈춰!” 그가 다시 말했다. “주사위를 내놓아라!”
슈롤은 떨면서 탁자 위로 주사위를 던졌다.
“아! 그럴 줄 알았지.” 낯선 이가 말했다. “속을 조작한 주사위군!”
그는 망치를 달라고 하여 주사위 하나를 둘로 쳤다.
“보시오!” 부서진 주사위를 슈투츠에게 내밀며 말했다.
실제로 납으로 속을 채운 듯했다. 슈롤이 극도의 혼란 속에 방을 떠나려 하자 젊은이가 외쳤다.
“멈춰, 비열한 사기꾼!”
그는 주사위를 슈롤에게 던졌다. 하나가 오른쪽 눈에 박혔다. 소란이 커졌다. 경찰이 들어왔다. 슈롤의 상처가 매우 위험해 보여, 슈투츠가 체포되었다.
이튿날 슈롤은 심한 열병에 걸렸다. 거듭 슈투츠를 찾았다. 그러나 슈투츠는 가짜 통행증으로 여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엄중히 수감되었다. 이제 그는 자기가 반란자 베버의 아들 중 하나라고 고백했다. 병약한 어머니는 아버지 처형 뒤 얼마 되지 않아 죽었고, 자신과 형제는 후견인의 통제도 부양도 없이 남겨져 나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듣자 슈롤은 급격히 나빠졌다. 젊은 성직자에게 자기의 불행한 사연 전체를 털어놓았다. 자정쯤에는 다시 몹시 서둘러 성직자를 불렀다. 그가 왔다. 그러나 그를 보자 슈롤은 극도의 공포 속에 두 손을 내밀어 눈앞에서 물러가라고 손짓했다. 그 신호에 따르기도 전에 불행한 사람은 경련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젊은 성직자를 보고 보인 이 공포, 그리고 자신이 이미 병실에 왔었다는 말을 도착해서 듣고 성직자 자신이 놀란 사실로부터, 누군가 악마적인 목적을 위해 그의 형상을 취했으리라고 추론했다. 주사위와 낯선 신사는 비참한 희생자와 동시에 사라졌고,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슈레프퍼가 소환한 슈발리에 드 삭스의 유령
C01-S08 · 인쇄 112–118쪽 · PDF158–164면 · 말미 서명 T. M. Jarvis, Esq.; 제보와 추론을 구별하는 서술
제1부, 제VI절.
슈레프퍼가 소환한 슈발리에 드 삭스의 무서운 유령
드레스덴에서 자기 기술의 이 비범한 증거를 보여 준 사람—어느 경우든 그것을 기술의 증거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은 슈레프퍼라는 인물이었다. 본래 고향인 라이프치히에 살며 커피하우스를 운영했다. 그러나 그 장사는 자신이 바라는 만큼의 이익도 명성도 주지 않았다. 그는 마술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그 놀라운 학문과 관련된 여러 비밀이나 힘을 얻었다고 한다. 영들과 교류하며 그들을 지배한다고 대담하게 주장했다. 전적으로 자기 마음대로는 아니더라도, 소환의 힘으로 불러내고 명령하며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 작용자들을 친화적인 영, 악한 영, 중립적인 영의 세 부류로 나누는 재주를 부렸다. 다가오거나 나타날 때 그들에 앞서거나 동반하는 소리와 소음으로 모두 구별할 줄 알았다. 마술의 힘을 발휘하는 체할 때마다, 언제나 먼저 자애로운 영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가 말하기로는 악한 영들의 공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든 몇 차례의 시연이 이런 비범한 주장을 뒷받침하자, 곧 적지 않은 평판을 얻었다.
이 무렵, 아직 라이프치히에 살던 슈레프퍼는 작센의 카를 공자에 관해 부적절하거나 무례한 말을 하여 그를 불쾌하게 했다. 그런 행동에 화가 난 공자는 자기 집안에 속한 장교에게 라이프치히로 가서, 자기 이름으로 슈레프퍼에게 체벌을 가하라고 명했다. 명령은 정확히 이행되었다. 그러나 슈레프퍼는 달리 저항하지는 않고 방구석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은 뒤, 보이지 않는 동맹자들에게 와서 도와 달라고 큰 소리로 청했다. 더 이상의 폭력에서 구해지는 데에는 그들이 눈에 보이게 나타나거나 개입할 필요가 없었다. 전해지는 말로는, 장교가 그 소환과 생길지도 모를 결과를 너무 두려워하여 몹시 황급히 방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토록 널리 알려지고, 그 자체로도 슈레프퍼에게 굴욕적인 사건 때문에 그는 라이프치히를 떠났다. 얼마 동안 모습을 감춘 뒤 드레스덴에 나타나, 가명을 쓰고 자신이 프랑스 군대의 대령이라고 밝혔다. 그 신분으로 선제후에게 소개되려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프랑스 사절이 자리를 비운 동안 대리공사로 있던 드 마르부아 씨는 그를 궁정에 데려가기를 거절했다. 진짜 이름은 곧 알려졌다. 마술에 능숙하다는 주장에 많은 추종자가 모여들었고, 명성은 빠르게 카를 공자에게 이르렀다. 슈레프퍼의 능력에 관한 비범한 이야기들이 함께 전해졌다. 그 때문에 공자는 최근 그에게 가한 모욕의 기억을 지우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한 방편으로, 슈레프퍼가 묵는 여관 ‘오텔 드 폴로뉴’에 직접 가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여러 증인 앞에서 때리게 한 일을 사과하고, 그 모욕의 성격이 허락하는 모든 보상을 제안했다. 이런 낮춤에 기분이 좋아진 슈레프퍼가 사과를 받아들이자, 공자는 초자연적 기술의 증거를 조금 보여 달라고 했다. 그가 많은 것을 보여 주었다고 한다. 모두가 공자의 감탄을 더하고, 더 많은 표본을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모든 시대에 마술에서 가장 어렵거나 숭고한 작업은 죽은 영혼을 무덤에서 불러내는 일이었다. 슈레프퍼는 그 기적을 행할 능력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카를 공자는 간절하고 거듭된 요청 끝에, 수많은 거절을 거쳐 마침내 눈앞에 유령을 나타내 보이겠다는 마지못한 약속을 받아 냈다. 슈레프퍼는 그 행위가 자신에게 위험하고 온갖 무서운 사정이 따르는 까닭에, 언제나 극심한 반감과 꺼림을 공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속을 얻었으므로, 이제 남은 것은 무덤에서 소환할 영을 정하는 일이었다. 오랜 숙고 뒤 슈발리에 드 삭스가 지명되었다. 슈레프퍼는 선별된 사람들 앞에 그의 유령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내겠다고 약속했다. 실험 장소로는 드레스덴에 있는 카를 공자의 궁전을 골랐다. 그러나 선제후는 불행히도 쉽게 믿는 사람도 아니고, 자기 수도에서 그런 시연을 허락하려는 사람도 아니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었다. 그가 반대하고 금지할 수 있었으므로, 일을 앞두고 가장 엄격한 비밀을 지켰다.
폴란드 왕 아우구스트 2세의 혼외 아들들 가운데 출생 순서로 셋째인 슈발리에 드 삭스는, 유명한 삭스 백작 원수와는 어머니가 다른 형제였다. 어머니가 서로 달랐던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대단히 명문인 교황파 가문의 루보미르스카 공녀였다. 슈발리에는 어머니 쪽 권리로 폴란드와 작센에서 상당한 재산을 물려받았다. 주로 드레스덴에 살았으며, 불과 몇 해 전에 이 도시의 자기 궁전에서 죽었다. 주요 상속자가 된 조카 카를 공자는 그의 죽음 뒤 그 궁전을 차지했다. 슈발리에는 어머니 쪽 영지뿐 아니라, 선제후를 섬기는 군직과 그 밖의 직분에서도 막대한 수입을 얻었다. 자식을 남기지 않았으므로 많은 돈을 모았으리라고 여겨졌다. 궁전 어딘가에 돈이 숨겨져 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정확히 어디에 두었는지 알아냈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술의 힘으로 그의 영을 억지로 나타나게 할 수 있다면, 그 흥미로운 비밀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호기심과 상당한 보물을 발견할 희망이 결합하여, 카를 공자가 숙부를 실험 대상으로 지명하도록 했다고 여겨진다.
슈레프퍼는 당연히 어둠을 선호했다. 더 은밀할 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주문의 효과를 내기에 더 알맞았기 때문이다. 정해진 밤에 일행이 모였다. 열아홉 명이었다. 나는 그중 몇 사람을 개인적으로 안다. 신망과 인격과 존경받을 만함을 갖춘 사람들이다. 그들이 카를 공자 궁전의 큰 회랑에 모였을 때, 모두의 첫 목적은 창문과 문을 단단히 막는 것이었다. 침입과 속임수를 똑같이 막으려는 뜻이었다. 예방 조치로 할 수 있는 만큼 그렇게 했고, 폭력을 쓰지 않고는 접근하거나 들어올 수 없다고 만족했다.
그러자 슈레프퍼는 자신이 행하려는 일이 그들의 모든 담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알렸다. 탁자 위에 놓인 펀치를 마셔 신경을 강하게 하라고 권했다. 여러 사람이—실제로 내 생각에는 한두 사람을 뺀 모두가 그 충고를 현명하게 여겨—아주 기꺼이 따랐다. 하지만 내게 이 자세한 사정을 전한 신사는 그 충고에서 이익을 얻기를 거절했다.
“나는 유령을 불러내는 자리에 참석하려고 여기에 왔소.” 그가 슈레프퍼에게 말했다. “전부 보든지 아무것도 보지 않든지 하겠소. 결심했으니, 무엇으로도 입 안에 무언가 넣도록 유도할 수는 없소.”
또 한 사람은 정신을 똑바로 유지하며, 누가 열거나 억지로 들어오려는지 감시하려고 큰 문 바로 옆에 자리 잡았다. 이런 준비를 마치자, 큰 작업이 더없이 엄숙하게 시작되었다.
슈레프퍼는 회랑 구석으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수많은 신비한 의식을 치르며, 영들에게 나타나 자기 계획을 도우라고 소환하였다. 그들이 복종할 때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몸과 마음이 크게 동요한 듯 괴로워했다. 심한 땀에 젖고, 고대의 피티아처럼 거의 경련 상태에 있었다. 마침내 모든 창문 바깥에서 큰 덜커덕거림이 들렸다. 곧 다른 소리가 뒤따랐다. 비교할 수 있는 다른 무엇보다도, 여러 젖은 손가락으로 유리잔 가장자리를 문지를 때 나는 소리와 비슷했다. 그가 말하기로는 이 소리가 선한 수호 영들의 도착을 알렸다. 그래서 주문을 계속할 힘을 얻는 듯했다. 얼마 뒤 무섭고 낯선 고함이 들렸다. 그가 밝히기로는 악한 영들에게서 나는 소리였다. 보아하니 그들의 존재는 이 사건을 완성하는 데 필요하고 불가결했다.
이제 일행, 적어도 대부분은 놀라움에 전율하거나 공포로 굳어 있었다. 따라서 눈앞에 어떤 물체나 모습이 나타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된 상태였다. 슈레프퍼가 소환을 계속하자,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리고 검은 공이나 구체 같은 것이 방 안으로 굴러왔다. 연기나 구름에 싸여 있었는데, 그 한가운데 슈발리에 드 삭스의 얼굴 같은 사람 얼굴이 있는 듯했다. 보아하니 코레조나 안니발레 카라치가 세멜레에게 나타나는 유피테르를 묘사한 방식과 비슷했다. 그 형태에서 크고 성난 목소리가 나와 독일어로 외쳤다.
“Carl, was wolte du mit mich?”
“카를,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 어째서 나를 방해하느냐?”
그토록 무서운 광경이 모인 관객들에게 일으킨 경악은 언어로 묘사할 수 없다. 그들은 눈앞의 모습이 영적이며 만질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지, 아니면 다가가 붙잡으려 할 결심을 잃었던지, 그것에 육체가 없는지를 확인하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듯하다. 경솔한 호기심으로 숙부의 유령을 불러냈고, 주된 책임자로서 망령의 말을 직접 받은 공자는 침착함을 보이거나 대답을 시도하기는커녕 극도의 공포와 뉘우침을 드러냈다. 무릎을 꿇고 하늘에 자비를 청했다. 겁에 질린 일행의 다른 사람들은 마술사에게, 이제 그들이 바라는 유일하게 남은 기술의 증거를 보여 달라고 간절히 청했다. 유령을 물러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슈레프퍼는 그들을 만족시킬 뜻은 있어 보였지만, 이 노력은 자기 능력 밖임을 알게 되었거나 그런 체했다. 아무리 믿기 어렵게 여겨지더라도, 현장 목격자들은 소환의 힘으로 망령을 강제로 사라지게 만들기까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났다고 단언한다. 더구나 마침내 슈레프퍼가 쫓아내는 데 성공하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평정을 되찾기 시작한 순간, 닫아 두었던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같은 흉측한 형태가 또 눈앞에 나타났다. 가장 단호하고 침착한 사람들조차 두 번째 출현에는 버티지 못했다. 모두가 공포에 빠지는 장면이 이어졌다. 그러나 슈레프퍼는 거듭된 구마와 노력으로 마침내 유령을 물리쳤다. 겁에 질린 관객들은 곧 흩어졌다. 경악에 압도되었고, 그럴 만도 하듯 슈레프퍼의 초자연적 힘을 충분히 확신한 채였다.
이 사건에 관계된 주요 사실들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진지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했으니, 이제 이 이야기에 대한 내 의견을 묻고, 어떤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고 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 질문에는 솔직히 대답해야 한다. 나는 흡족한 설명을 줄 수 없으며, 인간의 잘 믿는 성미와 공포에 사기와 기만이 작용했다는 명백하고 일반적인 설명 말고는, 다른 설명을 시도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어떻게 그토록 놀라운 환영을 만들어 냈는지는, 여기 있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해할 수 없어 막막하다.
성 야누아리우스의 피를 액화시키는 방법을 아직 아무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나폴리 밖에서는 그것을 기적이나 초자연적인 개입에 돌리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경험으로, 광학을 통해 또 광학에 가하여 벌어지는 속임수가 얼마나 놀라운지 안다. 유령을 보겠다고 공언하며 모인 열아홉 사람, 사람의 힘으로 죽은 영을 눈에 보이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조악한 기만에도 이미 반쯤 굴복해 있다. 밤과 어둠과 마술적 소환의 위압적인 엄숙함은 가장 강한 마음에서도 평정을 빼앗는다. 대담하고 교활한 사기꾼이라면 그때 그들의 이성을 짓밟고, 그 자리에 알맞게 꾸민 흉측한 형상 하나를 눈앞에 내밀 수 있다.
하지만 거의 스무 사람 가운데 단 한 명도 망령에게 손을 뻗어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은, 언제나 조금 놀랍고 더욱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출현 역시 설명하기 매우 어려운 사정이다. 이미 확신은 충분히 만들어졌으므로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속임수였다면 비범한 속임수였다. 어떻게 다루거나 만들어 냈는지는, 속은 사람들이 아직 알아내지 못했거나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들은 모두, 또는 거의 모두 아직 이 나라에 살아 있다. 그 모험을 자랑하지도 않고, 그것에서 어떤 허영도 얻지 않는다. 오히려 그에 붙는 조롱을 별개로 하더라도, 상상 속에 그토록 깊은 공포를 새긴 광경을 이야기하거나 떠올리기조차 몹시 꺼려 하고, 그런 뜻을 표현한다. 친구들은 그때 참석자들에게 나타났던 형상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두려워하며 피하게 하려 한다. 한 부인은 내게 남편에게 그 주제를 두고 캐묻지 말라고 간절히 청했다. 남편은 그 일을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면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가 드레스덴에 퍼지자마자, 선제후는 그런 장면을 못마땅해하며 다시는 벌이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슈레프퍼는 곧 고향 라이프치히로 물러났다. 명성은 그를 따라갔고, 제자와 신봉자 무리를 끌어모았다. 이곳에서 확신을 가지고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는 그들에게도 자기 초자연적 힘의 수많은 놀라운 증거를 계속 보여 주었다. 나 역시 그중 몇 가지를 들었다. 그러나 앞서 자세히 설명한 표본 뒤에 다른 것을 더하면 지루하고 불필요할 뿐이다.
슈레프퍼가 명성을 누린 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의 죽음 또한 생애에서 결코 덜 비범한 부분이 아니다. 그는 자기 신비에 어느 정도 입문시킨 세 신사에게, 지금까지 참석한 무엇보다 놀라운 시연을 약속했다. 그는 마술의 학문을 가르친다고 공언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그들은 그를 따라 라이프치히 성문에서 조금 떨어진 로젠달 숲으로 갔다. 여름, 해가 뜨기 전 새벽 세 시와 네 시 사이였다. 숲의 어떤 지점에 닿자, 그는 필요한 소환을 하러 한쪽으로 갈 동안 잠시 그곳에 있으라고 했다. 몇 분 기다린 뒤 권총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가 보니 그는 자신을 쏘았고, 이미 의식이 없었다. 곧 숨을 거두었다.
그가 악한 영들과 교류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모두, 그 영들이 끊임없이 그를 괴롭혔고 삶이 비참해져 권총에 의지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러분도 호라티우스와 함께, 이런 사람의 폭력적인 최후를 설명하려고 초자연적 개입을 불러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리라 나는 믿는다. 그는 많은 개종자를 남겼다. 그러나 내가 믿기로는 자기 비밀에 동등한 지식을 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남기지 않았다.
T. M. 자비스
한밤의 폭풍
C01-S09 · 인쇄 119–127쪽 · PDF165–173면 · 미서명 영어 서술자; 프랑스어에서 옮긴 참된 이야기라는 표기
제1부, 제VIII절.
한밤의 폭풍
프랑스어에서 옮긴 참된 이야기
“깊은 한밤중에 걸어 다니는 형상들, 사슬을 철컥이며 살인자의 침상 둘레에서 지옥의 횃불을 흔드는 형상들에 관하여.”
[연도 미기재] 6월 12일 저녁, 드 몽브룅 씨의 성에는 조카의 결혼을 축하하는 즐거운 일행이 모였다. 조카는 그날 아침, 오래도록 구애해 온 사랑의 대상을 제단으로 이끌었다. 이날 즐거움의 무대가 된 저택은 가스코뉴 지방에 있었다. [이름 미기재] 읍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동맹 전쟁 중에 지은 오래된 건물이었다. 그래서 겉모습에는 힘과 육중함을 가정의 편안함과 결합하려던 건축 양식의 흔적이 조금 드러났다. 낭만적이지만 사람이 드문 지역에 자리 잡았으므로, 드 몽브룅 씨의 가족은 오락과 사교를 주로 자체 안에서 구할 수밖에 없었다.
가족은 무뚝뚝하지만 손님을 따뜻이 맞는 늙은 군인인 슈발리에, 아들이 없어 양자로 삼은 조카이자 이날의 신랑, 그리고 외동딸 에밀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딸은 상냥하고 솔직하고 너그러웠다. 정을 깊이 주었지만, 그 정을 맺는 데에는 다소 낭만적이었다. 슈발리에와 가족은 시골의 놀이와 일에 시간을 보냈고, 특히 식물학을 좋아했다. 주위 지방은 그 연구에 끝없는 터전을 제공했다. 세상에 대한 싫증이나 다른 동기로 이 외딴 곳에 자리 잡은 몇몇 가문들과는 그다지 친분을 쌓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이웃들과 가끔 주고받는 방문이 작은 모임에 활기를 주곤 했다. 그러나 멀리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름조차 거의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테오도르—드 몽브룅 씨가 양자로 삼은 조카의 이름이었다—의 결혼이 다가오자 이웃 지역에서는 상당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에밀리는 사촌의 혼례를, 처지의 성격과 사건의 기쁨이 허락하는 모든 축제 없이 지나가게 두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상당한 거리 안에 사는 이웃 신사 집안들을 모두 알아보았다. 조금이라도 이름 있는 집은 하나도 빼지 않고 초대장을 사방으로 뿌렸다. 그 결과 주인과 가족이 얼굴도 인품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참석했다. 이름조차 낯선 사람들도 초대를 받아들였다.
에밀리는 모두에게 세심하고 공손했다. 그러나 잔치 동안 한 부인에게 특히 열심히 마음을 쏟았다. 그 관심을 직접 받은 드 누녜스 부인은 최근 이웃에 자리 잡았고, 지금까지 사교를 피하려 애써 왔다. 사람들은 그녀가 왈롱 근위대의 스페인인 장교를 잃은 미망인이라고 여겼다. 남편을 몹시 사랑했던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그토록 깊이 사랑하여, 남편이 죽은 지 여러 해가 지났는데도 언제나 완전한 상복으로만 나타났다. 가스코뉴에 자리 잡은 것은 최근이었다. 그러나 스페인을 떠나 피레네산맥의 프랑스 쪽에 정착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고, 추측도 조금뿐이었다.
이사벨라 드 누녜스는 스물여덟 살쯤으로, 키가 크고 몸매가 좋았다. 얼굴은 인상적이었다. 아니,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러나 예민한 관상가라면 그 이목구비에서 인간 본성의 더 강한 격정들을 읽었을 것이다. 괴로움에 부드러워진 오만을 보았을 것이며, 남이 유심히 살피는 대상이 되었을 때 찌푸리는 이마와 피하는 눈길에서, 숨겨진 어떤 죄의 영향이 아직 드러난다고 때때로 상상했을 것이다.
그녀는 이전에 드 몽브룅의 성에 들어온 적이 없었고, 에밀리도 지금까지 그녀의 모습을 눈여겨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만난 뒤에는 새 친구에게 열정적으로 헌신했다. 부인은 상냥한 여주인의 관심을 고맙게 받아들였지만, 품위 있는 거리도 유지했다.
아침은 몹시 무더웠다. 숨쉬기를 불편하게 하는 공기의 답답함 때문에, 하루가 저물자 일행에 우울한 기색이 드리웠다. 모인 목적과는 맞지 않는 분위기였다. 드 누녜스 부인은 누구보다도 그 음산한 공기의 영향을 받는 듯했다. 가끔 보이던 즐거움의 불꽃이 차츰 사라졌다. 낮이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때로는 생각에 완전히 잠겼고 때로는 까닭 없는 두려움에 흠칫 놀랐다. 축제의 즐거움을 모두 망칠 듯 커지는 불안을 돌리거나 흩으려고 춤이 제안되었다. 활기찬 음악 소리는 곧 잠깐의 어둠을 몰아냈다.
그러나 춤이 오래 계속되기도 전에, 예상한 폭풍이 온 사나움을 몰아 성을 덮쳤다. 끊임없이 울부짖는 천둥은 이웃 산들에서 되울려, 여성 손님들의 가슴에 극도의 두려움을 일으켰다. 쏟아지는 비는 가까운 가론강의 물을 불릴 정도라 해도 좋을 만큼이었다. 넓은 물결에 반사된 면 같은 번갯불은, 뒤따르는 칠흑 같은 어둠을 한층 더 무섭게 했다. 폭풍이 계속되자 여자들 대부분의 걱정은 차츰 공포로 치솟았다. 그들은 번갯불의 생생한 섬광을 피하려고 성 아래 아치형 지하실과, 가지처럼 뻗은 긴 지하 통로로 들어갔다. 하지만 건물을 토대까지 흔들어 놓을 듯 거듭 울리는 천둥에 귀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처럼 모두가 공포에 빠진 가운데, 이사벨라만은 겁내지 않는 듯했다. 이전에 마음을 괴롭히던 멍한 몰입과 놀람이 번갈아 나타나는 모습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 거의 무감각에 가깝다고 할 만한 체념이 들어섰다. 젊은 여자들은 점점 무서워지는 폭풍에 저항 없이 굴복했다. 비명과 두려움의 외침을 거듭 내며, 장면을 더 험악하게 만드는 사정들이 가슴속에 불러일으킨 공포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녀는 이제 변하지 않는 얼굴에 두려움의 징후가 보이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동요는 고요함에 자리를 내주었다. 겉으로는 평온하게 앉아 있었다. 그러나 무관심해 보이는 모습은 분명히 평정의 효과가 아니라, 끈질긴 노력의 결과였다.
시각이 자정으로 다가갔다. 폭풍은 지나가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손님을 따뜻이 대접하는 저택 주인은, 이미 지방을 물에 잠기게 하고 근처 길들을 통행할 수 없게 만든 폭우를 뚫고 귀가하겠다는 생각을 버리자고 제안했다. 이제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계획, 곧 남은 음산한 밤을 편히 보내는 일에 가능한 한 불편 없이 맞추자는 것이었다. 저택이 넓지는 않았지만, 임시 잠자리들을 마련하고 부인들께 한 방에 두 사람씩 자는 불편을 감수하게 하면, 형편이 허락하는 만큼 편안하게 해드릴 수 있다고 했다. 어느 경우든 밖에서 폭풍의 공포를 무릅쓰는 것보다 나을 터였다. 그 자체로도 합리적인 계획이었지만, 손님들을 각자의 집으로 데려갈 예정인 마차들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강한 이유가 되었다. 길의 상태와 여전히 무자비한 폭풍으로 보아, 마차를 기대하는 것은 공상처럼 보였다.
따라서 일행은 아쉬움 없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단 한 사람만 반대했다. 아름다운 스페인 부인만이 제공된 잠자리를 단호하게 거절했다. 상당한 시간 동안 붙잡으려고 여러 논거를 들었지만 헛일이었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고집했다. 넘을 수 없어 보이는 장애물이 결심에 맞서지 않았다면, 어둠 속에서 혼자 폭풍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 장애물은 너무 강력하여 거역할 수 없었다. 마차와 하인들이 오지 않은 것이다. 근처 길을 살피러 보낸 드 몽브룅 씨의 하인들 몇몇의 설명으로는, 그녀가 사는 지역과는 여러 시간 동안 오갈 수 없다는 것이 완전히 분명했다. 그리하여 드 누녜스 부인은 마침내 필요에 굴복했다. 그러나 고집스러운 저항은 이미 큰 놀라움과 셀 수 없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 사이의 방 배정은 곧 끝났다. 부인들 대부분은 하루의 지치는 사건들에서 벗어나 쉬려고 기꺼이 물러갔다. 흥미로운 친구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늦추지 않은 에밀리는, 자기 방을 함께 쓰자고 따뜻하게 권했다. 소파를 잠자리로 마련해 두었고, 자신이 거기서 잘 테니 드 누녜스 부인은 침대를 쓰라고 고집했다. 그러나 부인은 이 계획에도 다시 강하게 반대했다. 책 한 권 말고는 다른 동행 없이, 거실 하나에서 밤을 새우는 편이 좋겠다고 했다. 그 결심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듯했다. 그러자 에밀리는 공손하지만 분명히 말했다. 새 친구의 뜻이 그렇다면 자기도 응접실에 함께 앉아, 날이 밝거나 부인의 하인들이 도착할 때까지 대화하겠다고.
찌푸린 이사벨라는 이 제안, 아니 결심을 뚜렷한 불쾌함과 실망의 기색으로 받아들였다. 완전히 예의 바른 태도는 아니었다. 아가씨가 불편을 겪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조금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러나 곧 예전의 교양 있는 태도로 돌아왔다.
이제 그녀는 서둘러 방으로 가고 싶어 하는 듯했다. 다른 일행은 이미 조금 전에 물러났으므로, 언제나 세심한 에밀리가 안내했다. 침실에 닿자마자 이사벨라는 의자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뚜렷한 격정 속에 말을 꺼내려 애쓰다가, 마침내 외쳤다.
“왜, 사랑하는 에밀리, 왜 이 밤의 공포를 나와 함께 나누겠다고 고집했나요? 내게는 마땅한 형벌이지만, 당신에게는…….”
“무슨 말씀이세요, 사랑하는 부인?” 에밀리가 다정하게 대답했다. “밤의 공포는 끝났어요. 천둥은 물러가는 것 같고 번개도 덜 밝아요. 보세요.” 창으로 가며 덧붙였다. “서쪽에는 아직 여름 황혼이 조금 남아 있어요. 그러니 우리를 지나간 폭풍의 두려움이, 곧 누리시길 바라는 휴식을 더는 방해하게 두지 마세요.”
“휴식이라고요!” 드 누녜스 부인이 동요로 거의 막힌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모르나요? 이 끔찍한 밤이 해마다 돌아올 때에는……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거죠? 당신에게는 지금 이 모든 것이 수수께끼군요. 곧, 너무도 곧 당신 자신의 느낌이, 여섯 해가 돌아오며 내게 준 무서운 경험에 확신을 더할 거예요. 지금조차 생각만 해도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경험에요. 하지만 그만…….”
그러고는 지금까지 반쯤 열려 있던 문으로 갑자기 달려가 세차게 닫았다. 잠근 뒤 열쇠를 빼 자기 주머니에 넣었다. 에밀리는 이 행동과 그에 동반하는 뚜렷한 혼란에 놀라움을 표현할 틈도 거의 없었다. 드 누녜스 부인이 여자의 힘을 넘는 힘으로 두 손을 붙잡았다. 광기 어린 목소리로, 빈 허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외쳤다.
“공포의 힘들이여, 증언하라! 이제 맹세로 침묵을 지켜야 하는 이 여자에게, 내가 이 무서운 장면을 강요하지 않았음을!”
그런 다음 드 몽브룅 아가씨를 사납게 바라보며 계속했다.
“어리석은 아가씨, 왜 나와 침실을 함께 쓰겠다고 고집했나요? 독사가 가슴에 똬리를 틀 수도 있었고, 한밤의 암살자가 가슴에 단검을 겨눌 수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첫째의 독은 덜 치명적이었을 것이고, 둘째 때문에 즉시 소멸하리라는 두려움도, 오늘 밤 당신이 보도록 정해진 끔찍한 장면보다 덜 짓눌렀을 거예요. 정해졌다고 말하는 겁니다. 당신이 볼 그 광란의 주인들, 지옥의 모든 힘도 스스로 찾아온 그 광경에서 당신을 풀어 줄 수 없어요.”
“저는 무엇을 보도록 정해졌다는 건가요?” 에밀리가 외쳤다. 자기 자신을 위한 두려움은, 친구의 정신을 걱정하는 마음에 줄어들었다. 병이나 지난 하루의 사건들 때문에 친구의 지성이 갑자기 상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사벨라는 몇 분 동안 침묵했다. 그동안 어느 정도 침착함을 되찾으려 애썼다. 그러고는 부드러워졌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친구여—앞날의 희망과 더 행복한 날들을 내 뜻과 달리 망쳐야 하는 운명에 놓인 사람에게, 이 다정한 말을 써도 된다면 말이에요—내 뜻을 거슬러 당신이 본 이 동요를 병이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아아! 슬픔이 아무리 크고 죄가 아무리 무겁게 짓눌러도, 이성은 여전히 제 왕좌를 지켰어요. 백치의 상태에서 망각을 찾는 것, 잠깐의 정신착란 속에 치명적인 잘못의 기억을 묻는 것은, 거의 행복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러나 운명은 그런 완화를 금했어요. 다가오는 숙명은 예방 조치로 막을 수도, 참회로 피할 수도 없어요.”
“아니에요.” 에밀리가 말했다. “말씀하시는 잘못이 스스로의 단죄 때문에 아무리 커 보이더라도, 종교에서 위안을 찾으실 수 있어요. 부인께서 스스로에게 돌릴 수 있는 어떤 죄보다 훨씬 짙은 죄조차 씻어 줄 위안이요.”
“아! 아니에요.” 아름다운 스페인 부인이 대답했다. “종교가 방황하는 죄인을 받아들이려고 자애로운 손을 내미는 것은 사실이에요. 낯선 이에게 집을 주고, 피에 물들었어도 참회하는 죄인을 품으로 맞아들이지요. 하지만 나 같은 죄에는 어떤 참회가 속죄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시간을 허비하고 있군요.” 그녀가 덧붙였다. “자정이 다가와요. 작은 탑의 시계가 그 두려운 시각을 처음 알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옆의 작은 기도실로 갔다. 에밀리가 날마다 기도하는 작은 제단에서 상아 십자가를 찾아, 손에 들고 돌아왔다. 이제 정말로 놀란 여주인의 손을 다시 붙잡아 힘껏 죄며, 공허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맹세하세요. 오늘 밤, 이 중대한 밤에 무엇을 목격하더라도, 지옥의 모든 두려움이나 천국의 모든 희망도 내가 조용한 무덤에 묻힐 때까지 그것을 밝히도록 유혹하지 못하리라고. 맹세하세요!”
에밀리는 그토록 비범한 상황에서 강요되는 맹세를 받아들이기를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생각하는 동안 드 누녜스 부인이 손을 더 거세게 움켜쥐며, 동요로 거칠어진 목소리로 외쳤다.
“맹세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결과를 두려워하세요!”
“맹세하라!” 에밀리는 기도실에서 메아리가 들리는 듯했다.
공포로 거의 쓰러질 듯한 그녀는, 성격이 완전히 바뀐 듯한 광란의 여자가 불러 주는 엄숙한 맹세를 힘없이 되풀이했다.
그렇게 엄숙히 침묵을 약속하자마자, 드 누녜스 부인의 동요는 가라앉는 듯했다. 십자가를 제단에 돌려놓고, 생기를 거의 잃고 앉아 있는 에밀리의 의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힘없이 외쳤다.
“용서하세요, 사랑하는 에밀리. 내 행동의 광기를요. 필요가 당신에게 그렇게 하도록 명했어요. 책임이 있는 것은 고통받는 친구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당신의 운명입니다. 여섯 긴 해 동안 나는 오늘 밤 우리가 함께 보아야 할 공포를 제 가슴에만 가두어 두었어요. 이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하지만 아직 그 끔찍한 사건을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몇 시간 뒤에는 이야기할 만큼 침착함을 되찾을지도 몰라요. 그러나 맹세를 기억하세요. 내가 사는 동안 비밀은 당신 가슴속에 묻혀 있어야 해요. 당신 집에 남기를 내가 꺼리는 것을 보았겠죠. 방을 함께 쓰기를 싫어한 것도 못 보았을 리 없어요. 너무도 곧 그 까닭을 무섭게 알게 될 거예요. 내게 화내지 마세요. 내 영혼을 경악하게 하는 사정들을 숨기려고 애써야만 해요. 나 자신에 대한 존중은 영원히 잃었어도, 사회의 존중은 아직 지켜야 하거든요. 그래서 맹세를 강요한 거예요. 하지만…….”
자정을 치기 시작한 탑의 시계 소리가 더 이상의 대화를 끊었다. 종이 다 울리기 무섭게, 돌을 깐 안뜰에서 마차가 천천히 굴러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드 누녜스 부인은 계속 머물던 에밀리 발치의 자세에서 벌떡 일어나, 전에 잠가 둔 문으로 달려갔다. 이제 에밀리는 참나무 계단을 올라오는 무거운 발소리를 들었다. 이토록 기이한 사정에 어지러워진 정신을 되찾기도 전에, 잠금장치가 있음에도 두 사람이 앉은 방의 문이 경첩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다음 순간 에밀리는 혼미한 상태로 땅에 쓰러졌다.
견딜 수 없을 만큼 강한 사정에 공격받으면 망각 속에서 피난처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몸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음은 맞설 수 없는 공포에서 물러나, 감각을 잃는 상태로 내몰린다.
이튿날 이른 아침, 드 누녜스 부인은 하인들을 데리고 드 몽브룅 씨의 성을 떠났다. 물이 빠져나가 하인들은 여주인의 명령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저택 주인에게 서둘러 작별하고, 다른 손님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출발했다.
평소 아침 식사 시각에 에밀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마침내 아버지가 딸의 방문으로 갔다. 물음에 대답이 없자 안으로 들어갔다. 전날 입었던 옷 그대로 침대에 누워, 겉보기에는 의식을 잃은 딸을 발견했을 때 그 공포가 어떠했을지 짐작해 보라. 곧바로 의료 도움을 구했다. 마침내 생명이 돌아오는 징후가 보였다. 그러나 의식을 되찾자마자 공포와 놀라움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다시 생기 없는 상태로 빠졌다. 강장제를 거듭 투여하여 다시 소생시켰지만, 뇌열의 희생자가 될 뿐이었다. 그 병은 며칠 만에 생명을 끝냈다. 병의 초기에 잠깐 정신이 돌아온 동안, 그녀는 우리가 여기서 전한 일을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그러나 맹세로 숨기기로 한 것은 양심에 따라 아버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 운명의 밤에 본 것을 기억하기만 해도 섬망으로 내몰렸다. 그녀는 기억의 힘에 희생되었다.
드 누녜스 부인도 그녀보다 오래 살지는 못했다. 전례 없는 공포의 상황 속에서 숨을 거두었다.
천상의 징조를 살피는 이점 — 보나파르트와 해리스
C02-S01-A · 인쇄 128–131쪽 · PDF174–177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1절 — 천체 영향의 연대기
왕국·국가·개인에 미치는 천체 작용의 힘을 예시한다.
삽화 제V호.〔도상 위치: 인쇄 128쪽, PDF 174면.〕
큰일을 도모할 때 천상의 징조를 살피는 이점과 이 예방책을 소홀히 할 때 따르는 불행한 결과
어느 계층이든 거의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 능력이 닿는 만큼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을 독차지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는 수단에서는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한없이 유리하다. 그들이 술책을 좀 더 공정하게 쓴다면 이 모두를 그런대로 정당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치밀하게 은밀하고 교묘하게 일을 처리하므로 보통 사람은 그들과 거의 대등해질 수조차 없다. 내가 그들에게 품는 가장 큰 불만은, 거의 예외 없이 자기 밀실에서는 은밀히 실행하는 일을 남들이 하면 공개적으로 비난한다는 것이다. 또 어떤 은밀한 행위나 말과 정반대의 행동을 양심과 조화시키려는 듯, 서로 속여 앞서 나가려고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을 반드시 ‘정략’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이 말은 우리가 열거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도덕적 죄를 포괄하면서도, 공교롭게 죄악의 검은 목록에는 올라 있지 않다. 따라서 이런 정략적 죄인들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치러야 할 벌에서 온전히 면제된다. 이제 이 이야기를 꺼내게 한 명제, 곧 세상의 좋은 것들을 움켜쥐는 데서 윗사람들이 아랫사람들보다 우위를 차지한다는 명제가 참임을 예시하기 위하여 한 가지 경우를 들어 보자.
보나파르트는 임박한 징조를 언제나 살폈다
이 시대의 가장 높은 통치자들과 정치가들과 우두머리들은 한결같이 자기 사자들을 모조리 동원하여, 점성술이 분별과 이성 및 좋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과 양립할 수 없다고 깎아내린다. 솜씨는 좋되 지나치게 교활한 이 수법이 무엇을 뜻한다고 생각하는가? 그 뜻은 오직 자신들만 독점적으로 한 학문의 조언을 구하여 이익을 차지하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학문만이 그들의 방책을 언제 내놓아야 가장 확실한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지, 언제 삼가고 불확실한 계획과 사업을 피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교활한 자들과 맞서는 사람들이 상대가 점성술로 자신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알지 못한다면, 적수와 만나기도 전에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다. 보나파르트는 이런 선제적 우위를 누리는 것으로 유명했으며, 언제나 출생도 원리에 통달한 일류 전문가들을 곁에 두었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술책을 좋아했어도, 비전 학문을 적용하는 데서는 의연하고 명예롭게 행동했다고 한다. 이 코르시카 출신 모험가가 지상의 명성의 정상으로 비약하고 자신의 야망을 완전히 실현한 것은, 내가 입증할 수 있듯이 그의 지적 능력이나 통치의 지혜보다 수석 점성가의 현명한 예견 덕이 더 컸다. 그리고 그를 높이 올려놓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조언자의 뜻을 정면으로 거슬러 행동했기 때문에 결국 재난에 휩쓸려 몰락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에 자기 왕좌를 올려놓고 거기에 앉았을 때, 그는 자신이 속국들에 에워싸여 있음을 보고 운명조차 자기를 뒤집을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높은 자리를 둘러싸고 눈을 현혹하는 허영에 취한 그는 점성술에 진 빚을 잊고 말았다. 신중한 철학자가 경고한 대로 불운한 애스펙트의 맹렬함이 누그러질 때까지 궁전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않고, 별들의 불길한 배치를 정면으로 거슬러 계획을 계속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해리스 씨의 기구가 떠오를 때의 징조
삽화 제VI호.〔도상 위치: 인쇄 130쪽, PDF 176면.〕
점성술상의 예방을 소홀히 할 때 따르는 결과를 예시하려고 굳이 옛 시대나 외국으로 갈 것도 없다. 징조를 관찰하는 사람에게 조금만 앞을 내다보았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슬픈 사례를 내놓지 않는 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에게 작용하는 점성술적 영향을 예시하는 한 사건을 더없이 인도적인 마음으로 언급하고자 한다. 해리스 씨가 기구를 타고 구름 속으로 올라갔을 때, 그는 가장 가까운 벗들과 환호를 보내던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애도하는 친지들의 슬픔에 나 역시 공감한다. 동시에, 대중의 환호를 얻으려는 다른 용감하고 진취적인 사람들을 위하여, 그처럼 치명적인 예조가 임박한 때에는 어떤 용감한 모험가라도 미룰 수 있는 위험에 몸을 맡겨서는 안 되었음을 말할 필요를 느낀다. 기구가 떠오르기 불과 몇 시간 전에 목성이 불길한 사인인 게자리에서 용의 꼬리 지점에 이르렀다. 이 행성이 그 노드를 불길하게 통과한 바로 그 순간에는 달과 파틸 스퀘어를 이루고 있었다. 이 학문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애스펙트가 그 치명성을 보여 주는 새로운 사례를 많이 남기지 않고 지나가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모든 시대의 기록이 증언하기 때문이다. 죽음, 혹은 뜻밖의 불운이라도 예고하는 경고가 있을 때, 공중으로 항행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든 그것을 시험해서는 안 된다. 그의 아름다운 동행 여성이 그토록 놀랍게 목숨을 건진 이유에 관하여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금성·지오르기움 시두스·화성이 서로 트라인을 이룬 것은, 여성인 그녀에게 매우 운 좋은 애스펙트였으며 그녀의 회복을 미리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 원주: 해리스 씨가 기구를 타고 올라간 시각은 1824년 5월 25일 오후 4시 9분이었다. 지평선에서는 천칭자리 사인이 떠오르고 있었고, 토성은 죽음의 하우스에 있었다. 어센던트의 여주인이자 기구 항행자의 표시자인 금성은 이 해로운 별과 치명적인 컨정션을 이루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토성은 또한 제4하우스도 다스렸으므로, 이 배치는 실제로 일어난 치명적인 결말을 분명히 보여 주었다!
바이런 경의 죽음을 미리 보여 준 징조
C02-S01-B · 인쇄 132쪽–133쪽 제1절 끝 · PDF178–179면 · 미서명 서술자
바이런 경의 죽음을 미리 보여 준 징조의 검토
삽화 제VII호.〔도상 위치: 인쇄 132쪽, PDF 178면.〕
바이런 경이 도달한 지적 정상, 그가 널리 퍼뜨리고자 한 순수한 자유의 원칙, 그리고 억압받는 그리스의 자유를 되찾는 데 그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을 생각하면, 이토록 두드러진 인물이 그토록 명예로운 역할을 수행하던 영광의 무대에서 영원히 갑작스레 떠나도록 부름을 받으면서도 뚜렷하게 불길한 징조가 전혀 없었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의 체질이 그전부터 흔들리고 있었지만, 심각한 성격의 예후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4월 9일에 이르러서였다. 4월 9일부터 그가 죽은 19일까지 가슴의 격렬한 염증이 급속히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죽기 전 열나흘 동안에는 다소 이례적인 현상들도 나타났으며, 이는 슬픈 결과를 상당히 강하게 말해 주었다. 5일에 태양과 지오르기움 시두스가 양자리와 염소자리라는 카디널 사인들에서 이룬 스퀘어는, 잉글랜드를 양자리 아래에, 그리스를 염소자리 아래에 있는 것으로 본다면 주목할 만한 애스펙트다. 나아가 이 배치를 살펴보면서 지오르기움 행성이 토성의 하우스이자 화성의 엑설테이션에 있으며, 자기 엑설테이션인 쌍둥이자리〔원문대로〕에 있는 목성과 마주한다는 점을 관찰해야 한다. 이때 목성은 달에 의하여 엄폐되고 있으며 용의 꼬리에 접근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매우 치명적인 성격을 띠면서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징조다. 목성은 바싹 포위되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양쪽에서 흉성인 토성과 화성의 공격을 받으며, 뒤의 화성은 역행 중이다. 전체적으로 이보다 더 격렬한 애스펙트의 결합은 좀처럼 지배적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12일 양자리에서 일어난 태양과 수성의 컨정션도 더해진다. 이 연소 상태의 합은 발열을 강하게 표시한다. 나는 이것들이 판단을 끌어내야 할 주요 애스펙트임을 지적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각각이 이 불행을 일으키는 데 크든 작든 영향을 미쳤겠지만, 질병의 성질과 게자리 사인 및 그 사인에 있는 목성이 내장·폐·혈액 등에 미치는 특수한 영향을 생각하고, 또한 그 사인에서 달이 사이에 들어가 목성을 가린 점까지 고려하면, 나의 경험은 바로 이것을 치명적인 징조로 보게 한다. 이 애스펙트가 앞서 열거한 것들과 결합하여 작용하지 않았더라면 죽음이 일어나지 않았으리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다.
벨과 용의 점성술적 해석
C02-S02 · 인쇄 133쪽 제2절–136쪽 끝 · PDF179–182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2절 — 「벨과 용」의 점성술적 해석
학문과 지식이 시작되던 최초의 시대에는 문자가 발명되지 않았으므로 사람들은 기억해 두고 싶은 것을 글로 적을 수 없었다. 그들이 사물을 기념하는 방식은 사물 자체의 그림을 그리거나, 기록하려는 내용을 어떤 신비한 표현을 통하여 떠올리게 하는 표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점성술에 쓰인 그런 표상들은 통틀어 ‘사인’이라 불렸다. 그러므로 그 시대의 점성가는 신비한 사인의 체계로 자기 학문의 전체 체계를 운용했다. 오늘날까지도 별이 빛나는 하늘의 각 구획을 천문학자들이 사인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바빌로니아인들이 점성술을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시킨 가장 이른 민족들 가운데 하나였다는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약 2,400년 전 유대인들이 그 나라에 포로로 끌려갔을 때, 그 민족은 우상숭배로 깊이 타락해 있었고 그들이 섬긴 으뜸 신은 벨이라 불렸다. 그 이야기는 또한 ‘바로 그곳에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숭배하는 큰 용이 있었다’고 알려 준다. 이제 나는 이 벨과 이 용이 본래는 우리가 단어를 쓰는 것과 같은 목적으로 사용한 점성술적 표상, 도안 또는 상형문자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 주려 한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놀랍게 보일지 몰라도, 그때의 사제들이 흔히 말하는 ‘잘 먹고 잘살기’를 무척 좋아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은 자신들만 편안히 그것을 누리려고 왕과 백성에게 벨과 용만이 세상의 유일한 신들이라고 믿게 하는 데 성공했다.
바빌로니아의 신 ‘벨’ — 그는 누구이며 무엇이었는가
우리가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는 가장 오랜 시대의 신화에 관하여 현시대가 제공하는 가장 훌륭한 권위는 『사바이아 연구』의 저자가 제공한다. 최근에 출판된 이 저작은 오래전에 사라져 거의 망각된 민족들의 예술·학문·관습·기록에 관한 엄선된 진정한 가치를 담고 있으므로, 영국 출판계의 가장 빛나는 장식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지 않을 수 없다.
그 저자는 말한다. ‘베엘루스(Beelus)라는 단어의 구성은, 내 생각에 정확히 칼데아어·쿠파어·아랍어·히브리어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자는 그 어근이 베엘(Bael), 벨(Bel) 또는 바알(Baal)이었음을 인정한다. 사실 그것은 여러 사바이아 민족의 각기 다른 방언적 발음에 따라 달라진 같은 단어다. 이에 관하여 미드는 벨이 바빌론과 칼데아의 정통적인 지역 발음이었으며, 바알은 가나안인과 히브리인의 발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그 뜻은 라틴어의 도미누스(Dominus), 우리말의 로드(Lord), 곧 주와 같다.’ 그는 또 말한다. ‘그리스의 신화가들은 이 사바이아 우상숭배의 주 또는 우두머리에게서 유피테르와 아폴론 둘 다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하늘의 왕으로, 후자는 태양을 맡은 신으로서다. 바빌론에서는 태양과 하늘의 왕이 하나이자 동일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조금도 우회하여 설명하지 않고, 학문적 정교함으로 꾸민 궤변이라는 의심의 여지도 없이 이를 설명할 수 있다.’ 이로써 우리는 바빌로니아인들이 벨이라는 이름으로 숭배한 형상이 의인화된 천체들의 우두머리, 곧 태양이었다고 이해하게 된다.
바빌론에서 숭배된 점성술의 용
하늘을 지나는 달의 길이 아득한 옛날부터 용이나 뱀으로 상징되어 왔다는 것은 천문학자와 학식 있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손에 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많은 사람에게 그 고대의 상징에 관한 지식이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따라서 누구나 그 용법을 이해하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구불구불한 달의 길을 상징하는 데 뱀보다 더 알맞은 표상을 고를 수 없었음은, 다음의 작은 그림과 참조 설명을 살펴보면 배움이 가장 적은 사람에게도 분명해질 것이다.
〔도식: 인쇄 135쪽·PDF181면. 원그림의 A–I 표지를 유지한다.〕
곡선 A–B가 황도, 곧 지구 궤도의 한 부분을 나타낸다고 하자. 지구는 그 선을 따라 E에서 F로, F에서 G로 움직인다고 가정한다. 같은 때 달은 지구와 거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용의 몸으로 그려진 구불구불한 선을 따라 C에서 H로, H에서 I로, I에서 D로 움직인다. 달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지구 궤도의 선을 가로지르는 C에는 용의 꼬리가 있으며, 현대 천문학에서는 이를 ☋로 표시한다. 달은 반원 C–H를 이룬 뒤 올라가면서 지구 궤도를 남쪽에서 북쪽으로 가로지르고, 그곳에서 다시 반원 H–I를 이루며 굽어진다. 다시 지구 궤도에 이르면 곡선 I–D 방향으로 앞으로 굽어 나가며, 거기서 또 북쪽으로 올라가므로 나는 용의 머리를 놓았다. 이렇게 지구 둘레에서 달이 가는 길을 뱀이나 용으로 얼마나 알맞게 나타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표상의 적용을 더욱 완전하게 보여 주려고 여기서는 황도의 네 지점까지 이어 그렸다. 그러나 달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갈 때마다 용의 꼬리에 있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갈 때마다 용의 머리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 상징적 용의 머리와 꼬리에는 가장 중요한 점성술적 의미가 붙어 있다. 그러므로 바빌로니아의 사제들은 그것을 미신을 조장하고, 그들이 동방의 민족들에게 이루고자 한 종류의 기만을 실행하기에 적합한 대상으로 여겼다.
하나의 예언
우리 앞에 놓인 징조 가운데 일부는 지나친 쇠약과 무기력을 동반하는 신경성 병증, 그리고 위와 장의 질환이 다가오는 해에 생기기 쉬운 질병임을 표시한다. 여기에 몸이 뜨거웠다가 떨릴 정도로 오한이 생기는 변화, 또는 붉어졌다가 창백해지는 변화가 번갈아 동반된다면, 이런 발작에는 최대한의 솜씨와 주의를 기울여 대처해야 한다. 신체의 여러 체액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신속히 제거하지 않으면 체질이 연약한 사람에게는 오랜 질병 상태가 뒤따르기 쉽다.
샌드위치 제도 군주들의 방문과 징조
C02-S03 · 인쇄 137쪽–140쪽 제3절 끝 · PDF183–186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3절 — 레오 리오 왕과 캄차메하 왕비
오와이히·모위·마나이·모로토이·타후로와·와후·아투이·니히히아우·오리후아·모로틴네·타후라, 곧 흔히 샌드위치 제도라고 부르는 섬들의 군주들.
삽화 제VIII호.〔인쇄 137쪽·PDF183면. 이름과 지명은 이 판본의 표기를 따른다.〕
이 이방인들을 보고 떠오른 생각
이 특별한 인물들이 우리나라에 나타난 일은 어떻게 바라보든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사건이다. 50년 전에는 우리는 그런 왕국도 그런 종족도 알지 못했다. 쿡이 그들을 찾아갔을 때, 아마 그것은 문명 세계에서 그들을 찾아간 최초의 방문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황량한 바다 한가운데서 살아가므로, 눈앞에 펼쳐진 이 엄청난 광경을 보고 얼마나 놀라겠는가. 발견 당시 그들은 이제 막 야만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복에 관해서는 거의 자연 그대로의 상태였지만, 우리에게 최초의 가부장제였으리라고 상상되는 것과 다소 비슷한 정부, 한쪽에서는 아버지처럼 다스리고 다른 쪽에서는 자식처럼 따르는 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종교는 옛 드루이드와 닮은 사제들이 맡았던 것으로 보이며, 드루이드의 종교처럼 희생 제사가 섞여 있었고 때로는 사람을 희생 제물로 바치기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에게 이 의식이 아무리 끔찍하게 보이더라도, 그것은 스키타이의 모든 초기 식민 집단에 널리 퍼져 있었다. 그 집단들은 한때 거의 모든 민족을 포함할 만큼 지구 위에 퍼졌으며, 남양과 대태평양의 먼 섬들은 그 주민들이 그 계통에서 내려왔음을 말해 준다. 지난 40년이라는 짧은 세월 동안 이 멀리 떨어져 고립된 사람들도 습관과 예법을 인위적으로 주입받은 민족들과 조금은 교류할 기회를 얻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만남이 그들 자신의 관습에 대한 집착을 크게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을 매우 흥미로운 인간 본성의 표본으로, 또한 경험을 갖춘 조상들에게서 내려온 인류의 최초 종족들이 남긴 가장 참된 유산 가운데 일부로 바라볼 수 있다. 온 세상을 두루 돌아도 우리 앞에 내놓을 수 있을 만한 표본이라는 뜻이다.
‘점성가’와 레오 리오 왕의 만남
이 황제와 황후처럼 흥미로운 이국의 손님들은 ‘점성가’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의 여행 목적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과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대영박물관에서 샌드위치 제도의 존귀한 군주에게 경의를 표할 기회를 얻었다. 이처럼 멀리서 태어난 사람들의 네이티비티를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첫째로 그들이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은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또 출생 시각과 지리적 거리를 같은 종류의 시계로 기록했거나 그와 똑같이 정확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경도의 차이 때문에 이 문제는 잘 풀어도 매우 만족스럽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점성술적 결론에 도달하려면 외관과, 그들이 이 나라에 오기 전의 애스펙트들을 학문적으로 연관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이 왕족 섬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듯하며 그들이 온 이유를 보여 주는 징조의 점성술적 해석
삽화 제IX호.〔인쇄 139쪽·PDF185면.〕
대태평양에서 이런 전례 없는 사절단이 잉글랜드에 도착한 이유를 점성술이 알려 줄 수 있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목성은 1823년 7월 31일 오후 6시에 자신의 엑설테이션 하우스이자 물의 트리플리시티에서 첫째인 게자리에 들어왔고, 1824년 8월 18일까지 계속 그곳을 차지했다. 이 트리플리시티의 유일한 지배자로서 본질적 디그니티를 지닌 화성은 목성보다 일주일 먼저 같은 게자리에 들어갔다. 태양은 같은 달 23일에 그곳의 점유를 물려주었다. 이 사인이 큰 바다를 표시한다는 점, 그리고 이 행성들이 그곳에 들어가기 불과 며칠 전에 아메리카와 그보다 서쪽의 섬들까지 다스리는 쌍둥이자리에서 목성과 화성의 컨정션이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애스펙트들은 그 항해 계획을 지배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들이 항해를 시작했으리라고 여겨지는 무렵인 12월 9일에는 금성이 물의 트리플리시티에서 둘째인 전갈자리에 들어감으로써 항해를 돕고, 왕비를 그 원정에 합류시켰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천체 하나가 나타나 12월에 금성과 컨정션을 이루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때 우리 위도에서 보이기 시작하여 남쪽에서 북반구의 더 높은 지역으로 유난히 빠르게 지나간 혜성이다. 이 혜성은 보이던 두 달 동안 천구 대원의 사분원 하나를 온전히 그렸다. 함께 일어난 이 매우 이례적인 애스펙트들과 중요성이 조금 작은 다른 몇몇 애스펙트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군주들이 지구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항해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그 사건은 당시 그들이 방문한 진정한 원인에 관한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대흉성 토성의 위치와 작용
C02-S04 · 인쇄 140쪽 제4절–141쪽 제5절 직전 · PDF186–187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4절 — 대흉성 토성의 현재 위치에 관한 관찰
점성술의 모든 표준 논서는 지오르기움 시두스가 발견되기 전에 쓰였으므로, 토성의 궤도는 언제나 가장 높거나 고정별들 바로 옆에 자리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그 운동은 느리다. 그러나 바로 그 사정 때문에 효과는 매우 강하다. 점성술의 부분적인 체계를 만드는 몇몇 사람을 제외하면, 토성은 작용이 가혹하여 언제나 가장 악의적인 행성으로 여겨졌고, 그 결과 대흉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 영향 아래 태어난 사람들의 마음에 미치는 효과는, 경험에 따르면 그들을 과묵하고 우울하며, 안달하고 불평하며, 의심이 많고 탐욕스럽고, 무엇이든 가장 나쁜 쪽을 보려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들은 매우 부지런하고 신중하지만 자신의 일에서 크게 운이 좋은 경우는 드물다. 대체로 아주 재주가 좋거나 활동적인 사람들은 아니다.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진실하게 애착을 가질 수 있지만, 적에게는 용서를 좀처럼 하지 않으며 해를 끼치려는 성향까지 있다.
토성이 오리엔탈일 때는 옥시덴탈일 때보다 네이티브를 더 건장하고 키 크며 털이 많게 만든다고 한다. 토성의 황위가 북쪽이면 그 아래 있는 사람들은 황위가 남쪽일 때보다 더욱 힘이 세고 뼈대가 굵으며 몸집과 털이 많다. 토성이 출생을 다스리는 사람들의 체질에 스며들게 하는 질환은 간헐열, 졸중, 흑색 황달, 위축증, 카타르, 소모성 폐병, 간질, 치통, 마비, 수종, 나병, 누공, 신경성 질환, 그리고 냉함과 막힘에서 생기는 그 밖의 몇몇 질환이다. 네이티비티에서 토성이 차지한 장소는 네이티브에게 일생 동안 불운하다. 따라서 그는 같은 행성이 다스리는 사람들과 결혼을 도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토성이 주재하는 도시나 왕국으로 여행하거나 그곳과 거래해서도 안 된다.
쌍둥이자리의 토성에 관한 주의와 기억력 일화
C02-S05 · 인쇄 141쪽 제5절–143쪽 끝 · PDF187–189면 · 제5절: Mercurius 서명; 기억력 일화: Clarke 인용
제2부 제5절 — 현재 토성이 쌍둥이자리를 지나가는 데 관한 주의
1824년 6월 8일, 토성은 황소자리를 떠나 쌍둥이자리에 들어갔다. 점성술을 논하는 대부분의 저자는 아일랜드를 황소자리의 지배 아래 놓는 데 동의한다는 점을 여기서 관찰할 수 있다. 토성은 1822년 4월부터 황소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동안 그 나라에 닥친 심각한 환난은, 지난 여러 세기에 걸쳐 토성이 이 사인에 있었던 다른 모든 시기에 일어난 환난과 함께, 아일랜드를 황소자리에 배속하는 것이 옳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한다.
토성이 그때 들어간 사인인 쌍둥이자리는 런던의 어센던트로 여겨진다. 지난 여러 시대 동안 토성이 이 사인을 차지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이를 손상할 때 이 도시에서 일어난 많은 주목할 만한 사건은, 그 지배가 우세한 동안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리라고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한다. 그렇더라도 그 영향이 공적 성격의 일에만 한정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최고에서 최하까지 모든 계층, 공적인 사람과 사적인 사람 모두에게 크든 작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특히 토성이 더 직접적으로 표시하는 사람들에게 더 강하게 느껴질 것이며, 각 개인은 자신의 여러 처지와 생활 방식에 따라 토성의 영향을 경험할 것이다. 21세에서 23세 사이의 젊은이들은 삶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로 말미암아 여기서 말한 효과를 가장 강하게 느끼기 쉽다. 그러나 그 변화의 성질은 개인의 출생 당시 행성들이 각각 이루고 있던 애스펙트와 위치에 따라 크게 조절될 것이다.
앞서 말한 나이 무렵에 있으며 체질에 소모성 폐병의 경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온갖 무절제를 피하도록 조심해야 한다. 그 나이에는 토성 아래 태어난 사람들에게 그 영향이 주는 해로운 효과가 흔히 매우 심각하고 많은 경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28세 무렵에 이르렀으며 19세부터 26세까지 불운했던 사람들은 토성이 쌍둥이자리에 있는 동안 자신에게 유리한 큰 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또한 1782년과 1783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그 악한 영향 아래에서 운세의 역전과 여러 성가신 좌절을 겪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적어도 이 두 해 동안 큰 투기에 뛰어들지 말고, 절제하며 살면서 더 안전한 애스펙트가 우세해질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한다.
남녀 모두 약간의 아첨을 받으면 이성이 자기를 사랑한다고 상상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렇게 쉽게 믿는 사람들은 실망과 큰 불안에 빠질 위험이 있다. 토성이 열심히 위선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잘 믿는 사람들은 단단히 경계해야 한다. 사랑에서 불운했던 사람들 또한 이때 서둘러 결혼하려고 열을 올려서는 안 된다. 다른 행성들에게는 토성이 행사하는 악한 영향을 상쇄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토성이 쌍둥이자리의 특정 위치들을 차지하는 동안에는 형제자매 사이에서 손위와 손아래가 심하게 불화하는 일이 흔하다. 이미 사이가 나빴던 부부도 이 행성의 영향이 우세한 동안에는 화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그 가정의 다툼은 토성의 악하고 맹렬한 힘 아래에서 절정에 이르기 쉽다. 졸중성 병증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기 위하여, 이것이 토성의 영향에 특유한 질환 중 하나이며 특히 쌍둥이자리에서 그러하다는 점도 덧붙여야 한다. 토성은 그곳에서 막힘과 앞서 열거한 것처럼 그 때문에 생기는 병을 일으킨다. 토성이 쌍둥이자리에 들어가자마자 희극배우 옥스베리 씨가 졸중성 질환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태양·수성·금성은 이미 그 같은 사인에 있었고 수성은 그곳에서 역행하고 있었다. 그가 이 행성들의 영향 아래에서 병을 얻었으므로, 토성의 추가적인 힘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않기는 어려웠다. 머리의 질환을 앓으며 뇌에 무게가 얹힌 듯 느끼는 모든 사람은 자신을 매우 조심스럽게 돌보고, 정신력을 크게 써야 하는 힘겨운 몰두를 가능한 한 삼가야 한다.
— 메르쿠리우스(Mercurius).
넓게 받아들이고 오래 간직하는 기억력의 놀라운 사례
솔즈베리 주교의 기억력은 기예와 노력으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자기가 써 놓은 것은 무엇이든 한 번 읽기만 하면 곧바로 외울 수 있었다. 그래서 보통 종이 울리기 시작하면 설교를 마음에 새기기 시작했으며, 배운 것을 아주 단단히 간직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연설을 천 명의 청중 앞에서 하면서 그들이 내내 소리치거나 싸우더라도 자기가 준비한 말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말하곤 했다.
역서에서 가져온 수많은 낯설고 어려운 이름들과 웨일스어·아일랜드어 등 낯선 단어 40개도 한 번, 많아야 두 번 읽고 잠깐 생각하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순서대로도 거꾸로도 외울 수 있었다.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에라스뮈스의 『의역』에서 열 줄의 마지막 구절들만 뒤섞고 잘라서 읽어 주었을 때에도, 그는 잠깐 멈춘 뒤 그 흩어진 문장 조각들을 바른 순서와 그 반대 순서로 더듬지 않고 모두 되풀이했다.
— 클라크, 『거울』, 356쪽.
병자 치료에서 점성술을 무시하는 풍조에 관하여
C02-S07 · 인쇄 144–146쪽 제7절 끝 · PDF190–192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7절 — 병자를 치료하면서 점성술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오늘날의 풍조
삽화 제X호.〔인쇄 144쪽·PDF190면.〕
옷이나 가구, 온갖 발명의 쓰임과 목적보다는 겉치장에 관련된 물건들의 유행이 시대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한 학문이, 특히 인체의 건강을 지키거나 병이 들었을 때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쓰이는 학문이, 유행이 지배한 결과 그처럼 전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150년 전 잉글랜드와 유럽의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에 들어서려는 사람은 누구나 점성술 시험을 치러야 했다. 이 학문을 치료술에 적용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의업을 수행하기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오늘날은 과거 시대가 따르던 체계를 비웃는 것이 유행이다. 그러나 이런 웃음이 인체의 체질과 대기의 변동으로 인체에 닥치는 변화에 관한 지식의 발전을 나타내는지는 아주 분명하지 않다.
동물계 전반의 건강 상태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도 된다면, 건강을 유지하거나 몸이 손상을 입었을 때 회복시키는 데는 아주 단순한 종류의 몇 가지 것밖에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즉시 분명해질 것이다. 자연은 그런 것들을 지구의 각 지역에 기후에 맞게 충분히 제공한다. 인간의 몸을 활력 있게 유지하는 데 실제로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려면, 이른바 야만 민족들을 보고 그들이 병으로 약해진 힘을 어떻게 되찾는지 관찰하는 것보다 더 공정한 방법은 없다.
아마도 이런 단순한 관찰만큼, 모든 약방에 색칠한 병과 항아리와 약단지 따위를 늘어놓게 만든 유행의 부조리와 인류에 대한 해악을 잘 입증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온갖 약제 조제물의 다양성을 좇는 이런 풍조 아래에서는, 갈레노스계 약제가 약물학의 주된 몸체를 이루던 때처럼 이 학문이 계속 체계적일 수는 없다. 점성술적 진단과 예후가 실제 치료에서 배제되는 한 그 원리는 언제나 새롭게 바뀌기 마련이며, 확립된 학문이기보다는 실험적인 학문일 것이다. 이 주제에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폐기된 고대의 체계와 현대의 우연적인 투약 방식을 모두 충분히 고려한 끝에 형성한 나의 견해는, 점성술에 관한 완전한 지식이 의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해진 원리가 없는 곳에는 분명 체계도 있을 수 없다. 그 원리가 자연적인 것이라면 점성술에서 이끌어 내야 한다. 점성술이 자연의 전체 체계를 포괄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잉글랜드의 시골 사람들은 몸이 불편하면 대개 이웃의 어떤 노파를 찾아간다. 그녀는 곧 그들을 낫게 하고, 이웃 사람들이 거의 한 세기 동안 살아서 튼튼한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그녀는 약초가 가장 완전한 상태에 있을 때 채취하는 시기를 안다. 필요할 만한 모든 경우를 위하여 달임약·증류액·연고 등을 준비해 두며, 그녀의 처방은 증조부 때부터 기적 같은 효력을 내 온 것들이다. 이렇듯 고대의 단순한 치료법은 우리 가운데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유행이 다시 그것을 되살려 주기를 바란다.
최근의 사건·불신앙 재판·천체 배치의 비교
C02-S08 · 인쇄 146쪽 삽화XI 이후–151쪽 끝 · PDF192–197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3절〔이곳의 인쇄 번호〕 — 최근의 몇몇 사건에 대한 허심탄회한 검토
그 사건들에 수반된 징조와 도덕적 사회에 피할 수 없이 따르는 결과를 함께 살핀다.
삽화 제XI호.〔인쇄 146쪽·PDF192면. 앞 절의 제7절 다음에 이곳은 실제로 제3절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한 국민의 격정은 바다에 비유할 수 있다. 바다는 흔들어 놓는 원인이 없으면 잔잔하려는 성질을 지니지만, 갑작스럽거나 자극적인 충격에 격렬히 일렁이면 그 효과는 엄청나고 모든 것을 압도한다. 때때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광란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잠깐의 발작이나 공황일 뿐 그 이상 걱정할 것은 없고 이를 일으킨 일시적 사정이 지나가면 열기도 모두 사라진다고 상상하며 만족할지 모른다. 그렇게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 추론한다고까지는 말하지 않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잘못 생각한다. 그처럼 눈앞밖에 보지 못하는 인간들은 인간 마음의 본성을 잘 알 수도 없다. 이성적인 집단이 겪는 모든 자극에는 그와 함께하는 기원이 있으나, 눈이 어둡고 성급한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모욕 하나하나는 연료 위에 연료를 더한다. 분노의 열기는 한 번 달아오르면 결코 꺼지지 않으며, 언젠가 새로운 가연물이 더해질 때 꺼지지 않는 격노로 터져 나올 것이다. 도덕철학자가 심각한 예감을 품고 바라보는 것은 바로 이 잠재된 결과이지, 단지 지금 우연히 일어나고 있는 사건 자체가 아니다.
앞쪽에서는 런던의 어센던트인 쌍둥이자리로 토성이 들어간 일을 언급했으며, 또한 죄악이라고 할 만큼 방치된 섬 아일랜드의 어센던트인 황소자리에 토성이 머무는 동안 그곳에 닥친 슬픈 고난을 관찰했다. 그 말들은 사건 자체보다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에게 관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임박한 징조들이 우리를 이끄는 과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최근에 모든 덕 있고 애국적인 마음에 심각한 인상을 주었고 마땅히 그래야 할 몇몇 중대한 문제에 관계되는 점성술적 의미를 추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잉글랜드에서 기승을 부리는 불신앙과 그것을 부추기는 개탄할 수단
이 거대한 수도를 다스리는 사인인 쌍둥이자리에 토성이 들어가자,*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첫 사건으로 신성모독적인 출판물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여덟 남자의 재판이 있었다. 이 재판은 얼핏 보아서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국가적 중요성을 갖게 될 것이다. 이 악의적인 행성이 불길한 사인에 들어가던 바로 그날 재판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주목할 만한 기소는 아무리 세밀하게 관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이 사건과 관련 사정들을 특징짓는 가장 두드러진 사항 몇 가지를 특별히 지적해도 용서받으리라 생각한다.
해로운 천체가 그들의 운명을 유난히 지배한 듯한 이 여덟 사람은, 우리가 알듯이 기독교의 진리에 맞서는 교리를 위하여 자발적으로 자유와 재산을 희생한 한 남자의 대리인들이었다. 그 자신만 오랫동안 법의 채찍을 견딘 것이 아니다. 그의 아내와 다른 여자 친척들도 스스로 선택하여 판사와 간수의 아가리 속으로 겁 없이 뛰어들었으며, 똑같이 치명적인 결의의 희생자들이 되었다.
자유사상을 위하여 외견상 사심 없이 단호하게 행동한 결과, 같은 반기독교적 교의를 받아들이고 퍼뜨리는 사람들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들은 대개 자신이 뛰어든 대의에 진실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자신감을 가지고 법정에 선다. 이런 모든 재판에서 그들을 심리하는 사람들의 신학적 이해 부족이 어김없이 눈에 띈다는 것은 매우 개탄할 일이다. 그리하여 법의 가장 가혹한 엄격함으로 억누르려는 것이 오히려 영적인 힘을 얻는다. 불신앙자의 추종자들이 비천하고 교육받지 못했음에도 의회 법률의 전문 용어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는 법정의 적수들과 당당히 맞서 겨루고 쓰러뜨리기 때문이다. 법의 힘과 불신앙의 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 불균형한 싸움을 분별없이 계속 유지하는 한, 뒤의 힘은 계속 강해지고 참된 종교와 도덕은 약해지며 학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
- 원주: 점성가들의 으뜸인 프톨레마이오스는 각각의 특별한 인그레스가 미치는 효과를 그에 앞선 루네이션으로 판단하라고 권한다. 토성이 쌍둥이자리에 들어가기 직전에 있었던 1824년 5월 28일 오후 3시 3분의 신월 때, 천체들은 다음과 같이 매우 주목할 만한 위치에 있었다.
| 천체·점 | 원문의 사인 | 원값 | 역행 표시 |
|---|---|---|---|
| 태양 ☉ | 쌍둥이자리 ♊ | 7°7′ | 없음 |
| 달 ☽ | 쌍둥이자리 ♊ | 7°7′ | 없음 |
| 토성 ♄ | 황소자리 ♉ | 28°34′ | 없음 |
| 목성 ♃ | 게자리 ♋ | 12°18′ | 없음 |
| 화성 ♂ | 처녀자리 ♍ | 27°35′ | 없음 |
| 금성 ♀ | 황소자리 ♉ | 20°15′ | 없음 |
| 수성 ☿ | 쌍둥이자리 ♊ | 15°40′ | R |
| 용의 머리 ☊ | 염소자리 ♑ | 11°20′ | 없음 |
| 지오르기움 시두스〔원기호 ♅〕 | 염소자리 ♑ | 15°〔분 미기재〕 | R |
프렌치 변호사의 몇 마디와 교부 히에로니무스의 몇 마디
프렌치라는 변호사는 이런 불신앙 판매자들 가운데 몇 사람의 변론을 맡았다. 그가 한 말 중 몇 마디는 지금까지 채택된 현명하지 못한 억압 방식 때문에 나라가 겪는 결과를 매우 진실하고 힘 있게 표현한다. 그는 말한다. ‘경건한 마음은 이런 기소에 몸을 떤다. 어디서나 참된 기독교가 그로 인하여 욕을 먹는다. 이 책들을 퍼뜨리는 일은 참으로 끔찍하지만, 이런 기소 때문에 유통은 수만 부씩 늘어난다. 이 가난하고 굶주리며 무지한 자들을 감금한다고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아니다. 불신앙이 무섭게 늘어나는 진정한 원인은 상류층의 악덕과 사치, 그들의 이신론적 원칙, 그들의 비기독교적인 행동이었다. 그는 이 근원 때문에 공동체가 위험에 처해 있음을 거듭 말했다.’ ‘그는 기소된 자들에게 연민을 느꼈으며, 기독교인으로서 감금이라는 치유 방식에 항의하려고 왔다. 그는 이 불쌍한 사람들을 순교자로 만들기보다 개종자로 만들기를 바랐다.’
방관자에게 가장 놀라운 점은, 그렇게 밝고 세련되었다고 자부하는 시대에 교육받았으며 거의 3세기에 걸친 박해의 결과도 잘 알고 있을 사람들이, 경험이 언제나 가르치는 것에 어째서 얼마간의 주의라도 기울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도미티아누스·하드리아누스·안토니누스는 거의 백만 명의 유대인을 희생시키고도 유대교를 없애지 못했다. 네로부터 디오클레티아누스까지 수백만 위에 수백만이 더해진 기독교 순교자들도 그 교리의 진전을 억누르지 못했다. 왈도파가 처음으로 이의를 제기한 때부터 현재까지 종교개혁의 전체 역사에서도 똑같은 증거가 드러난다. 즉 엄격한 조치는 종교적 주제에 관한 의견의 자유를 억압하기보다는 언제나 강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한 가지는 우리 모두 확신해도 좋다. 어떤 사람들의 무리도 진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공리가 가리키는 행동 방침은 무엇인가? 분명히 이렇다. 진리를 사용하여 잘못에 빠진 사람들을 설득하고 확신시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성 히에로니무스가 내놓은 사실은 너무나 근거가 확실한 것이 아닌가 크게 염려된다. 그는 말한다. ‘교회가 기독교인 행정관들을 갖게 된 뒤에는 재물이 더 가득해졌으나 덕은 더 비었다. 황금 성작을 갖게 되었을 때에는 나무 사제들을 갖게 되었다.’*
- 원주: 베넷, 『기념록』, 18쪽.
종교와 도덕에 큰 영향을 미친 최근의 사건들을 표시한 몇몇 천체 배치의 비교
쌍둥이자리나 사수자리 어느 쪽에서든 강력한 영향이 작용하면, 종교에 불리한 어떤 사태가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흔히 보게 된다. 나는 칼라일의 대리인들의 행동에서 드러나듯 이 나라의 국교에 반대하는 기세가 커지는 데 관하여 이미 충분히 지적했다. 종교를 감독할 책임을 맡은 자들의 악명 높은 방탕이 이 불신앙의 사자들이 거둔 성공의 주된 원인이었다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실천 없는 훈계란 누구나 곁바람에 실린 냄새조차 피하고 싶어 하는 거름더미의 연기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점성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 나는 충분한 증거를 제공할 수 있다. 일부 성직자의 악행 때문에 교회에 닥친 불명예가 신성모독적 교리의 적극적인 전파와 연결되어 있으며, 공공연한 반기독교 세력 전체가 아무리 힘을 써도 이루지 못했을 만큼 칼라일의 출판물이 유통되도록 촉진했다는 증거다.
이 중대한 국가적 주제에 관한 점성술적 증거를 제시하려면, 내키지 않지만 국교회에 치명적이었던 1822년 7월 19일을 언급해야 한다. 그날 최고위 성직자가 저지른 끔찍한 행위를 지배한 징조와, 칼라일의 점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1824년 6월 8일에 우세했던 징조를 비교하면 행성들의 위치에서 특이한 대응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은 점성술의 진정성과 앞에서 말한 연관성을 강력하게 말해 줄 것이다.
| 행성 | 1822년 7월 19일 — 원표 | 1824년 6월 8일 — 원표 |
|---|---|---|
| 태양 | 게자리 ♋ 26°10′ | 게자리 ♋ 17°33′〔원표대로〕 |
| 달 | 사자자리 ♌ 8°26′ | 전갈자리 ♏ 10°14′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염소자리 ♑ 4°29′ R | 염소자리 ♑ 14°50′ R |
| 토성 | 황소자리 ♉ 9°9′ | 황소자리 ♉ 29°57′ |
| 목성 | 황소자리 ♉ 29°46′ | 게자리 ♋ 24°32′ |
| 화성 | 천칭자리 ♎ 2°7′ | 천칭자리 ♎ 0°44′ |
| 금성 | 쌍둥이자리 ♊ 18°8′ | 쌍둥이자리 ♊ 3°35′ |
| 수성 | 게자리 ♋ 18°0′ R | 쌍둥이자리 ♊ 10°6′ R |
이 행성들의 상대 위치표를 비교하면 독자는 다음을 보게 될 것이다. 가증스러운 주교가 이른바 국교회 제도에 가장 더럽고 지워지지 않을 오점을 묻힌 1822년 7월 19일에, 목성은 황소자리를 막 떠나고 있었다. 화성은 천칭자리에 막 들어갔으며, 역행 중인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스퀘어를 이루는 쪽으로 접근하여 두 행성이 카디널 사인들에서 서로 바라보고 있었다. 수성도 게자리에서 연소 상태로 역행하고 있었다. 사자자리의 달은 컨정션에서 막 분리되었으며, 황소자리에서 토성이 보내는 스퀘어로 손상되고 있었다.
이제 앞의 사건이 큰 유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 행위 때문에 칼라일의 대리인들이 재판에 넘겨진 1824년 6월 8일을 보자. 토성이 앞의 사례에서 목성이 보였던 배치, 곧 쌍둥이자리로 막 넘어가려는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화성 역시 앞서처럼 천칭자리에 막 들어갔고,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지오르기움 시두스와의 스퀘어에 접근하고 있다. 뒤의 행성은 전과 같이 이번에도 역행하며, 애스펙트도 여전히 같은 카디널 사인들에서 이루어진다. 수성도 앞의 애스펙트들에서처럼 역행한다. 금성은 두 경우 모두 런던의 어센던트에 있다. 전갈자리의 달은 화성과의 컨정션에 의한 손상에서 막 분리되었다. 여기에 두 날 모두 태양과 지오르기움 시두스가 같은 카디널 사인들에서 오브 안의 스퀘어를 이루었다는 점을 더할 수 있다.
이 나라의 종교에 모두 그토록 중대한 관계를 지닌 두 경우 사이의 놀라운 일치를 보여 주었으므로, 이 논점에 관해서는 한 가지를 더 말할 뿐이다. 토성은 교묘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과 강한 상응을 이루며, 그들을 행동하도록 자극하는 데 매우 강력하다. 칼라일과 연결된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토성이 이때 매우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부류다. 그 운동이 무거우므로, 영국 수도의 일들에 관하여 앞으로 얼마 동안 그 효과가 지속되고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남부 해안의 점성가 — 이방인과 밀수꾼의 아내
C02-S09 · 인쇄 152–160쪽 제4절 끝 · PDF198–206면 · 점성가 서술자·이방인·밀수꾼 아내 및 어부의 인용 발화
제2부 제4절〔이곳의 인쇄 번호〕 — 잉글랜드 남부 해안 일부에서 점성가가 겪은 일
삽화 제XII호.〔인쇄 152쪽·PDF198면.〕
정복왕 윌리엄의 상륙지 불퍼하이드와 해럴드 왕에게 거둔 승리
점성가가 최근 잉글랜드 남부 해안의 여러 해수욕장을 걸어서 돌아보던 중, 어느 이른 아침 헤이스팅스를 떠나 이스트본으로 향했다. 벡스힐이라는 마을 겸 수비대 주둔지 근처에서, 동네 사람들이 불퍼하이드(Bull-fer-hide)라고 부르는 곳에 이르자 그는 길가에 앉아 그 기념할 만한 장소를 바라보았다. 757년 전 노르만인 윌리엄이 잉글랜드를 정복하기에 앞서 군대를 상륙시킨 곳이었다. 그 싸움의 상대는 친히 군대를 지휘하던 해럴드 왕에게 모여 있던 색슨과 덴마크의 세력이었다. 한쪽은 왕국을 얻으려고 싸웠고 다른 쪽은 자신과 후손을 위하여 지키려고 싸웠다. 그보다 전에도 뒤에도 이보다 더 결사적으로 맞붙은 전투는 없었다. 해럴드의 군대가 완전히 무너졌고 왕인 지휘관도 전사자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서식스의 배틀이라는 도시는 이 유명한 승리에서 이름을 얻었으며, 어쩌면 최후의 심판 날까지 잉글랜드 왕관을 둘러싼 그 싸움의 결과를 기념하는 표지로 남을 것이다.
점성가는 그날의 사건과, 기존 왕조에 치명적인 결과가 닥침으로써 잉글랜드 전역의 토지가 주인을 통째로 바꾸게 된 운명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수수한 영국식 옷을 입은 한 신사가 그가 앉은 곳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콧수염과 서툰 억양의 영어로 보아 외국인 군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사람이었다.
낯선 신사 — 그 장소에 대한 관심과 그곳 이름의 진정한 뜻
그 낯선 사람은 단번에 세상 경험이 풍부한 사람임을 드러내는 예법으로 자신을 소개한 뒤, 브라이트헬름스톤이라는 도시는 저 멀리 있는 산의 우뚝한 정상 너머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가 가리킨 봉우리는 비치헤드의 장엄하게 튀어나온 지형과, 사우스다운스라는 구릉의 끝을 이루는 훌륭한 백악 절벽의 줄기였다. 그것은 페번지 만이라 부르는 웅대한 해안 곡선의 서쪽 끝을 이루었다. 점성가는 거리와 곧장 이어지는 도로가 통과하는 마을들의 순서를 다소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휴대용 지역 지도를 펼쳐 왕족들이 즐겨 찾는 그 유명한 휴양지로 갈 수 있는 다른 여러 길도 알려 주었다. 잉글랜드의 이 지역과 그 주변에 많은 볼거리와 역사적 사정도 짚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분 전환을 하고 바닷바람의 이로움을 얻으려고 해안을 돌아보고 있으며, 지금은 브라이턴으로 곧장 가는 길에 있는 이스트본으로 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낯선 사람은 이 왕국을 새로운 군주 계열에 넘겨주고 토지를 새로운 귀족 가문의 세습 재산으로 만든 군대가 상륙한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이 와 있다는 사실에 크게 관심을 보였다. 점성가와 낯선 신사가 노르만인들이 이 나라에 처음 발을 디딜 때 세운 옛 요새의 잔해와, 그토록 많은 세월이 지나도 아직 지워지지 않은 참호와 방어 시설의 흔적을 둘러보았을 때, 이곳에서 거의 70년의 생애를 보낸 늙은 어부가 다가왔다. 그는 이곳이 불퍼하이드라고 불린 까닭을 설명했다. 정복왕이 배에서 내리자마자 ‘가죽을 쓸 황소 한 마리!’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곧 황소를 잡아 그 가죽을 가는 끈으로 자르게 하고, 황소 한 마리의 가죽끈으로 에워쌀 수 있는 만큼의 땅만 얻는다면 잉글랜드의 왕이 되겠다고 말했다는 뜻이었다.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온 그 지명의 어원은 이렇듯 아버지에게서 아들에게로, 그리고 이 외딴곳의 순박한 늙은 토박이에게서 우리에게로 전달되었다. 이 이야기에 외국인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눈길이 닿는 평지와 그 둘레 지역에 관하여 이 시골 사람이 기꺼이 들려주는 전설을 모두 듣고 싶어 했다. 우리는 이 노인의 이야기를 통하여 소박한 주민들의 전설에 아직 남아 있는 주변 지역의 여러 세부 사항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점성가의 현재 목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므로 여기서 늘어놓지는 않겠다.
마침내 늙은 어부에게 아침 인사를 하고 헤어진 뒤, 낯선 사람은 소리가 비슷하고 뜻이 잘못 적용되는 데서 언어의 많은 변형과 우스운 연상이 생긴다고 말했다. 불퍼하이드에 관한 방금의 풀이가 여전히 재미있는 듯, 그는 히드(hithe)가 작은 항구나 부두를 뜻하는 색슨어의 기본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노르만인들이 맞은편 해안에서 병력과 보급품 등을 안전하게 상륙시키려고 그곳에 세운 튼튼한 보루가 지명의 뜻을 분명히 말해 준다고 했다. 노르만어의 불바르(boulevarde)가 요새를 뜻하므로, 상륙지이자 집결지를 가리킨 원래 이름은 분명 불바르드 하이드(Boulevarde Hythe)였으며, 영어로 풀면 ‘요새 상륙지’라는 것이다.
밀수꾼의 아내
이 유명한 장소를 원하는 만큼 살펴본 뒤 우리는 작은 여관으로 들어가려 했다. 어부 두세 명의 오두막을 빼면 이곳에 있는 유일한 집이었다. 그때 가난한 여자 하나가 다가왔다. 어린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가엾게도 힘겹게 그녀 옆을 따라오고 있었고, 그녀는 품에 아기를 안고 있었다. 여자는 공손하게 무릎을 굽혀 인사했고, 말을 하지 않은 채 지나갈지 말지 망설이는 듯했다. 궁핍이 주저함을 이긴 모양이었다. 눈에 눈물이 차오른 채 우리에게 다가와, 불쌍한 아이들과 함께 거의 60마일이나 떨어진 포츠머스 부근의 집까지 계속 갈 수 있도록 얼마간의 돈을 부탁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정을 묻자 그녀의 남편은 밀수꾼이었다. 최근 밀수 일을 하다가 불행히도 켄트 해안 밖에서 세관 순양선과 마주쳤고, 그 결과 붙잡혀 지금은 도버 감옥에 갇혀 있었다. 이 불쌍한 아내는 수감된 남편을 보려고 햄프셔의 집에서 걸어왔다. 그러나 보름 동안 애원하고 간청한 끝에도 당국은 만남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힘겨운 여행을 헛되이 마친 그녀는 몸은 지치고 마음은 무겁게, 버림받은 아내이자 어머니의 슬픈 예감과 우울한 고통을 모두 안고 쓸쓸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녀는 꾸밈없는 태도로 슬픈 사연을 말했다. 그 태도만으로도 이야기의 진실성을 충분히 보증하는 듯했다. 태어나서 처음 남의 자선을 구하게 된 일이 슬픔을 두 배로 만든다고 했다. 아이들의 굶주림만 아니었더라면 어떤 이유로도 이런 일은 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이었다. 마지막 돈은 지난밤 숙박비로 냈고, 아이들은 전날 오후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의 선함을 더없이 높이 말했다. 그 생활 방식을 따르는 것만 빼면 비난할 데 없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다정했으며, 능력이 닿는 만큼 누구에게나 친구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그에게 자비가 베풀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이 두려웠다. 이제 자신은 남은 날들을 과부로 살면서, 불쌍하고 아버지 없는 아이들을 위하여 제 손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새 친구는 이처럼 겪을 까닭이 없는 고통에 빠진 여자를 향하여 사람이 마땅히 느껴야 할 진정한 연민을 온전히 느끼는 듯했다. 그는 지체하지 않고 자기 돈으로 여자와 아이들에게 든든한 식사를 마련해 주라고 여관 주인에게 말했다. 나는 밀수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지방 당국이 보이는 엄격함을 알고 있었다. 이 여자가 부랑자로 간주되는 사람들이 때때로 시골의 하급 치안판사와 그 오만한 하수인들에게 받는 가혹한 대우에 노출될까 두려웠다. 그래서 멀지 않은 곳에 사는 관대한 성품의 훌륭한 치안판사에게 추천장을 써 주어 그런 추가 고난을 겪을 가능성에서 보호하고, 통행증을 받게 하여 합법적으로 집까지 갈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었다.
고통받는 여자를 대하는 이방인의 태도
낯선 신사는 전혀 분별력이 없고 가장 비열한 자부심을 만족시키려고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에게 감금 권한이 주어져 있음을 알고 분노하는 듯했다. 죄가 없으면서도 상황이 그토록 불행하여, 무고한 아이들의 굶주림을 달래려는 몇 푼을 마지못해 구걸해야 하는 여자까지 감옥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인간애를 침해하고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게 하는 법률의 비기독교적 원칙을 격렬하게 규탄했다. 그의 생각에 문명 세계에 내릴 수 있는 그보다 더 엄한 심판은 없다고 단언했다. 나라의 법률이 문명 세계를, 무절제한 욕망과 악한 탐욕을 채우는 것밖에 관심이 없는 방탕하고 향락적인 폭군들의 의지에 맡기는 것 말이다.
그가 말했다. ‘밀수라는 죄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한 나라의 관리자들과 다른 나라의 관리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사악한 질투 때문에 금지될 뿐인 무역을 하는 것, 그뿐이다. 하늘의 법이 허용한 무역 말이다! 종교와 도덕의 성스러운 명령을 살펴본 사람이, 섭리의 위대한 계획 가운데 한 부분이 지상 모든 인간 사회 사이의 자유로운 교류를 세우는 데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이 영광스러운 점에서 하늘의 뜻에 맞서는 것이 무엇인가? 거래 품목의 부분적 독점으로 탐욕을 채워 주려고 법을 만드는 것, 소수가 다수를 약탈하도록 법을 제정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이 가난한 밀수꾼은 무슨 죄를 지었는가? 독점과 탐욕을 허용하려고 만든 사악하고 해로운 법률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생길 수조차 없었던 죄다. 이렇듯 우리는 저 더러운 사익의 법령 때문에 인간애가 침해되고 기독교가 짓밟히는 것을 본다. 법령은 이 불쌍한 여자에게서 남편을, 무고한 아기들에게서 다정한 아버지를 빼앗았다. 이렇듯 우리의 귀는 야만의 이야기에 시달렸다. 아프리카의 가장 낮은 야만인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라도 수치로 여길 이야기다. 한 여자가 사랑 때문에 거의 100마일을 걸어 감옥의 배우자를 위로하러 갔다. 그 남자는 거슬러도 언제나 명예롭다고 여길 법률을 거역한 것 외에는 죄 없이 갇혀 있다. 그런데 여자가 이 힘든 의무를 다한 뒤 서로 위로의 말 한마디를 나눌 특권마저 거절당했다. 아, 자유를 자랑하는 어떤 나라라 하더라도 이는 지나치다!’
우리는 음식을 먹었고 그동안 낯선 사람은 깊은 감정을 담아 이런 생각들을 말했다. 불쌍한 여자가 이제 떠날 준비를 하자, 이방인 친구는 자신이 부자가 아님을 안타까워하면서 그녀가 집에 가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알고 싶어 했다. 여자는 아이들이 어리고 지금 몹시 지쳐 있어 나흘이나 닷새보다 짧게는 집에 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길에서 모두의 음식과 숙박을 마련하려면 하루에 하프크라운만큼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우리 낯선 친구는 그 액수로는 그런 여정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덧붙였다. ‘나는 능력이 닿는 한 진정한 세계시민이다. 나의 원칙은 세상의 모든 나라를 내 집으로, 정직한 모든 사람을 친척으로 여기라고 가르친다. 나는 모든 인간의 마음을 사랑한다. 모든 억압자는 나의 개인적인 적으로 여긴다. 좋은 부인이여, 당신은 곤경에 처해 있으므로 내 원칙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야 한다. 여기 계신 훌륭한 친구’—그가 점성가를 이렇게 불러 주었다—‘는 가난한 여행자를 구제하려고 만든 당신 나라의 법률의 보호 아래 당신을 두어 귀가를 돕겠다고 친절하게 제안했다. 그러나 그 유익한 법률 아래에서도 그것을 집행하는 무정한 사람들의 모욕과 괴롭힘을 당할 수 있다. 마침 지금 내 지갑에 얼마간의 돈이 있는데, 하늘에 감사하게도 당장 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 손에서 이것을 받아 치안판사에게 호소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극단을 피할 수 있게 된다면 오히려 당신이 내게 호의를 베푸는 것이다. 이것이면 도중에 필요할 물건을 사기에 충분하리라 믿는다. 진심으로 무사히 집에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 말을 하며 그는 그녀의 손에 소버린 두 닢을 놓았다. 점성가도 적은 돈을 더했다. 가엾은 여자는 눈물을 쏟았고, 그 눈물은 모든 말의 힘보다도 더 유창하게 도움에 대한 감사를 표현했다. 그녀가 감정을 다스려 은인에게 감사와 축복의 기도를 말하려고 애쓰자, 그는 그녀의 말을 막았다. 자기는 신에게 진 의무의 아주 작은 일부를 행했을 뿐이므로 자기에게 감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는 힘주어 권했다. 혼자 있게 되고 마음이 진정되면, 그녀를 구제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임을 가르쳐 준 그 권능에 감사하기를 잊지 말라고 했다. 불행 속에서 그녀를 지탱할 분은 그분이며, 남편에게서 자유를 빼앗은 저 무자비한 불의의 노예들의 손에서 남편을 되돌려 줄 수 있는 분도 그분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가 도버에 돌아갈 때까지 밀수꾼이 갇혀 있다면 석방시키기 위하여 모든 힘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자발적이고 자연스러운 선한 마음의 증거는 여자의 눈에서 더 많은 감사의 눈물을 흘리게 할 뿐이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왜 우는지도 거의 모르면서 동정심에 함께 많이 울었고, 모두 그 상태로 햄프셔를 향해 떠났다.
앵글로색슨과 덴마크 왕조의 전복을 표시한 점성술적 예조
밀수꾼 아내의 마음에서 고통의 무게가 이렇게 조금 덜어지고 낯선 사람과 내가 둘만 남자, 대화는 다시 잉글랜드의 왕관을 둘러싼 전투로 돌아갔다. 아침의 장소가 우리 마음에 그 사건을 강렬히 되살려 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앵글로색슨과 노르만의 군주들〔본문의 표기〕이 당한 치명적인 패배가 토성과 화성이 잉글랜드의 어센던트인 양자리를 손상한 일과, 전투 시기 직전에 같은 사인에서 일어난 개기월식으로 미리 표시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이 인간애 깊은 세계시민은 그렇게 새롭고 뜻밖의 지식에 몹시 기뻐했다. 그는 자기 기록장에 매우 가치 있는 메모가 더해졌다고 기꺼이 말하며 주머니에서 장부를 꺼내 그 큰 사건의 점성술적 전조들을 적었다. 이어 인간 세상에서 일어난 다른 중대한 변화들에 앞선 징표들을 물었고, 그에 관해 얻은 설명에도 특별히 만족하는 듯했다.
이 식사와 대화 동안 점성가는 낯선 신사의 얼굴에 있는 모든 독특한 특징과 말과 몸가짐이 드러내는 성향을 살필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것으로 그의 출생과 이 흥미로운 인물의 삶을 특징지은 몇몇 주요 사정에 관한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그는 자신도 점성술을 편견으로 보던 사람 중 하나였음을 고백했다. 그러나 전혀 낯선 사람이 점성술을 적용하여 자기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알아내자, 이제 그 놀라운 원리에 귀의했으며 앞으로 이 학문을 크게 존중하겠다고 즉시 인정했다.
생애의 변환년
C02-S10 · 인쇄 160쪽 제5절–161쪽 E—W—N 서명 · PDF206–207면 · E—W—N 서명
제2부 제5절〔이곳의 인쇄 번호〕 — 한 사람의 생애에서 변환기가 되는 해
어떤 주기 또는 일정한 연수는 주기적으로 돌아올 때 행운이나 불운한 사정을 함께 가져오는 것으로 관찰되어 왔다. 이는 네이티비티에서 상승하는 황도의 지점과 달이 좋은 애스펙트를 이루는지 나쁜 애스펙트를 이루는지에 따른다. 달의 주기적 회전은 27일 7시간 43분에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대략 매 7일마다 달은 라딕스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하여 ‘달이다’.〔원문 불명: “she is moon to her place in the radix”.〕 이리하여 그 제7년이 진행되는 어느 때 달은 자기 위치와 스퀘어를 이루게 되고, 어떤 사람들이 ‘사분각 변환기’라고 부르는 것을 일으킨다. 다른 애스펙트들이 효과를 어느 정도 중화하지 않으면 이것은 불운한 트랜짓이다. 또 매 제9년의 어느 때 달은 네이티비티에서의 자기 위치에 대한 애스펙트가 트라인인 장소를 차지한다. 이는 불리한 애스펙트에 크게 시달리지 않는 한 유리하다.
그러므로 제7·14·21·28년 등은 사분각, 곧 악한 변환기이며, 제9·18·27·36년 등은 삼분각 변환기로 좋은 것을 약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49년과 제63년은 대변환기라고 부른다. 앞의 것은 사분각을 이루는 기간의 제곱으로, 7 곱하기 7이 49이기 때문이다. 뒤의 것은 그 기간을 사분각의 주기와 곱한 것으로, 7 곱하기 9가 63이기 때문이다. 둘 다 사람의 생애에 대체로 기억할 만한 어떤 일을 일으키는 시기다.
일부 저자들은 변환기의 효과가 토성 애스펙트의 어떤 주기적 귀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 행성은 매 7년마다 거의 자기 궤도의 4분의 1을 돌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성이 일으키는 효과는 어느 정도 강력하더라도 달의 효과에 비하면 200분의 1보다 크지 않다.
— E—W—N.
용의 꼬리와 세 이방인의 죽음
C02-S11 · 인쇄 161쪽 제6절–163쪽 끝 · PDF207–209면 · 미서명 서술자
제2부 제6절〔이곳의 인쇄 번호〕 — 샌드위치 제도 국왕·왕비와 중국인 여성의 죽음을 지배한 징조에 관한 고찰
용의 꼬리가 지닌 아나레타적, 곧 생명을 끊는 영향을 드러내기 위한 고찰.
관습에 길들어 그 법칙을 자연의 법칙보다 위에 놓는 노예 같은 상태에 이른 사람들에게, 태양과 달과 별이 단지 뜨고 지는 것 외에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들에게 태양은 그저 매우 평범한 일상의 천체다. 물론 햇빛은 비추지만 그 밖의 무엇에 관해서는 거의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달도 마찬가지다. 달은 태양만큼 자신을 흔하게 드러내지는 않지만, 자기만의 방식이 있으며 별로 숨김없이 사람의 눈앞에 그것을 펼친다. 그러므로 인간처럼 고귀한 존재가 달을 기구의 절반만큼 중요한 것으로 여기거나, 제 손으로 만든 물건만큼 볼 만한 것으로 생각하는 일조차 품위에 어긋나는 듯 보일 것이다. 하늘을 뒤덮은 행성과 별들에 관해서도, 태양과 달이 생각할 가치가 없다면 그렇게 작은 불꽃처럼 보이는 것들을 촛불의 타다 남은 심지보다 조금이라도 높은 본성을 지닌 것으로 여길 까닭이 없을 것이다. 부당한 빈정거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방식과 천체의 특성과 성질을 분별하려는 성향을 놓고 볼 때 이런 생각은 대다수 인류에게 너무도 잘 들어맞는 것이 아닌가 두렵다. 그래도 그 천체들이 계절을 위하여서뿐 아니라 징조를 위해서도 만들어졌다는 증거를 기꺼이 받아들일 사람이 있으리라고 바란다. 그러므로 우리는 최근 사건들의 다음 세부 사항과 그에 대응하는 징조를 그들 앞에 내놓는다.
| 원문이 전하는 사건 | 원문이 대응시키는 천체 배치 |
|---|---|
| 1824년 7월 8일, 샌드위치 제도의 왕비가 런던 애덜피의 오즈번 호텔에서 죽었다. | 1824년 7월 7일, 금성이 게자리의 용의 꼬리를 통과하고 지오르기움 시두스와의 오포지션에 접근했다. |
| 1824년 7월 9일, 중국인 여성이 폴몰의 차이니스 룸스에서 죽었다. | 앞의 트랜짓을 전날 왕비의 죽음과 마찬가지로 이 이름난 이방인의 죽음을 지배한 것으로 보라. |
| 1824년 7월 14일, 샌드위치 제도의 국왕이 애덜피의 칼레도니언 호텔에서 죽었다. | 1824년 7월 14일, 수성이 게자리의 용의 꼬리를 통과하고 지오르기움 시두스와의 오포지션에 접근했다. |
행성이 용의 꼬리를 통과하는 동안 얻게 되는 치명적인 영향에 관하여 말하기에 앞서, 이 시기의 특별한 애스펙트 중 한두 가지를 점성술 독자들이 더욱 면밀하고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지적하고자 한다.
1824년 1월 16일 달에 식이 일어났으며, 가려지는 순간 달은 샌드위치 제도의 바로 위에 있었다.
1824년 6월 26일 태양에 식이 일어났으며, 달의 그림자에 들어가는 순간 태양은 샌드위치 제도의 바로 위에 있었다.
1824년 7월 11일, 두 군주가 죽은 주에 달에 다시 식이 일어났으며, 그때에도 달은 다시 샌드위치 제도의 거의 바로 위에 있었다. 『예언 역서』의 식에 관한 설명을 보라. 이것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두드러진 예조로 여겨질 것이다.
제임스 윌슨 씨는 점성술 저작에서 이렇게 말한다. ‘어떤 이들은 용의 꼬리를 아나레타로 삼아 호로스코프로 디렉션할 만큼 단순하다. 개드버리는 그것이 생명을 파괴한 사례를 세 번 알았다고 말한다. 조금만 생각했더라면 용의 꼬리는 단지 실체가 없는 것이므로 그런 일을 할 수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여러 행성이 차례로 용의 꼬리를 통과하는 일을 수고롭게 기록해 보는 사람은, 그 효과가 변함없이 아나레타적이며 중요한 인물들에게 흔히 치명적으로 작용함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잉글랜드의 캐럴라인 왕비는 1821년 금성이 용의 꼬리를 통과한 날 죽었다. 이제 우리는 같은 현상이 샌드위치 제도 왕비와 중국인 여성의 죽음과 일치한 일, 그리고 수성이 이 치명적인 노드를 통과한 바로 그날 샌드위치 제도 국왕이 죽은 일을 기록하게 되었다. 점성술에서 어느 정도의 탁월함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을 이끌어야 하는 것은 사람들의 의견이 아니라 이런 사실들이다.
사건 회고 — 화재의 사인과 대관식의 징조
C02-S12-A · 인쇄164–167쪽 첫 화재 사례 직전 · PDF210–213면 · Raphael 서명 논고의 앞부분
제2부 제7절〔이곳의 인쇄 번호〕 — 주목할 만한 몇몇 사건의 회고
각 사건에 수반된 징조에 관한 관찰을 함께 제시한다.
삽화 제XIII호.〔인쇄 164쪽·PDF210면.〕
대중적 사건에 대하여 점성술이 얼마나 유효한지 알아보려고 이 주제에 면밀히 주의를 기울인 사람이라면, 행성들이 쌍둥이자리를 지나갈 때 대화재가 흔히 발생했으며 그 사인 아래에서 매우 큰 화재들도 일어났다는 점을 관찰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의 이 특정 지역에서 그러한 재난을 예견하게 하는 징조가 이것 하나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양자리·천칭자리·사수자리도 쌍둥이자리 못지않게 큰 화재에 몫을 갖는다. 잉글랜드의 아주 외딴 지역에서 일어난 경우를 제외하면, 이 사인들이 매우 강하게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발생한 화재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 사인들이 다스린다고 알려진 사건들을 예언할 목적으로 그에 달린 사항을 조사할 때에는, 이 사인들과 친연성을 맺는 영향의 결합이 지닌 특수한 성질을 언제나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이 점성술 주제의 해당 부분을 가능한 한 세밀하게 살핀 사람들은, 이 사인들에서 토성과 화성이 이루는 섹스타일과 트라인에 변함없이 현저하게 재난적인 결과가 수반됨을 발견했다. 다른 경우에 그 행성들이 이루는 스퀘어와 오포지션보다 훨씬 더 그러할 때도 매우 많았다. 이런 배치가 일어나면 큰 화재, 대중의 소요, 끔찍한 살인, 무서운 자살 등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배치 아래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곳마다, 이례적인 살육과 황폐의 시기가 초래되지 않는 일은 드물다.
대관식과 그에 관련된 사건들에 수반된 징조
또한 행성들이 쌍둥이자리·처녀자리·사수자리·물고기자리의 특정 도수들을 통과할 때, 잉글랜드·프랑스 및 그 인접 국가들이 몹시 동요했다는 사실도 관찰되었다. 여기서 특별히 말하는 도수는 해당 사인 각각의 제11도부터 제15도까지, 그리고 제24도부터 제28도까지로 볼 수 있다. 태양이나 달의 식이 그 도수의 범위 안에서 일어나면, 유럽의 이 지역에 닥칠 재난의 확실한 전조다. 1820년 9월 7일에 일어난 큰 일식은 처녀자리 제14도에서 일어났다. 앞서 말한 사인들이 주로 지배하는 지역에서 그 효과가 그토록 맹렬했으므로, 매우 경험 많은 몇몇 점성가들은 그것이 2년 넘게 지상을 괴롭혔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 뒤에는 아주 심각하고 놀라운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해 후반과 1821년 초에는 왕비에 대한 박해 때문에 전반적인 동요가 일어났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죽은 것도 1821년 5월 5일이었다. 내가 이 사건을 특별히 언급하는 까닭은 이 학문의 학생들에게 한 가지를 주목시키기 위해서다. 그 큰 식이 파리의 어센던트에서 일어났을 뿐 아니라, 고 나폴레옹 황제의 네이티비티에서 화성이 있던 위치로부터 2도 이내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다가오는 그의 죽음에 대한 신호였다.
1821년 7월 19일에 거행된 현 국왕 폐하의 대관식은 왕비가 수도원에 입장하려고 시도한 일과 그 입장을 막기 위해 사용된 수단 때문에, 같은 종류의 다른 모든 의식보다 두드러졌다. 대관식 날에서 열하루 뒤, 그녀는 드루리레인 극장에서 병이 들었다. 치명적인 질환을 앓다가 8월 7일 죽었으며, 모든 인간애 깊은 마음이 이를 애석해했다. 이제 대관식 때의 행성 애스펙트들을 조사해 보는 사람은 흉성 화성이 앞서 특별히 든 불길한 위치 중 하나인 쌍둥이자리 제14도에 있었음을 알 것이다. 왕비가 죽은 날에는 화성이 같은 사인의 제27도에 이르렀다. 이는 유난히 해롭다고 이미 언급한 황도의 한 부분이다. 그녀의 유해가 해머스미스에서 고국으로 옮겨지던 날, 또 영구차를 시내로 통과시키기로 결의한 일부 민중과 군대 사이에서 그 무서운 충돌이 목격되던 날에는, 금성이 막 처녀자리 제14도에 도달했다. 앞서 말한 큰 식이 일어난 바로 그 황경 지점이었다. 장례식 날 군대가 총기를 사용한 행동으로 구경하던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도 기억될 것이다.
그 기념할 만한 식과 그에 직접 연결된 듯한 국내 사건 몇 가지에 독자의 주의를 환기했으므로, 그리스의 기독교인들이 튀르크인 지배자들에게 받은 박해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이 박해는 큰 광체가 가려진 바로 그때 전반적으로 일어났다. 그 결과 기록에 남은 어느 사례 못지않게 끔찍하고 인간 본성에 혐오스러운 학살과 잔혹한 침해가 연이어 일어났으며, 아시아의 튀르크 대도시들은 야만인에게 희생된 여성들과 아이들로 가득 찼고, 상처받은 그리스의 도시들은 보복으로 흘린 무슬림의 피로 가득 찼다.
식을 뒤따른 한 해 내내 우리나라 농업 종사자들에게 퍼졌던 유난한 궁핍도 언급하지 않으면 잊은 듯 보일 것이다. 그 식은 수천 명이 겪은 파산과 토지의 큰 가치 하락을 예고한 것으로 매우 정당하게 여길 수 있다. 많은 지역의 토지는 거의 전부 소유자의 손에 그대로 남았으며, 그 결과 전국적으로 임대료가 100파운드당 30파운드에서 60파운드까지 줄었다〔원문 “£30 to £60 per cent.”〕. 이런 사건은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점성가가 무심히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중대하다.
주요 화재 손실 몇 가지가 일어난 징조와 애스펙트의 비교
이 학문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앞서 지적한 특정 사인과 도수에 놓인 행성들이 이례적인 재난, 특히 런던과 그 주변의 화재로 생기는 재난을 일으키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 목격할 기회를 주고자 한다. 이를 위하여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이런 종류의 가장 주목할 만한 사고 몇 가지의 개요와 각 화재 때 우세했던 천체 배치표를 아래에 덧붙인다. 이런 비교는 기예가들에게 매우 만족스럽고 큰 가치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자신이 직접 아는 사실들에서 이끌어 낸 넉넉한 기초를 앞으로의 판단에 제공하며, 점성술을 현재의 낮아진 처지에서 끌어올려 우주에 관한 철학적 학설들 사이에서 마땅히 누릴 높은 지위와 품격을 되찾게 하기 때문이다.
화재 사례 비교 — 애스틀리에서 코번트가든까지
C02-S12-B · 인쇄167쪽 첫 화재 사례–171쪽 궁전 비교 직전 · PDF213–217면 · Raphael 서명 논고
애스틀리 원형극장의 첫 번째 화재 소실
1794년 9월 17일, 애스틀리 원형극장과 그에 붙은 많은 집이 화재로 파괴되었다. 당시 행성들의 위치는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처녀자리 24°44′ |
| 달 | 게자리 9°37′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쌍둥이자리 11°21′ |
| 토성 | 황소자리 29°36′ R |
| 목성 | 사수자리 25°7′ |
| 화성 | 사수자리 10°34′ |
| 금성 | 전갈자리 8°36′ |
| 수성 | 처녀자리 17°48′ |
이로써 태양·지오르기움 시두스·목성이 모두 이미 언급한 사인들의 불길한 도수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양과 목성은 서로 스퀘어다. 화성도 사수자리의 재난적인 도수들로 들어가며 지오르기움 시두스와의 오포지션에 접근하고 있다. 이것은 사건의 재난적 성질을 충분히 표시한다.
코번트가든 세인트폴 교회의 화재 소실
그다음 해, 앞의 사건이 일어났던 때로부터 이틀 이내의 시기에 코번트가든의 세인트폴 교회가 화재로 파괴되었다. 화재가 일어난 9월 19일의 행성 상태를 다음 도식이 보여 준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처녀자리 26°28′ |
| 달 | 사수자리 5°39′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쌍둥이자리 11°25′ |
| 토성 | 쌍둥이자리 13°39′ |
| 목성 | 염소자리 27°38′ R |
| 화성 | 처녀자리 1°8′ |
| 금성 | 처녀자리 19°30′ |
| 수성 | 천칭자리 5°33′ |
여기서는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토성이 쌍둥이자리의 불길한 도수들에서 플래틱 컨정션을 이룬다는 점을 볼 수 있다. 달은 사수자리의 같은 재난적인 장소로 접근하고 있다. 화성과 금성은 태양과 함께 처녀자리에 있으며, 수성은 지오르기움 시두스 및 토성과의 트라인에 접근하고 있다.
플리머스에서 전함 앰피언 폭발
1796년 8월 3일, 플리머스 항구에서 전함 앰피언이 폭발하여 250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그때 행성들의 위치는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사자자리 11°44′ |
| 달 | 사자자리 14°51′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쌍둥이자리 14°53′ |
| 토성 | 쌍둥이자리 24°6′ |
| 목성 | 물고기자리 11°25′ R |
| 화성 | 사수자리 18°33′ |
| 금성 | 사자자리 15°9′ |
| 수성 | 게자리 24°24′ |
우선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토성의 위치가 쌍둥이자리의 해로운 도수들에서 재난을 표시함을 주목하게 된다. 사수자리의 화성은 앞서 든 두 악성 천체 가운데 뒤의 토성과의 오포지션에서 분리되고 있다. 점성가들에게는 이것만으로도 앞의 견해가 얼마나 엄밀하게 옳게 세워졌는지 충분히 보여 줄 것이다.
리버풀의 화재로 막대한 상업 재산 파괴
1802년 9월 14일, 리버풀에서 이례적인 화재 사고가 일어났다. 수많은 창고가 완전히 재가 되었으며 100만 파운드가 넘는 재산이 소실되었다. 이 재난 때의 행성 위치는 아래 표에서 볼 수 있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처녀자리 20°52′ |
| 달 | 양자리 26°30′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게자리 9°11′ |
| 토성 | 처녀자리 12°9′ |
| 목성 | 처녀자리 17°22′ |
| 화성 | 쌍둥이자리 22°58′ |
| 금성 | 전갈자리 4°30′ |
| 수성 | 게자리 1°29′〔원표대로〕 |
여기서 토성은 처녀자리 제13도를 차지하고 있었고, 같은 사인의 목성과 컨정션의 오브 안에 있었으며 목성은 그 컨정션에서 분리되고 있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둘 다 연소 상태였다는 점이다. 태양은 두 행성과의 컨정션에서 막 분리되었다. 화성은 쌍둥이자리 제24도로 막 들어가고 있었으며, 수성은 불길한 천칭자리로 막 인그레스했다〔원표의 수성 사인 및 화성 도수와 본문 사이의 차이를 보존〕.
애스틀리 극장의 두 번째 화재 소실, 그리고 세인트조지스필즈의 서커스 극장 소실
1803년 9월 21일, 애스틀리 원형극장은 다시 격렬한 불길의 먹이가 되었고 이와 함께 인접한 집 20채도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이 두 번째 대화재에는 다음 애스펙트들이 수반되었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처녀자리 8°2′〔원값〕 |
| 달 | 물고기자리 6°0′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게자리 13°17′ |
| 토성 | 처녀자리 31°54′〔원값〕 |
| 목성 | 천칭자리 8°4′ |
| 화성 | 천칭자리 7°25′ |
| 금성 | 사자자리 26°36′ |
| 수성 | 처녀자리 22°15′ |
이 도식은 뜨거운 효과로 알려진 천칭자리에서 목성과 화성이 컨정션을 이루며, 두 행성이 모두 카디널 사인들에서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스퀘어를 이룸을 보여 준다. 태양·토성·수성이 처녀자리에 놓인 점도, 태양과 달이 처녀자리와 물고기자리에서 오포지션을 이룬 점과 함께 특별히 주목될 것이다.
세인트조지스필즈의 서커스라고 부르는 극장은 1805년 8월 12일 화재로 소실되었다. 그 사건 때의 천체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사자자리 19°14′ |
| 달 | 물고기자리 12°19′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게자리 21°23′ |
| 토성 | 천칭자리 12°21′ |
| 목성 | 전갈자리 26°59′ |
| 화성 칸〔원기호 방향 이상〕 | 천칭자리 8°3′ |
| 금성 | 처녀자리 10°11′ |
| 수성 | 처녀자리 13°26′ |
이 애스펙트들의 더 두드러진 특징들 가운데 천칭자리에서 토성과 화성이 이룬 컨정션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 카디널 사인들에서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이룬 스퀘어 배치들도 마찬가지다. 이 배치들이 그 효과를 엄청나게 만든다. 수성과 금성도 처녀자리에서 불길한 위치들을 차지한다. 둘은 컨정션에서 막 분리되고 있으며 모두 물고기자리의 달과 오포지션이다.
코번트가든의 왕립극장은 1808년 9월 20일 인접한 몇몇 집과 함께 화재로 파괴되었다. 이 무서운 재난에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때 각 행성의 위치는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원표의 위치 |
|---|---|
| 태양 | 처녀자리 26°48′ |
| 달 | 처녀자리 22°34′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천칭자리 25°48′ |
| 토성 | 전갈자리 18°19′ |
| 목성 | 물고기자리 12°8′ R |
| 화성 | 사자자리 14°22′ |
| 금성 | 천칭자리 10°47′ |
| 수성 | 천칭자리 4°51′ |
이 불행한 사건은 태양이 처녀자리 제27도에 있고, 달이 연소 상태로 가을의 컨정션에 접근하던 때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지오르기움 시두스도 천칭자리의 불길하게 타오르는 도수들에 있었으며, 화성은 불의 사인인 사자자리에서 토성과의 스퀘어에 막 접근하고 있었다. 금성도 천칭자리의 나쁜 도수들에 있었다. 앞의 호에서 그 도수들이 처녀자리와 사수자리의 해당 도수들과 같은 영향에 참여한다고 지적했음을 기억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를 능가하기 어려운 파괴적 영향의 결합이었다. 나는 화재가 발견된 정확한 시간을 알지 못한다. 새벽 1시와 2시 사이였으리라고 가정하여, 태양과 달의 위치를 19일과 20일 사이의 자정에 맞추어 적었다.
화재 사례 비교 — 궁전·공장·오데옹·에든버러
C02-S12-C · 인쇄171쪽 궁전 비교–176쪽 Raphael 서명 · PDF217–222면 · Raphael 서명
1809년 세인트제임스 궁 화재 때의 애스펙트와 최근 칼턴 궁 화재 때의 애스펙트 비교
1809년 1월 17일, 세인트제임스 궁에서 케임브리지 공작에게 배정된 방들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이것을 규모가 큰 화재라고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때 수반된 애스펙트와 최근 칼턴 궁 화재에 임박해 있던 애스펙트를 비교하려는 것이다.
| 천체 | 1809년 1월 19일〔원표 날짜〕 | 1824년 6월 8일 |
|---|---|---|
| 태양 | 염소자리 27°3′ | 쌍둥이자리 18°0′ |
| 달 | 물병자리 16°7′ | 전갈자리 15°0′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천칭자리 28°31′ | 염소자리 14°16′ |
| 토성 | 사수자리 1°26′ | 쌍둥이자리 0°0′ |
| 목성 | 물고기자리 16°32′ | 게자리 14°32′ |
| 화성 | 천칭자리 17°58′ | 천칭자리 0°44′ |
| 금성 | 물고기자리 7°2′ | 쌍둥이자리 3°35′ |
| 수성 | 염소자리 25°43′ | 쌍둥이자리 10°6′ |
점성술을 조금 공부한 사람들은 어쩌면 이 애스펙트들의 불일치에 미소 지을지 모른다. 그러나 앞의 여러 쪽에서 정한 조건에 따라 살펴본다면, 처음 얼핏 생각한 것처럼 주목할 가치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님을 알게 될 것이다. 앞선 사고에서는 허셜이 천칭자리에, 토성이 사수자리에 있어 런던의 어센던트인 쌍둥이자리와 마주함을 알 수 있다. 화성은 천칭자리 한가운데에서 달과 트라인이었다. 뒤의 경우에는 태양·토성·금성·수성이 런던의 어센던트인 쌍둥이자리에 나타난다. 지오르기움 시두스는 염소자리 한가운데에서 카디널 사인들에 있는 목성과 스퀘어를 이루며, ‘막 천칭자리로 들어가고 있다’〔이 마지막 구의 주어 불명〕. 이제 앞의 사례에서 지오르기움 시두스를 제외하면, 어느 행성도 앞서 지적한 유난히 불길한 도수들에 있지 않다는 점을 주목하라. 또한 토성과 화성 사이에 이어지는 영향의 사슬도 불완전하며 중단되어 있다. 그 효과는 그 약함에 비례했다. 두 왕실 건물은 모두 손상되었지만 어느 쪽도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세인트제임스의 사고는 칼턴 궁의 사고보다 다소 심각했다. 이는 별로 주저하지 않고 당시 허셜 행성이 차지한 천칭자리의 도수 탓으로 돌릴 수 있다.
드루리레인 극장의 화재 소실과 대응 징조
왕립 드루리레인 극장을 값비싼 의상·무대장치·공연 비품까지 모조리 파괴한 화재는 1809년 2월 24일 일어났다. 그때 행성들의 배열은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1809년 2월 24일 원표 |
|---|---|
| 태양 | 물고기자리 5°32′ |
| 달 | 쌍둥이자리 27°48′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전갈자리 23°32′ |
| 토성 | 사수자리 3°38′ |
| 목성 | 물고기자리 25°53′ |
| 화성 | 천칭자리 27°4′ |
| 금성 | 양자리 20°51′ |
| 수성 | 물고기자리 19°57′ R |
여기 기록한 위치들은 두 궁전의 사고에 수반된 배치와 뚜렷한 차이를 보여 준다. 토성은 사수자리에서 런던의 어센던트와 마주했다. 목성은 물고기자리 제26도에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런던의 어센던트에 있는 달은 목성과의 스퀘어에서 막 분리되었다. 화성은 천칭자리 27도에 이르러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금성은 이분점 사인들에서 화성과의 오포지션에 접근했다. 수성도 불타오르는 사인 중 하나인 물고기자리에서 역행하고 있으며, 여기서 목성과의 컨정션에서 막 분리되었다.
런던 세관 건물이 전소될 때 임박했던 징조
세관 전체와 값비싼 상품으로 가득 찬 많은 창고를 삼킨 무서운 대화재는 1814년 2월 12일 발생했다. 그때 우세했던 애스펙트는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1814년 2월 12일 원표 |
|---|---|
| 태양 | 물병자리 23°13′ |
| 달 | 전갈자리 26°32′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사수자리 2°22′ |
| 토성 | 염소자리 25°20′ |
| 목성 | 처녀자리 26°44′ R |
| 화성 | 양자리 28°57′ |
| 금성 | 물고기자리 28°30′ |
| 수성 | 물병자리 18°37′ |
이 큰 재난에 대응하는 천상의 징조에 주의를 기울이면, 지오르기움 행성이 사수자리의 그 위치에서 겨우 1도를 조금 넘게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드루리레인 극장이 소실될 때 토성이 있던 사인이 바로 그곳이다〔원문의 위치 지시가 불명료함〕. 이렇듯 런던의 어센던트는 두 경우 모두 성질과 일반적 영향이 비슷한 행성의 오포지션을 받았다. 지오르기움 시두스는 이 불길한 사인에 있으면서, 이런 격렬한 연소에 똑같이 해로운 사인인 처녀자리에서 역행하는 목성의 스퀘어와 만난다. 여기서 화성은 잉글랜드의 어센던트인 양자리 후반에 있으며, 1809년 2월 24일의 자기 위치와 마주한다. 금성이 물고기자리 후반에 놓여 그 주목할 만한 도수들의 경계에서 30분보다 더 멀어지지 않은 점도 주목할 특징이다. 여기서 금성은 운동이 느리고 막 역행하려는 때이므로 더욱 그렇다. 화재를 표시하는 데 그토록 기여한다고 밝혀진 사인의 부분에 더 오래 영향을 유지하므로, 그 작용이 특히 강력하기 때문이다.
버밍엄 워터스트리트 공장 화재의 막대한 재산 손실과 수반 징조
1817년 3월 15일, 버밍엄의 워터스트리트 공장이 화재로 파괴되어 20만 파운드로 평가되는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천체의 위치를 살펴보면 당시 다음과 같았음을 알 수 있다.
| 천체 | 1817년 3월 15일 원표 |
|---|---|
| 태양 | 물고기자리 24°34′ |
| 달 | 물병자리 27°51′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사수자리 15°45′ |
| 토성 | 물병자리 29°54′ |
| 목성 | 사수자리 10°34′ |
| 화성 | 물병자리 7°22′ |
| 금성 | 황소자리 10°42′ |
| 수성 | 물병자리 28°31′ |
이 화재에도 앞서 든 같은 종류의 모든 사건처럼 대화재에 공통적이라고 명시한 애스펙트들이 수반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사건 당시 목성은 사수자리 제11도에 있었으며 물고기자리의 태양과 플래틱 스퀘어였다. 지오르기움 시두스도 사수자리의 불길한 도수 범위 안에 있었다. 그러나 이 마지막 행성의 영향 대부분은 더 일반적으로 중요한 주제들을 향하고 있었다.
같은 해 4월에는 전국의 여러 지역, 특히 에식스에서 방화범들의 짓으로 여겨지는 화재가 몇 차례 일어났다. 그달의 대부분 동안 목성이 사수자리 제10도와 제11도 사이에서 역행했고, 태양과 수성은 모두 양자리를 통과하고 있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같은 무렵 격렬한 성질을 지닌 다른 배치들도 많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것들에 해설을 붙이면 이 글이 지나치게 길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로 지적해 둔 사인들의 더 불길한 도수들로 관찰을 한정했다.
1818년 3월 20일, 파리의 장엄한 오데옹 극장은 화재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다. 이것은 이 주제를 살피면서 정한 범위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잉글랜드에서도 앞서 같은 성격의 건물이 많이 파괴되었으므로, 애스펙트의 비교가 환영받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파리의 극장이 파괴될 때의 다음 천구 도식에 점성술 독자들의 주의를 환기한다.
| 천체 | 1824년 3월 20일〔원표 날짜; 앞 본문은 1818년〕 |
|---|---|
| 태양 | 물고기자리 29°18′ |
| 달 | 처녀자리 2°29′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사수자리 20°11′ |
| 토성 | 물고기자리 11°7′ |
| 목성 | 염소자리 10°24′ |
| 화성 | 쌍둥이자리 27°21′ |
| 금성 | 양자리 1°12′ |
| 수성 | 물고기자리 15°14′ |
여기서는 먼저 태양·토성·수성이 모두 물고기자리에 함께 있음을 보라. 토성은 앞서 매우 자주 언급한 발화의 도수들에 막 들어와 있고, 수성은 거기서 막 분리되었다. 달은 이 모든 천체와의 오포지션에 접근했다. 화성도 쌍둥이자리의 불길한 도수들 사이에서 사수자리의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마주하고 있으며, 금성은 양자리에 막 들어갔다. 경험 있는 모든 점성가는 여기 제시한 증거가 앞서 정립한 사인과 도수들의 격렬한 성격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고 여길 것이다.
최근 에든버러 화재
1824년 6월 24일, 에든버러에서 일어난 화재가 수많은 집을 삼켰으며 많은 가정이 극심한 고통에 빠졌다. 이제 이 최근의 재난에 임박해 있던 천체 위치들을 적는다.
| 천체 | 1824년 6월 24일 원표 |
|---|---|
| 태양 | 게자리 2°29′ |
| 달 | 황소자리 29°49′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염소자리 14°15′ R |
| 토성 | 쌍둥이자리 1°55′ |
| 목성 | 쌍둥이자리 18°1′〔원표〕 |
| 화성 | 천칭자리 6°53′ |
| 금성 | 쌍둥이자리 23°9′ |
| 수성 | 쌍둥이자리 11°33′ |
이 도식에서 먼저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스코틀랜드의 어센던트인 게자리에서 목성이 취한 배치다〔원표와 다른 사인〕. 목성은 재난 전 여러 달 동안 그곳에 있었으며, 화재 전 적어도 두 달 동안에는 회귀점 사인들에서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오포지션의 오브 안에 있었다. 다음으로 화재 당일 태양이 쌍둥이자리를 빠져나가며 화성과의 스퀘어에 접근하고 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이 화재 때 토성이 쌍둥이자리에 들어온 지는 16일을 넘지 않았다. 천칭자리에 있는 화성은 토성과 트라인 애스펙트의 오브 안에 있었다. 더 살펴보면 금성과 화성이 둘 다 쌍둥이자리의 파괴적인 도수들을 차지하고 있다〔화성의 앞 문장 및 원표와 다름〕.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양자리·쌍둥이자리·천칭자리·사수자리에서 토성과 화성이 이루는 섹스타일과 트라인이 언제나 현저하게 악하며, 때로는 다른 사인들에서의 스퀘어와 오포지션보다 더욱 그러했다고 지적했다. 그런 애스펙트들이 발생하면 매우 파괴적인 화재, 끔찍한 자살, 무서운 살인, 때 이른 죽음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가 드묾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화재로 일어난 공적인 성격의 주요 재난들을 제시하고, 사건마다 천체 배치를 붙였으므로, 큰 대화재를 나타내는 애스펙트들을 결정할 공정한 기회가 마련되었다. 이 회고를 시작하면서 특정 사인들과 그 사인들의 특정 도수들이 어떤 행성의 트랜짓에 의하여 자극되는가에 따라 이런 성격의 사건들을 지배한다는 규칙을 세웠음을 독자는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어 사건들을 공적으로 중요한 어떤 사례도 골라내거나 빼놓지 않은 채 차례로 수집했다. 그 사건들이 일어난 순서대로 하나씩 살펴보면, 먼저 제시한 규칙들이 믿을 만하다는 것이 두드러지게 분명해질 것이다.
점성술은 천체의 영향 또는 징조와 지상의 사건이 일치한다는 사실 위에 세워져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사실들이 수집되었고 특유한 애스펙트들과 한결같이 대응함이 발견되었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행성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상호 배치의 귀환을 근거로 어떤 사건들이 다가오는지 미리 판단하기 위한 규칙 체계가 만들어졌다. 한 시대에 맞았던 규칙은 다른 시대에도 맞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시대에서 시대로 검증되어 왔다면 가장 자만하는 이론가들 말고는 그 타당성에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 제시한 화재 재난에 관한 규칙은 이 학문을 실천하는 모든 사람에게 믿음을 요구할 만큼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분별 있게 사용한다면, 빗나가는 일이 있다 해도 매우 드물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 라파엘(Raphael).
두 대화재와 극장 화재의 행성 배치
C02-S13 · 인쇄177–178쪽 J.L.X. 서명까지 · PDF223–224면 · J.L.X. 서명
두 엄청난 화재에 수반된 행성 애스펙트
1666년 9월 2일, 런던의 대화재가 시작되었다. 사흘 동안 주택 13,200채와 교구 교회 89곳이 불탔으며, 총손실은 당시 화폐 가치로 1,000만 파운드로 평가되었다. 그 화폐 가치는 지금의 세 배를 넘었다. 화재가 시작될 때의 행성 위치는 다음과 같았다.
| 천체 | 1666년 9월 2일 원표 |
|---|---|
| 태양 | 처녀자리 19°40′ |
| 달 | 물고기자리 9°38′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사수자리 2°11′ |
| 토성 | 염소자리 14°11′ |
| 목성 | 물고기자리 24°11′ R |
| 화성 | 전갈자리 20°36′ |
| 금성 | 천칭자리 25°55′ |
| 수성 | 천칭자리 13°53′ |
여기서는 목성이 물고기자리의 불길한 도수들에 막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앞의 사례들에서 화재를 표시한다고 보여 준 도수들이다. 목성은 그곳에서 역행하고 있으며 처녀자리의 태양은 목성과의 오포지션에 접근한다. 수성과 금성도 모두 천칭자리에 있다. 앞서 지적했듯 이곳에서 그들의 영향은 화재를 일으키는 것으로 두드러진다. 그중 앞의 수성은 보이는 대로 염소자리의 토성과 스퀘어다. 지오르기움 시두스도 불길한 사수자리의 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덧붙일 수 있다.
헤이마켓 오페라 하우스와 맨체스터 극장의 화재 소실
앞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하는 두 가지 다른 경우에 독자의 주의를 돌릴 기회로 삼고자 한다. 1789년 6월 17일 헤이마켓의 오페라 하우스가 화재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며, 그다음 날 맨체스터 극장도 같은 운명을 맞았다. 그때 행성들은 다음과 같이 놓여 있었다.
| 천체 | 1789년 6월 17일 원표 |
|---|---|
| 태양 | 쌍둥이자리 26°35′ |
| 달 | 양자리 15°29′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처녀자리 11°21′ |
| 토성 | 물고기자리 23°6′ |
| 목성 | 사자자리 1°3′ |
| 화성 | 황소자리 19°6′ |
| 금성 | 게자리 1°17′ |
| 수성 | 게자리 21°34′ |
이제 태양이 토성과의 스퀘어 애스펙트에서 막 분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태양은 쌍둥이자리의 나쁜 도수들 안에 있으며 토성은 물고기자리의 해당 도수들로 접근한다. 허셜 행성도 토성과 오포지션의 오브 안에 있다. 토성은 1666년 화재 때 목성이 있었던 위치에서 1도 이내에 있다. 이것은 앞서 말한 도수들이 화재를 일으키기 매우 쉽다는 강력한 증언이다.
— J. L. X.
제러미 벤담의 법률과 점성가에 관한 인용
C02-S14 · 인쇄178쪽 A Quotation부터 끝 · PDF224면 · 편집 도입문 및 Jeremy Bentham에 귀속된 인용
특별히 뛰어난 저작에서의 인용
저명한 헌법 법률가 제러미 벤담 씨가 최근 출판한 저작에서.
‘법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관하여, 행동의 규칙이 보통법, 달리 말해 불문법, 다시 말해 상상 속의 법인 상태로 유지되는 한, 권위는 거의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모든 것이다. 질문은 주어진 상황에서 A, 곧 판사가 어떻게 생각할 것 같은가이다. 그 조사에 재산을 다 써 버릴 때까지 기다려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라면 당연히 재산을 쓰기 전에 결과가 결국 어떻게 될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싶어 한다. 가능하다면 재산을 쓰고도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B, 곧 사무변호사를 매개로 C, 곧 법정변호사에게 의견을 구한다. C는 문제의 사건과 어느 정도 유사하다고 가정되는 주제에 관하여 D, 곧 이전 판사가 했거나 했다고 여겨지는 말을 고려한다. 그리고 거기서 때가 되면 A 판사가 무슨 말을 하리라고 자기가 생각하는지 추측을 이끌어 내어 그에게 준다. 더 짧은 길은 A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이겠지만, 명백한 이유로 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많은 경우에는 법정변호사에게 그 두 배나 세 배만큼의 기니를 주고 얻는 추측 못지않게 근거 있는 추측을 점성가에게 5실링으로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가는 점성가를 밀수꾼으로 여기고 억누른다.’
리스본의 지진과 폭염
C02-S15 · 인쇄179–181쪽 H.W.서명까지 · PDF225–227면 · H.W. 서명; Times 기사 인용 별도
제2부 제8절 — 리스본의 지진과 격심한 더위
삽화 제XIV호.〔인쇄179쪽·PDF225면.〕
8월 7일자 『타임스』 신문에는 최근 리스본을 덮친, 이례적인 대기 현상을 동반한 지진에 관한 기사가 실려 있다. 다음은 그 기사의 발췌다.
‘리스본, 1824년 7월 19일. 오늘 아침 5시에 이 도시에서 가벼운 지진의 흔들림이 느껴졌다. 사흘째 무더위가 이어졌다. 화씨 온도계는 그늘에서 100도에 이르렀다.
이 도시에서 6월 18·19·20일에 겪었으며 들판에 큰 피해를 준 극심한 더위도 관찰할 만하다.
17일과 18일, 야외 그늘의 화씨 온도계는 2시에 92도에서 96도였으며, 자정에는 79도에서 83도였다.
19일에는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에 노출시키자 105도까지 올랐다. 이 불타는 듯한 바람은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바람이 너무 뜨거워 자정에도 그 바람에 노출시킨 온도계가 91도를 가리켰다.
20일 아침에는 83도로 떨어졌다가 오후 2시에는 103도까지 올랐으며, 자정에는 다시 83도였다.
21일과 22일에는 남서쪽의 바닷바람이 공기를 식혀 더운 시간에도 온도계는 81도와 76도에 불과했다. 자정에는 73도와 68도로 내려갔다.
19일 야외의 온도계가 100도보다 높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19일의 무서운 현상이 낸 피해를 계산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북동쪽에 노출된 높은 지대의 포도나무들이 풍성하게 달려 있던 열매를 완전히 잃었다고 말할 수 있다. 들에서 일하던 아주 많은 사람이 과도한 더위의 해로운 영향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다. 많은 동물도 같은 운명을 맞았으며, 나무와 다른 식물의 잎은 완전히 말라 먼지처럼 부서졌다.’
자연의 어떤 원인들이 함께 작용하여 이런 이례적인 현상을 일으켰는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천칭자리는 리스본의 어센던트로 여겨진다. 이번 사정이 말해 주듯 그 배속이 옳다고 인정한다면, 재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뜨겁고 건조하며 불같고 해롭고 격렬한 행성인 화성, 병을 부르는 더위와 불쾌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으로 늘 유명한 행성이 그 기사에 묘사된 이례적 날씨 때 리스본의 어센던트를 통과하고 있었다. 지진의 흔들림이 느껴진 7월 19일에는 화성이 염소자리의 지오르기움 시두스와, 그리고 모두 회귀점 사인인 게자리에 있는 목성·금성·수성·태양과 스퀘어이기도 했다.
뜨거운 바람이 시작된 6월 18일에는 화성이 천칭자리의 첫머리에 있었으며 수성 및 토성과 애스펙트를 맺고 있었다. 토성은 막 사인을 바꾸어 쌍둥이자리에 들어갔다. 그때 같은 사인에는 금성·수성·태양도 있어서 포르투갈 국민 전체의 어센던트인 물고기자리와 ‘마주하고’ 있었다〔원문 표현〕. 달은 그 물고기자리에 놓여 있었다.
이 위치들을 한데 취하면, 묘사된 이상한 결과를 낳는 데 의심할 여지 없이 큰 몫을 했다. 그러나 포르투갈에 관계된 일에 많은 관여를 하는 목성과 화성이 이루려는 스퀘어에도 많은 것을 돌릴 수 있다. 이 접근 중인 스퀘어도 강력한 사인들에서 이루어진다. 하나는 회귀점 사인이고 다른 하나는 이분점 사인이다.
행성적 원인이 무엇이든, 그 영향이 우세했던 주요한 두 날의 천체 위치들을 아래에 제시했다. 독자는 우리의 관찰에 원하는 내용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 천체 | 1824년 6월 18일 — 원표 | 1824년 7월 19일 — 원표 |
|---|---|---|
| 태양 | 쌍둥이자리 27° | 게자리 26° |
| 달 | 물고기자리 13° | 양자리 28°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염소자리 28° R〔원값〕 | 염소자리 13° R |
| 토성 | 쌍둥이자리 1° | 쌍둥이자리 4° |
| 목성 | 게자리 16° | 게자리 23° |
| 화성 | 천칭자리 4° | 천칭자리 19° |
| 금성 | 쌍둥이자리 13° | 게자리 23° |
| 수성 칸〔원기호 약형〕 | 쌍둥이자리 8° | 게자리 19° |
— H. W.
남십자자리 — 훔볼트 인용과 헤먼스의 시
C02-S16 · 인쇄181쪽 The Constellation–183쪽 Stella 서명 · PDF227–229면 · Stella 서명 기사; Humboldt 인용 및 Madame Hemans 시
남십자자리
이 주목할 만한 별 무리에 관한 다음 설명은 훔볼트 교수의 흥미로운 여행기에서 가져왔다.
‘그의 생각에 대기의 낮은 지역에는 며칠 동안 수증기가 가득했다. 우리가 남쪽의 십자가를 처음으로 뚜렷하게 본 것은 7월 4일과 5일 사이의 밤, 위도 제16도에서였다. 그것은 크게 기울어 있었으며 구름 사이로 때때로 모습을 드러냈다. 모이지 않은 번갯불이 가로지르는 구름 한가운데에서는 은빛이 반사되었다.
남십자자리를 발견하면서 느낀 기쁨은 식민지에서 살았던 선원들도 열렬히 함께 나누었다.
바다의 고독 속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친구를 맞듯 그 십자가를 반긴다. 포르투갈인과 스페인인에게는 특별한 동기가 그 감정을 더 크게 하는 듯하다. 종교적 감정이 그들을 이 별자리에 붙든다. 그 모양이 새로 발견한 세계의 황야에 조상들이 심은 신앙의 표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십자가의 꼭대기와 밑부분을 표시하는 큰 두 별은 적경이 거의 같으므로, 별자리가 자오선을 지나는 순간에는 거의 수직이 된다. 이 사정은 회귀선 너머나 남반구에 사는 모든 민족에게 알려져 있다.
계절에 따라 남십자자리가 밤중 어느 시각에 똑바로 서고 기울어지는지도 알려져 있다. 그것은 하루에 거의 4분씩 매우 규칙적으로 앞당겨지는 시계다. 어떤 다른 별 무리도 맨눈으로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시간 관측을 보여 주지는 않는다.
베네수엘라의 사바나나 리마에서 트루히요까지 이어지는 사막에서 안내인들이 “자정이 지났습니다. 십자가가 기울기 시작해요!” 하고 외치는 소리를 얼마나 자주 들었던가. 이 말들은 라타니에 강의 수원 근처에 앉아 폴과 비르지니가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노인이 남십자자리를 보고 “이제 헤어질 때”라고 일러 주는 그 감동적인 장면을 얼마나 자주 떠올리게 했던가.
이 별자리는 황경 약 185도에 있으며 남극거리가 약 30도에 불과하므로, 유럽의 북쪽 지역에서는 볼 수 없다.’
헤먼스 부인(Madame Hemans)이 쓴 다음의 아름다운 시구는 위 인용에서 비롯되었다.
한밤의 고요와 장엄 속을 나는 걷는다. 사바나가 끝없는 웅장함으로 펼쳐진 곳을. 눈의 관을 숭고하게 높이 이고 먼 코르디예라 산맥이 하늘과 만나는 곳을.
내 위로 나무고사리가 흔들리고, 반딧불의 붉은 빛은 번쩍이는 광채로 밤을 밝힌다. 하늘과 땅의 빛깔마다 나는 읽는다. 내가 태어난 곳에서 얼마나 멀리 걸어왔는지를!
그러나 깊고 맑은 푸름 속에서 너의 길잡이별들이 찬란히 타오르면, 경건히 너를 향한다. 빛나는 남쪽의 십자가여! 네가 빛남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올리브와 포도의 땅을 거의 그리워하지 않는다.
너는 처음 저 바다 위로 나의 조상들이 스페인의 깃발을 펼친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들은 너에게 눈부시게 새겨진 꺼지지 않는 신앙의 상징이 보이는 땅에 그 믿음을 심었다!
모든 것이 신비롭고 두렵도록 외로운 미지의 바다를 그들이 지나갈 때, 깊은 바다가 떨리는 잠결에 네 광채를 비추면 너의 빛은 얼마나 자주 그들의 영혼을 북돋웠던가.
빛나는 신앙의 깃발을 처음 펼쳤을 때 세계의 주인 앞에 솟아난 환영처럼— 스페인의 영웅들이 뱃머리로 파도를 갈라 영광의 길을 만들 때, 너는 그들에게 바로 그러했다!
그리고 내가 서쪽 세계를 가로지를 때, 안식의 고요 속에서 아름다운 황야를 지날 때, 길들지 않은 위엄의 숲과 강 곁을 지날 때, 너의 빛살에는 언어가 있고 너의 운행은 안내자가 된다.
계속 빛나라! 내 고향은 아득히 먼 곳, 네 천구의 별들은 그곳을 밝힐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눈들도 지금 창공을 헤매고 있을지라도 너를 바라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내 생각에 너는 순수하게 타오르는 성소, 빛나는 희망과 신성한 환영의 샘이다. 나의 영혼은 기쁘고 자유로운 독수리처럼 안데스 높이 솟아 너와 어우러진다!
— 스텔라(Stella).
과학적 관찰 — 태양의 흑점
C02-S17 · 인쇄184쪽 전체 · PDF230면 · 미서명 서술자
과학적 관찰 — 태양의 흑점
프라하의 아마추어 천문학자이며 척탄병 장교인 드 비엘라 씨는, 작년 12월 30일 자신이 발견한 최근의 혜성에서 천문학에 매우 중요한 두 가지 사실을 관찰했다.
첫째 사실은 혜성이 가까워지면 태양의 발광 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그가 이전에 내놓은 견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혜성이 근일점에 있던 시기인 1822년 10월 23일과 24일부터 1823년 12월 5일까지 그는 태양에서 어떤 흑점도 관찰하지 못했다. 12월 5일에는 큰 흑점 하나를 보았으며, 그것은 12월 13일까지 태양 표면에서 규칙적으로 커졌다. 같은 달 21일에는 두 번째 큰 흑점이 태양 표면에서 막 사라지려는 모습으로 관찰되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그보다 얼마 전에 생긴 흑점이었다. 12월 30일 첫 번째 흑점이 우리를 향한 태양의 반구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1824년 1월 6일까지 계속 규칙적으로 커졌다. 그날 흐린 날씨 때문에 더는 관찰할 수 없게 되었다.
혜성은 12월 9일과 10일 사이의 밤에 근일점을 지났으며, 태양에서의 거리는 수성 거리의 약 절반이었다고 계산된다.
첫 번째 흑점이 태양에서 세 번째로 나타나야 할 시각인 1월 7일에 그것은 나타나지 않았다. 태양에는 1월 16일까지 흑점이 없었다.
혜성과 태양 흑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이 발견이 확인된다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허셜 외에도 몇몇 천문학자가 태양의 흑점이 우리의 기온에 뚜렷한 영향을 준다고 관찰했기 때문이다.
제3부 서문 — 마술 의례·주술·주문
C03-S01 · 인쇄185–186쪽 제1절 · PDF231–232면 · 미서명 편집 서문
제3부 제1절 — 마술 의례·주술·주문
영들을 불러내고 죽은 자를 소환하는 옛 관행을 다룬다.
삽화 제XV호.〔인쇄185쪽·PDF231면.〕
고대와 근대의 가장 인정받는 저자들 가운데 고른 자료와, 대영박물관·브리스틀 대성당·웰스의 도서관, 옥스퍼드의 보들리언 도서관 및 애슈몰리언 박물관에 있는 원필사본에서 편찬했다. 여기에 메르쿠리이 소장 필사본의 여러 기이한 비학적 비법 및 진정한 정보를 제공하는 다른 귀중한 자료들도 더했다.
우리 주제의 이 높고 신비로운 부분으로 들어왔으므로, 경험이 없는 독자에게 다음을 주의시키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의 관찰은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엄선된 저자들과 가장 훌륭한 필사본을 면밀히 연구하여 편찬한 것이다. 모든 시대의 그토록 많은 뛰어난 사람이 단지 방심하거나 잘 믿는 사람을 현혹하거나 속이려고 이 주제를 썼으리라고 가정하는 것은 이성에 어긋난다. 그러나 독자는 앞으로 우리가 서술할 모든 것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우리 자신이 보증하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 저작의 주요 목적은 고대 철학자들의 관심을 차지했던 숭고한 연구들을 펼쳐 보이는 데 있다. 그것들은 지금까지 공동체 대부분에게 봉인된 책과 같았거나, 잘해야 수수께끼의 구름 아래 감추어져 있었다. 이제 우리는 그 수수께끼를 풀고 논의하며, 카발라적 마술과 의례 마술의 신비한 교설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제시하려 한다.
지성체·천사·영의 위계
C03-S02 · 인쇄186쪽 제2절–189쪽 제3절 직전 · PDF232–235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2절 — 지성체와 영
여러 위계의 지성체와 영, 그리고 지하와 지옥의 작용자들에 관하여.
고대 신성마술가들의 이론과 믿음에 따르면, 지성체(intelligence)는 거친 지상의 물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지성으로 파악되는 실체이며 불멸하고 초자연적 영향을 지닌다. 모든 지성체·영·천사의 본성은 같다. 그러나 지옥의 영들은 이 명칭에서 제외된다. 천사는 세 종류다. 첫째 종류를 우리는 천상 너머의 존재라고 부른다. 몸에서 완전히 분리된 정신들로, 말하자면 지성적인 구체들이며, 오직 한 분인 신을 자신들의 가장 확고하고 안정된 통일성 또는 중심처럼 숭배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신성에 일정하게 참여한다는 이유로 이 존재들을 신들이라고까지 부른다. 이 존재들은 언제나 신으로 충만하고 최고 존재 곁에 있으며, 그에게서 받은 빛을 아래 위계들에게 주입하고 힘과 직무를 균등하게 나누어 주기 때문이다.
둘째 위계에는 천체의 지성체들이 따른다. 이들은 세계의 천사들(mundane angels)이라고 부른다. 곧 신을 예배하는 일 외에도 세계의 구체들과 각각의 하늘 및 별의 통치를 맡도록 정해진 존재들이다. 따라서 세계에 하늘이 있는 만큼, 하늘에 별이 있는 만큼 많은 위계로 나뉜다. 고대인들은 토성의 구체를 다스리는 존재들을 토성적인 것이라 불렀고, 다른 것들은 목성적·화성적이라는 식으로 하늘의 전체 위계에 걸쳐 이름 붙였다. 또한 사인·트리플리시티·데칸·퀴나리·도수·별을 다스리는 천사들을 별이 있는 하늘에 배치했다. 그리하여 황도의 열두 사인을 다스리는 천사들의 군주 열둘, 데칸을 다스리는 서른여섯, 하늘의 일흔두 퀴나리와 사람 및 민족들의 언어를 다스리는 또 다른 일흔둘, 트리플리시티와 원소들을 다스리는 넷, 그리고 일곱 행성에 따라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일곱 통치자를 세웠다. 그 모두에게 이름과 인장을 주었으며, 인장을 캐릭터(character), 곧 기호라고 불러 소환·주문 등에 사용했다. 예컨대 태양을 위한 작업을 할 때에는 태양의 이름 및 태양의 천사들의 이름으로 소환했으며, 다른 행성들도 마찬가지였다.*
셋째로 그들은 아래에 있는 것들을 배치하는 사역자로 천사들을 세웠다. 오리게네스는 이들을 지상의 것들을 맡아 처리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힘들이라고 불렀다. 그들에 따르면 이 존재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때로 우리의 여행과 모든 일을 인도하고, 전투에도 자주 함께하며, 비밀스러운 도움으로 친구들에게 원하는 성공을 안겨 준다. 자기 뜻대로 번영을 마련하고 역경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 존재들을 더 많은 위계로 나눈다. 어떤 것은 불에, 어떤 것은 물에, 어떤 것은 공기에, 어떤 것은 땅에 속한다. 이 네 종류의 천사는 천상 영혼들의 네 능력, 곧 정신·이성·상상력·생명을 주거나 움직이게 하는 능력에 따라 분류된다. 따라서 불의 존재들은 천상 영혼들의 정신을 따르며 더 신적인 것들을 관조하는 데 함께한다. 공기의 존재들은 이성을 따라 이성적 능력을 도우며, 어떤 방식으로 그것을 감각적·식물적 능력에서 분리한다. 그러므로 불의 존재들이 관조적 삶에 봉사하는 것처럼 공기의 존재들은 활동적 삶에 봉사한다. 물의 존재들은 상상력을 따라 쾌락적 삶에 봉사하며, 땅의 존재들은 자연을 따라 식물적 생장에 호의를 베푼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은 동방에, 어떤 것은 서방에, 어떤 것은 남방에, 어떤 것은 북방에 속한다. 또한 고대인들에 따르면 세계 어디에도 이 천사들의 적절한 도움이 없는 곳은 없다. 그들이 그곳에만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특히 다스리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디에나 있으나 어떤 것은 이곳에서, 어떤 것은 다른 곳에서 특별히 활동하고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이들이 별의 영향에 종속된다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은 세계 위에 있는 하늘과 대응한다. 특히 그곳에서 모든 것이 인도되며 모든 것은 그곳에 일치해야 한다. 따라서 이 천사들은 각기 다른 별들뿐 아니라 다른 장소와 시간들에도 배정되어 있다. 어떤 장소나 시간에 한정되거나 자신들이 다스리도록 배정된 천체들에 한정되어서가 아니라, 신적 지혜가 그렇게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 천체·장소·시간·별 등을 더 돕고 보호하며, 그래서 주간의·야간의·남방의·북방의 존재들이라 불린다.
이렇듯 고대인들은 어떤 것을 숲의 존재, 어떤 것을 산의 존재, 어떤 것을 들의 존재, 어떤 것을 집안의 존재라고 불렀다. 여기서 숲의 신들, 사티로스들, 파밀리어들, 요정들, 님프들, 나이아스들, 드리아스들, 피에리데스들, 하마드리아스들, 무사이, 카리테스, 게니이 및 그와 같은 존재들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간과 너무도 친밀하여 인간적인 격정에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플라톤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가르침으로 그러하듯, 이 존재들의 가르침으로도 놀라운 일을 행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하늘의 별 수만큼 군단이 있고, 각 군단에 다시 하늘 자체의 별 수만큼 영들이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성 아타나시우스에 따르면 선한 영들의 수는 인간의 수를 기준으로 아흔아홉 몫이며, ‘염소 열 마리의 비유’에 따른다〔원문대로; 수량 관계와 비유 지시 불명료〕. 다른 사람들은 신이 신의 천사들의 수에 따라 백성들의 경계를 정했다고 쓰여 있으므로 천사의 수가 인간과 같다고 가정한다. 그 수에 관해서는 또 다른 사람들이 많은 것을 썼다. 그러나 근대 신학자들은 오스틴과 그레고리우스를 따라, 선한 천사들의 수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말하면서 쉽게 결론을 내린다. 그 반대편에는 헤아릴 수 없는 부정한 영들이 대응한다. 위의 세계에 선한 영들이 있는 만큼 아래의 세계에도 부정한 영들이 있다. 어떤 신학자들은 이것을 계시로 받았다고 주저 없이 단언한다.†
이들 아래에 고대인들은 지하 또는 어둠의 영들 한 종류를 둔다. 플라톤주의자들은 이들을 타락한 천사, 신적 정의의 명령에 따라 악과 불경을 응징하는 존재들이라고 부른다. 또한 이들을 악한 천사와 악한 영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때로 자기 뜻만으로도 사람을 성가시게 하고 해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도 더 많은 군단을 계산하며 별·원소·세계의 구획 이름에 따라 똑같이 구분한다. 그 위에 왕·군주·통치자를 두며, 그중 가장 강력하고 악한 네 영이 세계의 네 방위에 따라 다른 존재들을 다스린다. 그 아래에는 많은 군단장과 특별한 직무를 맡은 자들이 다스린다. 고르고네스, 스타테녹테(Statenocte), 티시포네, 알렉토, 메가라, 케르베로스 등이 그러하다.
포르피리오스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영들은 땅 가까운 곳, 심지어 땅속 자체에 산다. 그들이 감히 저지르지 못하는 해악은 없다. 완전히 격렬하고 해로운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격렬하고 갑작스러운 해악을 꾀하고 시도한다. 침입할 때에는 때로 숨어 있으며 때로 공공연한 폭력을 가한다. 악하고 해롭게 행해지는 모든 일에서 크게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 원주: Psellus, 『De Operatione Dæmonium』 참조〔인쇄 서지 약기〕. † 원주: 『Orac. Magica. Zoroas.』 및 보댕의 『Dæmonomania』 참조. ‡ 원주: 『Delr. Disq. Magic.』, 1.14; 또한 『Schot. Physic. Curios.』 및 필로스트라토스의 『Vita Apolloni』 참조〔원문의 서지 약기 유지〕.
영의 이름·행성·사인·방위별 배속
C03-S03-A · 인쇄189쪽 제3절–193쪽 경고 일화 직전 · PDF235–239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3절 — 영들의 이름과 다양한 묘사
별·사인·원소를 다스리는 영들에 관해서도 함께 다룬다.
선한 영과 악한 영의 이름은 많고 다양하다. 그러나 그들 고유의 참된 이름은 별들의 이름과 마찬가지로 오직 신만 안다. 신만이 무수한 별들의 수를 세고 그 이름들을 부른다. 우리는 신적 계시가 아니면 그 이름들 가운데 어느 것도 알 수 없으며, 성서에는 극히 적은 수만 우리에게 밝혀져 있다. 그러나 히브리의 랍비들은 천사들의 이름을 아담이 붙였다고 생각한다. ‘주께서 지으신 모든 것을 아담에게 데려오셔서 이름을 붙이게 하셨고, 그가 무엇이라 부르든 그것이 그 이름이 되었다’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히브리의 메쿠발들(Mecubals)은* 마술가 및 카발리스트들과 함께, 영들에게 이름을 붙이는 힘이 인간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어떤 신적 선물이나 성스러운 권위로 이 능력을 갖출 만큼 높아지고 품격을 얻은 인간에게만 그러하다. 신성의 본성이나 천사적 본질들의 온전한 힘을 표현할 수 있는 이름은 인간의 목소리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름은 그들의 작용에서 붙여진다. 영들의 위계에 요구되는 일정한 직무나 효과를 뜻하는 이름들이다. 그때에만, 그 밖의 경우에는 아니고, 그 이름은 위나 아래에서 어떤 영적 실체를 끌어와 원하는 효과를 내게 하는 효력과 힘을 얻는다.
이렇듯 마술에 정통한 한 저자는† 자신이 보아 알고 있는 몇 사람에 관하여 말한다. 그들은 달의 시간에 버진 양피지에 어떤 영의 이름과 인장을 썼다. 이어 그것을 물개구리에게 먹이고 어떤 구절을 읊은 뒤 개구리를 물에 놓아주자 큰 비와 소나기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사람이 화성의 시간에 다른 영의 이름과 그 인장을 써서 까마귀에게 주고, 까마귀를 풀어 주면서 그에 적합한 구절을 읊자, 새가 날아간 하늘의 그 부분에서 짙은 구름과 함께 번개와 무서운 천둥이 뒤따랐다고 한다.
또 어떤 천사들의 이름은 라파엘·가브리엘·미카엘·하니엘(Haniel)이다. 이는 신의 환시, 신의 덕능, 신의 힘, 신의 영광 등을 말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악한 다이몬들의 직무에서도 그들의 이름을 읽을 수 있다. 곧 놀이하는 자, 속이는 자, 꿈꾸는 자, 간음하는 자 및 그 밖의 많은 비슷한 이름들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많은 고대 교부와 히브리인들에게서 행성과 사인들을 맡은 천사들의 이름을 전해 받는다.
| 맡은 행성 | 영의 이름 — 본판 철자 | 속한 위계 |
|---|---|---|
| 토성 | 카시엘(Cassiel) | 좌천사들(Thrones) |
| 목성 | 자드키엘(Zadkiel) | 주천사들(Dominations) |
| 화성 | 사마엘(Samael) | 능천사들(Potentates) |
| 태양(Sol) | 미카엘(Michael) | 역천사들(Virtues) |
| 금성 | 하나엘(Hanael) | 권천사들(Principalities) |
| 달(Luna) | 가브리엘(Gabriel) | 천사들(Angels) |
| 수성 | 라파엘(Raphael) | 대천사들(Archangels) |
이들은 언제나 신의 얼굴 앞에 서 있는 일곱 영이다. 달의 영역 아래에 있는 천상의 왕국과 지상의 왕국 전체를 배치하는 일이 이들에게 맡겨져 있다. 더 세밀히 탐구하는 신학자들이 말하듯, 이들은 시간·날·해의 일정한 교대에 따라 모든 것을 다스린다. 고대 점성가들이 그들 휘하의 행성들에 관하여 가르치는 바와 같다. 메르쿠리우스 트리스메기스투스는 이들을 세계의 일곱 통치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하늘을 도구로 삼아 모든 사인과 별의 영향을 아래의 존재들에게 나누어 준다.
또 고대인들에게는 행성들의 영역과 구별되는 하늘의 두 구체에 대응하는, 두 개의 다른 상위 영적 위계가 있다.‡ 곧 하늘의 제9구에 있는 세라핌 위계의 메트라톤(Methratton), 그리고 별이 있는 천구의 케루빔 위계에 속하는 라자엘(Razael)이다.§ 각 행성의 영은 세계를 354년 4개월 동안 다스린다.¶ 통치는 토성의 지성체로부터 시작되며, 그 뒤에는 목성·금성·화성·태양·달·수성의 지성체 순서로 이어지고, 다시 토성의 영에게 돌아온다.‖
슈판하임의 유명한 수도원장 트리테미우스는 이들에 관한 특별한 논고를 썼다. 그것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사람은 거기서 미래 시대에 관한 큰 지식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황도의 열두 사인에는 다음 영들이 배치되어 있다.
| 사인 | 영의 이름 — 본판 철자 |
|---|---|
| 양자리 | 말라히다엘(Malahidael) |
| 황소자리 | 아스모델(Asmodel) |
| 쌍둥이자리 | 암브리엘(Ambriel) |
| 게자리 | 무리엘(Muriel) |
| 사자자리 | 비르키엘(Virchiel) |
| 처녀자리 | 가말리엘(Gamaliel) |
| 천칭자리 | 루리엘(Luriel) |
| 전갈자리 | 바라히엘(Barahiel) |
| 사수자리 | 아드나키엘(Adnachiel) |
| 염소자리 | 하나엘(Hanael) |
| 물병자리 | 캄비엘(Cambiel) |
| 물고기자리 | 바르키엘(Barchiel) |
성 요한은 『계시록』에서 행성과 사인들에 배치된 이 영들을 언급한다. 처음에는 앞서 말한 존재들과 신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을 말한다. 우리는 이것들이 일곱 행성에 배속된다는 것을, 그가 천상 도시의 설계를 묘사하며 열두 문 위에 열두 천사가 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보게 된다〔일곱과 열둘을 잇는 서술을 원문대로 유지〕.
또 달의 스물여덟 맨션을 다스리는 스물여덟 천사가 있다. 네 바람과 세계의 네 부분 위에 배치된 천사들의 네 군주도 있다. 이리하여 동풍에는 미카엘, 서풍에는 라파엘, 북풍에는 가브리엘, 남풍에는 아리엘(Ariel)이 배치된다. 원소들에게도 다음과 같이 배속한다. 공기에는 테우브(Theub), 불에는 세아프(Seaph), 땅에는 아리에스(Aries), 물에는 타리스(Tharris)다. 이제 이 영들 각각은 위대한 군주이며, 자기 행성과 사인의 통치 영역과 그 시기·해·달·날·시간, 또 그 원소·구역·바람에서 큰 힘과 자유를 지닌다. 이 군주들 각각은 불멸의 영들로 이루어진 많은 군단을 다스린다.
마찬가지로 악한 영들 가운데에도 세계의 네 부분에 따라 가장 강력한 왕으로서 나머지를 다스리는 넷이 있다. 그 이름은 동방의 왕 오리엔스(Oriens), 서방의 왕 파이몬(Paymon), 북방의 왕 에긴(Egin), 남방의 왕 아마이몬(Amaymon)이다.** 히브리의 학자들은 이들이 가장 강력한 영들이며, 그 아래에서 다른 많은 존재들이 군단의 군주로 다스린다고 말한다. 특별한 직무를 맡는 다이몬들도 무수히 많다. 나아가 고대 그리스의 신성마술가들은 여섯 다이몬을 열거하며 텔키네스(Telchines) 또는 알라스토레스(Alastores)라고 부른다. 이들은 ‘인간에게 악의를 품고,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스틱스 강의 물을 손으로 떠서 땅에 뿌린다. 거기서 재난·역병·기근이 뒤따른다.’ 이 여섯은 악테우스(Acteus), 마갈레지우스(Magalezius), 오르메누스(Ormenus), 리쿠스(Lycus), 니콘(Nicon), 미논(Minon)이라고 한다. 일부 고대 저자에게서 이 영들의 정확한 이름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기는 한다. 그러나 고대와 근대의 신성마술가들은 모두 각자의 위계와 직무를 묘사하는 데에는 일치한다.††
- 원주: Wier, 『De Præst. Dæm.』, 2, c.4 및 이하. † 원주: 배럿의 『Magus』, 제2권 55쪽. ‡ 원주: 일곱 행성의 영에 더하여 총 아홉 위계를 이루는 다른 영적 통치자들의 이 특이한 위계는, 고대인들의 체계가 망상 위에 세워진 것이 아님을 증명한다. 위에서 보였듯 어떤 별이나 행성에 배속되지 않고 오직 천구에 배속된 두 개의 다른 위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덟 번째 행성의 발견은 고대 마술 체계를 전혀 무너뜨리지 않는다. 오히려 허셜보다 더 멀리 있는 다른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하다. 그 행성은 무한한 공간의 끝없는 영역을 돌아다니며, 엄청난 거리 때문에 지금까지 최고의 천문학자들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그것이 발견되어 지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태양계에 새롭고 확장된 관념을 주리라고 우리는 굳게 믿는다. § 원주: 따라서 위의 구분에 따르면 라자엘은 허셜의 영이다. 허셜의 영향이 토성보다 큰 것처럼, 라자엘은 토성의 영보다 더 강력하다. ¶ 원주: 『Trinum Magicum』; 또한 포이커의 『De Divinatione』 등. 〔같은 면의 추가 원주: 아그리파, 『De Occul. Philosoph.』 제4권 참조. 인쇄된 § 기호의 본문 부착점은 불명확하다.〕 ‖ 원주: 『Steganographia, Ars per Occultam Scripturam』 등, “per Joanne Arithemio” 등〔본판의 서지 표기〕. ** 원주: 『Cicognæ Magia Omnifaria』 등; 또한 『Psell. de Oper. Dæmon.』 참조〔본문 기호와 각주 기호의 인쇄상 불일치 보존〕. †† 원주: 이 기이한 체계들에 단순한 신비 이상의 무엇이 있음을 이것이 증명하는 듯하지 않은가?
위험한 집을 떠나라는 목소리
C03-S03-B · 인쇄193쪽 Extraordinary Voice 일화 · PDF239면 · Calmet에 귀속된 일화
기이한 목소리 — 위험한 집을 떠나라는 경고
칼메의 『유령 출현에 관한 논고』에서.
프랑스의 한 신사는 직업이 법률가였으며, 그곳의 법률가들이 흔히 그러하듯 파리 고등법원의 평정관이었다. 어느 날 침대에서 깊이 잠들어 있을 때 목소리에 잠이 깼다. 목소리는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그는 이 이상한 일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가 들은 말을 프랑스 문자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 “Apithi, onk osphrainay ten seen apsychian.” 그러고는 다시 잠들려고 했지만 그 이상한 말들이 계속 귀에 울려 밤새 눈을 감을 수 없었다. 몹시 불안해진 그는 일어나 그날 아침 보고해야 할 소송 사건을 연구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그 소리의 기이함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아 전혀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주 일찍 커피하우스로 갔다. 거기서 친구들을 만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발음으로 들은 것을 적은 종이쪽지를 보여 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드 소메즈 씨가 그것을 보고 시리아어라고 선언했으며, 글자 그대로의 뜻은 “떠나라. 너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느냐?”라고 했다. 사람들은 그 번역을 듣고 크게 웃었으며 경고를 농담이나 지어낸 일로 여겼다. 그러나 신사는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그날 집을 떠났다. 다음 날 밤 그 집은 땅바닥에 완전히 무너졌다!
테베 문자와 신비한 글쓰기
C03-S04 · 인쇄194–195쪽 제4절 · PDF240–241면 · 미서명 서술자
호노리우스가 전한 신비한 문자 — 테베 문자
삽화 제XVI호.〔인쇄194쪽·PDF240면.〕 도판에 대응시킨 라틴 글자의 순서는 첫째 줄 A B C D E F G, 둘째 줄 H I K L M N O P, 셋째 줄 Q R S T V X Y Z이다.〔원자형 23개는 도판 자체에 연결하며 유사한 유니코드 문자로 임의 치환하지 않는다.〕
제3부 제4절 — 신비한 글쓰기에 관하여
신성마술가들 사이에는 ‘천상의’ 글쓰기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그들이 그 글쓰기를 별들 사이에 놓고 그려진 것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또한 오직 계시로만 받으며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발견할 수 없는 또 다른 종류의 기호가 있다. 그 기호의 힘은 이를 계시한 신에게서 나온다. 신에게는 신성의 조화를 내뿜는 어떤 은밀한 작용들이 있다. 또는 그 기호들은 말하자면 우리와 그들 사이에 맺어진 동맹의 어떤 합의나 계약과도 같다. 콘스탄티누스에게 하늘에서 계시된 표지 “In hoc vince”, 곧 “이것으로 이겨라”가 이런 종류였다. 안티오코스에게 계시된, 건강을 뜻하는 오각형의 표지도 그러했다. 그것을 글자로 풀면 υγιεια, 곧 건강이라는 단어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 표지들에 대한 믿음과 그 힘으로 두 왕은 적들에게 큰 승리를 거두었다.
유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 때문에 뒤에 마카베우스라는 별칭을 얻었다. 유대인들과 함께 안티오코스 에우파토르에 맞서 싸우려고 할 때, 천사에게서 주목할 만한 표지 מכבי를 받았다. 그 힘으로 그들은 처음에 11,000명과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코끼리를 죽였으며, 뒤에는 적 35,000명을 죽였다. 이 표지는 여호와의 이름을 나타냈으며, 수가 같다는 점에서 일흔두 글자로 된 위대한 이름의 기념할 만한 상징이었다. 그 풀이는 다음과 같다.〔히브리어 인쇄문: PDF241면 본문 중단의 מי … יהוה 행. 가운데 자모의 정확한 전사는 보류한다.〕 곧 “너희 가운데 누가 여호와처럼 강한가?”라는 뜻이다.
영들의 인장은 위와 크게 다르다. 마방진·원·펜터클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주로 수의 능력에 관계된 어떤 신비의 힘·덕능·효력에 의존한다. 다른 것들은 통치하는 천사의 직무에 의존하며,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쓰임에서도 본질적으로 다르다. 각 행성의 영에는 선을 향한 지성체와 악을 향한 영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이것들도 여러 특수한 목적에 쓰인다. 그러나 악한 영들과 파밀리어 영들의 인장은 더 임의적으로 만들어진다. 그 신비에 정통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전해 주었다는 것 말고는 다른 논증이 없기 때문이다.
영의 세 가지 결박과 원주 약초 주술
C03-S05 · 인쇄195쪽 제5절–197쪽 다음 CIRCLE 직전 · PDF241–243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5절 — 영들을 묶는 결박과 그에 대한 명령
영들을 묶고 간청하거나 쫓아내는 결박은 셋이다.* 그중 어떤 것은 원소적 세계에서 취한다. 신성마술가가 영들을 불러올 것인지 내쫓을 것인지에 따라, 그들과 친연하거나 반대되는 아래의 자연물로 영에게 엄명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꽃·풀·동물의 훈연, 눈·얼음 또는 불 등으로 행하는 경우다.† 이것들에는 신을 찬양하는 말, 축복과 성별의 말이 자주 섞인다. 「세 아이의 노래」와 ‘마니피캇’이라는 시편, 그리고 같은 뜻의 다른 것들에서 보이는 바와 같다. 이 결박은 사랑이나 미움이라는 관계 아래, 영들의 지각적 능력을 통하여 작용한다. 자연적이거나 자연에 반하는 것들 자체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듯, 영들도 그러한 것들과 함께하거나 그것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기 때문이다.
둘째 결박은 천체 세계에서 취한다. 곧 그들이 속한 하늘, 별들, 그 운동·광선·빛·아름다움·명료함·영향·기적 같은 것들로 그들에게 엄명하는 경우다. 이 결박은 훈계와 모범의 방식으로 영들에게 작용한다. 어느 정도 명령하는 힘도 지니며, 특히 시중드는 영들과 가장 낮은 위계의 영들에게 그러하다.
셋째 결박은 지성적이고 신적인 세계에서 나오며 종교로 완성된다. 곧 성사·기적·신의 이름·성스러운 인장 및 다른 신비들로 영들에게 엄명하는 경우다. 그러므로 이 결박은 모든 것 가운데 가장 높고 강하며, 명령과 권능으로 영들에게 작용한다. 그러나 이것을 주목해야 한다. 보편적 섭리 다음에 개별적 섭리가 있으며, 보편적 영혼 다음에 개별 영혼들이 있듯이, 먼저 상위의 결박과 사물들을 다스리는 이름 및 힘으로 소환하고, 그 뒤에 하위의 결박과 사물들 자체로 소환한다.
이렇듯 이 결박과 엄명으로는 영들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묶인다. 폭풍·화재·홍수·역병·질병·무력과 모든 동물이 그러하다. 이를 엄명이나 간청이나 축복에 끌어다 쓰는 것이다. 예컨대 뱀에게 주문을 거는 경우 등에서는 자연적·천체적 수단 외에도, 종교의 신비 가운데서 지상의 낙원에 있는 뱀의 ‘치유’〔원문 cure; 의미 불명〕,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일을 읊는다. 또 시편 91편의 다음 구절을 취하기도 한다. “너는 독사와 바실리스크 위를 걸으며 사자와 용을 짓밟으리라.”
학식 있는 카발리스트들은 성서의 어떤 특정 구절을 읊으면, 주문을 거는 자 또는 그것을 되풀이하는 자의 격렬한 바람에 따라 어떤 효과가 뒤따른다고도 가르쳤다. 다음은 구두 증언으로 우리에게 전해진 몇 가지 예다. 아마도 지금까지는 글로 적어 두기에 너무 기이하다고 여겨졌을 것이다.
- 원주: 배럿의 『Magus』, 67쪽.
† 원주: 다음의 기이한 풀 등의 마술적 힘은 ‘라파엘’이 소장한 옛 필사본에서 발췌했다.
〔역주: 아래는 위험한 물질을 포함한 역사적 주술 기록의 번역이며, 실제 조제·훈연·복용 지침이 아니다. 고식물명들을 현대 식물의 확정된 이름으로 바꾸지 않았다.〕
“카나부스(canabus)와 아르캉겔(archangel)의 즙을 몸에 바르고, 강철 거울 앞에서 영들을 불러라. 그러면 너는 그들을 보며 묶고 풀 힘을 갖게 되리라.
플레니쿨리스(fleniculis)의 연기는 영들을 쫓아낸다.
아비숨(avisum)이라는 풀을 가져다 캠파이어(camphire)와 합쳐라. 그러면 너를 두려워하는 영들을 보게 되리라. 이는 비밀스러운 일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코리안드룸(coriandrum)은 영들을 모은다. 그것으로 아피오 니스퀴오(apio nisquio)와 라지아스 키쿠타(lazias cicuta)를 함께 훈연하면 영들을 몰아붙인다. 그러므로 영들의 풀이라고 부른다.
페테르실리온(petersilion)은 재물의 모든 영을 쫓아낸다.
잠이 들게 하는 두 번째 종류의 코리안드룸을 가져다 크로코(croco)·인스그레노(insgreno)·아피오(apio)를 합하고, 헴록의 즙과 함께 갈아라. 이어 그것으로 훈연물을 만들어, 달이 지상의 앵글에서 태양과 결합할 때 네가 보물을 숨길 장소에 연기를 쐬어라. 그렇게 숨긴 보물은 결코 발견되지 않으리라.
사투레아(saturea)는 몸에 지니면 은총과 행운을 주는 풀이다.”
여러 경우에 쓰는 성서 주술
C03-S06 · 인쇄197쪽 반복 제4절–199쪽 제7절 직전 · PDF243–245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4절〔이곳의 인쇄 번호〕 — 여러 경우에 쓰는 주술
사나운 짐승을 막는 주술
다음 말을 간절하고 진실한 믿음으로 되풀이하라.
“멸망과 굶주림 앞에서도 너는 웃으며, 땅의 짐승들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너는 들의 돌들과 동맹을 맺고, 들의 짐승들은 너와 평화를 이루리라.”
— 『욥기』 5장 22·23절.
일반적인 환난을 막는 주술
“그가 여섯 환난에서 너를 구해 내시며, 일곱에서도 어떤 악도 너를 건드리지 못하리라. 기근에서는 죽음에서, 전쟁에서는 칼의 권세에서 너를 구속하시리라. 너는 네 장막이 평안함을 알고, 네 거처를 살피며 잘못하지 않으리라.”*
— 『욥기』 5장 19·20·24절.
적들을 막는 주술
“보라, 신은 나의 구원이다. 나는 의지하며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주 여호와는 나의 힘이며 노래이고 또한 나의 구원이 되셨다. 하늘의 별들과 그 별자리들은 빛을 내지 않고, 태양은 떠오르며 어두워지고 달은 그 빛을 비추지 않으리라. 보라, 저녁때에는 환난이 있으나 아침이 오기 전에 그는 사라진다. 이것이 우리를 약탈하는 자들의 몫이며 우리를 강탈하는 자들의 분깃이다.”
— 『이사야』 12장과 17장〔원문의 출전 표기〕.
불이나 물의 위험을 막는 주술
불이나 물의 위험을 피하려 할 때에는 다음 구절을 쓴다.
“네가 물을 지날 때 내가 너와 함께하며, 강을 지날 때 그것들이 너를 덮치지 않으리라. 네가 불 속을 걸을 때에도 타지 않고, 불꽃이 네 위에서 타오르지 않으리라.”
— 『이사야』 43장 2절.
학식 있는 카발리스트들에 따르면, 성서에는 원래의 히브리어로 읽을 때 공격이나 방어의 어떤 특별하고 고유한 뜻을 지니지 않는 절·행·단어 또는 심지어 글자 하나도 없다. 따라서 그들에 따르면, 신성마술의 규칙에 따라 성스러운 말씀에서 뽑아낸 최고 존재의 거룩하고 발설할 수 없는 이름들도 닥쳐오는 악 등을 막는 데 똑같이 강력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글을 깊은 비밀로 감추기를 몹시 원했다. 에스드라스에서 읽듯이 “그 책들은 백성 가운데 지혜로운 사람들, 그 마음이 이를 이해하고 비밀을 지킬 수 있음을 네가 아는 사람들에게 전하라”는 것이다. 고대의 저술 대부분이 수수께끼 같은 언어로 쓰였으며 상형문자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원주: 우리의 성서 번역에는 ‘죄를 짓다(sin)’라고 되어 있으나, 원어는 ‘잘못하다(err)’를 뜻한다.
카발라적 이름과 머리글자의 효력
C03-S07 · 인쇄199쪽 제7절–200쪽 예언 일화 직전 · PDF245–246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7절 — 큰 효력을 지닌 카발라적 말
1. 적들에게 파멸을 일으키기 위하여*
“그들의 길이 어둡고 미끄럽게 하시며, 주의 천사가 그들을 추격하게 하소서”라는 다음 구절에서 그들은 악한 천사이자 해악의 사자인 미라엘 또는 미다엘(Mirael or Midael), מידאל이라는 이름을 뽑아낸다. 이는 전사들의 영적 위계에 속한다. 적을 파괴하려 할 때에는 달이 화성과 나쁜 애스펙트에 있는 시각에 주조한 탈리스만을 만들고, 거기에 위의 미라엘이라는 이름과 쓰러뜨리거나 파괴하고 싶은 적의 이름을 함께 새겼다. 그러면 곧 효과가 뒤따랐다.
2. 신의 보호를 주기 위하여
카발리스트들은 다음 문장에서 큰 효력을 지닌 이름을 뽑아낸다. “당신은 영원한 힘이십니다, 신이여.”
〔히브리어 네 단어와 각 단어의 머리글자를 나란히 배열한 원도표: 인쇄199쪽·PDF245면 중단. 아래는 명확한 라틴 전사 행과 그 배열을 보존한 것이다. 히브리어 네 단어의 정확한 식자는 판독 보류.〕
| 원도의 왼쪽 첫째 칸 | 둘째 칸 | 셋째 칸 | 오른쪽 넷째 칸 |
|---|---|---|---|
| A | L | G | A |
위 구절에서 아글라(Agla)라는 신의 위대한 이름을 뽑는다. 알가(Alga)를 전치한 것이다. 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사람은 이 위대한 이름을 양피지에 써서 항상 몸에 지녀야 한다.
3. 다른 신적 이름들
예수(Jesu)라는 단어 또는 이름은 “메시아가 올 때까지”와 “그의 이름은 끝까지 머문다”라는 성서의 다음 문장들에서 뽑아낸다. 각 단어의 첫 히브리어 글자를 다음과 같이 취하는 것이다.
〔원문 히브리어 두 문구와 각각의 머리글자 행: 인쇄199쪽·PDF245면 하단. 인쇄 자모의 정확한 전사는 보류하며, 영어 풀이를 옮긴 위 문장으로 원히브리어를 역복원하지 않는다.〕
이로써 예수(Jesu)라는 이름이 만들어진다.
또 아멘(Amen)이라는 말은 다음 구절에서 뽑아낸다. “주, 신실한 왕.”
〔원문 히브리어 구절과 세 머리글자: 인쇄200쪽·PDF246면 상단. 원활자의 외교적 전사와 머리글자 정합성 검토 보류.〕
각 단어의 세 머리, 곧 세 첫 글자를 취하여 모아 결합한다. 이는 아멘이라는 말이 큰 효력을 지녔으며, 잉글랜드 교회가 모든 기도의 끝에 사용하는 것이 정당한 이유 없이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듯 고대 카발리스트들은 선한 영이나 악한 영의 이름과 능력을 정할 때 같은 방식으로 나아갔다. 필요할 때 그들에게 엄명하거나 결박할 때에도 그렇게 행했다.
- 원주: 메르쿠리이 소장 옛 필사본들.
바빌로니아 점성가 벨레수스의 예언
C03-S07-B · 인쇄200쪽 Prediction 일화 · PDF246면 · 미서명 역사 일화
바빌로니아 점성가의 예언
바빌로니아의 지휘관 벨레수스는 모든 칼데아인보다 점성술과 점복에 뛰어났다. 그는 메디아의 총독 아르바케스에게 말했다. “당신은 사르다나팔루스가 지금 가진 것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내가 알기로 당신의 출생은 행운의 별 배치로 은혜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 희망에 고무된 아르바케스는 바빌로니아인 및 아라비아인들과 공모했다. 그러나 반란이 알려지자 반란군은 사르다나팔루스에게 세 번 패배했다.
그 많은 불행에 놀란 동맹군은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벨레수스는 밤새 별을 관찰한 뒤, 상당한 규모의 우군이 그들을 도우러 오고 있으며 오래지 않아 일이 더 잘 풀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 말에 확신을 얻은 그들은 벨레수스가 정한 때를 기다렸다. 그때 박트리아인들이 왕을 돕기 위해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아르바케스와 나머지 사람들은 정예 병력을 이끌고 박트리아인들을 만나 반란에 합류하도록 설득하거나 강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는 싸우지 않고 설득에 성공했으며, 박트리아인들은 그의 병력과 합류했다.
네 방위의 왕인 영들의 모습
C03-S08 · 인쇄201–203쪽 제8절 · PDF247–249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8절 — 영들의 모습
삽화 제XVII호.〔인쇄201쪽·PDF247면.〕
옛 필사본에 따르면 세계의 네 방위를 다스리는 네 강력한 지배자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1. 동방의 왕인 영 오리엔스(Oriens)
그는 아름답고 여성적인 얼굴과 머리에 훌륭한 관을 쓴 모습으로 나타난다. 코끼리를 타며 그의 앞에는 많은 악기가 있다. 때로는 말과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마술적 주문으로 제약하면 인간의 모습을 취한다. 그 아래에는 하위 영들의 군단 250개가 있다. 고대인들에 따르면 그의 힘은 크며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질문에 진실하게 답할 수 있다.
2. 서방의 왕인 영 파이몬(Paymon)
이 영은 악을 행하는 힘이 크다. 밝은 관을 쓰고 낙타 또는 단봉낙타를 탄 무장한 병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얼굴은 여성적이나 목소리는 거칠고 쉰 소리다. 온갖 악기가 그의 앞을 간다. 그러나 기예로 제약하면 소환자가 원하는 바를 기꺼이 이루어 준다. 그 아래에는 무한한 영들이 있다.
3. 북방의 왕인 영 에긴(Egin)
이 영은 높고 강력하다. 왕관을 쓰고 용을 탄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며, 양옆에는 쉭쉭거리는 뱀들이 있다. 주위에 많은 하위 영들을 거느리고 무섭고 엄청난 소음을 내며 온다. 그 아래에는 강력한 영들의 수많은 군단이 있다. 강력한 주문으로 제약하면 이 영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취한다. 앞에서 말한 두 영 가운데 어느 쪽을 불러내는 것보다 덜 위험하며, 올바르게 소환하면 마술가에게 매우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땅의 보물을 찾아내며 매우 다루기 쉽다.
4. 남방의 왕인 영 아마이몬(Amaymon)
영 아마이몬은 위대하고 높고 강력하며 모습이 무섭다. 보통 긴 수염의 노인 모습을 취하고 귀는 말의 귀와 같으며 머리에 왕의 관을 쓴다. 처음 모습을 드러낼 때는 유난히 무시무시하다. 갈라지는 번개와 깊이 울리는 천둥이 땅의 중심까지 흔드는 듯하며 그의 무서운 출현을 알린다. 그러면 갑자기 땅이 불길을 뿜어내는 듯하고 유황 냄새가 주문이 걸린 공기를 더럽힌다. 곧 온갖 악기 소리가 들린다. 이어 삐걱거리는 바퀴의 기괴한 덜커덕거림과 끔찍한 충돌음이 매 순간 소환자를 놀라게 한다. 그러나 갑자기 모든 것이 다시 고요해진다. 영적 위엄의 온갖 장엄함을 갖추고 무적의 영들로 이루어진 헤아릴 수 없는 군단을 거느린 아마이몬이, 사납게 포효하는 사자를 타고 맹렬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그는 자신에게 배정된 공간의 맨 끝 경계까지 다가온다. 신성마술가는 평소의 침착함을 유지해야 한다. 이 사나운 영을 강력히 제약하고 간절히 소환하면 지극히 유순하게 복종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식·존귀함·큰 승진을 주는 힘을 지닌다. 이 강력한 네 영은 제약하거나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재촉하기 어렵다. 그들과 겨루는 것은 위험하며, 그들은 ‘악의 권능들’이고 ‘파괴하는 데 빠른’ 존재들이다. 그들은 인간을 뿌리 깊이 미워한다. 거짓말과 기만으로 신성마술가를 현혹하며, 그 밖의 온갖 방법으로 그의 작업을 실패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신성마술가가 그들을 성별된 펜터클이나 신의 이름으로 강화한 원 안에 들어가게 할 수 있다면, 그들은 자기 뜻에 반하여 진실을 드러내도록 강제된다. 그가 올바른 성좌 배치 아래 태어났다면 어떤 해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일곱 행성의 영 — 형상·바람·요일·직무
C03-S09 · 인쇄203쪽 제9절–209쪽 제10절 직전 · PDF249–255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9절 — 행성의 영들이 취하는 형상과 모습
일곱 행성에 배속되는 이 영들은 앞에서 말한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강력한 군주들보다 쉽게 불러낼 수 있다. 실제로 그들에게 주문을 걸고 제약하기 위하여 필요한 의례들도 다른 영들을 위한 의례보다 훨씬 쉽고 확실한 성격을 띤다. 소환 과정에서도 그만큼 위험한 일은 없다. 이 영들은 인간의 기예에 거의 전적으로 복종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환자가 자신이 태어난 행성의 영들과 대화하려 할 때 그러하다.*
- 원주: 점성술에 반대하며 제기하는 한 논거는 행성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감각도 없는 물질 덩어리이므로, 그 아래 태어난 인간의 지적 능력을 움직일 힘이 없다는 것이다. 위에서 본 고대 마기들의 특이한 이론, 곧 행성들이 영들에 의하여 다스려진다는 이론은, 행성들이 인간의 삶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고 논증되는 효과를 상당 부분 설명하지 않는가?
토성의 영들
토성의 영들은 보통 키 크고 가늘고 야윈 몸에 성난 얼굴을 한 채 몹시 내키지 않는 듯 나타난다. 얼굴은 넷이며 ‘hosed’〔원문 의미 불명〕 또는 부리가 달린 모습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며, 색은 빛나는 검정이지만 형상은 매우 불완전하다. 움직임은 바람처럼 빠르고, 때로 지진이나 땅의 이례적인 떨림이 수반된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용을 탄 수염 난 왕. 수염 난 노인. 목발에 기대는 노파. 돼지. 용. 부엉이. 검은 옷. 갈고리 또는 낫. 향나무류 나무(juniper-tree).
토성의 영들은 남서풍 아래에 있다. 보통 처음에는 매우 무서운 모습으로 온다. 출현의 징표는 눈보다도 더 흰 흙이다. 그들의 직무는 불화·미움·악한 생각과 궁리를 심고, 죽이고 살해하며, 신적 섭리가 허용하는 모든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들은 토요일을 다스리며 그날의 제1·8·15·22시에 소환된다.†
〔원주: 아그리파 제4권 및 배럿의 『Magus』 참조.〕 † 원주: 행성시가 점성술에서 지니는 영향은 의심할 수 없으며, 실험해 보는 사람은 곧 입증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설명은 뒤에서 제시하겠다.
태양의 영들
태양의 영들은 대체로 크고 살집이 있으며 다혈질적이고 육중한 몸으로 나타난다. 피의 색조가 섞인 금빛이다. 모습은 매우 무섭고 위엄 있다. 움직임은 날개 달린 번개 같으며 무서운 천둥과 불타는 듯한 대기가 함께한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홀을 들고 사자를 탄 왕. 관을 쓴 왕. 홀을 든 왕비. 새. 사자. 수탉. 홀. 노란 옷.
태양의 영들은 북풍 아래에 있다. 출현의 징표는 소환자가 땀을 매우 많이 흘리게 하는 것이다. 그들의 성질은 금·보석·카벙클·다이아몬드·루비를 마련하고, 호의와 선의를 얻게 하며, 적의를 풀고, 명예로운 지위에 올리고, 병약함을 없애는 것이다. 이 영들은 일요일을 다스린다고 한다. 시간은 토성의 영들과 같다.
달의 영들
달의 영들은 대개 크고 살집 있는 체격이며, 부드럽고 점액질적이고, 검고 어두운 구름 같은 색으로 나타난다. 얼굴은 부어 있고 눈은 붉으며 눈물이 가득하다. 머리는 벗겨져 있으며 이빨은 멧돼지 이빨 같다. 움직임은 바다의 엄청난 폭풍과 같다. 출현의 징표로 원 주위에 매우 많은 비가 나타난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활 쏘는 이와 같으며 암사슴을 탄 왕. 어린 남자아이. 활과 화살을 든 여자 사냥꾼. 암소. 작은 암사슴. 거위. 녹색 또는 은색 옷. 화살. 다리가 많은 생물.
달의 영들은 월요일을 다스린다. 구름·소나기·우박과 함께 무섭고 맹렬한 서풍의 돌풍이 수반된다.‡ 강력하게 소환했을 때 그 출현으로 지극히 맹렬한 폭풍이 일어나, 원소들이 온통 혼란에 빠진 듯한 일이 알려져 있다. 달의 영들의 성질은 은을 주고, 사물을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기고, 말을 빠르게 하고,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의 비밀을 드러내는 것이다.
‡ 원주: 다음의 기이한 사실들은 우리가 잘 아는, 진실성이 의심할 여지없는 세 명의 학구적인 신사가 직접 경험한 것으로 우리에게 들려주었다.
“1822년 9월 22일 밤, 우리는 달의 영들을 소환하기로 결심했다. 원을 준비하고 필요한 의례와 주문을 사용하자, 갑자기 비와 우박의 폭풍이 그토록 맹렬하게 몰아치고 무서운 돌풍을 동반한 폭풍우가 그토록 심하게 일어나 원소들이 서로 전쟁을 벌이는 듯했다. 우리는 매 순간 머리 위 돔의 채광창이 산산조각 날 것으로 생각했다. 비는 계속 쏟아지고 바람은 구슬프게 울부짖으며 번개가 얼굴 앞에서 번쩍였다. 천둥은 실제로 건물을 기초까지 뒤흔들었다.
우리는 이런 일을 예상했으므로 전혀 낙담하지 않았다. 원소들의 맹렬함에도 계속하여 영들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더 강력하게 재촉했다.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지금 밝힐 수 없다. 영적 작용이 실재한다는 충분한 증거를 얻었다는 것만 말해 두겠다. 신비한 작업이 끝나고 강력한 제약으로 영들을 돌려보내던 중, 우리는 갑자기 엄청난 소음에 놀랐다. 명백히 초자연적인 소음이었다. 그때 포병대 스무 무리나 짐을 실은 마차 100대, 또는 보행자 1,000명이 지나갔어도 우리가 들은 소리에 견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가장 맹렬한 충돌음, 끊임없이 갈라지는 채찍 소리, 말발굽 소리, 오르간 소리와 무수한 목소리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합쳐진 것과 같았다. 거의 20분 동안 쉬지 않고 계속되다가 갑자기 그쳤다!
할 수 있는 한 빨리, 곧 소음이 그친 거의 바로 그 순간, 우리는 거리로 뛰어나가 야경꾼들에게 어떤 탈것이나 특별한 일행이 지나갔는지 열심히 물었다. 그러나 모두 아무것도 지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새벽 2시 조금 전이었다. 우리의 의례는 자정에 시작되었다. 실험은 런던 서쪽 끝에 있는, 지금은 황폐해졌지만 한때는 유행하던 대중 휴식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화성의 영들
화성의 영들은 대부분 키 크고 담즙질적인 몸과 더러운 얼굴로 나타난다. 갈색·거무스름한 색 또는 붉은색이며, 수사슴의 뿔과 그리핀의 발톱을 지닌다. 그들은 야생 황소처럼 맹렬히 울부짖으며 온다. 움직임은 불이 타는 것과 같으며, 출현의 징표는 마법원 주위의 천둥과 번개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무장하고 늑대를 탄 왕. 무장한 전사. 창과 작은 방패를 든 여성. 암염소. 말. 수사슴. 붉은 옷. 얼마간의 양털. 카우슬립(cowslip).
이 영들은 화요일을 다스리며 동풍 아래에 있다. 그날 화성의 시간에 소환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들의 성질은 전쟁·다수의 죽음·죽음·화재를 가져오거나 일으키며 기이한 위업을 행하는 것이다.
수성의 영들
수성의 영들은 대부분 중간 키의 몸으로, 차갑고 유동적이며 습하고, 아름답고 상냥한 말을 하며 나타난다. 무장한 기사와 같은 인간의 모양과 형상으로 맑고 밝은 색이다. 움직임은 은빛 구름 같으며, 출현의 징표는 소환자가 까닭을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곰을 탄 왕. 아름다운 청년. 물레막대를 든 여자. 개. 암곰. 까치. 여러 가지로 변하는 색의 옷. 막대 또는 지팡이.
이 영들은 대체로 남서풍을 동반하며 수요일을 다스린다고 한다. 그들의 성질은 온갖 금속을 주고, 지상의 모든 일을 과거·현재·미래에 걸쳐 드러내고, 판사를 달래고, 전쟁에서 승리를 주고, 실험과 모든 고대 학문을 가르치는 것이다. 원소들이 혼합된 몸체를 어떤 조건 아래 한 사물에서 다른 사물로 바꾸고, 건강이나 병약함을 주고, 가난한 사람을 높이고 부자를 낮추며, 영들을 묶거나 풀고, 구속을 열어 주는 일 등도 한다.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쉽게 불러낼 수 있다.
목성의 영들
이 영들은 다혈질적이고 담즙질적인 중간 키의 몸으로 나타난다. 움직임은 무섭고 끔찍하지만 얼굴은 온화하고 말은 부드러우며 색은 철빛이다. 그들의 움직임에는 엄청난 천둥과 선명한 번개가 수반된다. 출현의 징표는 대체로 사자 등 불완전하고 무서운 형상들이 많이 나타나 알려 준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칼을 빼 들고 수사슴을 탄 왕. 미트라를 쓰고 긴 옷을 입은 남자. 꽃으로 꾸미고 월계관을 쓴 처녀. 사납게 울부짖는 황소. 수사슴. 공작. 하늘빛 옷. 칼. 회양목.
이들은 목요일을 다스린다고 한다. 허리케인과 같이 매우 강하고 힘찬 남풍이 수반된다. 그들의 성질은 여성들의 사랑을 얻고, 사람들을 즐겁고 기쁘게 하고, 다툼과 논쟁을 가라앉히고, 적을 달래고, 질병을 고치거나 병을 일으키며, 손실을 마련하고 잃은 것을 되찾게 하는 것이다. 소환하거나 제약하기는 매우 어렵다.
금성의 영들
금성의 영들은 아름다운 중간 키의 몸에 상냥하고 즐거운 얼굴로 나타난다. 흰색 또는 녹색이고 윗부분은 금빛이다. 움직임은 맑은 별과 같다. 도래의 징표로 아름다운 처녀들의 무수한 형상이 가장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들이 취하는 개별 형상은 다음과 같다.
홀을 들고 낙타를 탄 왕. 벌거벗은 여성. 암염소. 낙타. 비둘기. 흰색 또는 녹색 옷. 꽃들. 사빈(savine)이라는 풀.
이들은 금성의 날인 금요일을 다스린다. 맹렬한 서풍과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뒤섞여 수반되며, 들으면 즐거운 보이지 않는 음악도 함께한다. 그들의 성질은 은을 주고, 남녀가 사치와 쾌락을 좋아하게 하고, 혼인을 일으키고, 사랑을 얻고, 병약함을 없애고, 부드럽고 평화로운 성격의 모든 일을 돕는 것이다. 쉽게 소환되며, 고대 신성마술가들에 따르면 다른 영들보다 짧은 시간에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제약할 수 있다.
영을 소환하는 일반 절차와 준비
C03-S10 · 인쇄209쪽 제10절–212쪽 제11절 직전 · PDF255–258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10절 — 영들을 불러내고 소환하는 방법
영들과 교통할 때 쓰는 주요 형식을 소개하려고 우리가 살펴본 여러 필사본은 모두 다음을 일치하여 말한다. 영들을 소환하려는 사람들은 며칠 전부터 세상과 떨어져 지내는 듯한 생활로 이 높고 신비로운 의례를 준비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을 지녀야 하며, 적어도 사흘 동안 감각적 쾌락을 누리지 않고 살아야 한다.
선택하는 장소*는 외딴곳이며 홀로 있는 곳, 사람들이 모이는 데서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어떤 일도 이루어지지 않고, 성별되지 않은 눈길이 들어오지 못하며, 호기심의 엿보기가 만족을 얻지 못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사람의 발자국이 없는 황폐한 건물,† 숲속이나 외로운 동굴, 해안의 바위, 또는 옛 건물의 폐허 가운데서 부엉이와 밤까마귀만 살고 전체적인 모습이 황폐와 어둠을 드러내는 곳들이, 영들의 출현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고를 수 있는 가장 알맞은 장소다. 이 세상 밖의 작용자들은 모든 위계가 예외 없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싫어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타날 때에도 가장 무서운 형상을 써서 학도를 놀라게 하고 목적을 벗어나게 하려 한다. 소환자는 이 모든 것과 가장 큰 천둥, 가장 맹렬한 번개까지 조금도 동요하는 기색 없이 보고 듣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두려움에 놀라 압도되면 악한 영들이 갑자기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소환자를 그의 주된 요새이자 보호처인 마법원의 신성한 경계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하면, 곧바로 그의 파멸이 뒤따를 것이 확실하다. 그런 사례들이 기록에 없지도 않다. 그러므로 마술의 수행자는 굳고 꺾이지 않는 용기와 빠른 선견력을 지니고, 끔찍한 대상들에 익숙한 사람이어야 한다.
또한 동료 둘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들은 마술 의례에 정통해야 하며, 특히 영들을 돌려보내는 일에 정통해야 한다. 이 보이지 않는 작용자들이 인간 종족에 품은 까닭을 알 수 없는 반감 때문에, 영을 돌려보내거나 잠재우는 일보다 불러내는 일이 훨씬 쉽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 초자연적 존재들을 소환하여 일단 정해진 자연법칙을 뚫고 나면, 소환자는 분명 상당한 위험에 처한다. 다른 권능들에 자신을 종속시킨 셈이며, 그들은 우연히 얻는 모든 유리한 점을 사용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방해받지 않고 안전한 장소를 고른 뒤, 소환자 곧 신성마술가는 소환하려는 영의 본성·위계·직무에 따라 작업할 알맞은 날과 시간을 골라야 한다. 달이 차오를 때에는 선한 영을, 달이 이지러질 때에는 악한 영을 불러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땅의 인장들, 영의 인장들, 성스러운 라멘 또는 펜터클, 마술의 검, 예복과 목적 수행에 필요한 다른 도구들도 갖추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수성의 시간에 만들고 완성해야 한다.
날과 시간을 고른 뒤 신성마술가는 영에게 적합한 향도 준비하고, 소환하려는 장소를 관례적인 방식으로 구마하거나 성별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식을 여기서 설명하지는 않겠다. 그렇게 하는 것은 위험하며 악의를 품은 자들의 손에 지나치게 큰 힘을 쥐여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성별은 수단이 단순하고 쉬우면서도 올바르게 행하면 놀라운 힘을 보탠다. 다음에는 지름 9피트의 원을 그려야 한다. 바깥 원 안에는 한 뼘 너비의 동심원 둘을 만들고, 정확한 나침반을 써서 세계의 네 방위를 그 안에 표시해야 한다. 중앙에는 신의 보호를 위하여 여호와·테트라그람마톤·아도나이·사다이(Jehovah, Tetragrammaton, Adonai, Sadai)라는 위대하고 강력한 신의 이름들과 적합한 명문들을 그려야 한다. 원들을‡ 정확하게 만들고 안팎의 성스러운 십자가들로 올바르게 잇고 강화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분필이나 숯은 먼저 알맞게 성별한다. 이때 쓰는 등불은 밀랍으로 된 것이어야 하며 각 촛대는 마술적 펜터클 안에 넣어야 한다. 검은 순수한 강철로 오직 그 목적을 위하여 만든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어떤 도구도 다른 목적에 써서는 안 된다.
모든 준비를 마치면 소환자는 동료들과 함께 적합한 행성시에 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간 뒤에는 검을 써서 관례적 방식으로 원을 성별하고 닫아야 한다. 이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영들에게 엄명하고 제약하여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강제해야 한다.§ 이때에는 앞서 말했듯이 꺾이지 않고 굳고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 절망하거나 조급해하지 말고, 자신의 의지와 목적을 원하는 결과로 이끌겠다는 결의가 있어야 한다.
- 원주: 일부 신성마술가들은 소환 장소가 지상층이거나, 같은 높이에 사람이 사는 방이 없는 어떤 장소여야 한다고 단언한다. 따라서 숲이나 외딴 동굴이 자주 사용되었다. † 원주: 고인이 된 학식 있는 R. 코즈웨이 씨(R. A.)는 영들을 불러내려고 늘 성별된 채로 두는 방을 빌렸다. 바닥에는 마법원을 그렸으며, 한가하거나 호기심에 찬 침입자는 결코 들어오지 않았다. 우리는 코즈웨이 씨의 가까운 친구였던 한 신사에게서 이것이 실제 사실이라고 보증받았다. ‡ 원주: 일부 신성마술가들은 버진 양피지에 원을 그린 다음 버진 밀랍으로 바닥에 고정한다. § 원주: 『Magus』, 「Ceremonial Magic」 96쪽과 아그리파의 『Occult Philosophy』 제4권; 또한 교황 호노리우스의 마술 의례에 관한 글과 솔로몬의 『Key to Magic』 참조.
악한 영 또는 파밀리어 영의 소환
C03-S11 · 인쇄212쪽 제11절–213쪽 마닐리우스 시 직전 · PDF258–259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11절 — 악한 영 또는 파밀리어 영을 불러내기
이제 신성마술가가 악한 영을 원으로 부르고자 한다면, 먼저 그 본성을 살펴 알고, 어느 행성과 일치하는지, 그 행성에서 어떤 직무들을 분배받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알았으면 행성의 본성과 그 영의 직무의 성질에 가능한 한 가깝게 맞추어 소환에 적합하고 편리하며 올바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 예컨대 그 힘이 바다·강·큰물에 미친다면 장소를 해안으로 하며, 나머지도 이와 같다. 그런 다음 적합한 시각을 고른다. 공기의 상태가 잔잔하고 고요하고 맑아 영들이 몸을 취하기에 알맞아야 하며, 또한 행성과 영의 성질 및 본성에도 맞아야 한다. 곧 그가 다스리는 날과 시간이 그러하다. 별과 영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낮에 때로, 밤에 때로 길하거나 불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분별 있게 고려한 뒤, 선택한 장소에 원을 만들고 그 안에 적합한 이름과 기호를 써넣는다. 알맞은 펜터클과 신적인 명문으로 이를 강화한다. 그런 다음 신성마술가는 원과 자신이 사용하는 모든 것을 성별한다. 굳고 엄숙한 방식으로 이를 마치면 네 방위 각각을 향해 돌아서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여 주문을 시작해야 한다. 이어 영이 나타나는지 주위를 살핀다. 늦어지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소환문을 세 번 되풀이한다. 영이 고집을 부려 나타나지 않는다면, 신성마술가는 신적인 힘으로 엄명하기 시작한다. 다만 모든 엄명이 영의 본성과 직무에 일치해야 한다. 그러면 목적을 이루게 된다.
영이 나타나면 신성마술가는 그쪽을 향하여 예의 있게 맞이하고 질문의 답을 요구한다. 그러나 영이 고집을 부리거나 모호하게 말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달리 반항한다면, 주문을 거듭하여 그를 결박한다. 무언가 의심스럽다면 원 바깥에 성별된 검으로 삼각형이나 오각형을 만들고 영을 그 안으로 들어가게 강제한다. 이어 영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해를 끼치지 말라고 명령하며 공손한 말로 떠날 허가를 준다.* 떠나지 않으면 강력한 주문으로 강제하고, 필요하면 구마와 훈연으로 몰아낸다. 영이 떠나더라도 원 밖으로 즉시 나가지 말고, 머물면서 기도를 드려 신과 선한 천사들에게 감사한다. 앞으로의 보호와 보존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이를 마친 뒤에 떠나면 된다.
- 원주: 영들에게 떠날 허가를 주는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들은 매우 큰 위험에 처한다. 수행자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은 사례들이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마닐리우스 — 고정별들의 운동
C03-POEM01 · 인쇄213쪽 On the Motion의 운문9행 · PDF259면 · Manilius 귀속 영어 운문; 영어역자 미기재
고정별들의 운동에 관하여
점성가 마닐리우스.
이들 모두 언제나 하나의 길을 지키고 일정한 궤도를 따르며 새 길로 바꾸지 않는다. 하나의 고정된 점에서 출발해 운행을 이어 가고, 회전을 되풀이하여 다시 그곳을 찾는다. 이는 기이하며 더욱 놀라운 것은, 이토록 거대한 형체들이 자기 표지들을 이끌어 간다는 것, 이성으로 움직이고 법칙에 매여 있는 듯하다는 것. 거리에도 자리에도 어떤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 수는 많고 돌아가는 한 해는 길어도!
〔역주: 이 단위의 대상은 본판이 마닐리우스에게 귀속하여 인용한 아홉 행의 영어 운문이다. 다른 책의 라틴어 원문이나 현대 영어역으로 바꾸지 않았다.〕
에긴 소환 — 장소·날씨·땅의 결박
C03-S12-A · 인쇄214–216쪽 · PDF260–262면 · 옛 필사본 인용 및 미서명 편집자 주
에긴을 불러내는 원
삽화 제XVIII호.〔인쇄214쪽·PDF260면.〕
〔도판의 바깥 띠에는 십자가를 사이에 두고 Agios Johannes Otheos, Agios Marcus Otheos, Agios Mattheus Otheos, Agios Lucas Otheos라는 명문이 둘러져 있다. 안쪽 띠의 라틴 명문과 도형의 외교적 전사는 별도 검토 대상으로 남긴다. 도판의 위치와 띠 구조를 보존하며 그림을 새로 만들지 않았다.〕
- 원주: 주위의 풍경은 원과 아무 관계가 없으며 단지 장식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제3부 제12절 — 북방의 왕인 강력한 영 에긴을 불러내는 방법
옛 필사본에서 발췌.
“신성마술가는 깨끗한 방 또는 사각 공간에서 이 영을 불러야 한다. 너비는 20피트 또는 많아야 24피트이며, 동·서·남·북 각 방향에 너비 한 큐빗 또는 조금 더 넓은 창이 있어야 한다. 방의 바닥은 포장하거나 판을 깔거나 회반죽을 발라 매우 평평하고 촘촘하게 해야 한다. 그 위에 분필이나 숯으로 원을 그려 완전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 집이나 방은 빈 곳에 있어야 하며 사람들의 왕래 가까이에 있어서는 안 된다. 이 기예에 숙련된 일부 사람들의 의견에 따르면 영들은 숲·황야·습지·늪지·구릉지처럼 황량한 곳,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어떤 성사도 집전되지 않은 곳에서 더 기꺼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목적을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주의하라.
날씨도 관찰해야 한다. 모든 날씨가 네 작업에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업을 시작하려 할 때에는 공기가 맑은지 살펴라. 낮이면 해가 비치는지 살피고, 밤이면 달이 가려지지 않았거나 하늘에 별이 가득한 때라야 한다. 그러나 날씨가 궂거나 흐리고 답답할 때는 주의하라. 그런 때에는 영이 보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가? 원소들로부터 몸의 형상이나 모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날씨를 골라라. 영은 그런 날씨를 매우 좋아한다.
영은 또한 달의 짝수 날에, 그리고 그에게 고유한 시간에 소환해야 한다. 다만 일부 신성마술가들은 신월에 시작했으며 목적을 완전히 이루기까지 30일을 애썼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 작업을 지루하게 여기지 말며, 하루를 헛되이 보냈다고 하여 목적을 이루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말라. 숙련된 학자들도 모습을 얻기 전에 여러 날을 보냈으니 말이다.”
이 준비를 마치면 너의 원은 위의 형태여야 한다.
주문들
1. 필멸의 존재나 영적 존재가 정해진 거리 안으로 다가올 힘을 갖지 못하도록 땅을 결박하기
“필요한 훈연과 신비한 준비를 마친 뒤, 지름 100피트 이상인 원을 그려라. 또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더 크거나 작게 해도 된다. 작업하는 곳으로부터 4분의 1마일 이상 되는 범위 안에 어떤 생물도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면, 그 원의 동·서·남·북 네 부분에 적합한 십자가를 만들고 다음 주문을 경건하게 세 번 발음하라.”*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는 필멸과 불멸, 천상과 지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존재에게, 내가 부를 필요가 있는 영들을 제외하고, 지금 표시하고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땅의 공간을 피하여 떠나도록 명한다. 가능한 한 신속하고 빠르게 그리하라. 나는 전능하신 신의 말로 다 할 수 없는 권능으로, 지극히 높고 강력한 이름 + 테트라그람마톤 + 으로, 모든 힘을 지닌 이름들 + 아글라 + 사다이 + 예수 + 메시아스 + 알파 + 그리고 오메가 + 로, 너희가 피하고 더 머물지 않도록 결박한다.
이 지극히 높고 강력한 이름들 모두로 나는 필멸과 불멸, 지상과 천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이 땅을 피하여 나가고 떠나도록 명령하고 엄명하고 결박하고 강제한다. 지금 내가 부를 필요가 있는 존재들을 제외하면, 너희 가운데 아무도 이 신성한 경계 안으로 들어오도록 허용되지 않기를 요구한다. 나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이것들을 요구한다. 아멘.”
“이어 나침반의 네 방향에 얼마간 깊이 땅을 파고 각각에 땅의 인장을 묻어라. 그러면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어떤 권능도 네게 가까이 오거나 네 절차를 방해할 힘을 갖지 못하리라.”
- 원주: 이 기이한 절차들은 앞서 말한 필사본에서 글자 그대로 옮겼다. 편집자는 라틴어와 히브리어 단어들의 철자도 원본과 같게 주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오늘날 쓰는 이 언어들과 비교하면 일부가 다소 결함 있게 보일 수 있으나, 이 필사본의 아주 오래된 연대는 문체의 우아함에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충분한 변명이 될 것이다.
〔인쇄215쪽의 원주: 발췌한 필사본의 가치는 500기니로 평가된다. 전에는 R. 코즈웨이 씨(R. A.)가 소장했으나 지금은 메르쿠리이가 소장하고 있다.〕
에긴 소환문과 창조의 열 말씀
C03-S12-B · 인쇄217–220쪽 첫 단락까지 · PDF263–266면 · 옛 필사본 인용 및 미서명 편집자
영이 보통 나타나는 형상
삽화 제XIX호.〔인쇄217쪽·PDF263면.〕
영을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소환하는 주문들
나는 너 에긴, 북방의 왕(Rex Borealis)에게 주문으로 명한다. 또한 전능하신 신의 허락과 그분의 수난의 힘으로, 그리고 너를 묶고 제약하기 위하여 여기서 읊을 다른 문장들로, 내 앞과 이 원 앞에 나타나도록 명한다.
나는 성부·성자·성령으로, 하늘·공기·땅·바다와 그 안에 든 모든 것으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빨리 와서 나와 동료들 앞에 나타나라. 무섭거나 두려운 모습이 아니라 온화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우리 누구에게도 해나 악의를 품지 않고 나타나라.
나는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하신 모든 성스러운 말씀으로, 보이고 보이지 않는 모든 피조물로, 네 원소와 하늘의 힘으로, 신이 모세와 다른 모든 예언자에게 하신 모든 성스러운 말씀으로, 온 인류의 온화하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구세주의 성육신·수난·죽음·부활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나는 보편적 부활과 무서운 심판의 날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나는 성령의 오심으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또한 의로운 이들의 모든 영이 지닌 덕능으로, 지극히 성스러운 족장·사도·복음사가들과 모든 시대의 지극히 거룩한 성인들로 너에게 명한다.
나는 신의 자비·은총·권능으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너 영 에긴에게 유죄 판결의 형벌과 위대한 심판의 날에 맞을 무서운 운명을 걸고 명한다. 신의 큰 저주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신의 모든 높은 이름으로 너 에긴에게 명한다. 신의 아들이자 영광의 천상 왕인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높은 권능과 힘으로 너에게 명한다. 이 모든 것으로 네가 세상 어디에 있든 세 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즉시 내 앞에 나타나도록 명한다. 두려움이나 해나 악의 없이 나의 요구를 이루어라.
되풀이하는 주문들
위의 신비한 의식을 세 번째 되풀이했는데도 영이 나타나기를 거절하면, 유향·알로에 향재·계피·올리브유·육두구·사향·카시아·장미·사프란·흰 밀랍 같은 향기 좋은 재료의 연기를 준비한다. 이것들을 서로 섞어 그 목적을 위하여 성별한 불에 태워야 한다. 연기가 생기고 불이 맹렬히 타는 동안 다음 말을 되풀이한다.
나는 너 에긴에게 주문으로 명하며 즉시 내 앞에 나타나라고 명령한다. 뒤에 적힌 문장과 말들의 힘으로, 전능하신 신의 가장 무섭고 쓰라린 저주의 형벌을 걸고 명한다.
오 영 에긴이여, 일어나 우리 앞에 나타나도록 명한다. 우리 주께서 세상을 창조하면서 빛을 비추게 하실 때 하신 첫째 말씀의 힘·위엄·권능으로 명한다. 그분은 “Lux et facta, est lux”라고 말씀하셨다. — “빛, 그리고 빛이 만들어졌다.”〔라틴어 원형의 구문을 유지한 번역.〕
궁창을 만드실 때 하신 둘째 말씀으로 명한다. “Fiat firmamentum in medico aquas, et deinde aquas ab aquis.” — “궁창이 생겨나게 하라. … 물들 … 그리고 그 뒤 물들을 물들에서 ….”〔medico aquas 이하의 구문 손상. ‘물 가운데에 … 물을 나누라’라는 정형 성서 문구로 대체하지 않음.〕
하늘 아래의 모든 물을 한곳으로 모으실 때의 셋째 말씀으로 명한다. “Congregentur aque que sub cœlo sunt et apparia mida.” — “하늘 아래에 있는 물들이 모이고 … 나타나게 하라.”〔apparia mida의 정확한 의미와 문법 불명.〕
나무와 풀을 돋게 하실 때의 넷째 말씀으로 명한다. “Germinat terram herba vercli facientur semen cum semendi teipso sit super terram.” — “땅 … 풀 … 씨를 만들고 … 땅 위에 있게 ….”〔라틴어 어형과 연결이 여러 곳 손상되어 완전한 문장 번역을 보류. 영어 도입문은 나무와 풀을 돋게 하는 말씀이라고 설명한다.〕
태양 ☉과 달 ☽과 별들 ***을 만드실 때의 다섯째 말씀의 힘으로 명한다. “Fiat luminaria magna in firmamento cœli ut illuminare terram.” — “하늘의 궁창에 큰 광체들이 생겨나 땅을 비추게 하라.”
새와 물고기 등을 만드실 때의 여섯째 말씀으로 명한다. “Producat aque reptile aëre virentes et voluntate super terram sub firmamento cœlo.” — “물이 기어다니는 것을 내고 … 땅 위, 하늘의 궁창 아래 ….”〔aëre virentes et voluntate의 연결과 의미 불명. ‘날아다니는 새’라는 말로 라틴어를 역복원하지 않음.〕
그들을 축복하실 때의 일곱째 말씀의 힘으로 명한다. “Crescite et multiplicamini et reptili aquas maris oves multiplicantur super terram.” — “자라나고 번성하라. 그리고 … 바다의 물들 … 양들은 땅 위에서 늘어난다.”〔reptili aquas의 구문 불명. oves는 원문에 실제로 인쇄된 ‘양들’이라는 말이다.〕
짐승·벌레·뱀을 만드실 때의 여덟째 말씀으로 명한다. “Ducat terram aliam in genero suo immenta et reptilia secundum specias scias.” — “땅이 그 종류대로 다른 것을 내게 … 짐승과 기어다니는 것들을 … 종류에 따라 ….”〔aliam·immenta·specias scias 등 어형 손상. 문장 전체의 해석은 불확실하다.〕
당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드실 때의 아홉째 말씀의 힘으로 명한다. “Faciamus homo ad imagine et similitudine nostra et per sit pissibus et volatibus que cœli et bestias terre et universe creature qui reptile que monentur in terrâ.” — “우리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사람을 만들자. 그리고 … 물고기들과 하늘의 날짐승들과 땅의 짐승들과, 땅에서 기어다니며 움직이는 모든 피조물 ….”〔per sit 이하의 지배 동사와 여러 어형이 손상되어 그 연결은 보류한다.〕
오 영 에긴이여,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 두실 때 하신 열째 말씀의 힘으로 즉시 나타나도록 명한다. “Crescite et multiplicamini et replete terra subjugate eam et semite vivi pissibus maris, et volatibus cœli et bestias terre, et universus animalibus que quem momentus super terra.” — “자라나고 번성하고 땅을 채우며 그것을 복종시켜라. 그리고 … 바다의 물고기들과 하늘의 날짐승들과 땅의 짐승들, 땅 위에서 움직이는 모든 동물 ….”〔semite vivi 및 말미 동사구 손상.〕 “Et per hac verba, conjuro te, spiritus Egin.” — “그리고 이 말들로 너 영 에긴에게 주문으로 명한다.”
끝으로 오 강력하고 무적의 영 에긴이여, 나는 지극히 높으신 이의 다음과 같은 지고하고 강력하며 발설할 수 없는 이름들로 너에게 주문을 걸고 명령하고 결박하고 지시한다. + Jesus + Fons + Salvator + Christus + Sabaoth + Adonay + Graton + Messias + Victor + Osanna + Nazarenus + Theas + Emmanuel + Unigenitus + Primogenitus + Alpha + et Omega +.〔예수, 샘, 구세주, 그리스도 등으로 이어지는 신명과 칭호의 연쇄이며 원철자를 보존한다. Graton·Theas는 이 문맥에서의 확정 어의가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모든 피조물이 복종하고 원소들이 움직이며 악마들이 두려워 떨게 하는, 위대하고 최고이며 전능한 이름〔히브리 자모: PDF265면 마지막 단락, 외교적 전사 보류〕으로 명한다. 이 무섭고 두려운 이름들 모두로, 마지막으로 내 앞에 나타나라고 명령한다. Fiat, fiat, fiat. Amen. —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아멘.
이것들을 올바르게 행하면 ‘많은 물과 같은’ 쏟아지는 소리와 엄청난 소음과 함께 영이 나타날 것이며, 강력한 소환으로 너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 일의 절차는 비밀로 하며 헛된 호기심을 경계하라. 이 신비들은 신성하기 때문이다.
오베리온 소환과 두 조언자
C03-S13 · 인쇄220쪽 삽화XX–223쪽 제14절 직전 · PDF266–269면 · 미서명 서술자
영 오베리온이 나타나는 형상
삽화 제XX호.〔인쇄220쪽·PDF266면.〕
제3부 제13절 — 영 오베리온(Oberion)을 소환하거나 불러내기
이 강력한 영은 주로 태양과 달의 지배 아래에 있다. 그는 매우 장엄하고 무섭게 나타나며, 대개 비늘 달린 괴물의 모습에 여성의 얼굴을 하고 머리에는 왕관을 쓴다.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군단이 따른다.*
이 강력한 영을 불러내거나 소환하려는 신성마술가는 먼저 보름달 뒤의 첫 월요일, 달·화성·수성 또는 토성의 시간에 그의 인장과 기호 및 그에게 종속된 여러 직무를 그려야 한다. 이것들을 만든 뒤 다음 의식의 말을 되풀이해야 한다.
오 태양과 달의 천사들이여, 나는 이제 너희에게 주문을 걸고 기도하며 엄명한다. 지극히 높은 신, 알파와 오메가의 덕능과 권능으로, 경이로운 이름 + 엘(El) + 로, 너희를 만들고 빚으신 이로, 여기 이와 같은 모양으로 그려 놓은 표지들로, 이제 너희 창조자의 힘과 덕능 안에서, 가장 빛나는 신인 그분의 이름으로, 성령의 덕능으로 명한다. 지금 또는 언제든 내가 오베리온을 부를 때, 그 형상을 여기 그려 만들고 빚었으며 그의 이름을 여기 쓰고 그의 표지들을 여기 모두 그려 새기고 쓰고 만들었으니, 오베리온이 이제 나에게 복종하여 여기 내 앞에 공개적으로 나타나 나의 요구를 이루도록 강제하라.
다음 날에는 첫 번째 조언자인 타베리온(Taberyon)의 이름을 오베리온 기호의 오른쪽에 쓰거나 만들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신의 권능으로, 천상의 모든 왕과 지상의 왕 및 지옥의 왕들의 덕능으로, 너를 결박하여 자신에게 복종시킨 솔로몬 왕으로, 그의 모든 표지와 인장으로, 세상을 지탱하고 먹여 살리는 네 원소로, 광야에서 높이 들어 올려진 뱀으로 너 타베리온에게 엄명한다. 이제 네 주인 오베리온이 즉시 내게 나타나 나의 요구를 이루도록 그에게 참된 조언을 베푸는 일을 도와라.
이것을 적어 놓은 것들 위에서 낮마다 세 번, 밤마다 세 번 말해야 한다. 셋째 날 제3시에 다른 조언자 테베이론(Tebeyron, 자모 판독 잠정)의 이름을 그의 표지 및 기호와 함께 쓰고 만들며, 앞에서 읊은 대로 행하고 말한다. 이를 마치면 사프란·알로에 향재·매스틱·올리바눔·오르피언트(orpient)의 훈연으로 인장들과 글을 쐰다. 이 목적에 쓰는 불은 엘더 나무나 가시나무로 피워야 함을 유의하라.〔역주: 고물질명의 동정과 안전성이 확인된 현대 훈연법이 아니며, 위험한 재료를 포함할 수 있는 역사적 기록이다.〕
그런 다음 사람의 발걸음이 방해하지 못할 비밀스럽고 외딴 장소를 골라 아래 형태의 원을 만들어라.
오베리온을 불러내는 원
삽화 제XXI호.〔인쇄222쪽·PDF268면. ALGA·Adonay 등 이름과 십자가가 그려진 동심원. 도상 및 둘레 명문의 전체 외교적 전사는 별도 검토 대상이다.〕
주문들
의례 마술의 규칙에 따라 원을 만들고 성별한 뒤 수성의 시간에 그 안으로 들어간다. 무릎을 꿇고 지극한 경건함으로 다음과 같이 소환을 시작한다.
나는 성부·성자·성령으로, 말씀하시니 이루어지고 명하시니 굳게 서며 원하시니 창조된 그분으로, 그리고 천상·지상·지옥의 모든 피조물이 그 이름 앞에서 굽혀 복종하는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위엄의 발설할 수 없는 이름 + 테트라그람마톤 + 으로, 너 오베리온에게 주문을 걸고 소환하며 부른다. 오 영 오베리온이여, 네가 지금 어디에 있든, 바다나 불이나 공기나 큰물 속에 있든, 위의 공기나 아래의 영역에 있든, 나와 내 동료들에게 즉시 나타나도록 명령한다. 나나 그들이나 신이 만드신 다른 어떤 생물도 해치지 말라. 발설할 수 없는 아도나이의 이름으로 이를 세 번 명한다. 아멘.
이 소환을 세 번째 되풀이했는데도 영이 출현의 눈에 보이는 징표를 주지 않는다면, 다음의 큰 결박문 또는 주문을 읊기 시작하라. 대체로 영이 실제로 나타나기 전에는 엄청난 소음, 무서운 쉭쉭거림, 소란스러운 고함과 두려운 비명이 들린다. 이 큰 문장을 읊으면 영이 지옥 영역의 가장 낮은 구덩이에서 어둠의 사슬에 묶여 있더라도 반드시 나타나야 한다.
- 원주: ‘라파엘’이 소장한 옛 필사본에서.
강력한 소환문과 불에 대한 엄명
C03-S14 · 인쇄223쪽 제14절–226쪽 제15절 직전 · PDF269–272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14절 — 크고 강력한 주문
영들이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강제하기 위하여.*
오 반항적이고 무서운 영, 타락한 천사들 가운데 군주인 오베리온이여, 나는 다음의 지고하고 지극히 무섭고 강력한 소환문으로 네게 주문을 걸고 눈에 보이게 나타나도록 결박한다.
하늘들이여, 들으라. 내가 말하리라, 주께서 말씀하신다. 바다와 땅, 참으로 지옥과 그 안에 든 모든 것들이 내 입의 말을 주의하여 들을지어다. 내가 너희를 빚고 만들지 않았느냐, 주께서 말씀하신다. 독수리가 자기 둥지를 흔들고 새끼들 위에서 날개를 펄럭이며 어깨에 그들을 업는 것처럼 내가 하지 않았느냐? 너희가 살지고 풍성함으로 가득하도록 내가 그렇게 먹여 기르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째서 너희는 창조자인 나를 발꿈치로 그토록 걷어찼느냐? 어째서 자신을 나와 동등하게 만들려는 듯했느냐? 그렇게 해서 무엇을 거두었느냐? 천상의 행복 대신 지옥의 고통을 얻지 않았느냐? 끝없는 멸망의 구덩이에서 나의 뜻에 따라 지금도 영원히도 너희를 태울 불을 너희는 어찌하여 붙였느냐?
어째서 나의 지극히 거룩한 이름과 말들에 그토록 신실하지 못하고 불순종하느냐? 나만 신이며 나 외에 아무도 없음을 모르느냐? 내가 유일한 〔히브리 신명: 인쇄224쪽·PDF270면 중단, 정확한 자모 전사 보류〕이 아니냐? 죽이고 살리며, 상처를 주고 고치며, 억누르고 구해 내는 일이 내 권능 안에 있지 않으냐? 내가 검날을 갈고 손으로 그것을 잡아 내 거룩한 이름에 불순종하는 자들에게 정의를 행한다면, 누가 그것을 견딜 수 있겠느냐? 그들의 검이 그들의 살을 먹고, 지옥불로 된 나의 날카로운 화살이 그 피에 취하게 하는 것을 말이다〔their sword라는 원표현 유지〕.
나의 이름에 불순종하는 너희 가운데 누가 나의 분노를 견딜 수 있느냐, 주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주들의 주이며 전능한 자이고 나 외에는 아무도 없지 않으냐? 누가 하늘에 연기를 내라, 땅에 두려워하라, 물에 흐르라, 지옥에 떨라고 명할 수 있느냐? 그 모든 모퉁이가 내 손에 있지 않으냐? 오 완고하고 고집 센 영이여, 너는 왜 내게 그토록 거역하였느냐, 주께서 말씀하신다. 그리하여 나의 충실한 종이자 용감한 투사인 미카엘에게, 네가 지혜와 이해로 가득하여 나의 경이로운 일들을 계속 바라보던 그곳에서 너를 내쫓으라고 내가 명하게 하였느냐? 네 눈으로 나의 영광을 보지 않았으며 네 귀로 나의 목소리의 위엄을 듣지 않았느냐? 어째서 길을 벗어났느냐? 어째서 열린 무덤이 되었느냐? 혀로 나의 종들을 속이는구나. 네 입술 밑에는 독이 있고, 입에는 저주와 쓴맛이 가득하며, 발은 무고한 피를 흘리는 데 빠르다. 이것이 네가 내게 빚진 복종이며 네가 바치는 섬김이냐? 진실로 이 완고함·불순종·교만·반역 때문에 너는 묶이고,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끝없는 영원한 멸망으로 지극히 잔혹하게 괴롭힘을 받으리라.
그 뒤에도 영이 반항하거나 말을 듣지 않으면, 유황과 악취 나는 물질, 가시와 찔레 등으로 불을 만든다. 이어 버진 양피지에 영의 이름을 쓰고 세 번 태우며 다음 엄명문을 되풀이한다.
신의 피조물인 불이여, 나는 네게 주문으로 명한다. 명하시자 모든 것이 이루어진 그분으로, 살아 계신 신과 참된 신과 거룩한 신으로, 말씀으로 너와 모든 원소를 만드신 그분으로, 불타는 떨기 가운데 모세에게 나타나신 그분으로, 광야에서 불기둥으로 이스라엘 자손을 이끄신 그분으로, 불과 유황으로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그분으로 명한다. 이 완고하고 불순종하는 영이 내게 와서 내가 명하는 모든 일에 순종할 때까지, 그에게 나의 뜻을 실행하라.
오 천상의 신, 모든 덕능의 아버지이자 창시자, 보이지 않는 영광의 왕, 강하고 승리하는 천사들의 군대의 지극히 강력한 대장이여. 신들의 신, 만군의 주, 땅의 모퉁이를 손에 잡고 입김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떨게 하시며 천사들을 번개로, 영들을 불꽃으로 만드시는 이여. 오 주여, 간청하오니 당신의 거룩한 천사들을 이 불의 장소로 보내 주시옵소서. 이 불순종하는 영 오베리온이 내게 와서 나의 모든 뜻과 바람을 이룰 때까지, 그를 괴롭히고 성가시게 하고 추격하며, 대천사 미카엘이 어둠의 군주 루시퍼를 이겼듯 그를 이기게 하소서. Fiat, fiat, fiat. Amen. —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아멘.
오 지극히 강력한 군주 라다만투스(Radamanthus)여, 그대는 영원한 곤혹의 감옥에서 불순종하는 영들과, 무서운 절망 가운데 죽는 인간들의 끔찍한 망령들을 벌한다. 나는 루시퍼·벨제부브·사탄·타마닐(Tamanill)로, 그들의 권능으로, 그대가 그들에게 바쳐야 할 충성으로 그대에게 주문을 걸고 결박하며 명한다. 또한 케르베로스의 삼중관으로, 스틱스와 플레게톤으로, 영 바란토스(Barantos)와 그의 사역자들로 명한다. 이 불순종하는 영 오베리온을 괴롭히고 벌하여, 내 눈앞에 육체의 모습으로 오게 하고 내가 맡기거나 명하는 모든 일에서 나의 뜻과 명령에 순종하게 하라. Fiat, fiat, fiat. Amen. —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이루어져라. 아멘.
이것들을 올바르게 행하면 영은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도록 강제된다. 그러나 위의 주문 뒤에는 영이 몹시 끔찍하고 섬뜩한 형태로 올 것이다. 원소들의 무서운 경련을 동반하고 맹렬히 성내며, 소환자를 놀라게 하려고 가능한 모든 무서운 모습을 취한다. 이를 위해 포효하는 사자, 쉭쉭거리는 뱀, 사나운 짐승과 지옥 영역의 모든 거대한 공포, 그리고 그 밖의 가능한 모든 시도로 두려움과 공포를 일으키려 할 것이다. 이때 마법원이 잘 만들어지고 강화되어 있지 않다면 소환자는 극도의 위험에 빠진다. 목숨을 건진다면 운이 좋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원이 올바르게 만들어져 있다면 이 반항적이고 악한 존재의 공격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렇게 엄명받으면 반드시 순종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이 나타나 너의 뜻과 요구를 이루고 난 뒤, 마법원의 경계를 떠날 때에는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성마술가는 다음의 떠남 허가문을 경건하게 읊어야 한다.
- 원주: 이 큰 부름 또는 소환문은 다른 어떤 영을 불러내는 데에도 똑같이 강력하다고 한다.
영을 돌려보내는 허가와 의례의 결어
C03-S15 · 인쇄226쪽 제15절–227쪽 제16절 직전 · PDF272–273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15절 — 영들을 돌려보내기 위한 허가문
나는 솔로몬이 지극히 거룩한 신을 위하여 마련한 눈에 보이는 거룩한 성전으로, 모든 원소로, 솔로몬의 홀에 새긴 지극히 거룩한 이름으로 너 오베리온에게 주문으로 명한다. 이번에는 번개·천둥·비·바람·폭풍·폭풍우 또는 어떤 소음이나 공포도 없이 빠르고 조용하고 평화롭게 떠나라. 그리고 내가 너를 부를 때마다 지체하거나 시간을 끌지 말고 나와 내 동료들에게 오도록 명한다. 나나 신이 그분의 영광과 찬양 및 인간의 쓰임을 위하여 만드신 어떤 다른 피조물도 괴롭히지 말라. 어떤 것도 어지럽히거나 들어 올리거나 무너뜨리지 말며, 오거나 가는 동안 그 밖의 어떤 방식으로도 해치지 말라. 지금이나 앞으로 어느 때라도 너 자신이나 너를 위한 다른 영들, 네가 사주한 영들로 나나 어떤 다른 피조물을 해치고 곤란하게 하며 괴롭히지 말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성부와 성령의 덕능으로, 신이 네게 정하신 곳으로 평화롭게 가라. 너와 나 사이에 평화가 있을지어다. In nomine patris + et filii + et spiritus sancti + Amen. — 성부와 + 성자와 + 성령의 이름으로 + 아멘.
신성마술가는 이 허가문을 세 번 되풀이해야 한다. 그 뒤 주기도문을 되풀이하고 뒷걸음으로 원을 떠나야 한다. 이어 원의 모든 흔적을 없애고 이 목적에 쓴 모든 도구를 치우며, 전체 일을 가능한 한 비밀로 해야 한다. 또 올 때와 다른 길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면 어떤 영도 그를 해칠 힘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 규칙 가운데 어느 것도 어떤 이유로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안전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고대 신성마술가들이 자연 질서의 결박을 찢어 영들의 세계와 두려운 교통을 얻으려고 사용한 신비한 의식·의례·주문이었다. 이 연구가 지닌 거칠고 숭고한 성격에 현대에는 견줄 만한 것이 없다. 용감한 조상들의 대담하고 높은 모험 정신을 단번에 보여 주는 연구다. 그들은 지상의 적을 이기고 필멸의 다툼을 끝내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 이 원소적 세계의 제한하는 결박을 찢고 영적 영역의 무서운 주민들과 싸워, 빛과 어둠의 무적의 권능들을 자기 일에 복종시키려고 했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강력한 영들은 그토록 엄청난 힘과 무서운 속성을 동반하고 왔으므로, 그 모습을 말로 언급하기만 해도 오늘날 회의적인 세대의 3분의 2가 움츠러들고 떨기에 충분하다.
죽은 이의 영을 불러내는 방법
C03-S16 · 인쇄227쪽 제16절–230쪽 제17절 직전 · PDF273–278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16절 — 죽은 이를 소환하는 방법
또는 세상을 떠난 사람의 영을 불러내기.
앞에서 마술가들이 천상·지상의 영과 파밀리어 영들을 소환할 때 사용하는 의식과 의례를 보이고 설명했으므로, 이제 죽은 사람들의 영과 교통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강령술(necromancy)을 다루겠다.
금세기의 명예를 위해 말하자면, 영들과 공공연하게 계약을 맺거나 영들의 작용으로 미래에 관한 질문을 풀어 준다고 나서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또한 강령술의 확증된 사례도 하나밖에 없다. 그러나 옛날에는 이런 실행이 드물지 않았다. 그것에 고전 학문과 학술적인 사색을 결합할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당대의 가장 고매한 인물로 여겨졌으며, 왕공과 귀족의 보호와 신뢰로 자주 영예를 얻었다.*
오늘날 이런 시도들과 악한 영의 출현이 적은 까닭은 ‘때가 충만함’과 기독교의 밝음이 이단과 우상숭배의 안개를 차츰 몰아냈기 때문이다. 태양이 나타나면 안개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 어떤 폭력이나 강제 때문이 아니라 사물과 그 반대되는 것들의 본성에 심어진 원인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빛의 왕국도 권능과 지배력으로 영혼 전체에 퍼져 나가면서 어둠의 중심을 닫고 악마의 영향을 앞에서 흩어 버린다. 악마는 인간의 행위와 의지에 대하여 말하자면 완전히 수동적이 된다.
이 부의 앞부분에서는 선하고 악한 영들의 본성과 직무를 간결하게 설명했다. 이는 탐구심 많은 독자에게 여러 기이한 조사의 재료가 될 것이다. 실제로 그것은 16·17세기의 세상을 신비에 빠뜨렸으나 지금은 호기심 많은 사람들의 도서관이나 수장고에서만 찾을 수 있는, 수많은 엄청난 대책들의 핵심이다. 우리는 가능한 한 풍부하게 다루었지만, 이 주제는 그 자체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므로 충분하게 논증하려면 이 주제가 마땅히 요구하는 것보다, 또는 우리가 능히 다룰 수 있는 것보다 더 깊은 사색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이 영적 왕국들의 주민들은 일정한 머무름·지속·성질을 한결같이 지키지 않고, 한 시간에서 다른 시간으로 넘어가며 끊임없이 떠돌고 변한다. 바람의 빠름처럼, 흘러가는 물이 미끄러지듯 지나가 하나의 생각처럼 사라져 더는 기억되지 않는 것처럼, 악마와 지옥의 영들도 그 눈물겨운 어둠의 상태 안에서 그러하다. 그곳에서 존재는 끊임없는 고뇌와 고통이며, 하나의 슬픔이 주는 진통에서 다른 슬픔의 쓰라림으로 영원히 옮겨 간다!
옛날의 강령술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위버가 『장례 기념물』에서 전한 것이다. 그는 마술가 에드워드 켈리가, 모든 주문에서 그의 동료이자 협력자 역할을 한 폴 웨어링이라는 사람과 함께 랭커스터 카운티의 월턴르데일 교회 묘지에 갔다고 기록한다. 그곳에는 얼마 전에 묻힌 사람이 있었는데, 상당한 돈을 숨기거나 땅에 묻고도 그 장소를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은 채 죽었다고 여겨졌다. 기록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들은 밤 정확히 12시에 묘지에 들어갔다. 전날 무덤의 위치를 미리 알려 받았으므로, 마술적 주문과 소환문으로 죽은 사람의 영에게 엄명하여 자기들 앞에 나타나게 했다. 그 영은 그들의 사악한 욕망과 질문에 답했을 뿐 아니라, 그 동네 사람들에 관한 몇 가지 기이한 예언을 내놓았고, 그 예언은 글자 그대로 정확하게 이루어졌다.
〔채색 삽화 — 「강령술」, PDF276면, 인쇄228쪽과229쪽 사이. 그림 설명: “마술가 에드워드 켈리가 랭커스터 월턴르데일 교회 묘지에서 최근 죽은 사람의 망령을 불러내다. 229쪽 참조.” 발행 표기: 런던, William Charlton Wright, 65 Paternoster Row. 이 삽화가 들어가므로 뒤의 PDF면과 인쇄쪽 대응은 2면 이동한다. 그림 속 원의 기호 전체 식자는 미완료다.〕
강령술의 절차
〔역주: 아래는 시신과 무덤을 다루는 역사적 의례 기록이다. 실제 행위를 권하거나 현대의 적법성·안전성을 보증하는 지침이 아니다.〕
이 경우의 절차는 앞에서 설명한 신성마술과 크게 다르다. 먼저 어느 사람의 환영을 소환하거나 불러올지 정한 뒤, 마술가는 조수와 함께 고인이 묻힌 교회 묘지나 무덤으로 정확히 자정에 가야 한다. 의례는 밤 12시와 1시 사이에만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무덤을 열거나 틈을 만들어 맨몸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마술가는 원을 그리고 한 해 자란 개암나무 막대를 손에 든다. 동료 또는 조수는 성별한 횃불을 든다. 마술가는 네 바람 쪽을 각각 향해 돌아서며 막대로 시신을 세 번 건드리고 다음을 되풀이한다.
강령의 주문 또는 소환문
거룩한 부활의 덕능과 저주받은 자들의 고통으로, 나는 여기 몸이 누워 있는 죽은 (N.)의 영에게 주문을 걸고 엄명한다. 이 신비하고 신성한 의례에 순종하여 나의 정당한 요구에 답하라. 영원한 고통과 괴로움의 형벌을 걸고 명한다.
그런 다음 “Berald, Beroald, Balbin gal gabor aguba”라고 말하게 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 내가 명령하고 지시한다.”
이 형식과 의례 뒤에는 망령 또는 환영이 눈에 보이게 되며 구마자가 던지는 어떤 질문에도 답할 것이다. 그러나 목을 매거나 물에 빠지거나 다른 방법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신의 영에게 질문하고자 한다면, 주문은 몸이 매달려 있을 때 또는 자살이 일어난 뒤 처음 발견된 자리에서, 검시 배심이 만지거나 옮기기 전에 행해야 한다.
- 원주: 영들과 계약을 맺지 않는 한 영을 소환하는 것은 죄로 여기지 않는다. 슈레프퍼가 불러낸 작스 원수의 망령에 관한 112쪽을 보라.
자살한 이의 영에 관한 역사적 의례
C03-S17 · 인쇄230쪽 제17절–231쪽 끝 · PDF278–279면 · 미서명 서술자
제3부 제17절 —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영을 불러내는 의례
이 경우 구마자는 솔로몬의 펜터클과 땅의 두 인장 및 다른 필수품을 준비하고, 막대기 꼭대기에 세인트존스워트 한 묶음〔원문 라틴 표기 milies perforatum, 판독·동정 미확정〕과 부엉이 머리를 묶어야 한다. 자살한 사람의 시신이 있는 장소로 엄숙한 자정, 정확히 12시에 가서 원을 그려야 한다. 그 안에 들어간 뒤 다음 말을 엄숙하게 되풀이해야 한다.
주문들
깊음의 신비로, 바날(Banal)의 불꽃으로, 동방의 힘과 밤의 침묵으로, 헤카테의 거룩한 의식으로, 나는 너 괴로워하는 영에게 주문을 걸고 엄명한다. 여기 나타나 네 재난의 원인, 네 정당한 생명에 어째서 스스로 폭력을 가했는지, 지금 어디에 존재하며 앞으로 어디에 있을지를 내게 드러내라.
그런 다음 막대로 시신을 아홉 번 부드럽게 두드리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 죽은 (N.)의 영에게 주문으로 명한다. 거룩한 이들의 안식과 모든 비참함의 덜어짐을 바라는 만큼, 내가 제시할 요구들에 답하라. 너의 영혼을 위하여 흘리신 + 예수 + 의 피로, 내가 묻는 것을 내게 말하도록 네게 주문을 걸고 결박한다.
그 뒤 매달린 몸을 나무에서 내려 머리가 동쪽을 향하게 놓는다. 다음 주문을 되풀이하는 동안 오른손 곁에 불 담은 화로를 두고, 거기에 조금의 포도주와 매스틱 및 향기 나는 수지, 마지막으로 가장 향기로운 기름 한 병을 붓는다. 또한 풀무와 아직 불붙이지 않은 숯을 준비하여 시신이 일어나는 순간 불을 밝게 피운다. 셋째 주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너 (N.)의 영에게 명한다. 즉시 네 옛 몸에 다시 들어가 내 요구에 답하라. 거룩한 부활의 덕능과 세상의 구세주의 몸이 놓인 자세로, 너에게 명하고 주문을 걸고 지시한다. 내가 신성한 마술 의식의 힘으로 네게 내릴 권능을 지닌, 세 번의 7년에 걸친 고통과 방황의 형벌을 걸고 명한다. 네 한숨과 신음으로 네가 목소리를 내도록 명한다. 신과 거룩한 교회의 기도가 너를 도우시기를. 아멘.
매스틱과 향기 나는 수지를 넣은 불이 타는 동안 이 의례를 세 번 되풀이하면, 몸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마침내 구마자 앞에 똑바로 선다. 희미하고 속 빈 듯한 목소리로 다음 질문들에 답한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거처는 어디인지, 어떤 삶을 사는지, 얼마나 지나야 안식에 들어가는지, 어떤 방법으로 구마자가 안식에 들어가도록 도울 수 있는지. 또 이 세상의 보물들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에도 답한다. 나아가 망령들이 사는 장소와 그들과 교통하는 방법에 관해서도 매우 정확하게 답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이 닿는 만큼 아스트랄 영들과 지옥 존재들의 본성을 가르친다. 망령이 이 모든 것에 충분히 답한 뒤, 구마자는 고인에 대한 연민과 경의에서 그 영에게 안식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덤을 파고 생석회로 절반을 채우며 약간의 소금과 보통 유황을 넣은 뒤, 시신을 맨몸으로 그 안에 놓아야 한다. 시신을 태워 재로 만드는 것 다음으로, 이 실행은 아스트랄 영의 소란을 가라앉히고 끝내는 큰 힘이 있다고 한다.
〔역주: 이 단위 전체는 역사적 강령술 문헌의 서술이다. 자살한 사람의 영적 상태에 대한 현대의 판단이나 실제 시신 처리 방법을 권하는 것으로 읽지 않는다. 식물·광물과 시신을 사용한 의례의 효과를 검증한 것이 아니다.〕
루벤 귀속 발췌 I — 인장과 두 원리의 결합
C03-S18-A · 인쇄232쪽 순서의 면–233쪽 발췌II 직전 · PDF280–281면 · Philadelphus 제공, Ruben/Rubens 귀속 영어 발췌
제3부 제18절 — 루벤의 라틴어 필사본 번역에서 발췌
필라델푸스(Philadelphus) 제공.
〔표제 원문: Ruben’s Latin Manuscript. 아래 원주는 Sir P. Rubens에 귀속한다. 여기서는 1825년 선집에 실린 영어 발췌를 옮기며, 이 귀속을 독립적으로 확증한 것이 아니다.〕
발췌 I
“그렇다면 겸손과 결합한 사랑이 낮은 의미에서 이미 이 세상에서의 완전함이라면, 다가올 세계에서는 가장 충만한 완전함 안에서 완전한 것이어야 한다. 그때 이 신비롭고 예언적인 기호가—위대한 전사 다윗과 평화의 군주이자 지혜를 탁월하게 사랑한 솔로몬의 인장이었다고 하는 이 기호가—다음과 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 도형: 원 안에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한 삼각형 둘이 겹친 육각별. 인쇄232쪽 순서의 면·PDF280면. 원인쇄 쪽수는 ‘332’처럼 보이는 비정상 표기다.〕
이 기호는 상형적으로 다윗과 솔로몬 둘 다의 영적 징표를 나타낸다. 두 영원한 원리가 결합함을 나타내고, 셋째 원리의 창조를 나타낸다. 영원한 자연의 여섯 작용하는 성질이 영원한 안식에 있음을 나타내며, 불과 물이 조화롭게 결합함을 나타낸다. 만유 안의 만유이시며 그분 없이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는 하나 안으로 두 틴크투라가 회복됨을 나타낸다. 과거에 있었고 현재 있고 미래에 있을 모든 것이 그 하나에게서 나오고, 그 하나를 통하고, 그 하나를 향함을 나타낸다. 또한 시간과 영원의 거의 전체 양상을 나타낸다. 우리 시대에 신의 영이 손에 쥐신 복된 도구인 야코프 베멘(Jacob Behmen)이 펼쳐 보인 바로 그 양상이다. 이런 까닭에 나는 이 인장 또는 기호를 정당하게 예언적이라고 부를 수 있다.
〔둘째 도형: 위와 같은 원과 육각별에 중심을 관통하는 십자가를 더한 것. 인쇄233쪽·PDF281면.〕
내가 말하듯, 이 기호가 영적으로 되고 여기에 직접 표현되지 않은 십자가만 더해질 때—그 시대에 십자가가 없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그것은 영원한 왕중왕만의 대인장이 아니라 그분의 모든 신민 각각의 대인장이 될 것이다. 영원한 빛과 영광의 왕국만의 인장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장이 될 것이다. 모두에게 같은 크기는 아니며 어떤 이에게는 넓고 다른 이에게는 좁더라도, 가장 높은 이부터 가장 낮은 이까지 모두에게 영적인 모양과 형상에 있어서는 바로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아멘, 할렐루야!”
- 원주: P. 루벤스 경의 유명한 라틴어 필사본을 번역한 것으로, 그의 인체 비례 및 카발라 원리 등에 관한 논고에 부속되어 있다. 이 귀중한 옛 유산의 작은 작품은 파리의 유명한 위지에 경매에서 팔렸으며 고 리처드 코즈웨이 씨(R. A.)가 구입했다.
〔역주: 여기서 tincture는 물질을 용매에 우린 약제가 아니라, 저자가 말하는 불과 빛 등의 영적 원리에 관련되는 말이다. 임시로 ‘틴크투라’라 옮겨 뒤의 발췌에서도 같은 문맥을 연결한다.〕
루벤 귀속 발췌 II — 인간의 원초적 상태와 타락
C03-S18-B · 인쇄233쪽 발췌II–239쪽 끝 · PDF281–287면 · Philadelphus 제공, Ruben/Rubens 귀속 영어 발췌
발췌 II
인간의 세 상태, 곧 완전한 상태·타락한 상태·회복된 상태를 나타내는 세 가지 경이로운 도표의 설명 중 일부.
“아담은 실제로 이 세상, 바로 이 땅에서 창조되어 낙원에 들어갔다. 그 낙원은 이 땅 위에 있었거나 이 땅을 통하여 푸르게 자라고 싹터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땅에서 떨어져 있던 거리와 그 위의 높이는 너무나 커서, 어떤 이성의 영도, 가장 뛰어난 수학자 안에 있는 이성의 영조차 그것을 측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몸을 만든 낙원의 땅은 우리가 지금 땅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높이 있었다. 그 거리와 높이는, 흙으로 돌아갈 지상의 인간의 짐승 같은 몸에서 낙원이 떨어져 있고 그 위에 있는 만큼이다. 그 사람이 낙원이 옛날 푸르게 자라던 바로 그 땅에 묻힌다 해도 그렇다. 낙원은 그때 있던 바로 그곳에 지금도 존재한다. 이성이 상상하듯 홍수로 파괴된 것이 아니라 저주로 덮였을 뿐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뜻하는 것은 줄자로 잴 수 있는 그런 거리나 높이가 아니다. 그럼에도 정당하게 그렇게 부를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세 원리의 상호 관계를 생각할 때 마음에 받아들이는 더 높은 의미와, 낮은 영역 안에서 평행을 이루는 거리와 높이다. 첫째 원리는 여전히 둘째 안에 있고 둘째는 첫째 안에 있다. 둘 다 우리 자신 안에 있으므로, 천국이 지옥 안에 있고 지옥이 천국 안에 있다고 참되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둘째는 첫째 위에 그토록 높은 곳에, 첫째는 둘째 아래 그토록 먼 곳에 있으며, 그 사이에는 그토록 큰 심연이 놓여 있어서, 아브라함이 부자에게 말했듯 어느 쪽에서도 다른 쪽으로 건너갈 수 없다.
두 영원한 원리는 시간에 속하는 이 셋째 원리, 곧 외부 세계와 그 안의 모든 것 안에 함께 있다. 그러나 시간과 영원의 관계처럼, 셋째 원리는 그들 아래의 같은 거리에 있으며 그들은 셋째 원리 위의 같은 높이에 있다. 곧 시간은 영원 아래에 있고 영원은 시간 위에 있다. 또 ‘그 안에서 우리가 움직이며 존재하는’ 신 자신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가까운 것보다 더 가까이 계신다. 그러나 우리 위의 그토록 먼 높이에 계시므로 오직 영혼의 참된 영만이 그분에 대한 실제 지각에 이를 수 있다. 성서는 그래서 땅을 그분의 발받침이라 부르며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도 그분을 담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이 시간과 영원 사이의 한가운데에서 태어난 자리, 그 안에서 이쪽이나 저쪽의 접촉을 받은 그 자리가, 처음에 이 첫 번째 도표가 인간을 원초적 온전함의 상태로 나타낸다고 말한 유일한 이유다. 그에게 타고나고 주어진 모든 은총·완전함·덕능·힘·영광은, 특히 먹고 마시고 보고 결코 잠들지 않는 방식 등에 관하여 야코프 베멘이 말하고 밝힌 모든 탁월한 세부 사항은, 필연적으로 이 점에 의존하며 여기서 자유롭게 흘러나온다. 그가 한가운데 서서 자기 아래의 것뿐 아니라 위의 것에게서도 접촉받는 데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출생의 자리만 명명하여도 그의 모든 완전함을 암묵적으로 함께 명명한 셈이다. 이해의 영에게 그것들을 하나씩 따로 열거할 필요는 전혀 없다. 아담의 자리가 더 높거나 더 낮았더라면 그 완전함을 갖지 못했으리라는 점이 그 영에게는 명백하기 때문이다. 자리가 더 낮아 영원의 영이 그에게 닿지 못했다면, 그는 시간에 속한 이 셋째 원리에만 속하는 피조물이자 이 세계의 아스트랄 영의 신민이었을 것이다. 그 신민들 가운데 가장 고귀하고 가장 높은 지위와 성질을 가졌을 수는 있어도, 셋째 원리의 모든 피조물과 이 세계의 아스트랄 영에 대하여 실제로 지녔던 것과 같은 지배권을 가질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그 경우 자기 한 인격 안에서 두 틴크투라가 하나로 합쳐질 수 없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세계의 아스트랄 영 아래에 있는 모든 생물의 방식대로, 서로 다른 분리된 두 몸에 남성과 여성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리가 더 높아 시간이 그에게 닿지 못했다면, 그는 이 셋째 원리로부터 완전히 잘려 나가거나 전적으로 배제되어 신 자신의 모양을 따른 온전한 형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물을 수 있다.
물음. 거룩한 천사들은 창조된 존재 안에 이 셋째 원리를 전혀 지니지 않았음에도 신의 온전한 형상이 아닌가?
답. 거룩한 천사들은 자신들이 창조되던 때 드러난 신의 온전한 형상이다. 곧 셋째 원리가 창조되기 전, 신이 불과 빛이라는 두 영원한 원리 안에서만 드러나던 때의 형상이다. 그러나 아담은 루시퍼의 타락 뒤 세 원리 안에서 드러난 신, 영원뿐 아니라 시간에도 드러난 신의 온전한 형상이어야 했다. 셋째 원리가 그의 존재를 이루는 셋째 구성 부분이 아니었더라면, 신 자신의 모양을 따른 이 온전한 형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야코프 베멘은 시간의 끝 뒤 영원 속에서 인간이 천사들조차 능가하게 된다고 옳게 말했다. 우리가 알듯 성서는 천사들을 ‘구원의 상속자가 될 이들을 섬기도록 보내진 사역하는 영들’이라 부른다.
자연적 이성의 영, 곧 인간적 지혜는 원초적 온전함의 상태가 낙원에 있던 아담과 하와의 상태였다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이 영은 이런 일들에 무지한 자이므로, 이에 관하여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
첫째가 아니고, 그에 앞서는 어떤 것이 있어서 그 자체는 그 앞선 것의 부속물 또는 필연적 결과에 지나지 않는 것을 원초적이라고 할 수 있는가? 둘로 나뉘고, 나뉘기 전의 전체 또는 하나로 다시는 만들어질 수 없도록 나뉜 것을 온전한 것(integrum), 곧 전체라고 할 수 있는가? 여기서 말하는 둘은 실제로 바깥에서 서로 연결되고 결합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이전에 하나였던 의미와는 전혀 다른 의미지만—성서에서 한 몸이라 부르듯 하나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태와 처지는 오직 한 인격 안에서 하나였던 상태와 무엇이 같겠는가?
이 원초적 온전함의 상태는 신이 오직 한 아담만 만드신 뒤, 자신이 만든 모든 것을 보시고 매우 좋다고 보신 그때에만 존재했다. 나중에 ‘사람이 홀로 있는 것이 좋지 않다’고 말씀하실 때에는, 아, 그의 온전함의 상태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이미 자기 한계를 넘어섰고 높은 자리에서 떠났으며 시간 속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이 세계의 아스트랄 영이 들어올 문을 열고 그 암시에 귀를 기울였으며, 의지와 애정을 낮추어 이 셋째 원리에 대한 사랑을 품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 안에서 동반자이자 언약의 아내였던 젊은 날의 아내를 이미 배반했고, 자기 곁과 자기 밖의 배필을 갈망했다. 선과 악의 지식을 얻으려는 욕망에 물들어 그 지식의 금지된 나무를 이미 먹었다. 겉으로 입을 써서 먹은 것은 아니지만 욕망과 상상력으로 마술적으로 먹었다. 이리하여 자신의 그 범죄 속에서 만들어진 배필이 나중에 완성한 바로 그 범죄를 그는 실제로 먼저 시작하고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첫째로, 이제 그가 홀로 있는 것이 좋지 않았다. 그 분명한 이유를 상세하게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신이 전에 매우 좋게 만드신 것을 그 자신이 좋지 않게 만들었다고만 말하면 충분하다. 둘째로, 나중에 완성된 이 범죄의 끝이 죽음이었듯, 그에 앞선 준비와 지향의 끝은 ‘깊은 잠’이었다. 이 잠은 그 죽음의 전조 또는 인척이라고 정당하게 부를 수 있다. 셋째로, 배필이 범죄를 완성했을 때 그는 자기 아내를 ‘모든 산 자의 어머니’라고 불러, 그 시작 때 품었던 자기 마음의 내적 징표를 드러냈다.
이 말은 이 덧없는 세계와 밀접하게 관련시키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없다. 그는 이제 스스로 새롭게 꾸민 방식에 따라 이 세계에 자리를 잡고, 사도의 말을 따르되 그 뜻에는 반하여, 뒤에 있는 것들을 잊고 앞에 있는 것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초적 자리를 진지하고 분명하게 기억했거나 자신이 떠나고 빼앗긴 것에 대하여 슬퍼하는 감각이 있었다면, 자기 아내를 모든 죽은 자의 어머니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그런 이름을 앞의 이름만큼 좋아할 까닭은 없었다.
첫째로, 그는 이제 자녀들을 낳으려 하고 있었다. 자녀들은 모두 그 자신이 현재 살아가는 그 삶, 곧 별과 원소들의 영역 안의 삶을 그에게서 받아야 했다. 그가 이제는 죽어 버린 이전의 참된 삶은 자녀 중 어느 누구에게도 전해 줄 수 없었다. 그러므로 자기 모습대로 이 세상에 있고 감각에도 분명히 드러나는 삶을 나타내는 이름이 더 마음에 들 수밖에 없었다. 잃고 떠나고 사라져 더는 참된 감각을 가질 수 없는 삶을 암묵적으로만 암시하면서, 모든 생명의 정반대를 노골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이름보다 그러했다.
또 셋째로〔원문의 열거〕,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기쁘게 하고 추켜세우는 편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비난을 아내 혼자에게 돌리고 자기 잘못과 죄를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암묵적으로 가볍게 만드는 모욕적인 비평보다는 그러했다. 특히 그 결과로 곧바로 일어날 일을 모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양심이 일어나 얼굴 앞으로 나와, 아내가 개별 인격으로 존재하기도 전에 그 자신이 이미 죽음의 아버지였다고 말했을 것이다.
이것은 참되다.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사도는 한 여자가 아니라 한 사람, 바로 첫째 아담으로 말미암아라고 말한다. 아담과 하와라고 하지 않는다. 뒤따르는 둘째 의미에서는 그것도 참이지만, 으뜸가는 이 근원적 의미에서는 그렇지 않다—죄가 세상에 들어왔고 죄를 통하여 죽음이 들어왔다. 성서에서 이 한 사람은 언제나 다른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와 정면으로 대립한다. 바로 이 때문에 그분은 둘째 아담이라고 매우 자주 불리지만 둘째 아담과 하와라고는 결코 불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타락 뒤 신이 최초의 부모들을 부르셨을 때, 복수로 ‘아담과 하와야, 너희는 어디 있느냐’라고 하지 않고, 단수로만 ‘아담아, 너는 어디 있느냐? 네가 먹었느냐’ 등으로 부르셨다. 이는 여자가 그에게서 나오기도 전에 이미 범죄의 최초 창시자이자 근원적 행위자였음을 신이 아시는 그에게, 주로 그리고 우선하여 책임을 물으셨음을 명백히 보여 준다. 그가 자신의 욕망·상상력·바람으로, 신이 처음에 매우 좋게 만드신 것을 망치고 뒤틀어 좋지 않게 만들지 않았다면 여자는 이 세상에서 개별적 존재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원초적 온전함의 상태에서 인간의 모든 감각·생각·상상·향유와 영혼의 영 안에서 행하는 모든 마술적 작용은 철저히 순수하고 거룩하며 천상적인 것이었을 수밖에 없다. 마음의 거울과 이해의 눈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나무가 그러했으므로 열매와 산물도 그러했어야 한다. 따라서 그는 다음의 것들에서 영혼의 영 안에 일어날 수 있고 실제로 일어났던 감각 외에 다른 감각은 가질 수 없었다. 신의 빛과 사랑 안에서 신의 영과 결합하고 완전히 순종하는 것, 신의 무한한 선함을 직관하고 향유하는 것, 이 세계의 창조에 드러난 신의 지혜의 경이로움과 풍부함을 깊이 관조하고 이해하는 것, 솔로몬이 ‘지혜’라고 부른 거룩한 처녀 소피아와 친밀히 교제하는 것, 자기 한 인격 안에서 합쳐진 불과 빛의 두 영원한 틴크투라가 서로 끌어안는 것, 거룩한 천사들과 친숙하게 대화하는 것, 이 셋째 원리 전체의 모든 것을 다스리는 주권적 군주로서 타고난 자신의 완전함 등이 그것이다.
그 감각들과 감응과 향유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는지 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영혼은 찾을 수 없다. 원초적 상태는 잃어버렸고 다시는 도달하지 못했으며, 이 필멸의 삶 동안에는 누구도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담 자신도 범죄와 타락 뒤 자손들에게 그것을 말해 줄 수 없었다. 처음에 자신이었던 신의 그 단일한 원초적 형상에 관하여, 그는 ‘잠’ 뒤에는 더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낙원적 상태 또는 그 중간 상태에서는, 이전의 모든 감각, 곧 천상의 감응이 그를 떠나 사라져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가 그 감각들을 떠났으며 더 낮고 더 바깥의 자리로 옮겨 갔다. 그곳에서 그의 감각들은 여전히 순수하고 거룩하고 낙원적이었으나 더는 이전과 같지는 않았다. 마음 앞에 다른 낮은 대상들을 갖게 되었으므로 이해도 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안의 거룩한 처녀와 친밀히 교제하고 자기 한 인격 안의 두 틴크투라가 사랑으로 서로 끌어안는 대신, 이제 그는 자기가 갈망했던 눈에 보이는 배필, 곧 자기 밖의 존재에 온통 사로잡혀 있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원초적 상태의 감각과 ‘깊은 잠’에서 깨어난 뒤 처한 낮은 상태의 감각 사이에 지극히 큰 차이가 있음을 충분히 보여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낙원적 감각들도 그에게 오래 머무르지 않았다. 범죄가 완성된 타락한 상태에서는 낙원적 감각과 향유가 모두 완전히 꺼졌기 때문이다. 그 대신 아담과 하와의 모든 감응은 공포·무서운 전율·두려움·고뇌·떨림·절망일 뿐이었다. 여자의 후손에 관한 약속은 그런 무서운 감응이 극단에 이르는 것을 막았지만, 잃어버린 낙원적 향유를 돌려주지는 않았다. 하물며 아담의 원초적 천상 감각은 더욱 그러했다. 그 약속은 그들의 영혼 내적 바탕에 믿음과 희망의 기초를 놓았을 뿐이다. 그들은 그 기초를 자기 안에서 유지하고 강화하고 굳게 해야 했다. 새로 놓인 기초에 굳건하고 충실하며 진실한 만큼, 그와 언제나 같은 비례로, 이 회복이 자신들 안에서 차례로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수단으로서 말이다.”
포디지 귀속 — 천사 세계와 아홉 경이
C03-S19 · 인쇄240–245쪽 전체 · PDF288–293면 · John Pordage 귀속 본문; Philadelphus 제공 및 원주
제3부 제19절 — 천사 세계의 개요
버크셔 브래드필드의 교구장 존 포디지 박사의 필사본에서 발췌, 1650년.
필라델푸스(Philadelphus) 제공.
이 복된 세계는 하늘의 예루살렘과 사랑의 왕국이라 불린다. 성인들과 천사들이 함께 산다. 불타고 타오르며 달콤하고 황홀한 불의 천국이고, 맑고 속까지 비추며 수정 같고 기쁨에 찬 빛이다. 천사 세계는 무한의 원으로 둘러싸인 것처럼 보인다. 그 궁창 안에서 천사적 원소들이 조화로운 일치와 고른 성질로 작용하므로, 맑고 고요하며 영원한 낮이 이루어진다. 천사 세계는 영원의 수도, 신의 성전, 지극히 높고 강력한 위엄의 영광스러운 궁전이다. 그곳에서 신은 천사들에게 가림 없이, 거룩한 삼위일체 안에서 맑고 분명하게 나타나신다. 천사들은 신적 지혜의 거울 안에서 그것을 관조하며, 자기들 안에 있는 신을 향한 사랑을 통하여 겸손과 순종으로 하나의 영에 결합한다.
그리스도와 성인들이 천사들과 함께 산다는 점에서 천사 세계는 하나의 천국이다. 그러나 그 다양성을 생각하면 세 하늘이 있다. 바깥으로는 삼위일체에, 안으로는 세 가지 영광의 등급에 대응하는 첫째·둘째·셋째 하늘이다. 천사 세계에는 천사의 감각에 투명한 외적 낙원과, 내적인 이해의 정신적 시야가 있다. 그 지극히 영적인 본성을 통하여 천사 세계는 우리가 사는 시간적 세계 어디에나 현존하며, 이로써 인간에게 그 세계에 관한 교통과 지식이 주어진다. 우리 주의 재림이 교통을 완전히 열 때가 가까웠으므로, 사람들은 하늘에서 교제함으로써 지상의 몸 안에 있을 때에도 의로워지고 성스러워지며 영광을 얻게 될 것이다. 여기서 신의 지혜가 드러난다. 천국이 땅 위 어디에나 있지만 신의 허락 없이는 나타날 수 없다는 점이다.
천사 세계의 본성은 마음이 자신을 부정하고 지옥적 또는 지상적 정념을 죽여 준비된 만큼, 마음을 그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가장 낮은 하늘의 성인들은 크기와 광채에 따라 구별되는 별들에 비할 수 있다. 가운데 하늘의 성인들은 아름답게 빛나는 달에, 더 높은 하늘 또는 지성소의 성인들은 온전한 영광의 태양에 비할 수 있다. 이 모든 처소는 순결한 거처다. 바깥뜰, 곧 가장 낮은 하늘의 성인들과 천사들에게는 이기심이 없다. 그 주민은 모두 사랑·평화·의로움의 삶 안에 있다. 둘째, 곧 안뜰의 성인들은 더 높은 영광 안에 있다. 지성소의 성인들은 신성에 더 깊이 몰입하며 따라서 더 영광스럽게 성화된다.
천국 또는 천사 세계는 거룩하고 순수한 원소로 둘러싸여 있다. 그것은 즐겁고 달콤하고 조용하며 천상적인 공기다. 천사들은 자기들이 사는 사랑의 제국의 무수한 공동체 안에서 천상의 광경·실체·향기와 즐거운 소리들을 보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 맡고 듣는다. 밖으로는 낙원에서, 안으로는 신 안에서 가질 수 있는 복락 외에 다른 복락은 없다. 그러나 바깥이 투명하여 그 너머의 안을 드러내므로, 이 둘은 나뉘지 않는다.
천사들은 영적이지만 그들 자신을 기준으로 보면 형상과 물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멸하는 것의 거친 물질성을 기준으로 할 때에만 전적으로 영적이라고 여겨진다. 그들은 음식·대접·즐거움에서 무한하고 헤아릴 수 없는 경이와 영광을 향유하며, 그것들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새롭게 장엄함과 영광 가운데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늘의 세 군주의 통치는 삼위일체를 섬기는 일곱 천사 또는 종들에 의해 집행된다. 삼위일체의 둘째 위격에 해당하는 군주는 우리 구세주이며 가장 영광스러운 보좌를 지니신다. 이 모두는 오직 하나인 지혜의 조화 안에 있다. 그 지배의 가장 낮은 곳도 위엄 있고 영광스러운 거처다. 장대한 궁전, 뛰어난 건물, 기쁨의 정원으로서 천사의 원리로 둘러싸이고 순수한 천상 원소의 덮개 안에 감싸여 있다. 가장 바깥뜰에는 모든 것이 빛이며 영원한 낮이다. 생명의 나무가 자라 푸르러지고, 생명의 강이 수정처럼 맑게 그 사이를 흐른다. 나는 진리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이 글의 저자가 경험하고 본 이 학교로 오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그곳에는 성삼위일체의 영향에서 나오는 복됨만이 향유 같은 힘과 순결함과 기쁨 안에서 흐른다.
음식이나 음료나 의복을 걱정할 일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천사가 바라면 천상적인 방식으로 마련된다. 그 다양성과 경이로운 구별은 지극히 탁월하고 정교하여, 더 높은 뜰의 천사들과 성인들이 내려와 보고 찬탄한다. 이 경이들은 헤아릴 수 없고 묘사를 넘어서므로, 나는 듣고 본 대로 다음을 전하려고 힘쓸 뿐이다.
첫째. 바깥뜰의 천사들은 아름다운 원소들이 지닌 뛰어난 다양성으로, 일이나 수고 없이 자기 뜻과 즐거움에 따라 옷을 입는다.
둘째. 이 낙원의 영광스러운 풍요로움이다. 그곳에서는 여러 나무·식물·풀·열매·꽃이 종류에 따라 자라며, 물을 넉넉히 받은 천상의 땅에서 스스로 빠르게 자라고 늘어난다. 그것들은 투명하고 수정 같으며 여러 색을 띠고 아름다운 힘·권능·덕능을 지닌다. 마음속의 담대함과 힘을 북돋는 모습과 기쁨을 주며, 바라보는 영의 눈에 얼마나 즐겁고 맛에도 얼마나 좋은가! 이 기쁨의 정원에서 자라는 것들은 모두 순수한 본질이자 스스로 존재하는 것들이다. 천사의 몸처럼 영원한 실체로 되어 있으므로 눈에 기쁨과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음식과 영양이 되기도 한다. 나는 정원의 열매들을 말하고 있다. 천사의 몸은 그 본성에 맞는 영양 없이는 살 수 없다. 그 영양은 영적이고 천상적이며 신적 힘이 스며 있어야 한다. 이 열매들은 신의 아들의 덕능으로 가득하다. 그 덕능은 또한 지성소의 덕능이므로, 지성소에 이른 천사들과 성인들도 때때로 그것을 먹고 싶어 한다.
셋째. 천사 세계에서는 필요하고 즐거운 모든 것이 넘치도록 풍부함이 두드러진다. 그곳에는 끊임없는 여름 속에서 풍요의 날이 계속 솟아나고, 영원한 수확 또는 포도 수확이 있다. 어떤 것도 썩지 않으며 열매 하나를 따면 그 자리에 다른 것이 생긴다. 그 토양은 흰 진주빛 땅의 불어나게 하는 힘과 덕능, 그리고 이 바깥뜰 전체에 스며드는 향유 같은 힘이다.
넷째 경이. 아름다움과 기쁨이다. 여러 가지 다채로운 색, 퍼져 나오는 향기, 수풀과 멀리 뻗은 산책로, 이곳저곳에서 빛의 굴절이 달콤하게 섞이고 조절되어 탁월한 영광과 위엄을 이룬다. 식물과 꽃도 그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다양한 색은 기쁨을 주며 감탄을 일으킨다. 나무와 풀의 잎에는 금빛 가장자리가 둘러져 있고 열매는 화강암 같은 붉은빛이다〔원문 granite red〕. 그것들은 색들을 기적처럼 섞어 눈을 매혹한다. 눈은 신적 빛, 곧 불을 통하여서만 이 놀라운 아름다움을 바라볼 수 있다. 낙원의 모든 것은 너무나 맑아 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색은 순수한 투명함과 광채를 띠고, 불이 다른 천상 원소인 물·공기·땅과 섞임으로써 생겨난다. 여기에는 향기로운 냄새를 내뿜는 산들과, 투명한 금으로 된 수많은 집·오두막·천막·장막이 있다. 포도나무 잎과 나무로 덮인 산책로의 장엄한 그늘, 식당, 즐거움의 집, 작은 언덕과 산, 보석의 바위, 낮고 즐거운 골짜기, 흐르는 시내와 샘들이 아름다움을 더하여 달콤하고 기분 좋게 한다.
가장 낮은 하늘의 다섯째 경이. 다함없는 부요함이다. 금·은·온갖 진주가 풍부하여, 유난히 반짝이는 빛깔로 구별되며 장식·보여 줌·즐거움·기쁨·흥겨움을 이룬다. 외관과 덕능이 한없이 뒤떨어지는 우리의 금·은·보석은 이에 비교할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신적 지혜에게 속하며 그 자녀들의 쓰임과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여섯째. 이 뜰의 경이들은 마치 전혀 알려진 적이 없었던 것처럼 새로 솟아나며, 끝이나 척도 없이 끊임없이 온갖 다양성으로 펼쳐진다. 여기서 눈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대상들을 잔치처럼 즐긴다. 귀는 가장 달콤한 음악 소리에서 지극히 기분 좋은 즐거움을 얻으며, 후각은 생기를 가장 북돋는 향기의 덕능을 향유한다. 이 향기들은 미각의 능력에 맛을 더하고 촉각에는 황홀함을 준다. 이곳의 모든 경이는 신적이고 천상적인 본질로 나타나며, 가장 고운 공기처럼 엷고 성기고 반투명하고, 지극히 미세하며 수정 같다. 그러나 그런 미세함과 성김에 적합하고 비례하는 천사의 몸의 감각으로 향유할 수 있다. 이 모든 대상은 낙원의 복된 주민들 앞에, 그들이 일하거나 수고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타난다. 인간이 온 세상을 얻고도 이 영원한 기쁨과 즐거움의 장소를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곱째 경이. 복된 이들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신적 지혜와 결합하는 것이다. 이로써 한 번도 타락하지 않은 천사들도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구원에서의 승리 이후 더 큰 행복을 얻는다. 그 승리로 그리스도는 첫째 아담이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으셨다. 어떤 영도 이 결합을 향유할 만큼 정화되기 전에는 이에 관하여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그때가 되면 『아가』에서 솔로몬이 경험한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여덟째 경이. 이 모든 경이가 안식하고 고요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무언가를 쌓아 두려고 일하거나 애쓰지 않는다. 음식·의복·즐길 거리 가운데 원하는 것은 모두 바라기만 하면 온다. 모든 것은 온유하고 만족스럽고 고요하고 부드럽고 맑다. 그러면서도 무한한 힘·강렬함·승리·장엄함을 지닌다. 여기에는 끊임없는 여름이 있고 달콤한 산들바람이 이를 식힌다. 그 바람이 천상 땅의 향유로 하여금 기분 좋은 향기를 내뿜게 한다.
아홉째 경이. 천상의 땅이 응집하는 데 있다. 땅은 그 위의 더 영적인 힘과 덕능의 영향 아래, 천사들의 의지가 움직이는 대로 신속하게 움직인다. 신에게서 나온 복들이 천사의 깊음 또는 하늘 전체를 통하여 끊임없이 내려와 낙원의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땅은 투명하고 희고 반짝이는 소금 같은 실체이며, 그 풍요로움에서 생긴 모든 산물로 덮여 있다. 다가갈 수 없는 빛의 구체에서 오는 그것들의 복된 영향은 낙원을 통과하여 이 외적인 시간의 세계에 이르며, 그로써 우리의 필멸하는 원소들이 가진 거침과 진노, 곧 악을 완화한다.
— 필라델푸스(Philadelphus), Hieroglyphica Propheticus〔서명상의 칭호 원문〕. 런던 시티 커피하우스, 칩사이드의 버클러스버리.
제공자의 주석
서두의 긴 원주〔인쇄240–241쪽〕. 야코프 베멘의 저작 4절판 네 권 중 제3권을 찾아보는 사람들은, 피터 폴 루벤스 경이 구상하고 그렸다고 하는 ‘세 가지 경이로운 도표’의 판화를 보고 크게 기뻐할 것이다. 그 판본은 A. M.인 윌리엄 로가 편집했다. 그는 『진지한 부름』과, 현존하는 것 가운데 가장 명료한 몇몇 비학 저작의 저자다. 그 도표들을 비평적으로 살펴보는 수고를 하는 사람은, 그것들이 그 저명한 예술가이자 높은 인물들과 왕족들의 동료가 그린 것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세 작품이라고 주저 없이 말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 발췌는 경건하고 학식 있는 브래드필드 교구장 존 포디지 박사의 여러 기이한 신비 저작 가운데 하나에서 가져왔다. 그것들은 영어로 인쇄된 적이 없으나 저자의 영어와 라틴어 필사본에서 독일어로 번역되었다. 그는 유명한 손더슨 주교, 에드워드 후커 박사, 프랜시스 리 박사와 동시대 사람이자 특별히 가까운 친구였다. 그 절친들 가운데 마지막 리 박사는 엄청난 학식을 지녔으며, 로버트 옥스퍼드 백작이 대장관이었을 때 그와 가장 친밀했다. 리는 이 여러 나라의 지속적인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백작에게 여러 제안을 했다. 리 박사의 저작은 거의 셀 수 없지만, 어떤 글에도 이름을 붙이도록 설득할 수 없었으므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공개되거나 익명으로 세상에 나왔다. 넬슨의 『축일과 금식일』 대부분이 리 사후 그의 자필로 발견되었다. 그는 호어 씨와 넬슨 씨에게 독일 할레의 방식과 같은 계획으로 자선학교를 세우도록 처음 권한 사람이었다. 공적인 자선과 사적인 자선의 온갖 형태를 끊임없이 증진하고 장려했다. 모스크바국의 차르 표트르 대제는 그를 특히 총애했고, 리는 요청에 따라 1696년에 『정부를 올바르게 구성하기 위한 제안』을 써 주었다.
프랜시스 리(M. D.)의 『신학·수학·자연학 논고』, 8절판 두 권, 1752년과 R. 로치 목사의 『큰 위기』, 8절판, 1725년을 보라. 리 박사는 ‘필라델피아 협회’의 회원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 협회의 『신지학 회보』, 작은 4절판 한 권, 1697년을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 책에는 과학적·철학적 논고뿐 아니라 신지학적·신적 마술의 논고도 있으며, 지금까지 쓰인 것 가운데 가장 학식 있고 심오한 탐구들이 실려 있다. 이 특이한 저작은 지난 50년 동안 매우 희귀했다. 그 증거로, 고 코즈웨이 씨의 소장본은 맨체스터 스퀘어의 듀크스트리트에 있는 서점에서 내 친구에게 10기니에 팔렸다.
가능하다면 이것이 믿지 않는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고상한 연구들은 어느 시대에도 세상에서 하찮거나 보잘것없는 사람들에게만 한정된 적이 없다. 오히려 비교해 보면 교양 있는 교육을 받고 지위가 있는 사람들 외에는 거의 아무도 이 연구에 가장 열정적이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영국 천문학자와 수학자들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 경이 초월적인 지식을 야코프 베멘에게 빚졌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베멘은 분명 비학 철학자와 점성가들의 군주였다. 이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1782년 7월의 『젠틀맨스 매거진』을 보도록 권한다. 거기에는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 칼리지의 펠로가 쓴, 이 점을 매우 분명하게 다룬 글이 있다. 끝으로 셰익스피어·밀턴·드라이든·『주니어스』의 저자 및 모든 시대와 나라의 수많은 위대하고 선한 사람이 이 학문들을 존중하고, 여기에 주의를 기울여 자신과 남에게 이익을 주었다. 그러나 더 주장해도 헛되다. ‘볼 눈과 들을 귀’를 가진 사람들은 보고 들을 것이지만, 무지에서 나온 통속적 편견이나 쾌락주의 또는 종교적 완고함, 곧 최악의 미신에 눈먼 사람들은 도저히 ‘보거나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참으로 ‘헛되고 헛된 것’이다.
아홉 경이의 도입부에 붙은 원주〔인쇄243쪽〕. 필라델푸스는 새롭고 흥미로운 월간 간행물 『우라니아』의 편집자에게 위와 같은 글들을 많이 제공하려 하며, 그 글들은 그 잡지에 정기적으로 실릴 것이다. 이 부류의 가장 포괄적이고 분명한 책들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 저작들의 구입을 권한다. 브롬리의 『안식의 사바스로 가는 길』 등, 로의 『기도의 영』·『사랑의 영』·『의심하는 모든 이에게 호소함』 등·『신적 지식으로 가는 길』·『성직자들에게 보내는 글』, 로치의 『큰 위기』·『황실의 기치』, 램지 기사의 『자연 종교와 계시 종교의 철학적 원리』, 트라이언의 『풀어 밝힌 꿈과 환시의 신비』. 이 몇 권이면 엄선한 철학적·신비적 도서관을 이룰 것이다.
〔역주: 위의 원주들은 제공자의 서지·전승·인물 평가를 보존한 것이다. 포디지·리의 교유 관계, 루벤스의 그림 귀속, 뉴턴과 베멘의 영향 관계, 저작권 귀속 및 인용 도서들의 역사적 정확성을 이번 번역에서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않았다. ‘가운데 하늘’은 여기서 세 천국 중 둘째이며 차트의 MC를 뜻하지 않는다.〕
제4부 표제와 점성술의 정의
C04-S00 · 인쇄246–247쪽 · PDF294–295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 천상의 학문인 점성술에 관한 완전한 설명
출생 시각의 천체 위치·애스펙트·배치로 미래의 사건을 미리 아는 기예를 포함한다. 제국·국가·왕국의 운명을 계산하는 데 쓰는 규칙을 밝히고, 미래의 비밀에 관계된 정당한 모든 호라리 질문을 푸는 규칙도 설명한다.
삽화 제XXII호.〔인쇄246쪽·PDF294면.〕
너는 하늘의 은혜를 억제하고 플레이아데스가 헛되이 빛나게 할 수 있느냐? 또는 오리온이 자기 천구에서 반짝일 때 추운 계절을 녹이고 한 해의 매임을 풀 수 있느냐? 마자로트에게 정해진 자리를 알게 명하며, 밝은 아르크투루스에게 어디서 빛나야 할지 가르칠 수 있느냐?
— 『우라니아』.
가장 고귀하고 천상적인 학문인 점성술은 천체들의 운동·위치·영향과 그 밖의 천상 현상으로 미래의 사건을 미리 알고 예언하는 기예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는 모든 시대에 문명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가장 지혜로운 철학자들이 행한 합리적이고 경험적인 관찰들로부터 이끌어 낸 것이다. 모든 시대의 가장 위대한 시인과 철학자들이 그 가장 확고한 숭배자들에 속했다는 것은 이 천상의 학문에 적지 않은 영예다.
이리하여 영국 시의 아버지 초서는 다음과 같이 썼다.
별들에는 유리보다 더 맑게 쓰여 있으니, 신이 아시듯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사람의 죽음을 의심 없이 보리라. 별들에는 여러 겨울 앞서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죽음이 쓰였고, 폼페이우스와 율리우스의 죽음도 태어나기 전에 쓰였다. 테베의 다툼과 헤라클레스, 삼손과 투르누스와 소크라테스의 죽음도. 그러나 사람의 지성이 그토록 둔하여 누구도 그것을 온전히 잘 읽지는 못한다.
— 「법률가의 이야기」.
호메로스·베르길리우스·셰익스피어·드라이든·밀턴·채터턴, 그리고 근년의 많은 일류 시인은 판단점성술의 탁월함을 드러내는 일이 전혀 부적절하지 않다고 여겼다. 영감을 받은 저술가들도 천체들이 ‘징조와 계절과 날과 해를 위하여’ 창조되었으며, ‘별들이 자기 궤도에서 시스라와 싸웠고’, ‘하늘은 신의 영광을 선포하며 궁창은 그 손으로 지으신 일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하늘의 황금 알파벳— 달리는 이라도 읽을 수 있으리라.
— 영(Young).
〔역주: 이 부의 자연철학적 근거와 학문적 권위에 관한 진술들은 1825년 저술의 주장이다. 번역문에서 이를 현대 과학의 검증 결과로 바꾸지 않는다.〕
점성술의 근거로 제시된 뉴턴적 자연 원리
C04-S01 · 인쇄248–251쪽 제2절 직전 · PDF296–299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1절 — 점성술이 근거하는 자연의 몇 가지 원리
나는 믿지 않으리, 위대한 건축가가 하늘의 아치에 이 모든 불빛을 장식한 것이 단지 보여 주기 위함이며, 이 반짝이는 방패들로 들판을 지키는 가난한 목자들을 놀라게 하려는 것이라고. 나는 믿지 않으리, 정원의 가장자리나 길가 둑을 꾸미는 가장 작은 꽃, 어머니 땅이 따뜻한 무릎 속에 소중하게 감싸는 가장 작은 돌조차 저마다 고유한 덕능을 지니는데, 하늘의 별들에게만 아무것도 없다고!
— 뒤 바르타스(Du Bartas).
아이작 뉴턴 경은 『프린키피아』 제11절에서 말한다. ‘끌어당기는 물체들과 끌려가는 물체들의 작용은 언제나 서로 대등하다. 따라서 끌어당기는 물체도 끌려가는 물체도 정지 상태를 계속할 수 없다.’ 또 뒤에서는 말한다. ‘이제 구심력을 인력으로 생각하면서 서로 끌어당기는 물체들의 운동을 설명하려 한다. 다만 물리적으로 말한다면 이를 충격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쩌면 더 옳을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그 근거가 되는 권위에 의하여 충분히 확립된 원리로 적어 둘 뿐, 그 타당성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여 스스로 논쟁하려는 것은 아니다.
『에든버러 백과사전』의 「천문학」 항목 저자는 688쪽에서 말한다. ‘태양계를 이루는 모든 물체가 서로를 향하여 인력을 받고, 각 물체의 인력이 그 모든 입자의 인력의 합이므로, 이 체계 안에 있는 물질의 각 입자가 다른 모든 입자를 향하여 인력을 받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는 이어 말한다. ‘뉴턴은 실제로 그러하다고 가정할 때, 행성들이 우리가 실제로 발견하는 방식대로 서로 작용하는지를 더 탐구했다. 그 탐구의 결과는 그가 세운 가정이 관찰된 현상과 완전히 일치하며, 그 현상을 만들어 낼 유일한 법칙임을 보여 주었다.’
뉴턴 자신의 말에서 우리는 우선 모든 물질적 물체 사이에 어떤 상호 작용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이것을 인력이라는 말로 다루지만, 자신이 시사하듯 충격을 뜻한다. 따라서 자연의 모든 부분이 다른 모든 부분을 공감적으로 흔들거나 영향을 준다고 이해하도록 명백하게 이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합리적인 점성가가 자기 학문의 기초를 세우는 바로 그 무엇이다.
둘째로 우리는 ‘이 체계의 모든 물질 입자가 다른 모든 입자를 향하여 인력을 받는다’고 배운다. 그 법칙이란, 태양계의 모든 물체가 서로에게 미치는 인력의 효과가 각각의 물체를 이루는 물질 입자들의 양에 비례하며, 여러 종류의 물체 사이의 거리에 따른다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 두 뉴턴적 원리는 합리적인 점성술의 전체 체계가 올라설 수 있는 충분한 근거다. 뉴턴과 그 제자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여기서 무생물적 물질이 무생물적 물질에 미치는 작용만 논하려 했을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더 밀고 나아가, 각 원리가 표현된 말들이 허용하는 일반적인 방식으로 적용하기로 한다. 점성가들은 모두 경험으로 안다. 뉴턴이 인력 또는 충격이라고 부르고, 다른 저술가가 체계 전체에서 입자들이 입자를 향하여 인력을 받는 것으로 묘사한 그 입자들의 상호 맥동 작용에 의하여, 무생물적 물질뿐 아니라 생명 있는 물질도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뉴턴의 원리에 따르면 아다만트라고 부르는 그 단단한 돌의 모든 입자가 순순히 따르는 영향에 대하여, 동물의 뇌와 생명의 정수처럼 우리가 민감하다고 알고 있는 물질의 복합체가 그 작용을 저항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분명 없을 것이다. 자연 전체에 걸쳐 모든 물질 입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우리의 원리들이 말하는 연결을 설명하려고, 지적인 실체와 화강암 같은 실체를 비교할 필요가 생기는 것은 오직 사람들이 대부분 자기 정신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붙잡아 매고 점성술 같은 주제를 단순한 외관에서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물체가 미치는 작용의 효과가 그 입자들의 총합이 크거나 작은 데 따라 크거나 작게 나타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작용을 받는 물체와의 거리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양은 우리가 그 작용에 노출되는 자연물 가운데 가장 큰 물체다. 따라서 지구와 그 안에 든 모든 것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그러나 달은 태양보다 지구에 훨씬 가까우므로, 달을 이루는 물질 입자의 합이 태양의 입자 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만큼 작더라도, 지구와 그 안의 모든 것에 미치는 영향은 태양의 영향보다 상당히 크다.
뉴턴의 원리들이 주장하듯 태양이 크고 단단한 지구의 몸체를 끌어당긴다면, 동물의 몸을 이루는 더 미세한 물질에는 참으로 매우 강력한 효과를 미쳐야 한다는 것을 설명하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이 결과에서 그 원인을 추적하려 한다면, 무감각한 물질과 감각 있는 물질 사이에서 진행되는 상호 작용을 자신이 끊임없이 겪는 감각으로부터 단번에 알아보지 못할 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내가 아는 저자 가운데 지금까지 점성술의 학설을 뉴턴의 원리에 연결하려 한 사람은 없다. 실제로 자연의 모든 물체가 각각의 중심을 향하여 힘을 받거나 누르도록 하는 그 내재적 힘이 발견된 뒤, 점성술을 허망한 생각이라 깎아내리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많은 개인이 계속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의 원리에 따라 점성술을 수행했지만, 이를 코페르니쿠스 체계로 환원하고 그 법칙들이 다음의 자연적 작용과 얼마나 완벽하게 한결같은지를 보이려고 수고한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공전하는 물체에서는 중력(gravitation)이라고 부르고, 운동이 그 둘레에서 이루어지는 중심에서는 인력(attraction)이라고 부르는 작용이다.
이 부의 목적은 매우 흥미롭고 숭고한 이 학문의 합리적 근거에 새로운 빛을 던지는 데 있다. 그러므로 명철한 독자는 뉴턴의 실험 과정에서 이끌어 낸 철학적 기초를 한결같이 기억할 필요를 알 것이다. 곧 우주의 모든 물질 입자에는 공감적인 힘이나 영향이 주어져 있어, 자연의 체계 전체에 있는 다른 모든 입자와 감지되지 않는 방식으로 교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 제안한 원리를 점성술 학설에 적용하기 위하여 다음으로 필요한 일은, 우리가 채택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폭넓은 비교 방법으로, 여러 태양과 우주의 다른 거대한 구체가 각각 지닌 무수하고 거대하며 서로 다른 구조로 뭉친 입자들의 집합에 관하여 어느 정도의 관념을 얻으려 힘쓰는 것이다. 어떤 정신도 천체의 거대함과 다양함, 그 성질과 구조의 갖가지 모습을 이해할 만큼 충분히 확장될 수는 없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세계의 작은 일부인 태양계만을 어느 정도 적절하게 관조하는 데에도 깊은 능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거대한 지구는 그 안에서도 비교적 작은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
지구·태양·행성의 물질량 비교
C04-S02 · 인쇄251쪽 제2절–253쪽 체계 비교 직전 · PDF299–301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2절 — 태양계의 여러 물체에 모여 있는 물질의 비례적 양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둘레가 거의 25,000마일이며, 그것을 이루는 물질의 덩어리가 물보다 약 450배 조밀하다는 것을 실제로 알고 있다〔450은 원문 수치〕. 이 물체의 놀라운 크기에 대한 생각은 나라에서 나라로 가거나 지구 둘레를 항해하는 데 드는 시간을 상상하면 조금 더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지표면에 서로 다른 나라가 아주 많이 있고, 아직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도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많은 관념을 얻을 수 있다. 아직 탐험되지 않은 큰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가장 친숙한 이 거대한 구체를 생각하며 정신을 가능한 한 넓혀 두면, 지구 안의 물질의 비율을 지구와 함께하는 여러 천체에 든 양과 비교하여 추론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이 점을 가능한 한 간결한 형태로 제시하려고, 여기서는 각 행성에 든 물질의 비율을 지구 안에 응축된 물질의 양과만 비교한다. 그 뒤 같은 방식으로 각 행성의 질량을 태양의 질량과 비교하여 보여 주겠다. 먼저 다음과 같다.
| 비교하는 천체 | 그 천체와 비교한 지구의 물질량 — 원표의 표현 |
|---|---|
| 수성 | 약 6배 많음 |
| 금성 | 약 1과 1/10배 많음 |
| 화성 | 약 11½배 많음 |
| 목성 | 약 312배 적음 |
| 토성 | 약 98배 적음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약 17배 적음 |
| 달 | 약 40배 많음 |
이제 태양의 몸체에 쌓인 경이로운 물질의 집적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기를 권한다. 방금 지구와 여러 행성의 상대적인 크기를 살펴보았으므로 이것도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비교하는 천체 | 그 천체와 비교한 태양의 물질량 — 원표의 표현 |
|---|---|
| 수성 | 약 2,000,000배 많음 |
| 금성 | 약 400,000배 많음 |
| 지구 | 약 334,000배 많음 |
| 화성 | 약 4,000,000배 많음 |
| 목성 | 약 1,070배 많음 |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약 20,000배 많음 |
| 달 | 약 133,600,000배 많음 |
| 토성 | 약 3,400배 많음 |
어리석은 필멸자들아! 어찌하여 우리 자신을 속이며, 신이 쓰도록 허락한 힘들을 쓰지 않는가? 비천하게 천상의 정신을 깎아내리고 눈을 감아 스스로 보지 못하려 애쓰는가? 하늘을 보면서 어찌하여 각 별의 운명을 맡은 직무를 알기를 절망하는가? 자연을 열고 그 얼굴의 덮개를 걷으려면, 안으로 들어가 미로의 질서를 읽어라. 인간아, 너의 크기를 보지 말고 힘을 알라. 너의 고귀한 힘은 꿰뚫는 이성에 있다. 이성은 모든 것을 이기며 하늘을 다스린다.
— 마닐리우스.
이 광경 위에서 정신이 얼마 동안 머무르게 한 뒤, 다음 목표는 뉴턴의 원리로 되돌아갈 때 필연적으로 얻게 되는 인상을 가능한 한 깊이 새기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이 질량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상이다. 이 탐구 단계에서는 각 천체가 겪는 공전과 자전에 관하여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 그것들로 말미암아 천체들은 서로에 대한 위치를 끊임없이 바꾼다. 따라서 때때로 서로 다른 효과로 작용하게 된다. 끊임없는 위치 변화 때문에 어떤 때는 더 가까워지고 다른 때는 더 멀어지므로, 이 체계의 서로 다른 모든 부분에 미치는 힘이 계속 달라진다. 각 행성의 질량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 더 민감한 입자들은, 각 구체가 행사하는 인력이나 미는 힘에 따라 매 순간 위치를 바꾸도록 강제된다.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은 모든 점성술 논서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사분서에 바탕을 두며, 그 철학자가 제시한 우리 행성 집단의 중심과 순서는 현재 우세한 체계와 매우 다르다. 그러므로 여러 애스펙트의 효과로 나아가기 전에,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른 행성 순서와 코페르니쿠스 또는 뉴턴에 따른 순서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
〔역주: 위 두 표의 ‘몇 배 많다/적다’는 본판의 표현을 보존한 것이다. 물질량·크기·질량을 오가는 저자의 서술을 새 물리학 용어 체계로 정리하지 않았다. 특히 지구의 밀도 450배와 태양/달의 133,600,000이라는 값은 원인쇄의 수치이며 다른 비례값에 맞추어 고치지 않았다.〕
프톨레마이오스 체계와 1825년의 체계
C04-S03 · 인쇄253쪽 제3절–254쪽 끝 · PDF301–302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3절 — 두 천체 체계
| 순서 |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 | 순서 | 현재의 체계〔1825년 본판〕 |
|---|---|---|---|
| 중심 | 지구 | 중심 | 태양 |
| 1 | 달 | 1 | 수성 |
| 2 | 수성 | 2 | 금성 |
| 3 | 금성 | 3 | 지구와 달 |
| 4 | 태양 | 4 | 화성 |
| 5 | 화성 | 5·6·7·8 | 베스타·주노·세레스·팔라스 |
| 6 | 목성 | 9 | 목성 |
| 7 | 토성 | 10 | 토성 |
| 11 | 지오르기움 시두스 |
철학의 이 기이한 부분에 관계되는 미세하고 난해한 갈래를 모조리 따라 들어가는 것은 저자와 독자 모두에게 매우 지루할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계획과도 맞지 않는다. 앞의 여러 쪽에서 각 행성이 작용에 동원하는 물질의 비율을 보여 주어, 어느 행성이 다른 행성에 미치는 힘을 마음으로 가늠하는 데 충분한 계산을 제공했다. 이 주제가 주로 염두에 두는 독자들은 자기 판단력으로 다음 논증들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천체 사이의 거리 차이에서 생기는 효과의 차이, 또 원지점과 근지점 사이에서 생기는 특유한 위치 변화에 관한 논증이다. 그 변화로 대기에 특수한 효과의 변동이 생기며, 따라서 그 안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적 자연에도 변동이 생긴다.
지금까지 점성술 이론에 관하여 말한 것은 이 학문의 기본 원리를 넘어서지 않는다. 다음에는 이미 세운 원리 위에서, 물질이 물질에, 천체가 지상의 물체에, 별이 인간에게 미치는 지속적이고 변동하는 작용에 관한 논증들을 내놓겠다.
태양·달·행성·별들이 지구와 그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만큼 철학에서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은 없다. 날씨의 끊임없고 주기적인 변화, 특정 기후에서 겪는 일정한 바람과 변덕스러운 바람, 여러 계절에 특유한 현상, 필요하다면 들 수 있는 그 밖의 많은 효과는 그런 행성 영향의 존재를 의심할 수 없게 만드는 증거들이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들보다 더 눈에 띄게 행성 영향의 효과를 예시하고 상당히 잘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 하나 있다. 곧 바다의 번갈아 일어나는 밀물과 썰물이다. 자연의 이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점성술 교설의 근거가 되는 작용들과 너무나 유사하므로, 아무리 면밀히 살펴도 지나치지 않는다. 대기의 변동과 더욱 세밀하게 비교할수록 후자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점성술이라는 학문도 더욱 존중받게 될 것이다. 이 부분의 논의는 바다의 밀려듦과 물러남이 제공하는 천체 영향의 논증과 예시 수단에 한정하겠다.
조수의 주기·높이·비율과 천체 영향
C04-S04 · 인쇄255쪽 제4절–256쪽 제5절 직전 · PDF303–304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4절 — 조수에서 이끌어 낸 별의 영향에 관한 논증
여기서 쓰는 조수(tide)라는 말은 바닷물이 지구의 모든 나라의 해안으로 주기적으로 다가왔다가 그곳에서 번갈아 물러나는 것을 뜻한다. 바다의 조수는 달의 천문학과 매우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흐름에 장애가 없는 곳에서는, 달이 어떤 장소의 지평선상 남남서 지점 근처에 있을 때 대체로 만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물이 가장 높이 올라가는 곳은 달보다 동쪽으로 약 20도, 또는 20도에서 25도 사이가 된다. 조수의 모든 작용은 만조와 간조라 불리는 정해진 두 한계 사이에 머문다. 한 번의 만조와 그다음 만조 사이의 간격은 달이 지구 둘레를 겉보기로 도는 시간의 절반인 12시간 25분이다. 따라서 24시간 50분 동안 조수는 모든 해안에서 두 번 밀려들고 물러난다.
지금까지는 조수 현상을 달의 영향만으로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달뿐 아니라 태양에도 바다를 끊임없이 흔드는 힘이 있으며, 그 힘은 달의 영향과 합쳐지는지 맞서는지에 따라 특별한 효과를 낸다. 일반적인 경험은 달의 힘과 태양의 힘이 대략 5 대 2임을 보여 주었다. 또한 태양이 달과 스퀘어일 때에는 조수의 높이에서 달의 효과를 30½인치 낮추거나 줄인다고 알려져 있다. 이때 두 광체는 모든 스퀘어 애스펙트에서 그러하듯 서로 직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달의 효과만으로는 약 6피트 높이의 상승이 생긴다. 그러므로 장애가 없는 곳의 평균 사리 조수는 다음과 같아야 한다.
사리의 평균: 30½ + 72 = 102½인치. 조금의 평균: 72 − 30½ = 41½인치.
이는 지역 사정을 고려에서 빼면 일반적으로 관찰과 들어맞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구로부터 각 광체까지의 거리는 변하므로, 서로 다른 강도의 힘이 끊임없이 작용한다. 따라서 이 비율들이나 다른 어떤 비율도 일정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다만 우리의 현재 목적, 곧 태양과 달이 컨정션이나 스퀘어에 있고 그 위치에서 지상의 물질에 작용할 때 그 영향이 어떤 성질인지를 대강 이해하도록 하는 데는 충분하다.
조수의 크기에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은 달까지의 거리다. 따라서 달의 교란하는 힘과 태양의 그 힘 사이의 비는 어떤 때에는 6 대 2이고 다른 때에는 4 대 2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앞의 경우에는 사리의 평균이 8½피트인 대신 10피트가 되며, 뒤의 경우에는 7½피트에 불과하다. 그러나 태양과 달뿐 아니라 모든 행성은 바닷물에 중력을 행사한다. 열 개의 주행성(primary planets)의 영향이 한꺼번에 모두 작용한다면, 태양과 달의 힘을 합친 것과의 비율이 대략 1 대 100이 될 것이다. 따라서 평균 사리 조수가 102인치일 때 행성들의 합쳐진 영향은 이를 약 1인치 올릴 것이다.
사리일 때 달이 근지점에 있으면, 그 조수는 평균 사리보다 적어도 2¾피트 더 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달이 원지점에 있을 때의 사리는 일반적으로 2¾피트 모자라는 차이를 보일 것이다.
달의 적위가 북쪽이고 장소의 위도도 북쪽이면, 달이 지평선 위에 있을 때 일어나는 조수는 같은 날 달이 지평선 아래에 있을 때 일어나는 조수보다 크다. 장소의 위도가 달의 적위와 반대쪽이면 효과는 거꾸로 된다.
〔역주: 수치와 비율은 저자가 제시한 역사적 조석 설명이다. 인쇄255쪽의 102½인치와 다음 쪽의 102인치·8½피트를 모두 그대로 두었다. 현대의 조석 예측이나 힘의 비율로 교체하지 않았다.〕
조수의 논증을 점성술에 확장함
C04-S05-A · 인쇄256쪽 제5절–257쪽 끝 · PDF304–305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5절 — 조수에 관한 사실을 점성술에 적용함
태양·달·행성이 각각 바닷물에 작용하는 데 관한 가장 뚜렷한 사실 몇 가지를 이처럼 제시했으므로, 운동·거리·적위·위상·상호 애스펙트의 모든 불균등이 각기 비례적인 효과에 관한 관찰과 일치한다는 점을 보지 못할 수 없다. 이는 천체가 지상의 물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을 그 무엇도 무너뜨리거나 흔들 수조차 없는 기초 위에 세우는 증거의 집합을 제공한다. 실제로 조수에서 원인과 결과 사이의 특유하고 정밀하게 대응하는 비율을 알면서, 동시에 수학적 능력과 자연의 기계적 구조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갖추어 이 공감적 관계들을 발견하고 점성술의 질문들에 일반화할 수 있는 사람은, 다음을 인정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별에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영향이 있으며, 그 영향이 지구에서 끊임없이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바다의 밀물과 썰물처럼 세계의 모든 지역을 쉼 없이 맹렬하게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피타고라스는 세계가 신적인 영혼에 의하여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천체들과 우리 지구를 둘러싼 엄청난 물의 덩어리 사이에서 그렇게 놀랍게 드러나는 자연의 기적 같은 공감, 그 물의 덩어리를 공감적 영향이 쉼 없이 뒤흔드는 것을 살펴보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 뛰어난 현자의 교설을 떠올리게 된다. 우리가 끊임없이 겪는 공감들을 깊이 들여다볼 때, 이를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 작용에 돌린 사람들과 다투기는 어렵다. 우리는 오소리·고슴도치·산토끼 및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동물에게 예지의 재능이 강하게 심어져 있음을 본다. 새와 파충류도 놀라운 예견 능력이 있음을 본다. 그러니 천체들과 인간의 몸과 영혼 사이에서 끊임없이 효과가 작용한다는 것을 누가 보지 못하겠는가? 물질의 한 몸체에서 다른 몸체로 전달되어, 우리가 목격하는 이 이상한 공감들을 만들어 내는 에테르적 발산물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는 선언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 공감들이 생긴다는 것을 안다. 그것들을 우리가 행성의 영향이라 부르는 것에 연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알려진 원인에 딸리는 효과를 미리 내다볼 건전한 근거가 있음을 보여 주기에 충분하다.
생물·무생물의 차이와 기압의 유비
C04-S05-B · 인쇄258–259쪽 반복 제5절 · PDF306–307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5절〔인쇄에서 반복된 번호〕 — 점성가들이 반드시 구별해야 할 점
생명 있는 물질과 생명 없는 물질에 행사되는 행성 영향의 효과 사이의 구별.
태양·달·행성들이 각각 바닷물에 작용하는 힘의 비례에 관하여 앞서 말한 내용을 주의 깊게 검토한 사람은, 의심할 여지 없이 다음과 같이 추론했을 것이다. 저 천체들이 바다처럼 거친 물질의 거대한 덩어리조차 그 본성인 움직임 없는 고요에 거슬러 주기적으로 뒤집히고 일렁이도록 강제한다면, 각각의 영향은 지구에 연결된 모든 종류의 물질, 감각 있는 것과 감각 없는 것 무엇이든 그 상태를 흔들고 바꾸는 데 작용해야 한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정신은 합리적인 점성술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무생물적 몸체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밀어내는 성질, 또는 중력이나 인력을 행사하는 능력만 살펴보았다. 무생물과 생물 사이에 있는 공감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이미 취한 것과 다른 추론의 길에 의지해야 한다. 많은 철학적 진리가 있는 곳은 너무 깊고 거기에 이르기도 어려우므로, 고대인들에게는 Veritas in puteo, 곧 ‘진리는 우물 안에 있다’는 말이 있었다. 그 진리를 그것이 사는 깊고 어두운 곳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올바르게 이어지는 추론뿐이며, 자연점성술과 판단점성술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적당히 살집이 있는 사람의 온몸 표면은 약 ‘열네 피트 스퀘어’다〔fourteen feet square: 넓이 표기의 뜻은 불명료함〕. 그리고 ‘온도계’〔thermometer, 원문대로〕의 수은이 오르내리게 하는 압력은 그 변화를 통하여 다음을 보여 준다. 공기가 가장 무거운 때에 그 몸은 바깥에서 33,905파운드의 압력을 받지만, 대기가 가벼울 때 같은 몸에 가해지는 압력은 30,624파운드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사람의 몸 바깥에는 3,281파운드에 이르는 무게의 증가나 감소가 작용할 수 있다. 기압계(barometer)의 변동이 충분히 증명하듯, 그런 변화를 몇 시간마다 겪을 수도 있다.
이제 우리는 그 엄청난 바깥의 압력이 몸 안에 있는 어떤 적절한 저항 수단으로 알맞게 상쇄되지 않는다면 견딜 수 없음을 잘 안다. 대기의 이런 변동에 스스로 적응할 내적 수단들은 자연의 창조자가 모든 동물의 몸에 마련해 주셨다. 그러나 편안함에 필요한 그 평형은 끊임없이 흐트러진다. 바닷물의 밀고 당김에 비할 만한 동요를 살아 있는 모든 동물이 끊임없이 겪는다. 생명의 조수가 영원히 출렁이고 일렁이는 일은 바다의 변동을 일으키는 바로 그 원인, 곧 행성의 영향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건강하고 모든 지체가 완전한 몸에서는 대기가 갑자기 바뀌는 동안에도 맥동, 또는 기관들의 자연적 진동이 곧 안정을 이룰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체나 기관에 이상이 있으면 내부 물질의 자유롭고 빠른 순환이 막히고, 그 결과 아프거나 불쾌한 감각이 생긴다. 내부의 저항과 외부의 힘 사이에 완전한 평형이 되돌아오기 전에는 이것들이 그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인간의 몸에 뚜렷한 영향이 일어나면, 그 육체적 감각이 기분 좋은 것이든 고통스러운 것이든 그것을 일으킨 효과를 정신도 동시에 함께 겪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같은 존재들이 대기의 변화로 끊임없이 겪는 변전을 한 학식 있는 시인이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Temperie cœli, corpusque animusque mutatur.” 대기의 기온에 따라, 우리가 보듯이, 몸도 마음도 달라진다.
이로써 행성들의 합쳐지거나 서로 거스르는 영향이, 비교하자면 바닷물의 조수 현상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표면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몸과 마음에 일정한 효과를 내도록 끊임없이 작용한다는 것이 정당하게 증명되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과 행동, 개인과 나라들의 운명은 이런 방식으로 상당 부분 행성의 지배 아래 있다는 것이다.
〔역주: 마지막 결론은 저자의 자연철학적 논증이다. 수치의 산술 관계인 33,905 − 30,624 = 3,281만 일치하며, 이것이 생리·의학적 설명 전체나 점성술적 결론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점성술의 학습과 저술 검토에 관한 관찰
C04-S06 · 인쇄260–262쪽 제7절 직전 · PDF308–310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6절 — 점성술 실천에 관한 관찰
모든 시대에 이 논고의 주제인 고상한 학문은 경건함과 도덕성으로 귀하게 여겨지고 학식으로 높이 평가받은 사람들 가운데 확고하고 열렬한 옹호자를 가졌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그 학문의 원리에 무지하거나, 모든 종교의 근본 토대가 되는 자연의 계시에서 이유를 찾아내지 못하는 완고한 자들이다. 나는 모든 불경과 잘못된 것을 단호하게 반대하는 어떤 사람이 다음의 말을 했을 때 옳게 말했다고 생각한다. ‘학문과 참된 덕 사이에, 곧 종교 그 자체를 이루는 모든 것과 학문 사이에 영원하고 필수적이며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인정한다면, 이성적인 학문·성경·신앙·계시 어느 것도 이웃의 순전함을 깨뜨리는 것보다 더 부당하고 모욕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신의 나라를 나누려 하고 성과 성을 서로 맞세워 싸우도록 만들어 내지만, 우리는 누구에게나 그들이 원하는 훌륭하고 이로운 모든 것을 넉넉히 탐구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참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그들을 꺾어 눌러, 그들이 너무도 그럴듯한 근거 위에 큰 희망을 세운 지식을 얻지 못하게 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 부에서는 무생물과 생물 사이에 끊임없이 작용하는 영적이거나 원자적인 영향이 있다는 것을 누구라도 부인하려 한다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여겨질 만하도록, 우리가 채택한 원리들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기에 일어나는 모든 변화가 천체의 위치·애스펙트·운동에 따라 생긴다는 것을 누구라도 곰곰이 생각하면서 의심한다면, 이를 살필 자연적 이성의 힘이 심하게 결여된 사람이라 여겨질 만하도록 논증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점성술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진정한 숙련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큰 수고와 정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 우주의 지도를 지니고, 모든 경우에 그것을 정확하게 지배하는 원리들 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자연의 가장 은밀하고 미묘한 작용들을 추적하고 서로 비교하여 거기서 결론을 끌어내는 데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자기 학문을 지적으로 적용하고 매일 겪는 사건들에 비추어 추적하기에 앞서, 여러 사인에 속하는 영향의 특수한 성질과 그 사인을 이루는 물질의 양, 다른 성좌들과 그것들 사이의 거리 및 힘을 잘 알아야 한다.
행성들의 거리와 애스펙트, 곧 각도와 도수를 아는 것만으로 점성술에 뛰어나질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것들을 기초의 일부로서 완전히 이해할 필요가 있음은 여전하다. 기초를 익히는 과정에서는 사인과 행성의 성질, 천구도의 열두 하우스가 가진 여러 표시 의미를 완전히 아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다. 천구도를 세우는 데에도 능숙해야 하고, 그때그때 살피는 주제에 따라 하우스의 의미를 달리 적용하는 데에도 능숙해야 한다.
이 준비 단계를 가능한 한 완전하게 익히려 할 때, 학생은 자기가 참고하는 저자들에게서 불일치와 상반된 견해를 발견함으로써 더 큰 어려움을 넘어야 한다. 그들은 대부분 저마다 근거 없는 생각들을 많이 내세웠다. 그러므로 분별 있는 정신만이 그중 무엇을 골라 체계를 이룰지 알 수 있다. 프톨레마이오스 이후에, 어느 한 권만 그 자체로 표준으로 삼아 따를 수 있는 일관되게 쓴 논서는 찾을 수 없다. 그렇지만 모든 논서에는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무엇인가가 들어 있다. 따라서 유일한 길은 곧 손에 넣을 수 있는 훌륭한 대가들의 책을 가능한 한 많이 검토하는 것이다. 그 원리들을 철학적으로 탐구하면 자연 연구에 익숙한 사람은 낡은 교설과 환상적 관념에서 벗어난 이론을 끌어낼 수 있다.
이 주제의 저술 가운데 독창적인 저자이자 최초의 길잡이들로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것은 프톨레마이오스의 『De Judiciis Astrologicis』, 마닐리우스의 『Astronomicon』, 밥티스타 포르타의 『Speculum Astrologiæ』〔본판의 귀속〕, 그 뒤의 플라키두스·모리누스·레기오몬타누스·캄파누스·알카비티우스 등의 저작이다. 또한 이 저작들이 릴리(Lily)·와튼(Wharton)·‘Bishop Coley’〔원문의 연속 표기〕·패트리지·개드버리·파커 등에게서 각각 어떻게 이해되고 옮겨졌는지도 참고해야 한다. 뒤의 저자들은 대부분 정돈된 체계 없이 수집과 발췌만 충분히 제공했다.
근대인들 가운데서는 헤이던·볼·스래셔·풀·멘스포스·시블리·화이트의 저작을 들 수 있다. 어느 것도 표준으로 권할 수는 없지만, 각 책에서 골라 뽑을 만한 부분들은 있다. 여기에 점성술 저자들 가운데 가장 최근의 인물인 윌슨을 더할 수 있다. 기이한 견해가 많이 들어 있기는 해도 그의 사전은 분명 유용한 참고서다. 그의 책이 출판된 뒤 이 학문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다른 논고는 나타나지 않았으며, 사람들이 그토록 한탄하던 점성술 정보의 빈곤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 간결한 논고에서는 우리의 범위가 허락하는 한 그 결핍을 해소하는 일을 맡으려 한다. 이 천상의 학문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반가운 것이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전제했으니, 이제 점성술의 상징적 기호들과 첫 원리들을 살펴보겠다. 첫째는 다음과 같다.
〔역주: 저작들의 귀속·평가·출판 상황은 본판 저자의 서술이다. 『Speculum Astrologiæ』를 다른 저자에게 다시 배속하거나 ‘Bishop Coley’ 사이에 쉼표를 넣는 식으로 조용히 고치지 않았다.〕
열두 사인의 기호·성질·상승 분류
C04-S07 · 인쇄262쪽 제7절 전체 · PDF310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7절 — 열두 사인과 그 구분
황도대는 천구의 큰 원이며 360도로 나뉜다. 각 도는 분이라고 부르는 60개의 구분으로 다시 나뉘고, 각 분은 60초로 나뉜다. 각 사인은 그 도수 가운데 30도를 포함하므로 열두 사인이 황도대 전체를 채운다. 12 곱하기 30이 360이기 때문이다. 그 기호와 분류는 다음과 같다.
| 분류 | 원문 순서대로의 기호와 사인 |
|---|---|
| 이동 사인(moveable) | ♈ 양자리 · ♋ 게자리 · ♎ 천칭자리 · ♑ 염소자리 |
| 고정 사인(fixed) | ♉ 황소자리 · ♌ 사자자리 · ♏ 전갈자리 · ♒ 물병자리 |
| 공통 사인(common) | ♊ 쌍둥이자리 · ♍ 처녀자리 · ♐ 사수자리 · ♓ 물고기자리 |
또 다음과 같이 나뉜다.
| 분류 | 기호와 사인 |
|---|---|
| 직상승의 사인(signs of right ascension) | ♋ 게자리 · ♌ 사자자리 · ♍ 처녀자리 · ♎ 천칭자리 · ♏ 전갈자리 · ♐ 사수자리 |
| 사선상승의 사인(signs of oblique ascension) | ♑ 염소자리 · ♒ 물병자리 · ♓ 물고기자리 · ♈ 양자리 · ♉ 황소자리 · ♊ 쌍둥이자리 |
| 두 몸을 지닌 사인 | ♊ 쌍둥이자리 · ♓ 물고기자리 및 ♐ 사수자리의 첫머리 |
| 다산의 사인 | ♋ 게자리 · ♏ 전갈자리 · ♓ 물고기자리 |
| 불임의 사인 | ♊ 쌍둥이자리 · ♌ 사자자리 · ♍ 처녀자리 |
| 사족, 곧 네 발을 지닌 사인 | ♈ 양자리 · ♉ 황소자리 · ♌ 사자자리 · ♐ 사수자리 · ♑ 염소자리 |
이 사인들을 고정·공통·이동이라고 부르는 것은, 태양이 그 가운데 하나에 있을 때 한 해의 계절과 대응하여 날씨가 변하거나 고정되거나 그 둘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 분류 | 기호와 사인 |
|---|---|
| 불과 공기에 속하는 남성 사인 | ♈ 양자리 · ♊ 쌍둥이자리 · ♌ 사자자리 · ♎ 천칭자리 · ♐ 사수자리 · ♒ 물병자리 |
| 땅과 물에 속하는 여성 사인 | ♉ 황소자리 · ♋ 게자리 · ♍ 처녀자리 · ♏ 전갈자리 · ♑ 염소자리 · ♓ 물고기자리 |
〔역주: 기호들은 원도표의 순서대로 현대 유니코드 천문 기호로 전사했다. ‘직상승/사선상승의 사인’은 이 문맥의 분류 명칭이며, 사인 자체를 좌표 수치인 적경이나 사선상승값과 동일시하지 않는다. 사수자리의 ‘첫머리’도 원문 그대로다.〕
황도대의 이름과 계절적 상징 해석
C04-S08 · 인쇄263–264쪽 · PDF311–312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8절 — 황도대
황도대는 천체들, 특히 태양을 둘러싸는 원으로서, 황도 위아래로 뻗은 띠와 같은 모습이다. 너비는 약 18도이며 다음과 같이 열두 부분으로 나뉜다.
| 원어 이름 | 뜻과 한국어 사인 이름 |
|---|---|
| Aries | 숫양 — 양자리 |
| Taurus | 황소 — 황소자리 |
| Gemini | 쌍둥이 — 쌍둥이자리 |
| Cancer | 게 — 게자리 |
| Leo | 사자 — 사자자리 |
| Virgo | 처녀 — 처녀자리 |
| Libra | 저울 — 천칭자리 |
| Scorpio | 전갈 — 전갈자리 |
| Sagittarius | 궁수 — 사수자리 |
| Capricorn | 염소 — 염소자리 |
| Aquarius | 물을 붓는 이 — 물병자리 |
| Pisces | 물고기들 — 물고기자리 |
앞의 여섯은 적도 또는 분점원 위에 놓인 황도의 부분에 있으므로 북쪽 사인, 또는 여름 사인이라 부른다. 뒤의 여섯은 남쪽 사인, 또는 겨울 사인이라 부른다. 태양이 그것들을 지날 때 우리에게서 더 멀리 있고 더 사선 방향에 있는 듯 보이며, 그 광선도 뒤의 여섯 사인을 지나는 동안 더 큰 각도로 우리에게 내리쬐기 때문이다.
황도대에 처음 이런 이름을 붙인 동방 민족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분명 각 사인이 맡은 영향과 관련시켜 이름을 붙였다. 태양이 사인들을 차례로 지나는 동안 지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표현하도록 이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자리, 곧 숫양은 그때의 계절에 양들이 새끼를 낳고 어린 양들이 어미를 따라다닌다는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태양이 황소자리를 지나면 소들이 송아지를 낳으며, 그래서 둘째 사인에 황소가 그려진 듯하다. 셋째 달 또는 태양이 쌍둥이자리를 지나는 동안에는 염소들이 새끼를 낳는다. 처음에 이 사인은 두 마리 새끼 염소로 그려졌는데, 이 동물은 보통 두 마리씩 낳는 반면 양과 소는 대개 한 번에 하나씩만 낳기 때문이다.
게라는 사인은 태양이 우리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도달하여 다시 남쪽으로 물러서려는 순간을 가리킨다. 이런 뜻에서 게가 매우 알맞은 상징임은 의심할 수 없다. 이 동물은 자연스럽게 옆으로나 뒤로 걷기 때문이다.
사자자리 사인은 여름 한가운데에 작용하는 태양 광선의 사납고 격렬한 힘을 잘 표현한다. 여섯째 사인은 처녀자리로, 이삭을 손에 든 추수하는 여인으로 그려진다. 지구의 곡식이 익었다는 것, 곧 수확기를 분명히 나타낸다.
전갈자리 사인에는 예전에 황도대의 두 구획이 주어졌다. 이는 더운 지방에서 가을에 흔히 생기는 두 가지 일을 나타내려는 것이었다. 첫째는 그때 풍부한 과일이 사람들을 유혹하여 지나치게 먹게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이 달에는 어느 정도 독을 지닌 전갈의 집게가 나타나, 몸에 해로울 만큼 지나치게 즐기지 말라고 사람들에게 경고하려는 듯하다. 둘째 구획에는 전갈의 독침이 있는 꼬리가 그려져 있다. 앞의 기간에 경고한 질병이 마지막 불운한 달의 경과 중에 완성되는 것을 나타내는 듯하다.
궁수를 그린 사수자리는 태양이 하늘의 그 부분을 지나는 동안 사냥철이 왔고 나무들이 잎을 떨어뜨려 사냥꾼이 사냥감을 발견할 틈을 준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 그래서 이 사인은 활과 화살을 들고 사냥하러 나가는 사람으로 묘사되며, 때로는 한 손에 죽음의 곤봉을 들기도 한다.
염소자리는 태양이 남쪽으로 가장 멀리 떨어진 때를 맡는다. 그때 태양은 다시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동방 사람들에게는 천구의 아치를 다시 기어오르려는 듯 보였다. 높은 산으로 올라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성향인 야생 염소만큼, 그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하여 점점 높아지는 태양의 운동을 잘 나타낼 상징은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열한째 사인은 물병자리이며, 물병에서 물을 쏟아내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는 태양이 그 사인을 지나는 동안 널리 이어지는 축축하고 불편한 날씨에 대한 알맞은 상징이다.
태양 궤도의 열두째이자 마지막 구획은 ‘끈으로 함께 묶은 두 마리 물고기’로 묘사된다. 그 기이한 묘사의 유래를 추적하기란 어렵지 않다. 태양이 하늘의 이 부분을 지날 때면, 동방 민족의 관습에 따르면 혹독한 계절은 끝났다. 그러나 가축 떼가 먹을 것을 제공할 만큼 불어나지는 않았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들이 붙인 이름대로 ‘작은 물’과 ‘큰 물’, 곧 물고기가 풍부한 곳으로 가서 식량을 마련했다. 그래서 태양이 이 마지막 사인을 지나는 동안 그를 나타내도록, 묶인 두 물고기를 그려 넣었던 것이다.
이 기이한 상형문자들의 뜻에 관해서는 다양한 추측이 이어져 왔다. 나는 그중 가장 근거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여기서 제시했다.
〔역주: 사인 이름의 기원과 계절의 대응은 마지막 문장에서 저자 자신이 밝히듯 여러 추측 중 채택한 설명이다. 천칭자리는 목록에는 있지만 뒤의 기원 설명에는 별도 문단이 없고, 전갈에 두 구획이 있었다는 설명이 대신 놓여 있다.〕
애스펙트와 파틸·플래틱의 정의
C04-S09-A · 인쇄265–267쪽 · PDF313–315면 · 미서명 서술자
제4부 제9절 — 애스펙트
애스펙트는 조디아칼(zodiacal)과 먼데인(mundane)의 두 종류로 나뉜다. 앞의 것은 황도 위의 도수로, 뒤의 것은 행성들의 반주호(semi-arc)로 잰다. 이 주호 또는 시간의 반은 별이 떠서 지는 데 걸리는 시간의 절반, 또는 그 반대의 절반이다. 그러므로 태양이 지평선 위에 16시간 있으면, 그 주간 반주호는 8시간이며 오전 4시부터 정오 12시까지다. 같은 날 태양은 지평선 아래에 8시간 있으므로 야간 반주호는 4시간이다. 같은 때 태양이 차지한 하늘의 지점에 어떤 행성이나 별이 있다면, 그것에도 같은 규칙이 적용된다.
☌, 컨정션은 두 행성이 하늘의 같은 장소에 있는 것이다. 곧 같은 사인·같은 도·같은 분에 있는 경우다. 이 애스펙트는 그 궤도에서 만나는 행성들이 서로 친구인지 적인지에 따라 좋거나 나쁘다. 또한 살피는 주제에 어떤 행성이 호의적인지 불리한지에 따라서도 그 성질이 정해진다.
**세미섹스타일(semi-sextile)**은 서로 30도 떨어진 행성들의 애스펙트다. 황도대의 12분의 1에 해당하며 약간 이로운 애스펙트다.
세미쿼드레이트(semi-quadrate) 또는 **세미쿼타일(semi-quartile)**은 황도의 8분의 1, 곧 45도다. 플라키두스는 이것이 어떤 영향도 갖는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 해롭다. 실제로 이것이 종종 두 행성의 스퀘어만큼, 또는 그보다 더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여길 많은 이유가 있다.
⚹, 섹스타일은 두 행성이 서로 60도, 곧 황도대 원의 6분의 1만큼 떨어져 있을 때 이루어진다. 섹스타일은 불완전한 사랑 또는 우정의 애스펙트라 부른다. 두 행성 또는 표시자가 서로 섹스타일일 때, 그들은 분쟁·혼인 협의 또는 어떤 질문의 대상이든 친구들의 도움으로 행복하게 끝나거나 이루어질 수 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또는 그런 도움이 없으면 반대 결과가 생길 수 있음을 나타낸다. 일반적으로 유리한 종류의 징조로 여겨진다.
□, 쿼타일(quartile) 애스펙트는 두 행성이 서로 90도, 곧 황도대 원의 4분의 1에 놓인 것으로 이해한다. 쿼타일은 불완전한 미움의 애스펙트로 여겨지며 섹스타일과 반대로 작용한다. 섹스타일이 우정·조화·행운으로 향하는 것처럼, 쿼타일은 다툼과 불행으로 더 기운다.
△, 트라인 애스펙트는 행성들이 서로 120도, 곧 황도대 원의 3분의 1만큼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 이것은 가장 완전한 일치·우정·평화의 애스펙트다. 행성들이 트라인일 때에는 정확히 같은 트리플리시티와 성질의 사인들에 놓이기 때문에 그렇게 여겨진다. 곧 둘 다 땅·공기·불·물 가운데 같은 종류의 사인에 있으며, 따라서 서로의 영향을 보탠다는 뜻이다.
**퀸타일(quintile)**은 원의 5분의 1이며 황도상의 72도를 포함한다. 플라키두스는 이를 좋은 애스펙트 중 하나로 인정하지만, 그것에 큰 효력이 있다고 생각할 근거는 거의 없다.
**세스퀴쿼드레이트(sesquiquadrate)**는 세미쿼타일의 반대 지점이며, 그것과 마찬가지로 불화의 애스펙트다. 경험은 둘의 효과가 모두 매우 강력함을 보여 준다. 그 영향은 특히 날씨에서 관찰할 수 있다. 달이 태양과 세스퀴쿼드레이트 또는 세미쿼타일을 이룰 때의 변화가, 달이 태양과 스퀘어나 오포지션을 이룰 때보다 더 자주 생기기 때문이다. 황도대에서 135도를 포함한다.
바이퀸타일(biquintile) 또는 두 배의 퀸타일은 황도의 144도다. 퀸타일처럼 좋다고 여겨지며 플라키두스도 그렇게 인정한다. 그러나 경험은 이 견해를 전적으로 뒷받침하지는 않는 듯하다.
☍, 두 행성의 오포지션은 서로 180도, 곧 황도대 전체 거리의 정확히 절반만큼 떨어져 있음을 뜻한다. 이로써 하늘에서 서로 정반대에 놓인다. 이것은 완전한 미움 또는 뿌리 깊은 악의와 적대의 애스펙트로 여겨진다. 트라인이 선의를 베푸는 만큼 그 효과는 해로우며, 스퀘어가 지닌 파괴적 경향의 두 배다. 따라서 오포지션은 완전한 적대의 애스펙트라 정당하게 불린다.
이 애스펙트들은 모두 **파틸(partile)**과 플래틱(platic) 애스펙트로 나뉜다. 파틸 애스펙트란 두 행성 사이가 완전한 애스펙트를 이루는 도수만큼 정확히 떨어진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금성이 게자리 12도에, 목성이 처녀자리 12도에 있다면 파틸 섹스타일이다. 모든 완전한 애스펙트는 파틸이며, 그것이 좋든 나쁘든 예고되는 일이나 사물이 가까이 왔음을 뜻한다.
플래틱 애스펙트는 두 행성이 각자 광선 또는 오브의 도수 가운데 절반을 받아들이도록 놓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즉 두 행성 사이의 거리가 각각의 오브 또는 방사의 절반을 더한 범위 안에 들면 플래틱 애스펙트를 이룬다.
이 애스펙트들에서는 두 행성의 함께 작용함이 떠나가는 중인지 다가오는 중인지를 살펴야 한다. 그에 비례하여 그것이 어떤 주제든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행성이 자기 하우스·엑설테이션·트리플리시티에 놓이면 본질적으로 강하다. 곧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이에 관한 표는 다음과 같다.
〔역주: 이곳의 먼데인 애스펙트는 국가·세계의 사건을 뜻하는 분류가 아니라 반주호를 이용하는 측정과 관련된 말이다. 플라키두스의 입장에 대한 서술과 그에 대한 본판 저자의 반론도 구별한다.〕
본질적 디그니티와 오브 표
C04-S09-B · 인쇄268–269쪽 · PDF316–317면 · 미서명 서술자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에 따른 행성의 본질적 디그니티 표
〔표의 D는 주간, N은 야간이다. ‘하우스’는 여기서 행성의 사인 지배를 뜻하며, 천구도의 제1–12하우스와는 별개다. 원표의 빈칸은 ‘—’로 나타낸다.〕
| 사인 | 행성의 하우스 — 주·야 | 엑설테이션 | 트리플리시티 — 주간 | 트리플리시티 — 야간 | 디트리먼트 | 폴 |
|---|---|---|---|---|---|---|
| ♈ 양자리 | ♂ 화성 D | ☉ 태양 19° | ☉ 태양 | ♃ 목성 | ♀ 금성 | ♄ 토성 |
| ♉ 황소자리 | ♀ 금성 N | ☽ 달 3° | ♀ 금성 | ☽ 달 | ♄ 토성〔원표〕 | — |
| ♊ 쌍둥이자리 | ☿ 수성 D | ☊ 용의 머리 3° | ♄ 토성 | ☿ 수성 | ♃ 목성 | ☋ 용의 꼬리 |
| ♋ 게자리 | ☽ 달 N·D | ♃ 목성 15° | ♂ 화성 | ♂ 화성 | ♄ 토성 | ♂ 화성 |
| ♌ 사자자리 | ☉ 태양 N·D | — | ☉ 태양 | ♃ 목성 | ♄ 토성 | — |
| ♍ 처녀자리 | ☿ 수성 N | ☿ 수성 15° | ♀ 금성 | ☽ 달 | ♃ 목성 | ♀ 금성 |
| ♎ 천칭자리 | ♀ 금성 D | ♄ 토성 21° | ♄ 토성 | ☿ 수성 | ♂ 화성 | ☉ 태양 |
| ♏ 전갈자리 | ♂ 화성 N | — | ♂ 화성 | ♂ 화성 | ♀ 금성 | ☽ 달 |
| ♐ 사수자리 | ♃ 목성 D | ☋ 용의 꼬리 3° | ☉ 태양 | ♃ 목성 | ☿ 수성 | ☊ 용의 머리 |
| ♑ 염소자리 | ♄ 토성 N | ♂ 화성 28° | ♀ 금성 | ☽ 달 | ☽ 달 | ♃ 목성 |
| ♒ 물병자리 | ♄ 토성 D | — | ♄ 토성 | ☿ 수성 | ☉ 태양 | — |
| ♓ 물고기자리 | ♃ 목성 N | ♀ 금성 27° | ♂ 화성 | ♂ 화성 | ☿ 수성 | ☿ 수성 |
원표 오른쪽의 설명: 행성이 리셉션에 있으면 디그니티 5를 허용하고, 페레그린이면 디빌리티 5를 허용한다.
원표 맨 아래에 인쇄된 점수 행은 왼쪽 칸부터 ‘5 Good’, ‘4 Good’, ‘3 Good’, ‘Good’, ‘5 Bad’, ‘4 Bad’, ‘Bad’다.〔원표는 트리플리시티의 주·야를 하나의 큰 칸에 넣었으므로, 위 전사 표의 열 수와 다르다. 점수 행의 배치가 상단 표제와 명확하게 정렬되지 않아 이 행을 임의로 재배치하지 않았다. 인쇄271쪽에는 별도의 명확한 점수표가 있다.〕
앞 표의 사용법
모든 행성은 하우스로 두 사인을 가진다. 다만 태양 ☉과 달 ☽은 각기 하나만 가진다. 토성 ♄은 염소자리 ♑와 물병자리 ♒를, 목성 ♃은 사수자리 ♐와 물고기자리 ♓를, 화성 ♂은 양자리 ♈와 전갈자리 ♏를, 태양 ☉은 사자자리 ♌를, 달 ☽은 게자리 ♋를, 금성 ♀은 황소자리 ♉와 천칭자리 ♎를, 수성 ☿은 쌍둥이자리 ♊와 처녀자리 ♍를 가진다. 그중 하나는 주간 하우스로서 둘째 열의 D라는 글자로 표시되며, 다른 하나는 야간 하우스로서 N이라는 글자로 표시된다. 행성들은 이 사인들 안에서 엑설테이션을 가지며 셋째 열이 이를 가리킨다. 예컨대 태양은 양자리 19도, 달은 황소자리 3도, 용의 머리는 쌍둥이자리 3도 등에서 엑설테이션을 갖는다.
열두 사인은 네 트리플리시티로 나뉜다. 넷째 열은 어떤 행성 또는 행성들이 각 트리플리시티를 밤낮으로 지배하는지 말해 준다. 양자리·사자자리·사수자리에 마주 놓인 곳에는 태양과 목성이 있다. 곧 그 트리플리시티에서는 태양이 낮에, 목성이 밤에 지배한다. 황소자리·처녀자리·염소자리 맞은편에는 금성과 달이 있다. 곧 그 트리플리시티에서는 금성이 낮에, 달이 밤에 지배권을 가진다. 쌍둥이자리·천칭자리·물병자리 맞은편에는 토성과 수성이 있으며, 앞에서 말한 방식으로 지배한다. 게자리·전갈자리·물고기자리 맞은편에는 화성이 있다. 프톨레마이오스에 따르면 화성은 이 트리플리시티를 낮과 밤 모두 지배한다.
양자리 맞은편의 열에는 금성의 디트리먼트가 있다. 곧 금성이 양자리에 있으면 자기 하우스인 천칭자리와 반대되는 사인에 있는 것이므로 디트리먼트에 있다고 한다. 다섯째 열에서 양자리 맞은편에는 금성의 디트리먼트가 있다. 곧 금성이 양자리에 있으면 자기 하우스인 천칭자리와 반대되는 사인에 있으므로 자기 디트리먼트에 있다고 한다.〔이 설명의 반복은 원문에 있는 것이다.〕 여섯째 열에서 양자리 맞은편에는 토성이 있고 그 위의 표제는 폴이다. 곧 토성이 양자리에 있으면 자기 엑설테이션인 천칭자리와 반대되어 있으므로 불운한 것 등이 된다는 뜻이다. 열두 사인 전체를 이런 방식으로 살펴야 한다.
위와 같이 디그니티를 갖춘 행성은 본질적 디그니티에 있다고 한다. 우발적 디그니티란 행성이 우연히 앵글이나 석시던트 하우스에 있고, 순행하며 연소에서 벗어나 있는 등의 경우다.
어떤 사람의 표시자인 행성이 자기 하우스 또는 엑설테이션에 있으면, 그 사람이 행복하고 번영하는 상태에 있음을 뜻한다. 이 세상의 좋은 것들이 부족하지 않으며, 비유하자면 자기 성 안에 있는 사람처럼 위험에서 안전하다. 그러나 행성이 디트리먼트나 폴에 있고 손상되어 약해지면, 그 사람은 매우 낮고 궁핍한 처지에 있으며 몹시 낙담하고 위안도 얻지 못하는 상태 등에 있음을 뜻한다.*
행성들의 오브 표
| 행성 | 도 | 분 |
|---|---|---|
| 토성 | 10 | 0 |
| 목성 | 12 | 0 |
| 화성 | 7 | 30 |
| 달 | 12 | 30 |
| 금성 | 8 | 0 |
| 수성 | 7 | 0 |
| 태양 | 17 | 0 |
- 원주: 오늘날 많은 사람은 행성들의 본질적 디그니티가 네이티비티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생은 곧 경험으로 이것이 참인지 판단할 것이다. 질문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큰 힘과 효력이 있다. 행성들의 텀과 ‘페이즈(phases)’는 점성가들이 더는 고려하지 않는다.〔phases는 원표현이다. 이를 faces로 조용히 고치지 않았다.〕
행성 조합별 사계절 기상 표
C04-S09-C · 인쇄270쪽 전체 · PDF318면 · 미서명 서술자
기상 표
세상의 빛들이여! 높은 곳을 도는 천체들이여! 여러 계절을 하늘로 이끌어 가는 이들이여.
〔아래 ‘기대되는 날씨’는 본판의 역사적 행성 기상표를 옮긴 것이다. 행성 쌍 이외의 애스펙트가 대부분의 행에는 명시되지 않는다.〕
| 행성의 조합 | 봄에 기대되는 것 | 여름에 기대되는 것 | 가을에 기대되는 것 | 겨울에 기대되는 것 |
|---|---|---|---|---|
| 토성과 목성 | 바람과 비 | 비와 천둥 | 바람과 비 | 거친 대기 |
| 토성과 화성 | 비와 천둥 | 천둥과 우박 | 비와 폭풍 | 추위의 완화 |
| 토성과 태양 | 찬비 | 우박·비·천둥 | 찬비 | 눈과 비 |
| 토성과 달 | 구름과 습한 공기 | 서늘하게 하는 비 | 흐린 날씨 | 구름과 눈 |
| 토성과 수성 | 바람과 비 | 바람 부는 날씨 | 바람과 구름 | 바람과 눈 |
| 토성과 금성 | 찬비 | 갑작스러운 비 | 찬비 | 눈 또는 비 |
| 목성과 화성 | 거친 날씨 | 더위와 천둥 | 바람이 불지만 따뜻함 | 온화한 날씨 |
| 목성과 태양 | 바람 부는 날씨 | 천둥과 번개 | 바람이 불어도 따뜻함 | 추위의 완화 |
| 목성과 달 | 알맞은 소나기와 부드러운 바람 | 좋은 날씨와 맑은 공기 | 흰 구름이 있으며 잔잔하고 온화함 | 계절의 혹독함이 누그러짐 |
| 목성과 수성 | 강한 바람 | 바람과 천둥 | 습한 공기와 바람 | 비와 바람 |
| 목성과 금성 | 생장에 좋은 날씨 | 쾌적하고 부드러움 | 맑고 고요한 공기 | 이례적인 따뜻함 |
| 화성과 태양 |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씨 | 천둥과 번개 | 건조하고 바람 부는 날씨 | 추위의 완화 |
| 화성과 달 | 소나기와 우박 | 뇌우 | 거친 기후 | 변덕스러움 |
| 화성과 수성 | 비와 바람 | 천둥과 우박 | 우박과 바람 | 눈 또는 비 |
| 화성과 금성 | 많은 비 | 적은 비 | 비 오는 날씨 | 비 또는 눈 |
| 태양과 금성 | 습한 날씨 | 천둥을 동반한 소나기 | 적은 비 | 안개 또는 비 |
| 달과 금성 | 흐리고 습함 | 더위의 완화 | 흐리고 어두움 | 바람과 진눈깨비 |
| 수성과 금성 | 부드럽고 기분 좋은 소나기 | 비가 오거나 흐림 | 변덕스러움 | 많은 비, 때로 홍수 |
| 수성과 달 | 그때의 사인과 배치의 성질에 따라 날씨가 변함 | 사인 등에 따라 날씨가 변함 | 변덕스러움 등등 | 변덕스러움 등등 |
| 태양과 수성 | 공기의 사인에서는 남풍, 물의 사인에서는 비; 역행하면 언제나 비 | 변화가 많고 다른 배치들의 영향을 받음 등등 | 변하기 쉬우며 흔히 가랑비처럼 습함; 그러나 다른 행성들도 살펴야 함 | 갖가지임; 때로 폭풍, 때로 건조하고 때로 습하며 불확실함 |
| 태양과 달 | 그 시각에 이루어진 배치들에 따른 날씨 | 별들의 다른 영향에 따름 | 다른 배치들을 살필 것 등등 | 태양과 달에 맺는 애스펙트에 따름 |
〔역주: 21개의 행성 쌍과 네 계절의 84개 칸을 원표 순서대로 옮겼다. ‘다른 배치를 살피라’는 유보와 ‘불확실함’도 그대로 남겼다. 이것은 현대 일기예보 표가 아니다.〕
행성 점수와 사인·하우스의 방위
C04-S09-D · 인쇄271쪽 전체 · PDF319면 · 미서명 서술자
일곱 행성의 디그니티·강함·약함 표
| 본질적 디그니티의 조건 | 부여되는 디그니티 |
|---|---|
| 행성이 자기 하우스에 있거나 하우스에 의한 뮤추얼 리셉션에 있음 | 5 |
| 엑설테이션에 있거나 엑설테이션에 의한 리셉션에 있음 | 4 |
| 트리플리시티에 있음 | 3 |
| 디빌리티의 조건 | 약함의 값 |
|---|---|
| 디트리먼트에 있음 | 5 |
| 폴에 있음 | 4 |
| 페레그린, 곧 디그니티가 없음 | 5 |
사인들이 뜻하는 하늘의 방위
〔원도표의 첫째 열, 둘째 열, 셋째 열 순서로 옮겼다. 영어 방위 약기를 함께 보존한다. ‘by’로 세분한 방향을 일반적인 8방위나 16방위의 이름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았다.〕
| 사인 | 방향 | 원문 표기 |
|---|---|---|
| ♈ 양자리 | 동쪽 | East |
| ♎ 천칭자리 | 서쪽 | West |
| ♋ 게자리 | 북쪽 | North |
| ♑ 염소자리 | 남쪽 | South |
| ♌ 사자자리 | 동쪽에서 북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E. and by N. |
| ♊ 쌍둥이자리 | 서쪽에서 남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W. and by S. |
| ♏ 전갈자리 | 북쪽에서 동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N. and by E. |
| ♉ 황소자리 | 남쪽에서 동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S. and by E. |
| ♐ 사수자리 | 동쪽에서 남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E. and by S. |
| ♒ 물병자리 | 서쪽에서 북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W. and by N. |
| ♓ 물고기자리 | 북쪽에서 서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N. and by W. |
| ♍ 처녀자리 | 남쪽에서 서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S. and by W. |
하우스들이 뜻하는 하늘의 방위
| 하우스 | 방향 | 원문 표기 |
|---|---|---|
| 제1 | 동쪽 | East |
| 제2 | 북동쪽에서 동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N. E. by E. |
| 제3 | 북북동 | N. N. E. |
| 제4 | 북쪽 | North |
| 제5 | 북서쪽에서 서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N. W. by W. |
| 제6 | 서북서 | W. N. W. |
| 제7 | 서쪽 | West |
| 제8 | 남서쪽에서 남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S. W. by S. |
| 제9 | 남남서 | S. S. W. |
| 제10 | 남쪽 | South |
| 제11 | 남동쪽에서 남쪽으로 약간 기운 방향 | S. E. by S. |
| 제12 | 남남동 | S. S. E. |